너는 달도 아닌데 왜 떠오르는 걸까


어두운 밤이 되면 항상 떠오르는 것이 있다.

차가운 도시가 어둠으로 가득 차고 사람들의 발걸음이 하나 둘 사라지는 그 자리에도 하늘에는 항상 밝게 빛을 내는 달이 존재했다.

태양처럼 밝은 빛을 낼 수는 없지만달은 도시가 네온 사인으로 가득 차 있어도 인기척이 사라져 아무도 없을 때도 하늘에서 빛을 비추고 있었다.

하지만 달은 스스로 빛을 낼 수 없는 행성이라고 한다.

홀로 고독하게 빛을 피어내지만사실 달의 빛은 주위의 별빛을 반사 시켜주는 것이라고 은사가 가르쳐 주었다.


하늘에 존재하는 별은 지구로부터 너무 나도 먼 거리에 위치했다

몇 시간이나 몇 일이 걸리는 것을 넘어 수백 수천 광년 이상의 시간을 거쳐 지구로 찾아오는 것이라 한다별빛이 지구에 닿을 쯤이면이미 그 별은 다음 형태로 진화를 이루거나 사라져 있을 수 있다고 한다.

알고 보면 별빛은 이미 사라져 버렸을 행성의 조그만한 소망과 존재를 말해주는 것 일 수도 있다.

너무나 간절하지만너무나 희미한 그 별빛은 우리에게 아무것도 말하지 못하고 사라져 버릴 수 있었다.

하지만 달의 빛은 그런 별들을 모아서 보여주는 것이라 한다고독하게만 보이던 그 자그마한 행성은 사실 모두의 빛을 모와서 잔잔하게 비추어 주는 것이였다.

 

키아나가 사라지고 7년이 흘렀다.

가슴이 찢어지듯 슬픔에 잠겼지만시간은 참으로 매섭게 흘러 벌써 7년이나 지나버렸다너무나도 긴 시간이었다.

키아나를 중심으로 모여있었던 우리는 마치 중력을 잃어버린 듯 서로 흩어지고 있었다

소중했던 추억은 점차 빛을 바래기 시작했고견딜 수 없을 것 같았던 슬픔은 어찌저찌 버틸 수 있을 만큼 희미해져 가고 있었다.

가끔 연락을 하고 만나기도 했지만이제는 서로 다른 지위를 가지고 있는 만큼 어딘가 선이 그어져 있다는 것이 마음 속에서는 보이고 있었다.

 

추운 겨울이었다하늘에서 눈이 내리고 세상은 다시 싸늘해 지기 시작했다

고독하게만 보였던 달빛은 차가운 빛을 내뿜기 시작했다.

이 시기가 찾아오면 희미해진 슬픔도 차가운 달빛을 조명 삼아 선명히 떠오르고 있었다눈을 감고 찬찬히 생각을 할 때면 지독할 정도로 잔인한 슬픔이 부상하고 있었다.

마치 저주와도 같이 메이의 몸을 얽매이는 슬픔이지만한 순간 한 순간이 너무 나도 소중한 순간이였다.

 

망각은 몸에 좋은 약이라 한다사람이 사람으로서 살아가기 위해현재를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이라 한다

즐거운 기억도 시간이 지날 수록 잊어져 갔으며슬픈 기억은 더욱 빠르게 망각 시켜 줘 사람은 살아갈 수 있는 거라 반장은 말했다

하지만 메이는 키아나를 잊고 싶지 않았다.

피와 살이 분리가 되고스스로가 증오스러워질 뿐인 기억이라 할 지라도 소중한 기억이었다필름에 송곳 자국이 생기듯 사라져가는 기억을 되돌아 보는 것이 메이한테는 더 참을 수 없는 고통이었다.

 

달은 햇빛도 반사 시킨다고 한다.

자그마한 별빛 이상으로 활활 타오르는 태양의 별빛에 달의 빛은 태양의 빛이 대부분이라 한다.

실제로는 희미하게 느껴지는 별빛보다 어두운 빛을 내고 있지만태양은 홀로 세상을 밝게 비추고 있었다태양은 자기가 고독하다는 것조차 숨길만큼 밝게 비추고 있었다.

 

키아나는 태양과도 같은 아이였다

키아나의 모든 선택은 직시할 수 없을 만큼 너무나도 밝았으며키아나의 존재는 우리 모두를 잡아 당겨 한 곳에 모와 주고 주었다.

찬란하고 눈이 부시다 느낄 만큼 키아나는 아름다웠다.

 

키아나는 달과도 같은 아이였다

모두의 실날 같은 희망과 의지를 이어서 사람들한테 전달해 주었다.

때로는 고독하다 느낄만큼 외로워 보였지만그런 키아나를 모두가 지탱해 주고 있었다

키아나의 빛에는 모두의 의지가 함께 빛을 내고 있었다.

 

아마 그래서 일지도 모른다.

차가운 달빛을 바라볼 때면 키아나의 기억이 떠오르고 있었다달도 아닌데키아나는 항상 메이 안에서 떠오르고 있었다.

메이는 오늘도 숨죽여 우는 것 밖에 할 수 없었다

무력감이 매섭게 불어치는 밤달빛 만이 숨죽여 우는 메이를 어루만져 주고 있었다.

참으로 지독한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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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 참가하려고 아이디 만듬

혹시 모르니까. 한번 가볍게 써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