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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개발 인프라 확충의 단계입니다. 이때가 될라면은 5년 이상이 지나고도 한국지엠의 미래가 여전히 불투명하다고 여겨지거나, 아예 10년이 만기가 되어서 철수설이 다시금 불거질 때까지 기다리게 될 겁니다.

 

 이 시점이 되면, 분명히 2010년대 중순에 그랬듯이 한국지엠 쪽 개발진들이 다시금 동요하게 될 겁니다. 이미 수년 전에도 한국지엠 철수설이나 가능성 제기, 계속되는 적자 상황을 이유로 개발진들이 희망퇴직을 선택하거나 두산중공업, 현대자동차 등으로 이직하는 경우가 있었거든요. 또다시 이런 상황이 될 때를 잘 대비하면, 개발팀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습니다.

즉, "포스코 오토모티브"가 해외의 개발용역 연구소 팀처럼 "개발용역 모집"과 같은 명분을 내세워 개발진들을 모으려고 한다면, 불안한 상황에서 이직을 고민중인 한국지엠 측 개발진들을 모집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할 수 있습니다. 이미 쉐보레 볼트 EV같은 전기자동차 개발에도 관여한 바가 있으니, 전기자동차 개발을 꾀해도 포스코 그룹에게 도움이 될 겁니다. 마침 전기자동차 플랫폼을 수출한다는 목표도 계획에 있으니까요.

 

또한 이렇게 한국지엠 측의 개발인력들을 흡수함에 따라, 한때 "대우자동차"라는 명의로 자동차 생산을 기획했던만큼 '대우자동차의 정신적 후계자'라고 주장할 명분도 생깁니다. 한국지엠이 결국은 구 대우자동차가 모태가 되고, 개발진들도 이직을 할 때 과거 대우그룹의 계열사였던 두산중공업으로 가는 경우가 종종 있었으니까요. 한국지엠의 미래가 더 이상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개발진을 최대한 흡수한다면 그 명분은 더 커집니다.

 

다만, GM 측에서 "포스코 오토모티브"의 개발팀 구성을 방해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습니다. 한국 쪽 개발진들을 다수, 혹은 핵심들만 뽑거나 개발진 전원을 GM 본부, 또는 해외 지부로 보낼 수도 있고, 포스코의 제안보다 더 큰 수입, 더 안정적인 직장환경을 보장하겠다고 설득해서 잔류시킬 수도 있어요. 이런 경우도 같이 대비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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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개발에 대해서도 한번 이야기를 해 봅시다. 일단 "대우자동차"라는 상표는 GM이 소유하고 있으니, 사용하기가 곤란합니다. 이때 GM에서 상표권을 안 주려고 한다면, 다른 브랜딩을 준비해야 할 겁니다.

 

그러면 어떤 브랜드를 사용해서 어떤 차를 어떻게 개발하느냐. 브랜드같은 경우는 포스코 그룹의 명의를 활용하는 방법이 있고, 그동안 위탁생산을 해온 차량의 브랜드를 빌려서 "포스코폭스바겐", "포스코BMW"와같이 "포스코~"라는 브랜드를 병기하는 식으로 양측의 인지도를 같이 쌓는 방법이 있습니다. 이와 같이 차를 판다면, GM이 "포스코 오토모티브"의 자동차 사업 적극 진출을 방해할 명분을 하나 없앨 수 있는 방법이 될 거에요.

후자의 방법은 제휴업체의 차를 생산해주는 데서 나아가 함께 차를 개발할 때 도움이 될 테고, 과거 한국지엠이 자체 개발하거나 본사와 공동개발한 기술을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을 얻어냈던 사례처럼, 나중에 계약기간이 끝날 때를 대비해서 향후 몇 년간 "포스코 오토모티브"가 타 업체와 공동 개발한 차량을 생산, 판매할 수 있도록 한다면 포스코대우 주도로 개발한 고유모델, 독자모델 개발을 위한 시간을 벌 수도 있습니다.

 

계약기간이 끝난다면 기존 모델을 조금 손봐서 새 브랜드로 차를 팔 수도 있겠고, 혹은 얼마간 제휴업체의 브랜드로 차를 만들다가 부분변경, 혹은 풀 모델 체인지 때 새 브랜드를 도입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그 새로운 브랜드가 GM으로부터 상표권을 받아 온 "대우자동차"가 되든, "포스코~"가 붙는, 또는 완전히 새 브랜드이든, 포스코대우의 입장에서는 사실상 "신입"이자 "새 도전자"인 만큼, 브랜드 운영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기술적인 부분에서는 새 플랫폼으로 완전신차를 만들거나, 타 업체와 제휴를 맺어 만들던 차를 자체적으로 수정하거나, 이런 식으로 차를 만들 수 있을겁니다. 특히 공동개발한 차량과 그 기술을 사용할 수 있는 조항이 있다면, 신차개발의 난이도는 훨씬 낮아지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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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얘기를 해 놓으면 사실상 "대우자동차"의 실질적 후신이라는 명분을 한동안 버리는 거 아니냐는 입장도 있으리라고 봅니다. 이런 경우에 이 명분을 사용하는 방법도, 제가 한번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먼저 요약부터 해 드리자면, 그 방법은 "GM 소유의 것들을 건드리지 않는 내에서" 가능한 한 물증을 부여하는 방식입니다. 최소한 "포스코 오토모티브" 차들의 브랜드명이나 차량 명칭에서 대우자동차의 흔적을 찾을 수는 없지만, 적어도 누군가가 "포스코자동차=대우자동차의 후신 아닐까?"라고 주장한다면 뭔가 뒷받침을 할 만한 떡밥은 남기는 겁니다.

 

가령 부분적인 디자인에서 구 대우자동차 시절의 흔적, 예컨대 과거 대우자동차의 3분할 그릴같은 것을 은연중에 반영하는 방법이 있고, 모델명같은 경우는 그 유래를 활용하는 방식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대우 마티즈"같은 경우는 스페인어로 "색조", "배색"을 뜻하는 이름이니 거기서 새 이름을 찾을 수 있고, 어조가 일부 겹치는 이름(예: 마티즈 -> 발레타 - 몰타 섬의 수도)을 사용하는 식으로 "물증"을 은연중에 반영할 수가 있습니다.

 

또한 마케팅적인 면에서는 과거 대우그룹의 계열사들을 이용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이미 포스코대우가 과거 대우그룹의 대우인터네셔널이라는 계열사였고, 두산중공업이나 타타대우, 자일대우버스, 자일자동차판매, 대우산업개발, 대우건설, 대우전자, 대우조선, 그리고 프랑스 업체와 협력중인 가전제품 업체 대우루컴즈 및 대우디스플레이까지, 자세히 검색해보면 아직 대우그룹 계열 회사들은 적잖은 수가 살아있는 상황입니다.

 

이런 경우에는 그쪽 업체들에게 사업용차(플릿 카Fleet Car)를 제공해주는 계약을 맺고 기념식을 연다거나, "포스코 오토모티브"의 판촉행사나 차량 판매를 위한 경품을 제공받는다거나, 사내에서 쓰는 각종 전자제품 종류나 계약을 맺을 건축업체, 수송용 트럭이나 회사 셔틀버스를 위한 구입처같은 곳들을 고를 때 이쪽 업체들을 우선순위로 두는 방법들이 있습니다.

다만, 이것도 너무 "드러내놓고" 하는 거는 피하는 게 좋습니다. 대우자동차 상표권도 없는 상태에서 너무 티를 낸다면은, GM 입장에서도 막을 방법이 없는 거는 아닐테니까요. 해외에 있는 계열사들에게 자사 제품, 자사 계약을 유리한 조건으로 제공하는 대신 "포스코 오토모티브"와의 거래를 없던 일도 해 달라고 하는 등, 따져본다면 방법이 없지는 않을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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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한다면 분명, "정신적인 면에서의" 대우자동차는 살릴 수 있습니다. 대략 30년 정도는 잡아야하는 장기 계획이고 GM이 견제할라고 한다면 못 하진 않겠지만, 이 정도만 구현해도 충분히 가능성은 있습니다.

 

 

그렇기에, 이 제안을 누군가가 포스코대우 관계자 측에 제안해본다면 좋겠습니다. 이 아이디어의 가능성을 한번 시험해보고 싶고, 한국지엠이 철수한 후에 포스코대우가 자동차 개발 인프라를 적극적으로 끌어들이려고 한다면, 능력이 되는 한 제가 한번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싶습니다. 실패한다 할지라도 분명 큰 도전이 될거고, 도전해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글로 옮기기 전에 이 아이디어를 미리 지인 분들에게 좀 알려드렸고, 가능성도 어느 정도 확인했습니다. 적어도 해 본다면은 가치있는 시도가 될 테고, 이곳에다가 새로운 기여를 크게 해 주는 셈입니다.

오늘 글은 여기서 줄입니다. 다음 시간에 다시 찾아뵐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