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몇달 전이다. 내가 홀로라이브를 본 지 얼마 되지 않아 유튜브에 아직 인싸영상 추천이 섞여 뜰 때였다. 

오므라이스 레시피를 참고하기 위해 방대한 유튜브의 바다를 항해(航海)하고 있었다.


추천영상 구석에 오므라이스를 만드는 보라색 메이드가 있었다. 오므라이스에 굉장히 자신이 있는 것 같았다.

마침 오므라이스를 만들 참이기에 레시피를 참고하고자 했더니, 


"아틔시는 메이드니까! 오므라이스 정도는 여~유!"


대단히 당당한 메이드였다. 믿고 볼 수 있는 레시피임이 분명하다, 이리 생각했다.

그녀는 잠자코 열심히 조리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계란물을 만드는 듯 하더니, 이리보고 저리보고 기름칠 한 팬에 

계란물을 얹고서는, 계란찜이라도 만드는 것인지 마냥 굼뜨다. 레시피를 참고할 것이니 어서 제대로 보여달라 

채팅창에 재촉을 하는 판에, 내가 보기에는 그만하면 다 됐는데 못들은 체 계속 한다. 

계란 밑이 노릇노릇하게 구워지게 생긴 마당에, 태연하게도─


"그럼 여기에 밥을!" 


하더니 그대로 위에 밥을 얹는다. 기가 막히어 이제는 오므라이스 레시피를 참고하고자 한 본래의 목적도 잊고 

그만 구경꾼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얼마 후에, 메이드는 아래에 깔린 계란을 솜씨 좋게 쓱 뒤집는다.

저러다가는 오므라이스가 아니라 계란 부침개가 되어버릴 것 같다. 또 얼마 후에 계란을 이리저리 뒤집어보더니, 

다 됐다고 그 노릇한 계란에 밥을 싸서 담는다.


점심으로 오므라이스를 해 먹기로 한 나는 불쾌하기 짝이 없었다. 저것의 어디가 오므라이스라는 말인가.

본디 오므라이스라는 것은 부드럽게 익힌 매끈한 계란을 잘 볶은 밥 위에 올리는 것인데 저것은 아무리 보아도 

계란 부침개를 기름진 밥 위에 덮은 것이다. 그것도 약간 탄.


저런 레시피로 유-튜브 채널 운영이 잘 될 턱이 있나, 그냥 끄고 돌아가려는데 

보라색 메이드가 그 꺼멓게 탄 오므라이스 위에 케챱으로 '주인님♡'을 삐뚤빼뚤하게 적기 시작한다.

문득 홀린 듯이 '닫기'버튼에서 손을 떼고 그 모습을 바라보니, 주인님을 위해 최선을 다해 오므라이스를 만드는 

서투른 메이드의 모습이 보이는 것이 아닌가. 그 모습이 나도 모르게 귀여워서, 타버린 오므라이스에 대한 증오심도 

조금은 누그러진 셈이다.


자색(紫色) 양파를 닮은 그녀가 요리를 마무리하고 사진을 내어놓자, 나는 그 음식이라 불러도 좋을지 모를 것에 대하여 

이상하리만치의 식욕(食慾)을 느꼈다. 예로부터 음식은 어머니의 손맛이니 정성이니 하며 그 음식에 들어가는 마음을 맛의 

지표로 삼는 것이 전통이었다. 겉보기 화려한 레시피를 쉬이 찾아볼 수 있는 요즈음 시대에, 이리 정성이 들어간 서투른 요리란 

마음을 움직이는 요리다. 옛날 사람들은 화덕에 감자와 고구마를 구워 껍질이 다 타도 배고픔과 어머니의 정성을 생각하며 후후 불어 먹던 

감성이 있었다. 나 또한 그러한 감성을 시대의 흐름에 맡겨 잊은 것이었으니, 저 삐뚤빼뚤한 '주인님♡' 오므라이스를 그저 

실패한 요리라고 생각한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이리 생각을 고치고 다시 보라색 메이드의 오므라이스를 보니, 제법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것이 훌륭하다.

유튜브 방송 화면은 끝을 고하고 있었지만, 나는 그녀의 레시피로 오므라이스를 만들어보기로 비로소 결심한 것이다. 




- 본 이야기는 윤오영의 '방망이 깎던 노인'을 재해석, 패러디한 픽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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