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 https://arca.live/b/gura/37602896?category=%EC%B0%BD%EC%9E%91&p=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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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함대가 도착했습니다!" 

 

"그래? 2함대를 지원하라고 전해라!"

 

3함대는 들어가자마자 포화를 맞기 시작했다. 여기저기가 박살나며 떨어져 나갔고, 포탄에 맞아 몸이 산산조각나는 해적도 있었다. 믿고 있던 마지막 함대마저 엄청난 열세를 보이자 호쇼 마린은 전의를 상실하고 말았다. 

 

사람에게 영광은 한 순간이지만, 고통은 평생을 함께해야 하는 것이었다. 자신이 10년 가까이 쌓아왔던 업적이 몇 시간 만에 무너져내리는 것을 누가 보고 있을 수 있을까... 

 

"혹시 우리가 탈출할 때 쓸 상륙선은 없을까?"

 

"이미 전투 중에 다 소모해 버렸습니다."

 

탈출할 방법도 없다. 이럴 때는 운명을 조용히 받아들이는 것도 좋겠지만, 마린은 전혀 그런 생각이 없었다. 총을 들고 나가서 끝까지 싸우리라고 다짐했다. 자신의 배는 해군의 함대보다 속도도 느리고, 포도 거의 사용불능이 되었으니, 도망쳐도 결국 먹잇감이 될 뿐이다. 

 

"끝까지 싸워라! 우리가 돌아갈 길은 없다! 우리가 해적으로서 해온 모든 것을 인정받으려면 끝까지 싸워라!"

 

마린은 그렇게 소리치며 배에 올라온 해군 병사들을 상대하기 시작했다. 마린은 10년 가까이 해적 생활을 해 온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1~2년 정도밖에 복무하지 않은 해군들에게 질 리가 없다. 게다가 여러가지 상황에서 살아남아온 마린은 변칙적인 상황 대처에도 유능했다. 그녀의 유일한 결점은 그녀가 해적이라는 것이다. 

 

 

 

"왓슨, 해적들이 지고 있는 것 같아."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지, 해적들이 전력에서 심하게 밀렸고, 만약 해적들이 승리하더라도 여론에서 해적들이 좋은 인상을 줄 리가 전혀 없거든. 마지막에는 해군의 승리로 끝날 수 밖에 없었어."

 

 

 

3함대를 해치우고 1함대로 몰아치던 해군 병사들은 마린의 총과 칼에 차례차례 쓰러져갔다. 마린은 자신의 운명이 정말 기구하다고 생각했다. 자신이 하고 싶지도 않은 해적질을 하면서 결국 여기까지 왔고, 오늘은 대장선 하나 찾겠다고 배를 보냈다가 해군과 맞닥뜨리기도 했다. 결국 자신이 해적이라서 이런 최후를 맞게 되는 것일까? 수많은 생각이 마린의 머릿속을 스쳐갔다. 

 

 

 

"선장님이 우리를 구해주셨다!"

 

"끝까지 싸우자!"

 

다른 해적들이 마린의 활약을 보고 사기가 올라서 디아스급 함선의 병사들에게 우위를 점하기 시작했다. 마린의 분전으로 디아스 함대의 공격은 겨우 막아냈지만, 이미 다가마 함대와 콜럼버스 함대가 코앞까지 밀려오고 있었다. 2함대와 3함대가 거의 전멸 직전까지 가서야 겨우 디아스 함대를 이겨냈는데, 더 무지막지한 크기의 함선의 그들의 심장을 노리고 있었다. 

 

"우리가 졌다..."

 

그녀가 내뱉은 마지막 한마디는 너무나도 참혹하지만 당연한 것이었다. 

 

콜럼버스와 다가마 함대의 포가 불을 뿜었고, 1함대도 바다 속으로 잡아먹히고 말았다. '붉은 마녀' 호쇼 마린은 그렇게 최후를 맞았다. 

 

 

 

"왓슨, 그런데 뭔가 이상한 것 같지 않아?"

 

침묵을 깨고 로셀린이 말을 걸었다. 

 

"뭐가?"

 

"우리가 가는 타임라인은 뭔가 죄다 이상한 곳 밖에 없었잖아. 특히 이번 타임라인은 더 재난이 심각했고, 뭔가 우리 시간여행을 방해하는 것 같은 생각은 들지 않아?"

 

"에이 설마... 그런 걸 누가 할 수 있겠어..."

 

"혹시 내가 본 나뭇가지 달린 기린도 그런 류일까?"

 

구라가 말린 오징어를 씹으면서 우물거렸다. 

 

'쟤는 아직도 나뭇가지 달린 기린 얘기를 하고 있네...'

 

아멜리아는 도대체 구라가 무슨 의도로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우리는 이제 떠날 때가 된 것 같아."

 

타임머신 작동-!!! WRYYYYYYYYYYYYY!!!!

 

"뭐지?! 지난번보다 훨씬 소리가 크고 이상한데?"

 

"정말 그런 건가? 누가 우리를 의도적으로 방해하는 건가?"

 

 

 

그렇게 생각하다가 땅에 떨어지고 말았다.

 

"여긴 어디지?"

 

"왓슨&이나 연구소라고 써 있어"

 

정말이다. 작아 보이는 건물 안에는 왓슨&이나 연구소라는 이름이 붙어 있었다. 연구소라니... 도대체 뭘 연구하는 거지? 

 

문 앞까지 가 보니, 작은 거울 같은 게 붙어 있었다. 

 

"들어가기 위해서는 얼굴 인식이 필요합니다. 얼굴을 모니터에 잘 나오게 비춰주십시오."

 

"얼굴인식? 잠깐, 나도 아멜리아 왓슨이니까 얼굴인식을 통과할 수 있겠구나!"

 

나는 얼굴을 모니터에 가까이 했다. 얼굴인식에 성공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문이 열렸다. 

 

"우와... 이 연구소 정말 엄청난 곳이네! 기계장치가 가득해!"

 

정확히 말하자면 뭔가 캐논포나 총 같이 생긴 것이 가득했다. 이 연구소 근처는 숲이었기 때문에 다른 사람한테 들킬 일도 별로 없을 것 같다. 

 

그나저나 정말 강력한 무기들이 가득하다. 나는 권총 같은 것만 들고 다녔는데 이런 걸 들고 다니면 얼마나 화력이 좋아질까?

 

"왓슨이 이런 거 좋아하는 줄은 몰랐네."

 

"아메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권총을 자주 들고 다녀. 요즘은 여러 재난에 부딪쳐서 그런지 저런 게 더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을 거야."

 

 

 

철컥

 

사람의 기척이다. 여기에 또 누가 있었나? 이나였으면 좋겠는데, 만약 이 타임라인의 아멜리아 왓슨과 만난다면 곤란해질 거다. 

 

"뭐야, 너희들은 도대체..."

 

이런 제기랄! 이 타임라인의 아멜리아 왓슨이다. 이러면 또 시간여행과 타임라인 간의 관계에 대해 엄청나게 긴 설명을 해야 한다. 

 

"너는... 나랑 닮았네...도대체 누구야?"

 

아 이런... 이 녀석은 시간여행 능력이 없는 것 같다. 

 

나는 거의 한 시간 가까이 시간여행에 대해서 설명했다. 내가 설명하는 처음 20분 동안은 이 녀석의 눈이 피곤에 쩔어 있었지만, 내가 타임머신을 보여주니 호기심으로 반짝이기 시작했다. 설명을 다 끝냈을 때 쯤에는 또다시 이 녀석의 눈이 의문의 표정을 띄고 있었다.

 

"내가 그걸 어떻게 믿지?"

 

"보여줄게."

 

나는 타임머신을 이용해 이 타임라인의 시초로 건너갔다. 이 타임라인은 처음에 용암이 부글거리고, 그게 차갑게 식어가며 땅을 이루고 있었다. 나는 그걸 이 타임라인의 아멜리아에게 보여줬다. 

 

"오, 이게 시간여행이야?"

 

"물론"

 

"좋아, 믿을게."

 

"그럼 이제 저 무기를 어떻게 사용하는지 알려줄래?"

 

"일단 그거 들고 따라나와봐."

 

거대하게 생긴 캐논포를 들고 연구소 밖으로 걸어나왔다. 

 

"좋아. 일단 전원을 켜서 에너지 충전 버튼을 눌러"

 

"에너지 충전은 얼마나 걸려? 그리고 에너지는 뭘로 충당하는 거야?"

 

"태양빛으로 에너지를 충전해. 충전하는 건 3분 정도면 될 것 같아."

 

나는 아무 말 없이 3분을 기다렸다. 무기에서 부우웅 하는 소리가 나며 흔들리기 시작했다.

 

"좋아, 이제 발사 버튼을 눌러."

 

 발사 버튼을 누르자 캐논에서 엄청난 크기의 빔이 뿜어져 나왔다. 그 빔은 앞의 나무를 죄다 태워서 순식간에 재로 만들고, 길을 만들어버릴 정도로 강력했다. 

"으앗! 이거 뭐야?"

"이 무기가 큰 이유가 이것 때문이야."

"혹시 여러 발을 빠르게 쏠 수 있는 것도 있어?"

"있어. 이 무기의 초기 실험형으로 만든 게 하나 있어"

이 타임라인의 왓슨은 안으로 뛰어들어가더니, 작은 캐논이 두개 장착된 백팩을 들고 왔다. 

"이거 꽤 무거워 보이는데..."

"별로 안 무거워. 일단 내 기준으로는 그랬어."

어! 이거 생각한 것보다는 그리 무겁지 않다. 

백팩을 작동시키자 두개의 캐논에서 빔이 발사되기 시작했다. 성능도 꽤 쓸만하긴 했는데 문제는 반동 때문에 어깨가 아프다는 것이었다. 

"근데 너, 이렇게 무기에 관심을 많이 가지는 이유가 있어?"

"어... 시간여행하면서 너무 힘든 일이 많았거든. 이제는 대응할 무기가 좀 필요할 것 같아..."


"왓슨, 이 사람은 또 누구야?"

뱅뱅이 모양이 그려진 안경을 쓴 사람. 익숙한 목소리, 이 타임라인의 이나다. 

나는 또 시간여행에 대해 1시간을 설명해야 했다. 시간여행에 약간 회의감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9화에 계속: https://arca.live/b/gura/37838860?p=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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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요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