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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머.. 시스터 마린.. 오신겁니까. "

" 네에 ~ 신부님. 오늘도 기도를 드리시는거군요. ' 그 분 ' 에게.. "

" 네에. 맞습니다. 언제나 기도를 드리고있죠. 저희가 이렇게 운영할 수 있는 이유도 ' 그 분 ' 덕분인걸요. "

" 흐응..  그렇군요. "

" 그렇답니다.. 하지만 오늘따라 유독 이상한 냄새 가 나는군요. 시스터. "

" 어머. 들켜버린겁니까 ? 네에. 오늘은 좀 다르죠. "

" 아이고.. 너무 오래 기도를했군요. 다리가 다 뻐근하네요. 자아.. 수녀님. 그래서 어떻게 된 일이죠 ? "

" 후후.. 저는 이미 ' 그 분 ' 의 것 입니다.. "

" ' 그 분 ' 이라면..? "

" 신부님.. 신부님이 이 즐거움을.. 이 쾌락을 모르신다는것이 참으로 안타까워요 ! 신부님.. 신부님도 ' 그 분 ' 에게 몸을 맡기시는 게 어떠신지.. "

" 시스터. 결국 몸을 담궈버렸군요. "

" 후후후.. 드디어 말이 통하네요. 네에 ~ 맞습니다. 저는 더이상 신성하지 않아요..! "

" 하아.. 이 냄새는 분명.. 피냄새 겠죠 ? 그동안 즐거웠습니다. 시스터. "


후부키는 장갑을 당겨 제대로 끼고 위를 바라봤다. 벽에는 야고 동상이 걸려있었다. 후부키와 마린이 믿고있는 ' 그 분 ' 이라고 불리는 존재다. 마린은 피가 떨어지는 나이프를 들고 천천히 후부키에게 다가갔다.


" 저도 즐거웠습니다. 신부님. "

" ..... "

후부키는 아무말도 없이 눈을 감고 고개를 내렸다. 안경은 고개가 내려가면서 흘러 떨어질 듯 했지만, 달려오는 마린을 막기 위해 품에서 너클 두쪽을 꺼낸 후부키는 그걸로 칼을 튕겨낸 후 안경을 치켜세웠다. 


" 어머. 제가 그런거에 순순히 당할 줄 알았나요 ? 저를 과소평가 했군요 ! "

" 젠장.. 역시 나이프로는 신부님을 상대하기 어려울 것 같군요. 그럼.. 저도 진지하게 가야겠군요. "

" 아라아라.. 그렇게 거대한 무기를 감추고 계셨다니.. 정말 야만스럽군요. "


" 후훗.. 원래 사랑은 야만스러운 게 좋은겁니다. "


시스터는 손도끼를 들고 후부키에게 달려들었다. 후부키는 너클밖에 없었기에 재빨리 피해 마린의 옆구리를 타격했다.


" 크헉..! "

" 둔합니다. 시스터 ! "

" 젠장..!! 순수히 죽으란말야 !! 이 빌어먹을 새끼야 ! "

" 흠.. 시스터. 입이 많이 거칠군요. 오늘 ! 그 입을 다시 고쳐드리겠습니다 !! "


" 하아..하아.. 더럽게무겁네.. 크윽 ! 옆구리가.. "

" 그상태로 더 움직이셨다가는 다음은 배가 될 수 있습니다. "


후부키는 어디서 본 적 있는지 폼을 잡고 안경을 고쳐썻다. 그 모습을 본 마린을 이를 꽉 물고 다시한번 힘차게 후부키에게 달려들었다.


" 그만그만. 무의미한 저항은..! "

" 하아..하아.. 이건 몰랐겠지 ! "

" 큭..! "


후부키는 숨겨져있던 칼이 복부에 찔려 괴로워하면서도 마린의 얼굴을 힘껏 쳐서 마린과 거리를벌렸다. 칼을 바라본 채 후부키는 숨을 거칠게 한두번 쉬더니 칼을 뽑아냈다. 칼을 뽑아 낸 곳엔 피가 흘렀지만, 신경쓰진 않았다.


" 으윽.. 턱이.. 존나아프잖아 !! "

" 아프라고.. 때린겁니다. "


" 후후.. 근데 신부님 꽤나 아파보이네 ? "

" 후우.. 이정도면.. 버틸만합니다. 당신을 처단하는데 이정도 패널티는.. 줘야하잖습니까. "

" 하아 ? 아직도 여유로운 가 보네 ! "

" 그럼요.. 여유롭고 말고요.. 좀 더 즐겨볼까요 ? 피 튀기는 이 싸움을. 좀 더 ! 춤춰봅시다. 이 성당을 무대로 ! 이 탁자들 사이로 ! 찬송가는 잔잔한 클래식으로 !! "


" 드디어 본색을 드러내는구나.. 후부키..! "

" 아아.. 이 얼마나 아름다운 노래인가요 ! 적들의 비명소리는 아름다운 화음이 되고 아군의 함성이 조화로 이루어지니.. 이것이 진정한 노래 아니겠습니까 ! 자아.. 나의 파트너여 ! 어서 이 손을 잡고 나와 춤추세 ! "

" 하아.. 빨리 끝내고 돌아가고 싶네.. 내가 ' 저딴새끼 ' 한테 쳐맞다니.. "

" 어서 ! 칼을 드십시요. 그래야 춤을 출 수 있지 않겠습니까 ? "

" 그래.. 그 춤에 어울려주도록 하지. 결과는 뻔하지만. "

" 쿨럭..! 크흡... 아아.. 피를 토해내다니.. 이거 꼴불견이군요. 숙녀 분 앞에서 이런 꼴을 보여주다니. 이거 참. 부끄럽군요. "

" 몸이 망가져가면서 까지 이렇게 즐기고 싶은거냐 ! "

" 그럼요. 우리 모두는 죄인이니깐요. 제가 죽어도 ' 그 분 ' 께 더욱 한발자국 도달할 수 있겠죠. "

마린은 한발자국 뒤로 빠지면서 당황한 티를 보였다. 후부키는 그 모습을 보면서 살짝 비웃었다.


" 아아. 어찌 이렇게 아름다운 여인이 춤을 거부하십니까 ! 어서, 그 칼을 들고 저와 춤을 추시죠 !! "


" 후후.. 후후후.. 언제까지 나도 숨길 순 없겠지.. 그래. 시라카미.. 네 무덤은 여기가 될 것이야 ! "


마린은 떨어져있던 칼을 주워서 한손은 등에 붙이고 한손을 뻗고있는 후부키의 팔에 내리쳤다. 후부키는 그 모습을 바라보면서 그저 웃었다. 그녀에게 마린의 모든 행동은 너무 뻔하게 보였기 때문이였다.


" 시스터. 그런 공격은 절대 통하지 않습니다 ! "

" 커흑 !! "

후부키는 칼이 내려오는 동시에 손으로 칼을 든 손을 쳐내고 발로 마린의 배를 힘껏 걷어찼다. 마린은 그 타격으로 인해 의자와 부딪히며 잠시동안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그 틈에 후부키는 마린에게 다가가 무릎꿇고 그저 쳐다봤다.


" 일어나세요. 시스터 마린. 그대는 지금 쓰러지면 안됩니다. 어서 일어나서 저를 죽이셔야죠. "

" ...미쳤군요.. "

" 빨리 일어나세요. 빨리 일어나란말입니다 ! "

마린은 자신의 멱살을 잡고 소리치는 후부키를 정면으로 바라봤다. 후부키는 어느새 동공이 흔들리고 얼굴이 창백했다. 그리고.. 울고있었다. 마린이 지금 여기서 반격이라도 하면 충분히 죽일 수 있는 상황이였다. 하지만 마린은 그저 바라 볼 뿐이였다.


" 어째서.. 어째서 죽이질 않는겁니까. 시스터 마린.. "

" 많이 지치셨군요.. 신부님. 매일매일 고해성사를 해도.. 매일매일 기도를 드려도 씻기지 않은 죄악을 안고 계시는군요. "

" 빨리.. 절 죽이란 말입니다. 시스터..!! "

" 제가 어찌 제 손으로 신부님을 죽이겠습니까.. 저는 못합니다. "

후부키는 멱살을 놓고 마린의 손에 칼을 쥐어주고 칼날이 자신의 가슴앞에 닿게끔 했다.


" 빨리 !! 저를 죽이란 말입니다 ! "

" 신부님.. "


마린은 잠시 고민하는 듯 했다. 하지만 결국....



그 이후 몇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신부 후부키와 시스터 마린이 운영했던 성당은 이미 폐건물이 되어있었다. 마린은 가끔 건물을 지나가면서 한번씩 들리고는 한다. 옛 정이 있어서 계속 들르는 것 같았다. 그리고 들어가기 전에는 꼭 무언가 먹을것을 들고 들어갔다. 하지만 나올때는 아무것도 없이 나오는 모습을 몇번 봤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었다. 어쩌면 신부 후부키는 살아있을수도 있다는 소문까지 돌 정도였다. 진실은 아무도모른다. 오직 시스터 마린만이 알고있을 것이다.


" 요즘은 날이 쌀쌀하네요. 시스터. "

" 시스터.. 오랜만에 듣는 명칭이네요. 후후.. 옛날은 참 재밌는 일이 많았죠. "

" 시스터 마린.. 시절 말인가요 ? "

" 네에. 신부님과 꽤나 많은시간을.. 그리고 많은 사람들을 맞이했었죠. 참 재밌는 분들이 꽤나 많았는데.. "

" 하지만 신부님은 죽은 거 아니였나요 ? "

" 후후.. 그건.. 비밀입니다. "

" 에엑.. 궁금한데.. 어떻게 알려주실 순 없나요..? "

시스터 마린은 잠시 바닷가를 바라봤다. 예전에 신부와 함께 자주 왔던 추억을 회상하면서..


" 그럴까요.. 후훗. 분명 신부님도 좋아하시겠네요. 당신이라면.. "

" 그럼 알려주시는 건가요 ?! "

" 이야기가 길어질테니, 집으로 돌아갈까요 ? "

" 그러죠 ! "



신부 후부키. 마지막 저항.


시스터 마린. 타락한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