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갑다 홀붕이들아.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오늘 본 홀챈 글 중에서 그림 그리는 걸 부담스러워하거나 자기 자신에게 회의감을 느껴서 그림을 관둔 홀붕이를 몇 명 보아서다.


홀멤얘기는 없고 굉장히 노오오오잼인 글이므로 관심없으면 비추박고 뒤로가기 눌러주길 바란다.




위 그림은 내가 타블렛을 사고 처음으로 그린 그림이다. 


보다시피 굉장히 못 그렸다. 뭔 배짱인지 ㅈ나 오글거리는 글귀까지 처넣어놨다. 심지어 사진을 보고 그린건데도 이 모양이다.


"나중에 이걸 보며 웃을 수 있기를" ㅇㅈㄹ 했으면서 성실히 그림을 그렸느냐?




성실은 지랄. 26일동안 타블렛은 손도 대지 않았다. 별 이유가 있어서도 아니다. 그냥 안 했다.


27일에 타블렛을 킨 것도 존나 거창한 이유가 있어서도 아니다. 그냥 그날은 너무 심심해서 뭐 재미난거 없나 싶어서 먼지만 쌓여가던 타블렛을 키고 끼적끼적 그렸다.



28일부터는 한 번만 해보고 그만두기에는 내가 스스로에게 쪽팔린 감이 없잖아 있어서 하루에 30분씩 기초그림만 대충 그렸다.


그리고 한 번 버릇을 들이니까 노잼이라도 어째저째 그리게는 되더라.


그래서 그 다음부터는 순탄하게 존잘 그림쟁이가 됐느냐?




당연히 그럴리가 없지 ㅅㅂ 이게 10/30일에 그린 그림이다.


한 달동안 하루에 1시간씩 정해놓고 그렸는데도 이 모양이다.


이 당시에 진지하게 나 스스로에게 회의감이 들어서 타블렛 중고로 팔아버리고 그림 접을까 진지하게 생각했다. 정말 진지하게.




근데 하필 딱 이 즈음에 내가 홀로라이브에 입덕을 했음.


그 전까지 "와 씹덕새끼들 존나 역겨운거 쳐보네 난 저렇게는 되자 말아야지" 라고 생각했었는데 내가 입덕을 했음.


입덕을 하고 팬심이란게 생기고 금손 그림쟁이들이 내놓은 창작물들을 보니까 나도 왠지 저렇게 되고싶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 전까지 조금씩이나마 꾸준히 그려왔던 시간 + 팬심 + 그만두기에는 내 자존심에 스크레치가 날 거 같아서 등등의 이유로 다시 펜을 잡았다.







11/28일


초기에 홀챈에 올렸던 팬아트들. 뭔 깡이었는지는 모르겠는데 일단 팬아트랍시고 올렸다. 





12/10일.


태어나서 처음으로 채색이란걸 했다.







12월 중순.


처음에는 무섭게만 느껴졌던 채색이 조금씩 익숙해져간다. 계속 그려나간다.









현제


아직 갈 길은 한참 남았지만 처음보다는 나아진게 보인다. 계속해서 그려나간다. 


확실히 처음보다는 나아진게 느껴진다.



물론 아직까지 갈길은 한참 멀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 난 하위 3% 실력도 안 되는 개씹초짜 그림쟁이일 뿐이다.


어쩌면 내가 오늘 봤던 홀붕이가 나보다 훨씬 잘 그리는 존잘 그림쟁이일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럼에도 이렇게 주제넘게 이런 글을 쓰면서 하고싶은 말은 "너도 노오오력을 하란 말이다 노력을." 같은 것도 아니고, "님들 보세여 저 존나 많이 늘었져? 칭찬해주셈." 도 아니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자기는 안 된다고 그냥 포기하지만 말아줬음 한단거다.


내가 봤던 홀붕이의 자세한 사정같은 것도 모르고 현실적인 이유로 그림을 그만뒀을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만약 자기의 그림실력에 회의감이 들어서, 존잘 짤쟁이들을 보고 기죽어서 그러는 거라면 속는 셈 치고 한 번만 다시 시작해달라고 부탁하고 싶다.


꼭 존잘이 아니어도 좋고 꼭 꾸준히 하지 않아도 좋으니까 그냥 자포자기하지만 말아줬음 한다.



당연히 그리는 동안 실력이 눈에 띄게 늘지 않거나 시간을 내기 힘들거나 하는 이유로 도중에 그만둘 수도 있지만


그렇게 그만두더라도 '나는 해도 안 돼' 같은 생각으로 그만두지는 않았으면 한다는게 내 마음이다.


나같이 못난놈도 할 수 있는거 너라고 못할 이유는 더더욱 없잖아, 그치?



아무쪼록 그림을 망설이는 홀붕이들에게 내가 하고싶은 말이 잘 전달돼었음 한다. 화이팅이다 홀붕이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