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 원글 : 사실 카운슬 멤버들이 인간이었다는 설정 어떨까

1편 : 공간이 볼 수 없는 이야기

2편 : 자연이 보듬지 못하는 이야기

3편 : 시간이 되감지 못하는 추억

5편 : 문명이 잊을 수 없는 서사시


"거기서! 이 도둑 녀석!"


"헉... 헉... 거참... 치즈 한 조각 가지고 엄청 끈질기네... 헉... 헉..."


"어디로 간 거야? 이 쥐새끼 같은 녀석..."

"젠장... 하여간 다음에 잡히기만 해봐라..."


"하아... 하으... 여기까진 모르겠지..."

"음식 한 번 먹기 엄청 힘드네 진짜... 이상한 녀석이 망토를 밟아서 망토가 빠지지만 않았어도 들킬 일이 없었는데..."


빈민가는 어딘가에 존재하지만, 그곳에 산다는 것은 절대적으로 부유하지 않다는 것을 상징한다.

그곳에 산다는 것은 가난함을 의미하고, 가난함만이 있는 곳에서 질서는 절대적이지 않다.

살아남은 이가 옳은 것, 그 가난을 이겨내지 못하고 사라져간 자는 그릇된 것이 되어버리는 하나의 소세계다.

하지만 그곳에서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기적을 잡아내지 못한다면 결국 빠져나올 수 없을 뿐이다.


"언제까지 여기서 살아야 하는거야..."

"평생 굶지 않고 살 수 있으면 좋겠다..."

"이 시궁창 같은 곳에서 벗어나서 좋은 옷... 좋은 집...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고 싶다..."


본인의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소녀의 작은 한탄.

자신에게도 가족이 있었겠지, 자신에게도 소중한 순간들이 있었겠지 기억나지 않는 추억을 되감으려 하는 소녀의 얼굴에는 흐르지 않는 눈물과 메말라 버린 슬픔만이 가득했다.


"이 조그만 녀석들~ 오늘은 어디서 나를 "

"뭐. 오늘도 이 녀석들이 주워다 준 기이한 망토 덕분에 잘 빠져나왔으니 고맙게 생각은 하고 있지만."

"설마... 이 조그만 치즈 나눠달라고 그럴 리는 없겠지만... 그래도 고마움 정도는 표시해 줘야겠지..."

"자. 여기 너희 몫... 얼마 안 되긴 하지만..."


슬픔에 잠겨 매일을 살아가는 그녀의 옆을 지켜주는 건 하수도 내부에 자리한 소녀의 거처에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매번 유용한 물건을 가져다주는 한 떼의 쥐 무리.

처음에는 생리적인 거부감으로 그것을 무시했던 소녀였으나, 점점 그것들의 호의에 마음이 풀어져 이제는 힘들게 훔쳐 온 음식을 나눠주며 같이 살아가고 있었다.

이에 호응하듯 처음에는 단순한 잡동사니에 불과했던 쥐들의 선물은 어느새 단순히 쥐라는 생명이 가져올 수 있는 범주를 넘어서고 있었지만

그런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듯이 버젓이 자신의 앞에 여러 가지 물건들을 가져오는 쥐들을 보면서 소녀는 어느 순간 이해를 포기하고 그저 감사 받고 있었다.


"지난번에는 핀을 뽑아서 던지니까 연기가 퍼지는 구체에... 이번에는 두르니까 주변에서 내가 보이지 않게 되는 망토..."

"점점 어떻게 얻어오는 건지 이해가 안 될 정도라니까..."

"다음에는 뭐 누르면 음식이 떨어지는 버튼 같은 거 가져올 것 같아... 그리고 난 그걸 아무렇지 않게 쓰면서 당연하다는 듯이 살아가고 있겠지... 물론 감사히 받겠지만..."

"오늘은 이쯤하고 자야겠다... 내일은... 그때 생각하자..."


하루를 넘겼다. 그렇다면 또 다음 하루가 찾아온다.

평범을 가지지 못한 이들에게 이 사실은 삶을 이어갈 의지를 내버리게 만든다.

그럼에도 그들이 삶을 이어감이라 함은 자신들에게 언젠가 반드시 기적이 오리라 믿는 바램을 가지고 살아가기 때문이니.


그들이 어떤 방법으로 구원을 받을지는 구원을 내리는 자의 선택일 뿐이다.

받는 입장에서 구원인가, 저주인가는 그것을 내리는 자에게는 아무런 의미 없는 이름 치레일 뿐이다.



'제언. 대리자들의 대표가 필요한가에 대하여.'

'지연. 아직까지의 선택은 불요하다고 판단.'

'반박. 대리자에게 우리의 권한을 나누었기에 그것을 조율할 맹목적인 대행자 필요.'


'재언. 대리자들의 대표가 필요한가에 대하여.'

'수긍. 대리자들의 대표가 필요함을 인지.'

'첨언. 대리자들을 대표함과 동시에 우리의 의지를 대리자들에게 확실히 고정할 존재가 필요.'


'검색. 대상으로 적합한 자를 추적.'

'추적. 대상으로 적합한 자를 발견.'

'검증. 대상에게서 진정으로 대리자들의 대표할 정도의 기능을 기대할 수 있는지 확인이 필요.'


'정정. 그저 주입함으로써 만들어내면 되는 것.'

'긍정. 그저 조정된 조율자이기만 하면 되는 것.'

'수긍. 우리의 의지만을 통하게 만들면 되는 것.'


"오늘은 또 어디서 먹을 걸 구해야하나... 막막하네 진짜..."

"어제 그 망토만 안 찢어졌어도 조금은 수월하게 음식을 구했을텐데..."

"오늘은 누가 어떤 쓰레기를... 버려뒀으려나..."


"허탕이야 허탕... 아우..."

"하여간 먹을 거 구하는 게 가장 어렵다니까..."

"어라..? 누가 이런 반짝이는 걸 여기다가... 부자놈들이 떨어뜨렸나? 아니면 녀석들이 주워 온 건가?"

"뭐... 어차피 저런 거 들고 가서 바꿔 달라고 해도 있는 놈들은 어디서 훔쳤냐고 욕이나 하겠지..."

"그래도 예쁘긴하네... 가지고는 있어야지..."


조그마한 보석. 우연에 걸쳐 소녀에게 주어진 작은 선물.

누가 건네준 물건인지는 알 수 없다. 가진 자의 실수에서 나온 우연. 자신의 동반자와 같은 생물들의 평소와 같은 선물.

출처를 알 수 없으나, 그것이 어디서 왔는가는 이제 소녀에게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소녀는 이제 아련히 빛나는 작은 이름 모를 보석을 손에 쥐고 굶주린 하루를 보낼 뿐이었다.


"계속 다니면서 느낀 건데 최근 공중에서 나한테 말을 거는 것 같은데..."

"주변에는 아무도 없고, 여길 아는 사람도 나밖에 없는데. 아, 이 귀여운 녀석들도 있긴 하네."

"무시하고는 있지만... 특히 이 반짝이는 돌 말이야... 돌아와서 이 녀석을 보고 있으면 목소리가 더 선명해..."

"그런데 듣고 있으면 배가 고프지 않아... 춥지도 않고... 마음 어딘가에서 따듯한 기분이 몰려와..."

"마치 누군가 나를 따듯하게 껴안아 주는 듯한 느낌이 들어."


'우ㅡ는 ㅡㅡ다. 우리ㅡ ㅡㅡ을 ㅡㅡ한 자를.'


"응..? 방금도 목소리가 들린 거 같은데.'


'우리는 보았다. 우리의 파편을 관측한 자를.'


"음..? 무슨 소리야 이건..? 무슨 이상한 소리를..."


'우리는 들었다. 우리의 의지를 전해받는 '


"뭐야... 갑자기... 어느새? 아니... 언 들어온거야...?"


'우리는 고하겠다. 우리의 의지를 이어나가는 의무를.'


"누구야? 너희는 대체 뭐냐고!"


'우리는 모든 것을 보는 자.'

'우리는 모든 것을 듣는 자.'

'우리는 모든 것을 고하는 자.'


"거 참 대단하신 분들 납셨네. 그래서 나한테 원하는 게 뭐야. 말해두겠지만 힘을 쓰겠다는 생각은 관두는 게 좋을걸."

"여긴 내 영역이야. 너흰 그걸 멋대로 침범했고. 이 길바닥에서 그걸 어겼으면 걸맞는 대가는 내놔야지."


'우리는 그대를 바란다.'

'우리는 그대의 의지를 바란다.'

'우리는 그대가 나아갈 또 다른 미래를 건네준다.'


"그래서 뭐. 불쌍해 보여서 음식이라도 주시려고?"


'제안. 그대, 새로운 삶을 바라는가'

'첨언. 그대, 굶주리지 않는 삶을 바라는가'

'첨언. 그대, 버림받지 않는 삶을 바라는가'


"뭐..?"

"아니... 안 바란다면야 거짓말이겠지만... 대체 정체가 뭐길래 빈민가 굴러다니는 흔한 여자애한테 이런 호의를 베푸는 건데?"


'해설. 그대가 우리의 의지를 담은 파편을 찾았기에'

'증언. 그대가 우리의 의지를 담은 파편을 볼 수 있기에'

'강조. 그 파편은 자격이 있는 자 이외에 볼 수 없기에'


"그러니까 이 보석이 너희의 의지가 담긴 파편이고, 이걸 볼 수 있는 건 자격이 있는 자 뿐이다? 그 말이지?"

"그래서 그 자격이 내게 뭘 줄 수 있는건데. 내가 알아듣게 좀 설명해봐.


'그대의 필멸을 지운다. 그대는 이제 불멸의 운명을 가지리라'

'그대의 고독을 지운다. 그대는 이제 뜻을 함께하는 이들과 함께하리라'

'그대에게 우리의 의지를 새긴다. 그대는 이제 우리의 뜻을 대행하는 자로 거듭나리라'


"그러니까 말하는 대로 일 해주면 영원히 외롭지 않게 살 수 있다는 거야?"

"시답지도 않은 소리로 사람 시간 빼앗고 있어. 관심없으니까 다른 사람 알아봐. 이거 너희 거라며? 가져가고 필요없으니까."


'정정. 이것은 제안이 아니다'

'정정. 이것은 선고이다'

'선고. 그대에게 선택권이 있었던 적은 없다.'


"큭... 이 자식들이... 애초에 날 부려먹을 생각으로 온 거라고...?"

"머리가... 아파... 아무나... ㄷ..."


자비 따위는 없는 선고. 격이 너무나 다른 자들의 일방적인 폭거.

하수구에 울려 퍼지는 소녀가 머리를 쥐어 뜯으며 뱉어내는 가냘픈 비명 소리는 그들의 예정이 제대로 행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명일 뿐이었다.

비명 소리가 잦아들고 소녀가 쓰러진 자리에서 다시 모습을 보인 존재에서 과거의 모습을 찾아보는 것은 미련한 행동이리라.


그곳에 서있는 것은 이름 없는 신이 구축한 의회에 자의 없이 정해진 의장.

본인의 의지조차 없지만 그것조차 개의치 않고 그들의 의지를 대행한다.

머지 않아 신은 그런 소녀에게 가혹한 업을 하나 더 선물한다.


그대는 더 이상 질서의 존재가 아니다.

그대는 이제 '혼돈'이다.

그대는 이제 모든 혼돈의 구성체이다.

그대는 이제 모든 질서의 파괴자이다.

그대는 이제 모든 혼돈을 만드는 이다.

그대는 이제 모든 혼돈을 부수는 이다.


'혼돈'

무엇 하나 규정된 것이 없는 개념.

그 속에서는 모든 것이 가능하고 모든 것이 불가능하다.

그저 질서가 있기에 혼돈은 존재하고, 그저 혼돈이 있기에 질서가 존재한다.

 

그것은 관리하는 것이 불허된다. 관리하는 순간 그것은 혼돈이 아니기에.

'혼돈'으로 선택 받은 소녀는 그것을 개의치 않는다.

그저 혼돈 속에서 그녀는 자신의 모든 것이 뒤틀리는 것을 느낄 뿐이다.

필멸의 시절 받았던 슬픔. 불멸의 삶에서 받은 사명. 그 모든 것이 이제는 그녀에게 어떤 의미도 가지지 않는다.

'혼돈'이 되어버린 그녀는 모든 것을 뒤트는 존재이다. '혼돈'이 되어버린 그녀는 이제 모든 질서에 억압 받지 않기에 그 누구보다 자유롭다.


'그대. 직접 저버린 이름을 대하여 새로운 이름을 얻으리니'

'그대. 우리를 대하여 '혼돈'을 퍼뜨리는 광기 '벨즈'로 다시 움직이리라'


"그래~ 마음에 드는 편이네. 그 이름~'

'하지만, 이거 하나는 확실히 하자고. 빌어먹을 신들아. 혼돈은 너희의 영역이 아니야. 그 누구도 혼돈을 막는 것 따위 불가능 하니까."

"나는 혼돈의 화신 벨즈; 적당히 하자고] 하지만 시시한 정도라면 내 관심 거리조차도 되지 않게 해줘[


더 이상 이 혼돈의 화신에게는 그 어떤 명령도 통하지 않는다. 그 어떤 제약도 통하지 않는다.

질서에서 태어난 모든 법칙은 그녀의 앞에서 쓸모가 없으니.

이제 그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이제 질서가 혼돈을 통제하려 하는 순간을 막는 것 뿐이며, 얼마나 그녀의 흥미를 가지는 사건이 발생하는 지를 주목하는 것 뿐이다.

물론 이것마저도 그녀가 멋대로 정한 것이니, 지켜질리는 절대 없다는 것이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하는 건

그녀가 이제는 조금 색다른 곳에 흥미를 가진 채 취미 생활을 남몰래 지내고 있고, 그곳에서는 혼돈의 화신으로 가져야 할 자각이 매우 약해졌다는 것이다.


"WAZZUP[.] OHAKOS~#!"

그래. 우리는 혼돈을 자칭하는 이 소녀가 그 누구보다 질서 정연하게 세상을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그녀의 내면을 알지 못하고 귀여워 하고있으니까.




OFF THE RECORD(소설 쓰면서 든 생각+아무 소리 집합소)
독백 파트는 지옥이고, 설명문을 쓰는 건 자제하고 싶지만 쓸 수 밖에 없다. 그래도 어느 정도 대화 구색을 맞추는 파트로 오니까 할 만해져서 쓰긴 했는데 여전히 필력 이슈+소설 쓴다고 하고선 한 화면에 글쓰기 화면 띄운 다음에 반대쪽 화면에 롤챔스 플옵 하이라이트 돌려보기 하느라 늦어짐. 분명 쓰기 시작한 건 어제 새벽인데 중간에 딴 짓을 너무 많이 했다. 하지만 내가 재미있으니 소설도 계속 쓰긴 할 듯함. 엔딩은 대충 구상중인데 중간 전개를 계속 고민해야할 듯 아직은 프롤로그 중이니까. 그리고 사나랑 파우나 프롤로그는 나중에 한번 갈아엎을 예정. 크로니랑 벨즈 쓰다보니까 너무 허술하게 쓴 거 같아서 한번 다시 쓰고 싶어짐.


홀로이야기 : 다음 화 무메이인데 슬슬 고민이 된다... 아기새 밈을 섞어야하나 아니면 그냥 스토리에만 집중하는게 좋을까. 홀붕이들이 선택 "해 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