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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LY FUCK."


처음 칼리오페가 악셀에게서 자초지종을 설명하는 전화를 받았을 때 한 말이다.

그 정도로 악셀이 전한 이야기는 믿기지도, 믿고 싶지도 않은 이야기였다.

하지만 그보다 더한 것은 그 말을 전하는 악셀의 목소리가, 처음 '검투장'에서 만났을 때와 같은 야수의 기운이 담겼던 사실이었다.

칼리는 저승세계에서 인간 세상으로 왔을 때 이래 오랜 시간을 들여 쓰고 있는 애마를 몰고 왓슨 가로 향했다.

그리고 두번째 홀리 퍽을 속으로 곱씹었다.

인간 세상으로 와서 맺은 인연 중 하나이자 동료라고 할 수 있는 아멜리아가 큰 부상을 입은 상태였다.

그보다 충격인 것은 싸늘하게 식은 피투성이의 부바를 끌어안은 채였다는 것이다.


"엄마를 부탁할게."

"넌?"

"찾으러 갈거야."


핏발이 선 악셀을 보고 세번째 홀리 퍽이 나왔다.

원초적인, 본능에 따라 행동하는 전투광의 모습이 여실히 드러났다.

칼리오페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아멜리아에게 굳이 묻지 않았다.

악셀의 그 야수와 같은 기세에 사신인 자신조차 압도되었으니까.

물론 그것과 별개로 칼리오페 역시, 소중한 친구를 이리 비참하게 만든 놈들을 용서할 생각이 없었지만.


'다들 난리를 치겠군.'


이미 비상상황임을 다른 친구들에게도 알렸다.

미친 듯이 울리는 휴대폰의 액정을, 칼리는 차마 건드릴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아메, 일단 우리 집으로 가자."

"………."


말없이 아멜리아는 고개를 끄덕인다.

정확히,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것인지 아멜리아 본인에게서 좀 더 자세히 들을 필요가 있었지만 그것 외에도 칼리가 해야 할 일이 많았다.



일단 아멜리아의 머리를 치료해주고, 칼리는 그제야 연락을 돌렸다.

공간이 일그러지며 고대의 신이 깃든 무녀를 시작으로 트라이던트를 쥔 자그마한 상어, 검과 방패를 든 깍쟁이 불사조가 연이어 도착했다.

눈에 핏발이 선채.


"칼리, 그 빌어먹을 새끼들은 어디에 있어?"


이를 드러낸 것은 상어부터다.

가우르 구라, 지금은 바다 깊은 곳으로 진즉에 사라진 문명 아틀란티스의 후예.

오랜 세월, 해저 속에서 지내던 그녀는 심심하다는 이유로 뭍으로 올라왔다가 칼리와 알게 됐다.

칼리가 막 저승세계에서 격한 랩 배틀을 상사와 벌여서 지상행을 허락 받았을 때의 일이다.


"구라, 일단 진정해. 아니, 진정하지 않아도 돼. 나도 씨발 존나 열 받은 상태니까. 그런데 진정해야돼. 지금 너희까지 폭주하면, 진짜 엿같게도 내가 먼저 위장이 뒤틀려 죽을 것 같거든."


당장이라도 데스사이즈를 집어들고 정말 미치광이처럼 날뛰고 싶은 것은 칼리 자신이다.

친구가 봉변을 당했다.

머리가 솟구치지 않을리가 없다.

그것을 악셀의 분노가 직면으로 억누른 상태다.


"쉬익, 쉬익."

"옳지, 구라. 일단 심호흡하고. 그래도 제대로 된 이야기를 해야할 거야, 칼리. 알다시피 우리에게 남은 인내심이 그렇게 많진 않아."


씩씩대는 구라를 일단 촉수로 묶어서 오야둥둥해주면서, 고대의 화신이 깃든 무녀가 말한다.

니노마에 이나니스, 애칭 이나.

몸에 깃든 고대의 신의 지시로 인류의 SAN치를 깎는다는 사명을 딛고 지상에 왔던 그녀는, 한 차례 칼리 일행과 격돌하고 지금은 싸움을 통해 키운 우정으로 끈끈이 묶여있다.

그런 그녀가 전신으로 검은 오러를 뿜어내고 있었다.

지금이라면 북미 대륙을 순식간에 지도에서 지워버릴 수 있을 정도로 분노한 상태였다.


"그래, 좋아. 일단은, 그래. 악셀에게 연락을 받았지. 그리고 아메를 데리러 갔어. 악셀이 아주 빡 돈 상태였어. 아주, 엄청 말이야."

"오."


불사조가 대충 상황 파악을 했다는 듯이 탄성을 내뱉었다.

타카나시 키아라.

영겁의 시간을 살아가며 죽고 또 부활하는 불멸의 상징.

그녀는 인간들의 패스트푸드 사업에 관심이 많았기에 지상으로 내려왔다.

그리고 길거리 노점을 하던 중, 지갑을 잃어버려 무전취식으로 오해해 칼리 일행과 추격전을 벌이다가 오해를 풀고 친해졌다.


"그거, 위험한 거 아닐까. 칼리?"

"위험하지. 악셀은 이성을 잃었을 땐 그야말로 미친개야. 사냥감을 찾으면 본능대로 찾아가서 다 물어뜯어 죽일 거라고. NUT까지 탈탈 털어버릴걸?"

"그래, 그래서 아메에겐 정확히 무슨 일이 있었는데?"

"누군가에게 기습을 당했어. 아마, 아메가 방심하고 있을 때 뒤통수를 쳤겠지. 머리를 심하게 다쳐서 일단 지혈시키고 재웠어. 조금 있다가 의사가 올거야. 출장 의사 말이야. 그리고 놈들이 부바를 죽였어. 아메의 시계도 훔쳤고."

"이런 씨ㅂ……."

"OK, 릴렉스. 구라. 내 촉수 물어뜯지마."


칼리의 설명을 듣고 구라의 전신이 빨갛게 변했다.

폭주 상태가 된다는 전조다.

결국 차분하게 얘기를 듣던 이나가 구라를 더욱 조였다.


"너희를 부른 건 뒷처리 문제 때문이 아니야. 내가 저승으로 잠시 가야하니까 대신 아메 좀 봐주고, 악셀 연락을 받을 때까지 기다려달라는 거지."

"음, 그래. 좋아, 칼리. 그런데 저승으로는 왜 가겠다는 거야?"

"아메 위로해주려고."


그렇게 말을 마친 칼리오페는 처음 왔을 때의 사신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검은 옷을 걸치고 머리를 길게 풀고 데스사이즈를 든 채로, 전신에서 검은 기운을 뿜으면서.


"경거망동하지말고들 기다려주고 있어. 솔직히 악셀이 날뛰면 놈들이 수십이건 수백이건 저승행이야. 빌어먹을 상사한테 욕 먹는 건 결국 나라고."


칼리는 재차 동료들에게 당부하고, 검은 홀을 열고 그 안으로 들어갔다.

배경이 뒤집어지는가 싶더니 익숙한 고향의 모습이 보인다.

삼도천이 붉게 흐르고 푸른 불꽃과 망령이 여기저기 날아다니고, 생기라곤 없는 검은 돌로 이루어진 세계.


'자, 그럼 팻 세메터리 구간이…….'


칼리는 기억을 더듬었다.

저승의 영혼들을 종류에 따라서 구분하는 구간이 있다.

거두어진 영혼은 일단 그곳에 놓이고, 저승사자들이 저승의 신에게 인도하기 위한 대기에 들어간다.


"아, 그래. 여기야."


기억이 잘못되지 않았는지 더듬으면서 칼리는 동물들이 죽으면 오는 구간을 찾아냈다.

수천만이 넘어가는 동물들의 영혼이 각각의 종류에 따라 구간을 나눠서 노니고 있었다.

그중 칼리는 개들의 영혼을 찾았다.

다행스럽게도, 탐정모를 쓴 익숙한 소형견이 거기에 있었다.


"좋아, 널 찾고 있었어. 부바, 내 얼굴 알아보겠지?"


칼리는 부바의 영혼에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

부바는 폴짝 뛰어와서, 칼리를 올려보고 꼬리를 흔들었다.

칼리는 안도하고, '들키기 전'에 부바를 안아들고 바로 나가려고 했다.

하지만 세상사 일이, 어디 뜻대로 되는 법이던가?


"당장 거기 멈춰라, 이 펑크 저승사자야."

"오, 씨발. 제발."


묵직하게 울리는 목소리에 칼리는 욕을 내뱉고 위를 올려봤다.

머리 위로 커다란 그림자가 지고 있었다.

붉은 눈빛의 검은 바위로 이뤄진 무언가가 저승의 천장을 받치고 있는 채로 칼리를 내려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