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머리 콧수염의 바텐더는 내게 그렇게 말했다.


시간은 금이지. 내게 5분만 적선하는 게 어떻소.


나는 친절히 웃는 얼굴로 중지를 올려 보여주었다.

바텐더도 내게 똑같이 중지를 올려 보여주었다.


그래서 오늘은 뭘 가지고 오셨나.


니 물건 아니니까 신경 꺼.


어젯밤 침대에 니 어머니처럼?


좆까.


바텐더는 경박한 웃음소리를 내며 위스키를 들고 가져왔다.

나는 바닥에 가방을 내려놓고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주머니에서 작은 병을 하나 꺼내어 올려두었다.

바텐더는 잔에 위스키를 담아 올려두고 레몬을 썰고 있었다.


이게 니가 부탁한 거.


바텐더는 병을 보자마자 고블린 같은 웃음소리를 내며 시큼한 손을 뻗었다.

나는 그 손을 막으며 왜 말한 금액보다 비싼지 이야기하라고 했다.

바텐더는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자긴 모른다는 투로 대답했다.

그리고 셔츠의 단추를 살짝 풀며 만지게 해줄 테니 화 좀 푸는 게 어떻냐고 말했다.

나는 입모양으로 좆까 라고 대답한 뒤 느슨한 자세로 위스키 잔을 들었다.

바텐더는 킥킥대며 병을 안주머니에 넣었고 나는 남장여자들은 다 저렇게 이상한 건가 생각하며 위스키를 들이켰다.



시간이 지나도 가방 속 물건의 주인은 나타나지 않았다.

나 이외의 마지막 손님이 나간 지 벌써 15분이 지났다.

바텐더는 계속 회중시계를 보며 중간에 하품을 몇 번 했다.

나는 바텐더에게 깔루아를 주문하며 45분까지 기다리자고 생각했다.

그렇게 한 모금, 두 모금, 세 모금을 마시자 바의 문이 열리며 우렁찬 독일어가 들려왔다.


점장은 의자에 앉아 자신의 붉고 우아한 드레스를 자랑하더니 꼬인 혀로 오늘 먹은 슈바인스학세가 얼마나 맛있었는지

맥주를 얼마나 마셨는지 상기된 얼굴로 손을 휘저어가며 유수한 연설을 하기 시작했다.

허나 자랑하던 주량은 큰 맥주잔을 채우지도 못했기에 나는 속으로 웃어대며 점장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렇게 10분 가량을 신나게 이야기 하던 점장은 나에게 물건에 대해 물었다.

나는 가방을 열고 테이블 위에 올려 물건을 보여줬다.

보라색 안에 붉은색이 혼합된 보석이 장식된 펜던트가 점장의 동공을 가득 채웠다.

서서 졸던 바텐더도 어느새 눈을 떠 펜던트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점장에게 왜 죽음을 만나려고 하는지 물어보았다.


점장은 자기가 몇 살로 보이냐고 물어보았다.

나는 30대 많아도 40대로 보인다고 말했다.

점장은 자기가 자그마치 1200년이나 살았다며 그렇기에 이런 곳에서 귀여운 여자애를 바텐더로 둘 수 있는 거라고 말했다.

바텐더는 여러모로 황당하다는 얼굴로 점장을 바라보았다.

점장은 바텐더에게 윙크를 날렸다.

나는 다시 점장에게 죽음을 만나려는 이유가 뭔지 물어보았다.

점장은 단순히 오래 살아서 라고 대답했지만 표정은 다른 의중을 하고 있었다.

나는 점장에게 방법은 알고 있냐고 물었다.

바텐더는 아까보다 더한 표정으로 물건을 가져와 놓고 방법도 모르냐는 투로 쳐다보았다.

나는 물건을 구해주는 사람이지 파는 사람이 아니라고 바텐더에게 말했다.


펜던트를 목에 걸고 자정까지 기다릴 것.


나는 바텐더와 같은 표정으로 점장을 바라보았다.

점장은 태연하게 펜던트를 목에 걸며 나와 바텐더를 보았다.

그 때 자정을 알리는 종이 울렸고 바의 문이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