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 작품과의 크로스 오버물이며 실제 인물과는 하등의 관계가 없음을 알립니다.







저마다의 하루가 끝나고 사람들이 돌아갈 길을 재촉할 무렵, 그 식당의 하루는 시작된다.


톤지루 정식 600엔

맥주(대) 600엔

청주(2홉) 500엔

소주(1잔) 400엔


주류는 인당 석잔까지


메뉴는 이것 뿐.

그 외엔 원하는 것을 주문할 때 만들 수 있는 한 만드는 것이 가게 주인의 방침이다.

영업시간은 밤 12시부터 아침 7시까지.

사람들은 심야식당이라고 부른다.


손님이 오는가 묻는다면


"꽤 많이 오는 편이지."



가끔씩 엉뚱하거나 특이한 주문을 하는 손님이 드문 것은 아니다.

하지만 마스터에게도 그 주문은 조금 갑작스러웠다.


"마스터, 아무거나 동물 모양으로 해줄 수도 있어요?"


난데없이 그런 주문을 한 것은 근래에 단골이 된 홀로스타즈 소속의 아스텔 레다였다.

호시마치 스이세이, 카나데 이즈루와 혼성 녹음이나 수록 등을 하고나면 곧잘 들르던 아스텔은 특이한 손님을 꽤나 봐왔다고 생각했던 마스터에게도 다소 감각이 유달른 소년이었다.


"아무 요리로도 괜찮은 거야?"

"뭐가 됐든간에요."


이 날은 드물게 아스텔이 혼자 온 날이었다.

듣자하니 혼성 수록이 있는 날도 아니었다고 하는데, 들어오자마자 한 주문이 이런 것이었으니 마스터라도 조금 당혹스러울 만 하다.

조금 궁리 끝에, 마스터는 일단 팬케이크 믹스를 베이스로 달달한 디저트를 만들었다.

둥근 팬케이크 위 중앙에 생크린을 두번, 다시 그 위에 동그랗고 조그만 초콜릿 3개, 위로는 구운 소시지 2개를 세팅해놓아서.


"웃기게 생긴 강아지네요."


아스텔은 대번에 그걸 알아보고 피식 웃었다.


"난데없는 리퀘스트니까 말이야. 다음엔 뭔가, 메뉴라도 제대로 지정을 해줘."


마스터가 음식을 내놓고 팔짱을 끼며 말하자, 아스텔은 대답 대신 그냥 피식 웃고는 포크를 집어들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그게 마음엔 들었는지 접시를 싹 비웠다.



"마스터, 사자 모양으로 뭔가를 만들어줘봐요."


그 이후 아스텔은 종종 동물 모양 리퀘스트를 했다.

단 마스터의 말과는 반대로 메뉴가 아닌 동물의 모양을 지정해서.

마스터는 이번엔 햄버그 스테이크와 미트볼, 그리고 몇몇 야채를 플레이팅해서 그럴싸한 숫사자 얼굴을 만들어내놨다.


"독수리 모양도 돼요?"

"오늘은 여우로 해줘봐요."

"핑크색 동물로."


아스텔은 그걸로 꽤나 재미를 붙였는지 늘상 그런 리퀘스트를 해왔다.

가끔 함께 와서 그걸 보던 이즈루가 무슨 생각이냐는 듯한 표정을 지었지만, 어쨌든 될 수 있는 한 만드는 것이 영업방침이므로 마스터는 아스텔의 리퀘스트에 맞춘 요리를 만들어내놓았다.



그런 어느 날 아스텔이 축 늘어져서 들어왔다.


"오늘은 뭘로 해줘?"

"오늘은 됐어요."


마스터의 물음에 아스텔은 한숨을 쉬고 어깨를 늘어뜨리고는, 아무것도 주문하지 않았다.

그래도 밥집에 왔으니 뭐라도 먹는 게 맞았던지라 아스텔은 억지로 미트볼을 하나 얹은 오차즈케를 시키고는, 그걸 절반도 채 먹지 못하고 나가버렸다.

아스텔이 나가고 조금 지나서 이즈루가 들어왔는데, 이즈루는 수록을 마치고 근처에서 노상 라이브를 조금 하다가 왔다고 했다.


"아스텔, 무슨 일 있나?"

"왜요?"


톤지루 정식을 주문한 이즈루에게 마스터가 그렇게 묻자, 이즈루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마스터는 조금 전에 있었던 일에 대해서 설명해줬고 이즈루는 하아, 하고 한숨을 쉬었다.


"듣자하니 요즘도 위에 올린 기획이 통과가 안 되나봐요."

"기획?"

"라이브나 뭐 이런저런 것들요. 안건이나 하는 건 전부 매니저와 운영에게 기획서를 보내서 통과를 받는 형식이거든요. 그런데 유달리 아스텔의 기획은 하나도 통과된 게 없어서 투덜대는 빈도가 늘었었어요."

"……."

"음반 수록 때는 그래도 티는 안 내는데, 엉뚱해보여도 진지할 땐 하는 타입이라……, 그렇잖아도 시노부 씨가 신경 많이 쓰시던데."


이즈루도 그게 걱정은 되는지 말끝을 흐리고 조용히 식사를 했다.

역시 아이돌도 힘들구나, 마스터는 속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만둘까봐요."


아스텔은 올수록 힘이 빠졌고, 결국 어느 날인가는 그렇게 말했다.

그간 내놓았던 것 중 제일 마음에 들어했던 사자 모양으로 꾸민 햄버그와 미트볼 조차 주문해놓고 손을 대지 않고 있었다.

마스터는 가만히 듣기만 했다.

자신은 어디까지나 밥집의 마스터로서 손님들을 맞이한다.

때때로 방송을 안 보는 것은 아니지만 당사자의 고민에 대해서 섣불리 깊게 이해해준다, 라고는 말할 수는 없었다.

다만 딱 한마디는 할 수 밖에 없었다.


"네 노래, 가게 손님 중에 좋아하는 손님도 꽤 돼."

"………."

"……햄버그, 지금 안 먹을거면 포장해줄까?"


마스터가 그렇게 말한 순간 문이 드르륵 열리며 누군가가 들어왔다.

일전에 가게에서 시엔을 스카우트해갔던 스타즈의 매니저, 다이도우지 시노부였다.


"여기에 있을 거라고 이즈루에게 들었어."

"시노부 씨."

"괜찮다면 오늘은 같이 얘기 좀 나눠보자."


시노부는 그렇게 말하면서 아스텔을 밖으로 데리고 나갔다.



그 이후 아스텔은 1주 정도 발걸음이 없었다가 오랜만에 가게로 왔다.

옆에는 빨간머리에 얼룩덜룩한 화장을 한 고딕스러운 드레스 차림의 여성이 함께 있었는데 아스텔은 어느 때보다 밝게 그녀를 소개했다.


"얜 올리에요. 인도네시아에서 왔어요."

"안녕하세요! 쿠레이지 올리입니다!"


마스터가 반갑게 맞은 뒤에, 아스텔은 기운을 거의 찾은 모습으로 사자 모양 햄버그를 시켰다.


"올리 넌 뭐 먹을래?"

"아니키와 같은 것으로 주세요!"


주문을 받은 마스터는 요리를 하면서 두 사람의 대화를 들었다.

쿠레이지 올리는 해외에 있는 홀로라이브 ID팀이라는 그룹 소속의 아이돌이라고 한다.

아스텔과는 자주 FPS 게임에서 어울리며 친남매처럼 가까운 사이였는데, 최근 아스텔이 기획 고민을 거듭하다가 결국 은퇴를 암시하는 듯한 말을 했던 탓에 펑펑 울었다고도 했다.


"그땐 난리도 아니었어요. 아니키, 다시는 그런 낚시하면 안 돼요. 좀비 군단이 다들 들고 일어났었으니까."

"우와, 그건 좀 무섭네. ……그래도 확실히 미안하게는 생각해. 하지만 은퇴를 고민한 건 사실이긴 했어."

"아니키……."

"사장님이랑 시노부 씨가 몇번이나 설득해준데다, 진심으로 날 송별해주는 네 멘트를 보니까 다시 해보는 게 맞겠다는 생각도 들더라고."

"나, 앞으로도 아니키랑 에이펙스 하고 싶어요."

"그래."


둘의 대화를 듣던 마스터는 이윽고 완성된 요리를 내놨다.

사자 모양으로 꾸민 햄버그와 미트볼 정식.

다만 오늘은 평소와 다르게, 몇가지를 더 곁들였다.

블루베리와 체리를 곁들인 양배추.

그것을 보고 아스텔과 올리는 나란히 마스터를 고개를 들어봤고 마스터는 팔짱을 낀 채 씩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