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내 귓가에 속삭였다.
"..아해"
나는 내 두 귀를 의심하며 그녀의 말을 웃어 넘겼다.
그러자 그녀는 더 크게 외쳤다. 주변에 사람들이 있다는 것 따위는 아랑곳 하지 않고.
"좋아한다고."
나는 귓가가 뜨거워졌다. 웃음이 비실비실 새어나왔다. 좋아한다고? 나를?
그런 일 따위 일어나지 않을거라고 생각했다.
늘 좋아했다. 사랑해왔다. 남들은 모를거라고 생각해왔다.
"좋아해. 너를."
그녀는 계속해서 말했다. 주변 사람들이 듣고 놀릴거야. 나는 그렇게 생각하자 몸이 뜨거워졌다.
"사랑해."
그녀가 그렇게 말하자 난 쓰러질 것 같았다. 숨쉬는것이 힘들었다. 무척이나 기뻤지만, 이내 이것이 꿈이라는걸 깨달았다.
그녀는 이미 존재하지 않으니까. 내가 원하는 그녀가 꿈에 등장했을 뿐이니까.
나는 몸이 점점 더 뜨거워졌다. 숨쉬는것도 힘들어졌다. 그녀는 계속해서 나에게 사랑의 고백을 이어나갔다.
"사랑해. 괜찮아? 물 마실래?"
나는 간신히 그녀가 가져다 준 물을 마시지만 여전히 몸은 터질듯이 뜨겁다. 마치 몸 안쪽부터 타들어가는 듯 괴로웠다.
그럼에도 눈물같은건 나오지 않았다. 그 뜨거움이 이 이상 뜨거워지지 않을거라는 생각이 들 때 쯤. 나는 황급히 꿈에서 깨어났다.
등은 축축히 젖어있었고, 나는 코드가 뽑힌 선풍기를 틀어야 할지 고민했다.
하지만 그 열기를 그냥 내버려 두기로 했다. 그녀의 고백이 만들어준 뜨거움을. 선풍기로 날려버린다는 행위 자체에 어딘가 거부감을 느낀걸지도 모른다.
사랑했다. 나도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몸이 너무 뜨거워서 한 마디도 하지 못 했다. 이건 틀림없이 짝사랑이었다.
나는 꿈 속에서 조차 사랑에 응답하지 못 했고. 먼저 다가가는 것 조차 실행에 옮기지 못 했다.
그저 그 열기. 뜨거운 열기만이 내가 몸을 일으킨 잠자리에 희미하게나마 남아있었다.
새벽의 환상이었다.
사랑의 열병이 가져다준 환청이었다.
이어질리 없는 짝사랑이었다.
꿈에서나마.
꿈에서나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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