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어,-

곧 있으면 12시. 피시방에서 번호를 준 아가씨와 만나기로 정한 시간.
허나 내겐 서밋이란 여흥을 즐기지 못하여 랑손실이 나는 시간.
빨리 보내고 서밋을 해야만 한다.

-안녕하세요, 먼저 와계셨네요-

도내 S급 치녀 아가씨가 카페에 들어서자 모든 이들이 그녀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나를 제외하고.
이어 내가 킨 랑그릿사 브금에 이번엔 모든 이들의 눈길이 내게 향했다.
난 아랑곳하지 않고 아이스아메리카노 한 잔을 들이켜며 진영편성에 들어가 오늘은 어떤 로스터를 쓸 지 사색에 빠진다. 

-어머, 랑그하시는 거예요?-

하며 내게 관심을 끌려는 아가씨. 허나 난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저도 랑그 잘하고픈데 잘 안되더라구요, 한 번 알려주실래요?-

-티어-

-네? 아 저, 원더...-

-알파유무-

아가씨는 손을 꼼지락거린다. 이내 '있긴 한데  운명의 문만 하고 안키웠다'는 그녀의 대답에 난 얼굴이 일그러졌다.

-난 알파 안키운 사람이랑 겸상 안해. 흥이 깨지는군.-

자리를 박차고 뜨려던 순간 어디서 민트향이 났다.

-거기, 니 자리?-

한 손엔 민트 초코칩라떼, 다른 한 손엔 랑그릿사를 킨 핸드폰.
초록머리로 염색한 사내가 안경을 살짝 내리더니 날 유심히 살핀다.

-반갑군, 난 셀파맘이다. 당신이 그 유명한 알파맘?"

소문으로 익히 들었다.
셀파닐과 혼연일체하겠다며 머리는 초록색으로 물들이고 항상 민트푸라프치노, 민트 초코칩라떼를 고집하는 셀천지 교주가 있다고.

-토너에서 아쉽게 못한 승부, 오늘 가려보지?-

셀파맘의 합석과 동시에 듀얼신청. 이는 내게 엄청난 흥분을 가져다주었다.

-흥이 돌아왔다,-

다시 자리에 앉자, 카페의 모든 아이들이 그 듀얼을 보기 위해 앞다투며 자리로 몰려왔다.

-정숙.-

내 한 마디에 카페 사장은 후다닥 컴퓨터로 달려가 카페에 틀어진 가요를 끄곤 바로 서밋 브금을 틀었고, 모든 관중을 숨을 죽였다.

-아가씨도 일어나, 난 알파 안키운 사람과 겸상 안한다고.-

아가씨가 황급히 키우겠다는 말에,

-수락-

한 마디하자 아가씨는 앉고 난 듀얼을 시작했다.

서로 당연하는 듯이 각각 1픽 알파 셀파닐을 뽑는다.

-무녀 껴도 터질텐데... 괜찮을지 모르겠군.-

-그 전에 알파 마저가 낮아서 뚝배기가 깨질텐데, 벌써 이겼네-

신경전이 오가는 벤픽.
이어 인겜에 들어섰다. 아이들의 침 꿀꺽 삼키는 소리와 서밋 브금만이 카페를 가득 메웠다.

어느덧 게임은 후반을 향해갔고 각각 알파, 셀파닐과 힐러 하나씩만 남았다.
허나 알파는 반피도 채 남지 않았고 셀파닐의 선공이었다.

많은 이들이 나의 패배를 직감했고 셀을 찬양하기 시작했다.

-셀! 셀! 셀! 셀!-

-알파 붐은 안온다!-

셀파맘의 환호와 함께 셀의 각성기가 떨어졌다.

-보면 안돼,-

많은 관중들이 그 참혹한 광경에 눈을 가렸으나 난 그저 코웃음쳤다.

-...어 저게 어떻게 살아! 왕이야 이게 겜이냐,-

놀랍지않게도 알파는 셀의 각성기를 딸피로 버텼지만 관중들은 말도 안된다며 고개를 저었다.

-넌 방금 한 가지 실수를 저질렀다. 셀의 각성기에 눈이 먼 나머지 알파의 버프를 확인하지 않았지. 자수정 장막은 받는 마딜 40퍼 감소다.-

나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결국 알파의 각성기로 셀과 힐러가 터져버려 겜은 끝나고 말았다.

-그리고 알파 붐은...온다-

내 한 마디를 끝으로 그는 고개를 숙였다.

-시시하군. 흥이 떨어졌어,-

핸드폰과 커피를 챙기며 자리를 나섰다. 어느덧 시간은 1시를 가리켰고 서밋을 하러 자리를 옮기려 했다. 앞에 앉아있던, 나를 향한 아가씨의 눈빛은 찬양 그 자체였다.

-지금... 출출하실텐데 식사하러 가실래요?-

-알파 6성을 찍고 오면 그때 같이 자리하지.-

그렇게 95일 뒤 그녀와 식사를 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