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랑그 탐정부 3화


 -명탐정 등장



 2022년 9월 16일 오전 8시 30분, 405호 앞.



 똑똑.


 토와 선생이 방문을 두드렸으나 안에서는 별 대답이 없었다. 토와 선생은 잠시 기다리다 다시 한 번 문을 두드렸다. 그제서야 누군가가 나오는 소리가 들렸다. 문을 연 것은 비서 이멜다였다. 토와 선생이 안으로 들어왔을 때, 베른하르트 교장은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었다. 토와 선생이 인사하려던 것을 보고 베른하르트 교장은 손가락으로 '쉿' 하는 모양을 만들었다. 토와 선생은 그것을 보고 조용히 옆에 있는 의자에 앉았다.


"네, 이사장님. 그렇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베른하르트 교장의 전화 통화가 끝났다. 그는 앉아있는 토와 선생을 보며 말했다.


"토와 선생 왔는가?"

"안녕하세요. 교장 선생님. 어제 일에 대한 보고를 하러 왔습니다."


 토와 선생의 눈가는 그늘져있었다. 베른하르트 교장은 그걸 보며 다시 말했다.


"말해보도록 하게."

"오메가 군은 여전히 본인이 죄가 없다고 하고 있습니다. 어제 일어난 일도 자신의 소행이 아니라고 합니다."

"본인은 여전히 그렇게 말하는가?"

"그렇습니다. 유성부 학생들도 비슷한 말을 하고 있습니다. 자신들은 억울하게 누명을 썼다고요."

"그렇군. 공주연합 학생들은 뭐라고 하던가?"

"공주연합 학생들은 사건 당일, 그시각에 숙소 내에 있는 욕실에서 단체로 목욕을 하고 있었습니다. 목욕 도중 나암 양이 자신의 목욕용품을 찾으려 나왔다가 공주연합 학생들의 방을 침범한 범인을 발견했고, 나암에게 들킨 범인은 바로 창문으로 도망쳤습니다. 공주연합 학생들은 옷을 입어야 했기 때문에 거기서 시간이 약간 지체됬지만, 다른 학생들이 준비를 하는 동안 나암 양이 범인이 도망가는 방향을 보고 있었기 때문에 바로 범인을 쫓아갈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뒤는 아시다시피 도난당한 물건과 오메가 군을 만나게 된 거구요."

"오메가 군이 말한 범인에 대해선 뭔가 알아낸 게 있나?"

"그에 대한 목격자는 아직 없습니다. 이상한 점이 있다면, 라나 양의 '검정 드레스'도 도난 당했지만, 어디서도 나타나지 않은 점이랄까요."

"라나 양의 물건도 도난 당한건가?"

"그렇습니다. 범인의 목적은 공주연합 학생들의 전용장비들이었던 거 같습니다. 나암 양과 라나 양의 전용장비까지 챙긴 상태에서 나암 양에게 들켜 어쩔 수 없이 도망간 게 아닐까 생각됩니다."


 베른하르트 교장은 거기까지 듣고 토와 선생을 보며 물었다.


"토와 선생, 오메가 군과 유성부 학생들이 정말 범인이라고 생각하는가?"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저희 전략부와 유성부가 앙숙인 것은 맞지만 서로 라이벌이라고 생각하며 실력을 늘려온 것도 사실입니다. 오메가 군이 직설적이며 호전적인 성격이긴 하지만 도둑질 같은 비겁한 수까지 쓸 거란 생각은 잘 안들긴 합니다. 하지만 또 모를 일이죠. 어떻게라도 우승이 하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르니까요. 현재 우리 제국사관학교에서 출전하는 6반은 전부 우승후보이니, 경쟁자를 제거한다는 측면에선 효율적인 전략이기도 합니다."


 토와 선생의 대답을 듣고 베른하르트 교장이 다시 물었다.


"오메가 군은 지금 어떻게 하고있나?"

"오메가 군은 현재 발가스 선생님과 저의 감시 하에 121호에 있습니다. 수제트 선생님은 이 사태가 많이 혼란스러운 거 같더군요."

"그렇겠지. 마침 이사장님에게 연락이 왔었네."

"이사장님은 뭐라고 하시나요?'

"이사장님은 탐정 사무소에 이 일을 의뢰할거라고 하시더군."

"탐정 사무소요?"

"그렇다네. 자칫하면 학교 입장에선 불미스러운 사건이 될 수 있다보니 이사장님은 그 점을 신경쓰시는 거 같네. 게다가 오메가 군이 무죄일지도 모를 일이라고 하시면서 말이지."

"하지만.."

"토와 선생이 무슨 말을 하려는 지는 알고있네. 하지만 우리는 일단 지켜보도록 하세나."


 그렇게 말하며 베른하르트 교장은 다시 전화기를 들었다.




 2022년 9월 16일 오전 10시 30분, 크리스티아네 탐정 사무소.



"언니, 속옷 좀 소파 위에 놓지 말라고 했잖아요."

"제가 그런 바보 같은 짓을 할리가 없잖아요, 멜파니."


 멜파니는 한숨을 쉬며 소파에 있는 크리스티아네의 속옷을 집어들며 말했다.


"그럼 이건 뭐에요?"

"그..그건.. 그래, 그건 잭이 거기 놓은 거에요!"


 멜파니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고양이가 그런 일을 할 리가 없잖아요."

"그거 잭이 그런 거 맞아."


 마침 고양이 잭을 안고 들어오던 올리버가 말했다.

 

"뭐라구요?"

"사실 거짓말이야. 헤헤."

"오라버니도 정말.."


 똑똑똑, 그때 누군가가 사무소 문을 두드렸다.


"나가요." 


 멜파니는 서둘러 사무소 문을 열러 나갔다. 거기엔 멜파니와 똑같은 초록색 머리를 가진 노신사 한 명이 서있었다.


"할아버지!"


 멜파니는 놀라며 그 사람을 반겼다. 그 사람은 멜파니의 머리를 쓰다듬고 크리스티아네에게 말을 건넸다.


"크리스티아네 님이시죠?"


 크리스티아네는 그 노신사를 보고, 멜파니와 올리버를 다시 힐끗 보았다. 노신사는 그것을 보고 웃으며 다시 말했다.


"제가 멜파니와 올리버의 할아버지 되는 사람입니다. 손주들이 신세지고 있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노신사는 크리스티아네의 손을 잡고 우아하게 손등에 키스를 했다. 


"그렇군요. 호호호. 반갑습니다."


 크리스티아네는 노신사의 인사를 받으며 말했다. 두 사람이 인사를 나누는 것을 보고 옆에서 멜파니가 노신사에게 물었다.


"할아버지, 여긴 어쩐 일이세요?"

"아아, 그렇지. 중요한 일이 있어서 왔단다."

"그럼 여기 앉으세요. 할아버지. 오라버니에게 부탁해서 차를 내오도록 할게요!"


 그렇게 말하며 멜파니는 올리버를 찾아 응접실 안쪽에 있는 부엌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 올리버와 멜파니가 네 사람 분의 차를 준비해서 응접실로 나왔다.


"할아버지!"


 올리버는 그렇게 말하며 노신사에게 달려들어 그의 품에 안겼다. 잠시 후, 응접실엔 크리스티아네, 올리버, 멜파니, 그리고 노신사 네 명이 둘러앉게 되었다. 자리가 갖춰지자 노신사는 말을 꺼냈다.


"저는 제국사관학교의 이사장을 맡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번 서밋 아레나 참가를 위해 카콘시스 왕국에 있는 한 호텔에 머물고 있습니다. 오늘 여기 온 이유는⋯."


 그리고 노신사는 지금까지 있던 일을 세 사람에게 이야기했다. 멜파니가 먼저 말했다.


"그럼 저희가 뭘 해야할까요? 할아버지."

"범인을 잡아줬으면 한답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사태가 더 악화되는 것을 막고 싶은 것이 솔직한 심정이네요."

"할아버지 말대로라면 범인이 이미 잡힌 거 아닌가요? 그 오메가라는 학생이요."

"교장 선생님은 그에 대해 아직 불분명한 점이 많다고 생각하신답니다. 만일 그가 진범이 아니라면 다른 피해자가 생길지도 모를 일일테니 대비를 해둘 필요도 있겠지요."


 그 때, 가만히 듣고있던 크리스티아네가 노신사를 보고 웃으며 이야기했다.


"호호호, 대단한 일은 아닌 거 같군요. 그 일은 제가 맡도록 하겠습니다."

"그래주시는 겁니까?"

"네, 아무렴요. 저처럼 완벽한 사람에겐 이런 건 어려운 일도 아니랍니다."  

"그럼 전 먼저 학교로 가서 교장 선생님에게 말해두도록 하겠습니다."


 그 말을 마치고 노신사는 크리스티아네와 손주들에게 인사를 건네며 사무소를 나섰다. 크리스티아네는 올리버와 멜파니를 보며 말했다.


"자, 그럼 티타임을 마치도록 하겠어요. 바로 출발할테니 두 사람 모두 서둘러 준비하도록 하세요."


 사뭇 들뜬 크리스티아네를 보며 올리버는 멜파니에게 귓속말을 했다.


"멜파니야, 괜찮겠어? 이번 일은 지금까지 우리가 해결해왔던 일 중에 제일 큰 일인 거 같은데? 지금껏 네가 없었다면 크리스티아네 누나가 저렇게 기고만장하지 못했을텐데. 저 누나는 사고나 안치면 다행이지."


 멜파니는 올리버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같은 시각, 제국사립학교 숙소 뒷산 산책로.



"서밋 아레나까지 앞으로 얼마 남지 않았어. 다소 이상한 사건이 일어나긴 했지만, 우리 암흑부와는 상관 없는 일이지. 우린 우리 훈련에만 충실하면 되는 거야."


 리스틸 선생은 그렇게 말하며 암흑부 학생들을 데리고 런닝을 하고 있었다. 그 때 맨 뒤에서 따라오던 레나타가 산책로 옆을 보며 말했다.


"선생님, 저기 뭔가가 있는 거 같아요."

"뭔데? 땡땡이 칠 생각은 하지도 말라고."

"하지만 저기 진짜 뭔가가 있는데요?"


 그 말을 듣고 앞서있던 리스틸 선생이 레나타 쪽으로 다가왔다.


"저기 보세요!"

"응? 저게 뭐지?"


 레나타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다가간 리스틸 선생은 쓰러져 있는 어떤 형체를 보고 깜짝 놀랐다.


"이거 사람인데? 머리에 있는 장식과 빨간 머리를 보니 레딘인가? 엘윈?"

"숨은 쉬고 있는 거 같아요. 잠시 기절한 거 같네요."

"이녀석, 레딘이잖아? 이 바보 녀석, 대체 무슨 일이 있던거지? 일단은 이 녀석을 아래로 옮겨야겠어."


 리스틸은 구스타프를 보며 말했다.


"넌 먼저 가서 교장 선생님에게 이 사실을 얘기하도록 해. 리코리스는 날 따라오면서 레딘의 상태를 보도록 하고."


 구스타프는 그 말을 듣고 먼저 그 자리를 떠났다.


"나참, 귀찮게 인간 녀석을 돌봐줘야 한다니."


 팟시르가 투덜대는 것을 보면서도 리스틸은 별말하지 않고 레딘을 들쳐엎고 남은 학생들을 보며 말했다.


"다들 따라와. 바로 산을 내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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