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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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록! 콜록!"


 기침소리가 허공을 맴돌았다. 답답한 코를 휴지에 대고 푼 청년은 어질어질한 머리를 누르며 침대에 다시 누웠다. 

 추운 광산에서 축축할 정도로 땀을 흘리고 다녀서였을까, 아니면 그저 6개월이란 긴 시간을 쉼없이 일해서였을까. 독한 감기에 걸린 그는 완전히 앓아누워버렸다. 평소 강골이라는 그도 병마 앞에서는 그저 사람이었을 뿐일 터였다.
 억지로 일으키려던 몸에 힘이 빠지고, 그는 그제서야 자신이 일하러 갈 몸이 안 된다는 점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일단 그는 작업반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작업반장은 살짝 짜증을 내긴 했지만 완전히 쉬어버린 목소리를 듣자 못내 수긍하였다. 물론 정규직이 아닌 그로서는 병가로 인해 일당은 전혀 나오지 않았다만 애초에 그런 게 될리가 없는 걸 안 그로서는 몸을 추스릴 시간이 생겼다는 자체를 다행으로 여겼다.


 힘을 내기 위해선 일단 먹어야 했다. 다행히도 그의 집에 레토르트 식품 중에서는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야채죽같은 특이한 것도 있었다. 끓는 물에 레토르트 식품을 넣는 것조차 식은땀을 흘릴 정도로 힘들었지만 어떻게든 요리를 끝마칠 수는 있었다.
 초록색의 싸구려 플라스틱 그릇에 죽을 담고, 일회용 플라스틱 숟가락을 들었다. 죽을 한 숟갈 떠 입에 집어넣자 싸구려 야채가 입 안에서 씹혔다.
 ...어쩐지 서러움이 북받혀 오자, 그는 일부러 죽을 마구 씹어 삼켰다. 입 안이 데이는 듯 하지만 차라리 그게 다행이었다. 이제까지는 앞을 보고 달리기만 하느라 전생의 가족들을 추억하진 않았다만 이렇게 몸이 아프니 가족들이 너무 보고 싶었다.

 그는 어머니의 거친 손을 떠올렸다. 그리고 어머니의 고소한 누릉지도 기억해 냈다. 옛날에는 그렇게 먹기 싫었던 그 누릉지가 왜 이렇게 그리운지. 그 누르스름한 누릉지 한 숟갈에 잘 익은 김치 한 점이 너무 먹고싶었다.
 
 일부러 눈을 꾹 감았다. 눈 안이 마그마처럼 뜨거워졌지만 조금도 눈을 뜨지 않았다. 과거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그렇다면 꾹 참고 앞을 향해 가는 수 밖에 없었다.


 다 먹은 식기는 싱크대 안에 던져두었다. 어차피 이런 몸으로 집안일을 할 순 없으니 미래의 자신에게 떠맡겼다. 쓰러지듯이 누운 싸구려 매트리스 위에서 그는 다시 기절하듯이 잠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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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어느 새 파란 하늘에 누르스름한 빛이 감돌때 쯔음. 그가 다시 눈을 떴다. 조금 잠을 자서 그런지 몸에 힘이 들어오는 듯 했다. 어두워져 가는 방을 본 그는 전등에 스위치를 올렸다.
 딸깍, 하는 소리. 그러나 이상하게 전등에 불이 들어오지 않았다. 살짝 미간을 찌푸른 그는 침대에서 일어나 천장의 불을 켰으나 여전히 전기는 들어오지 않았다. 아마 전기가 완전히 나간 듯 했다.
 두꺼비집은 이 빌라 1층에 모여 있었기에, 일단 확인하기 위해서는 1층까지 내려가야 했다. 현대였다면 어지간했다면 그냥 집안에 머무르고 다음 날 내려갔겠다만, 이 시대는 도시가스를 전혀 쓰지 않는 미래 시대였다. 전기가 없으면 전기렌지에 열이 올라오지도, 방에 난방도 돌릴 수 없었다.

 그는 크게 한숨을 쉬었다. 비틀거리는 몸을 이끌고 벽에 걸려있던 두터운 가죽 점퍼를 입은 그는 1층으로 향했다. 
 어차피 엘리베이터는 언제나 고장나있었기에 그는 1층까지 걸어내려왔다. 그는 1층 구석의 어둑한 곳에 있는 두꺼비집으로 향해 402호. 그의 집의 것을 열어보았다.조금 자세히 들여다 봤지만 퓨즈도 그 외 부품도 딱히 문제는 없어보였다. 그저 스위치가 내려왔을 뿐인 듯 했다.

 아무 이유도 없이. 그저 스위치가 내려왔을 뿐이다.

 순간 오싹한 기분에, 그는 바로 뒤로 돌아 왼팔을 들어올려 머리를 감쌌다. 캉!! 하고 아파트 홀에 귀를 울리는 소음이 울려퍼졌다. 지릿지릿 저려오는 팔을 애써 무시하며, 그는 오른쪽 눈으로 상대를 바로 바라봤다.
 검은 마스크에, 검은 후드 티. 눈마저도 썬글라스로 가린. 그와 비슷한 키의 사람이었다. 골격을 봐서는 남자인 듯한 그 사람은 살짝 당황한 표정이었다.
 이유야 당연했다. 그 수상한 사람이 휘두른 쇠파이프가 청년의 왼팔 상완 중간에 완전히 막혀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디 한 군데 부러지라고 휘두른 쇠파이프를 아프지도 않다는 듯이 막고 있는 그를 보고 살짝 당황한 듯 했다.

 쇠파이프의 거수자에게는 안타깝게도, 청년은 자신을 위협한 사람을 웃으며 봐줄 만한 선인은 아니었다. 체중을 가득 실은 그의 라이트 펀치가 거수자의 왼쪽 턱을 가격했다.

 퍼어어억!

 마치 모랫주머니를 몽둥이로 후려치는 듯한 소리가 홀을 울리고, 거수자는 그대로 뒤로 쓰러졌다. 턱을 정통으로 맞았으니 바이오로이드 할머니가 와도 버틸 재간이 없을 터였다.
 그는 방심하지 않고 두 팔을 올려 얼굴을 가드했다. 그에 당연하다는 듯이 쓰러지는 거수자의 뒤에서 각목이 휘둘러졌다. 오히려 노렸던 걸까, 각목은 가드를 올린 얼굴이 아닌 옆구리를 강하게 강타했다.
 튀어나오는 비명, 그리고 좋지 않은 몸상태로 인해 시야가 약간 흔들렸지만 그는 눈을 감지 않았다. 오히려 옆구리의 각목을 꽉 붇잡고, 쓰러진 남자를 짓밟고 넘어가 각목을 든 다른 거수자에게 빠르게 접근했다. 
 다른 거수자는 각목을 던져버리고는 바로 자신의 외투 품 안에서 뭔가를 꺼냈다. 검은 강철이 번쩍이는 걸 보자마자 청년은 바로 더킹(*1)을 시도했다.
 곧바로 귀청을 찢는 굉음이 울렸다. 그는 머릿카락 몇 가닥이 뜯겨져 나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총구에서 총연이 천천히 흘러나오는 것도 느껴졌다. 심장이 미칠듯이 뛰고, 그의 눈이 다시 당겨지려는 방아쇠, 그를 향하는 총구를 향한 뒤, 거수자의 두 눈과 마주쳤다. 
 그 직후, 손살같이 접근한 그의 왼손이 거수자의 마지막 갈빗뼈 바로 밑을 파고들었다.

 거수자의 눈이 튀어나올듯이 커졌다. 제대로 들어간 리버 블로우(*2)는 피를 토할만큼 고통스러울 터이다. 거수자는 결국 청년이 비켜서자마자 그대로 쓰러져버렸다.

 
 청년은 호흡을 가다듬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몸이 먼저 움직였지만 상황을 파악하고 사건이 끝나자, 최악이었던 몸상태가 그대로 되돌아왔다. 눈앞은 어질어질하고, 얻어맞은 옆구리는 미친듯이 고통스러웠다. 어금니를 꽉 깨물고 버틴 그는 간신히 벽에 기대 서서 눈을 꽉 감았다 떴다.
 아직 쉴 시간이 아니었다. 그는 후들거리는 다리를 움직여 두 거수자를 각자의 옷으로 단단히 손목을 결박했다. 그 외에도 거수자들의 흉기나 총기를 빼앗고 두 사람이 갑자기 뛰어서 도망갈 수 없도록 신발을 벗겼다.

 그때까지도 일어나지 못한 거수자들을 보고 멍하니 서 있다 보니, 그제서야 의문감을 가질 수 있었다. 주거구역 한복판에서 총소리가 났는데도 경찰은 커녕 사이렌 소리조차 나지 않는 것이었다. 총소리는 정말 크다. 아마 이 근방 사람들은 방 안에서 TV를 보고 있었어도 소리를 들을 수 있을 정도로 큰 소리일텐데 경찰이 나타나지 않는다라...
 역시 빈민가인가. 경찰의 출동조차 늦는 이 모습에 그는 한숨을 푹 쉬었다. 뭐, 그는 이 기회를 제대로 활용해보기로 했다.
 그는 철파이프를 들고 있던 자의 옆구리를 망설임 없이 걷어찼다. 거수자는 컥! 하는 신음소리와 함께 눈을 번쩍 떴다. 거수자는 고통 속에 고개를 들어 벽에 기대 선 청년을 바라보았다. 
 복면을 벗은 거수자는 청년도 잘 알고 있는 상대였다. 종종 광산을 오가면서 본 적 있는 동료였다.
 그래. 동료'였다'. 안타깝게도 동료라고 생각한 건 그 혼자였나 보다. 청년이 약간의 회한에 젖어있든 말든, 전 동료가 먼저 입을 열었다.


 "이런 씨발...팔이 뭘로 만들어진 거야. 쇠파이프를 간단히 막다니, 무슨 외골격 슈트라도 입은 거냐?"

 "그보다는 더 간단한 거지."


 청년은 왼쪽 팔을 눈앞에 들어올렸다. 슬쩍 내려간 가죽 자켓의 아래에는 손등까지 이어진 철판이 있었다. 
 최근 들어 호신용품이 필요하다 느낀 그가 고철상에서 싸게 받아온 철판을 덧대 만든 아대 겸 너클이었다. 가죽 자켓 안감에 붙어 있었기에 자연스럽게 집에서 가지고 나올 수 있었다.


 "그나저나, 왜 날 습격한 거지? 내가 비록 광산 내에서 시끄럽게 굴긴 했다만 적을 만들 짓은 별로 하지 않았는데.
 그것도 그렇고, 평소에는 덤비지도 못하다 오늘 각 잡고 온 거 보니 내가 아프다는 걸 누가 말해줬나 보구만. 작업반장이냐?"

 "흐. 누가 대답해 줄 거 같냐?"


 퉤! 하고 청년의 신발에 침을 뱉는 모습을 그는 조용히 지켜보았다.


 "응. 넌 말하게 될걸?"


 청년은 조용히 주머니에서 작은 뺀치를 꺼내들었다. 원래는 두꺼비집을 손보기 위해 가지고 내려온 것이었지만, 원래 목적과는 달라도 잘 쓸 수 있을 거 같았다.
 그는 전 동료의 등을 짓밟고는 묶여 있는 손을 붇잡았다. 그제서야 그의 생각을 알아챘는지 거수자는 몸을 비틀어댔지만 짓밟힌 등 때문에 유의미한 반항이 되진 못했다.


 "이익! 겨...겨우 그거 가지고 내 대답을 얻어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하냐!" 

 "보통 손톱이 온전할때는 다들 그렇게 말하더라고. 두 세개만 뽑히면 다들 술술 불었지만. 아 그리고 니 대답이 진실인지 아닌지는 옆의 친구를 통해 다시 한 번 확인할 거다. 헛수작 벌이지 마."

 "...잠깐. 시발 잠깐!!!"

 "자. 그럼 시작해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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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년은 달렸다. 정말 미친듯이 달렸다.
 두 남자에게서 들은 이야기는 식상했으나, 위험한 이야기였다.
 문제가 있다면 그 식상한 이야기의 중심에 그, 그리고 아이들이 있었다는 거겠지.


 -작업반장은 뇌물과 돈에 약한 사람이었다.

 -청년과 같이 일한 더치걸 아이들은 다른 조들보다 성과를 잘 냈고. 그렇기에 다른 관리관들이 눈독들이고 있었다.

 -그 상황에서, 그가 감기로 인해 쉬게 되었다.
 
 원래라면 실험조였던 5조의 더치걸들은 더치걸들 중 유일하게 쉬는 날을 갖게 됬어야 했지만...
 상황은 사람의 마음대로 흘러가진 않았다.


 공사장은 개판 5분전이었다. 평소라면 광석들이 밀려올라와야 할 광산 입구에선 새까만 연기가 올라오고 있었고, 주위에는 먼지를 흠뻑 뒤집어 쓴 더치걸들과 광부들이 있었다. 청년은 지친 표정으로 바닥에 주저앉아 있는 이들의 사이를 지나쳤다. 광산 입구 옆에는 작업반장이 소장님과 함께 서 있었다.
 청년은 망설임없이 그들에게 다가갔다. 소장이 그의 표정을 보고 크게 놀랐다. 놀람 그리고 안도, 그리고 의문의 표정을 그는 무시하고, 소장의 표정을 보고 고개를 돌리는 작업반장의 멱살을 잡아올리고 바로 바닥에 매다꽃았다.

 
 "크헥!"

 "자...자네 이게 무슨!"


 소장님이 크게 놀라고, 주변의 시선이 쏠렸다. 그러나 그는 신경쓰지 않고 발 뒷꿈치로 반장의 흉부를 짓밟았다. 소장이 고통스러운 소리를 흘렸지만 그는 신경쓰지 않고 그저 질문했다.


 "5조 애들 어딨어."

 "크흑...자네...너 미쳤나?!"

 "질문에 질문으로 대답하지 마라. 다시 묻는다. 애들 어디있어."

 "어딨긴 어디있어! 광산 안에 있지! 걔네들을 왜 구하러 가냐! 인간들도 못 구한 사람 몇명 있는데!"

 "이 돈에 미친 새끼가..."


 분노를 간신히 삼켜 넘겼다. 지금은 이런 분풀이를 할 때가 아니었다. 그는 소장의 옆구리에 있던 방독면을 뜯어내듯이 빼앗았다. 그리고 근처에 굴러다니던 테이프를 집어들어 자신의 옷 사이에 공기가 새는 부위에 테이프를 덧칠했다. 피부가 드러난 곳은 그냥 테이프로 둘둘 둘러버렸다. 
 그때 소장이 다가왔다. 그가 테이프질을 하는 사이에 반장에게 질문을 몇 개 던진 뒤에서야 사태를 파악한 듯 했다. 소장은 테이프칠을 하는 그를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자네, 설마 저 광산 안에 들어가려는 건가?"

 "막지 마십시오. 살아있는 이가 하나라도 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강화복 엔지니어들이 오고 있네! 자네가 아니어도 그들이 직접 들어갈 거야!"

 "그들이 바이오로이드의 목숨도 신경써 줄 것 같습니까?"

 "그건..."


 말문이 막힌 소장을 보고서 그는 눈을 꽉 감았다. 경찰이랑 응급차 좀 불러 주십시오. 하고 말한 그는 주위에 굴러다니는 헬멧 하나를 뒤집어쓰곤 광산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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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산 내에는 칠흑같이 검은 연기가 가득 차 있었다. 방금 뒤집어 쓴 광산 모자에서 빛이 뿜어져 나왔다. 그는 고개를 돌려 자신의 옷을 내려다 보았다. 
 분명 산 지 한달도 안 된 두꺼운 방수재질 옷이었지만, 조그마한 하얀 가루들이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검은 연기에 닿자 마자 마치 시간이 빠르게 흐르는 듯 옷은 삭아내려가기 시작했다.
 옷이 이 꼴이면 테이프로 감은 부분은 말할 것도 없을 터였다. 시간이 별로 없었다. 그는 불안한 얼굴로 엘리베이터도 바라보았지만 두꺼운 강철로 이루어진 엘리베이터는 그나마 조금 더 버틸 수 있을 듯 했다.

 바닥에 닿자 마자 그는 뛰어나가기 시작했다. 심한 몸살에도 몸을 막 움직여서 그런지 온 몸이 아프지 않은 곳이 없었지만 버텼다. 머리도 아프다 못해 멍해지기 시작했지만 버텼다. 5조가 평소에 담당하는 갱도를 간신히 찾고, 구불구불한 갱도를 최대한 빠르게 지나 달려가자 갱도의 끝에서 인영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더치걸! 더치걸! 일어나!"


 더치걸 하나를 붙든 그는 그녀의 어깨를 흔들었다. 그러나 소녀는 고통 속에 굳어버린 얼굴로 힘없이 흔들렸다. 머리카락 사이에서 안개꽃 머리핀이 빛났다. 그의 눈동자가 미친듯이 떨려 오는 중, 그는 부들거리는 손으로 목덜미의 맥을 짚어 보았다. 전혀 잡히지 않았다. 그는 이를 앙다물고는 다른 더치걸들에게 달려다니며 소리를 질렀다.


 "얘들아! 초록모자! 꼬맹이! 빨간 눈! 아무나! 제발!"


 그의 목소리가 애원하듯이 바뀌었다. 미친듯이 고함을 지르는 사이에, 그의 귀에 작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님)

 
 그는 바로 멈춰섰다. 귀마저도 테이프로 덮어 확실하지는 않았지만 분명 소리를 들었다. 그는 그제서야 갱도의 가장 깊은 곳을 바라보았다. 검고 깊은 구멍, 아마 이 짙은 연기가 흘러나오는 듯한 구멍, 그리고 그 앞에 무너지듯이 쌓여 있는 흙더미를 보았다.

 그 앞에, 붉은 광부 모자도 보았다.

 그는 바로 달려나갔다. 손으로 흙을 파헤치다 도저히 사라지지 않는 흙더미에 옆에 기대어져 있던 삽을 찾았다. 미친듯이 흙을 파내자 손 하나가 보였다.그는 위의 흙이 어느정도 사라진걸 확인하자 마자 손을 잡고 당겼다. 
 더치걸 하나였다. 미약하게 뛰는 맥박을 확인하자 마자 그는 소녀를 업어매고 달렸다. 시야가 흐릿했다. 중간 중간 기억이 끊겼다. 그러나 멈추지 않았다.

 엘리베이터에 당도해서 버튼을 누르는 순간, 그는 무너지듯이 쓰러졌다. 그 와중에도 그는 더치걸을 끌어 자신의 품 안에 안았다. 작은 생명은 작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는 작은 미동을 느끼며,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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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어설명. 필요한가 싶긴 한데 혹시 해서.


*1 더킹: 복싱을 보다 보면 다리는 가만히 둔 채로 몸을 움직여 펀치를 피하는 자세를 볼 수 있는데, 이를 더킹이라 한다.
*2 리버 블로우: 말 그대로 간 부위를 맞은 걸로, 경기에서 이걸 맞은 선수는 바로 뻗어버리기에 선수들은 마지막까지 복부를 가드하고, 차라리 얼굴을 내어주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다.




저번 글에서 이 글이 해피앤딩이냐는 질문이 있었지

그건 사실이다

그저, 아직 앤딩이 멀었을 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