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 - https://arca.live/b/lastorigin/12400161




쾅! 사령관 방 문이 부서지는 듯한 소리에 사령관은 먹던 커피를 힘차게 뿜었다.

젠장, 이번엔 누구지? 그러고 보니 아스널과 동침하지 않은지 2달이 다 되어간다.


“아..아스널? 오늘은 밀린 업무가 많으니까..나중에..?”


이렇게 문을 부수듯 열고 들어오는 바이오로이드는 아스널이나, 샬럿이나, 엘리스나..선택지가 생각보다 많구나. 사령관은 고개를 흔들어 머릿속에 떠오르는 얼굴들을 지워버리며 서류 넘어로 고개를 쭉 뺐다.


“...아,닥터구나, 무슨 일이니?”


닥터의 얼굴을 확인한 사령관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적어도 성장약을 마시지 않은 닥터는 착정의 목적으로 그를 찾지는 않으니까.


“무.슨.일 이냐고???”


사령관의 태평한 한마디에 닥터의 얼굴이 순식간에 야차처럼 변했다. 

사령관은 재빨리 머리를 굴렸다. 얼마 전 에밀리의 제녹스를 빌려 타다 타이탄을 부순 것 때문인가? 아니면 닥터의 실험실에 있던 성장약을 빼돌린 것 때문에? 하지만 모든 증거는 리엔이 다 지워 줬을텐데..?


“어어..나 진짜 오늘은 잘못한 게 없는데..”


“이걸 좀 보라고! 오빠 진짜 바보야??”


사령관이 우물쭈물하며 대답하자, 닥터는 빽 소리를 지르며 사령관의 눈 앞에 “나이트엔젤! 게르마늄으로 인해 가슴이 생기다!? 게르마늄, 그 효능은 어디까지인가?” 라는 제목의 신문기사가 떠 있는 타블렛을 흔들었다.


“어어...스프리건이 쓴거구나, 하하, 새롭게 발견된 광물이 유용해서 정말 다행이야.”


사령관은 멋쩍게 웃으며 그렇게 말했다. 그러고 보니 새로운 광물이 발견되었다는 소식을 닥터에게 이야기 해주지 않았었지,

그 나이트엔젤의 가슴이 생길 정도로 엄청난 효능을 가진 ‘신의 광물’ 을 소개시켜주지 않은 것은 확실한 그의 실책이였다.


“안 그래도 닥터가 실험에 쓸 수 있도록 자원 창고를 개조해서 거대 게르마늄 창고를 만들어 뒀거든..”


닥터의 얼굴이 무지막지하게 구겨지는 것을 본 사령관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창고에 어마어마하게 쌓여있는 게르마늄을 본다면, 닥터도 화를 풀고 활짝 웃어줄 것이다. 


쾅!!


“힉!”


하지만 그 생각은 5초만에 빗나갔다. 사령관은 반으로 갈라진 책상을 보며 침을 꿀꺽 삼켰다. 

닥터가 이렇게 화난 걸 보는건 처음이었다. 머리끝까지 분노한 닥터가 책상을 넘어 오르카 호를 폭파시킬 기세로 사령관을 몰아 붙였다.


“오빠 진짜 멍청이야?!?! 그딴 얼빠진 말에 넘어가는 바보가 세상에 어디있어!!!!”


“어..?어어??”


“게르마늄은 그냥 돌덩어리랑 다를게 없다고! 좀 반짝반짝거리고 전기가 잘 통하는게 다란 말야!!”


“..하..하지만 이 책에....”


잔뜩 찌그러진 사령관이 책상 밑 상자에 고이 보관하던 책을 주섬주섬 꺼내자, 닥터의 표정이 순식간에 싸늘해졌다. 사령관이 무슨 행동을 취하기도 전에 기계팔로 책을 낚아챈 닥터가 쯧, 하고 혀를 찻다. 파라락, 페이지를 넘길 수록 닥터의 표정이 싸늘하게 굳어갔다.


“..오빤 진심으로 저런 책을 믿은거야..?”


“으..응..”


사령관은 시무룩한 표정으로 웅얼웅얼 대답했다. 멸망전의 기록이라 믿을 수 밖에 없었다는 궁색한 변명을 하자, 닥터의 얼굴이 조금 풀어졌다. 들고있던 책을 북북 찢어버린 닥터는 한숨을 폭 내쉬고는 중얼 거렸다.


“진짜..포츈언니랑 그렘린 언니는 뭘 한거야…”


차마 그녀들이 자신이 망가트린 타이탄을 고치느라 일주일 내내 바빴다는 말을 할 수 없었던 사령관은 잠자코 닥터의 분노를 받아냈다. 한참 닥터의 잔소리를 듣다가 문득 무언가 떠오른 사령관이 말했다. 


“어..그런데 잠깐만, 게르마늄으로 나이트엔젤의 가슴이 커진 건 뭐야?”


스프리건이 낸 기사에는 확실히 봉긋 솟은 나이트 엔젤의 - 그래봐야 A컵 정도지만- 가슴사진이 첨부되어 있었다. 다른 바이오로이드들에 비하면 한없이 작았지만, 그래도 게르마늄으로 인해 가슴이 생긴 것이면, 어느정도 효능이 있다는 것 아닐까?


그 말에  닥터는 유심히 사진을 바라보았다,그리고 곧 한심하다는 듯한 얼굴로 말했다.


“..그냥 저건 Irritant Contact Dermatitis 이잖아.. “


“어..미안 닥터, 무슨 말인지 이해가 잘 안가서.”


사령관은 머쓱한 표정으로 머리를 긁었다, 때때로 닥터가 하는말은 이해가 잘 가지 않는다, 그것이 영어라면 더욱더 그렇다. 그런 사령관을 가만히 바라보던 닥터는 한마디를 툭 던지고 나가버렸다.


“그냥...간단하게 말하자면, 쇠독이 올랐다는 거야.”


“...”


결국 오르카 호를 한바탕 휩쓴 게르마늄 사건은 나이트 엔젤의 쇠독 제거 수술로 그 성대한 막을 내렸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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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목록


수술로 인해 이전보다 훨씬 작아진 가슴을 가지게 된 나이트 엔젤

참치 30개와 게르마늄 1kg을 바꾼 LRL

발에 염증이 난 것으로 칭얼거리다 나이트엔젤에게 호되게 혼난 메이

인생의 역작을 입지 못하게 된 오드리

차마 말할수 없는 곳에 독이 오른채로, 비밀의 방에서 발견된 아스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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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잼 뇌절이라 호다닥 끝냄 ㅎㅎ 요즘 일 끝내고 여기에 글싸는 재미로 사는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