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사령관은 어떤 남자였나(너, 나 그리고 우리)
사령관은, 자신이 평범한 인간이라는 사실을 잘 인지하고 있는 겸허한 남자였다.
그리고 그는, 아름다운 바이오로이드 들에게 둘러 쌓여있는 이 환경을 단순한 주지육림의 하렘이라 생각하며 대책없이 즐기기에는 적당히 소심하며 겁이많은 남자이기도 했다.
아니, 현실감각이 있는 성실한 자라고 불려야 할까.
모든 바이오로이드 들이 자신을 구원자 마냥 떠 받드는 상황에서도 그는 늘 '만약에'를 생각했다.
만약에 '내 지휘능력이 형편없어서 최고사령으로 인정받을 수 없게 된다면'
만약에 '바이오로이드들의 인심을 장악하지 못해서 조직을 제대로 운영하지 못하게 된다면'
만약에 '지휘관급 모델들이나 라비아타 같은 키맴버가 배신한다면'
만약에 '나 이외의 인류가 발견되어 그가 나의 지휘권에 이의를 제기하거나 분할을 요구한다면"
만약에,만약에,만약에
그에게 있어서 오르카는 평화로운 스위트 홈이 아니라, 늘 긴장하며 부하들에게 이상적인 상관을 연기해야 하는 전장과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그는 필사적으로 노력했다.
멸망전부터 철충과 싸워온 경험많은 지휘관인 불굴의 마리, 신속의 칸이 인정할 정도의 현장감각과 통찰력, 판단력을 기르기 위해 수없는 시뮬레이트 전투를 지휘했고, 깐깐한 레오나나 자존심 강한 메이도 더 요구하지 않을 정도의 전술지식을 얻기위해 인류의 전쟁사, 철충과의 전쟁기록들을 수없이 탐독했다.
과로로 인하여 수복실 신세를 지는 웃지못할 일이 벌어졌지만, 자신들을 위해 노력하는 사령관을 저지할 바이오로이드는 아무도 없었다.
구인류들에게는 잘 봐줘야 2등시민, 나쁘게 말하면 가전제품이나 도구와도 다를바 없었던 바이오로이드들 전부에게 좋은 인상을 주기 위해서, 그는 말단 병사 하나하나에게 까지 친절한 미소와 제스쳐를 했으며 키맴버들이라고 할 수 있는 고급모델들에게는 특히나 최선을 다했다.
부식사정을 개선하기 위해서 여러가지 궁리한 끝에 철충들이 바다에 접근하지 못하는 것을 이용하여 가두리 양식장 설치를 제안,
풍부한 해산물을 공급으로 오르카의 식량사정도 크게 개선시켰다.
전장에 나서는 바이오로이드 들의 불만을 억제시키기 위한 멘탈 클리닉 운영, 격파점수제를 도입하여 철충 10기 격파시 포상휴가 3일, 50기 격파시 에이스 훈장 수여 및 포상휴가 15일, 100기 격파시 에이스 오브 에이스 훈장 수여 및 포상휴가 1달 등, 전투에 나서는 병사들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며 병사들의 사기를 높였다.
그 이외에도, 다른 인간이 나타나더라도 자신의 자리는 굳건하도록 바이오로이드들의 '환심'을 사기위한 그의 노력은 계속되었다.
그 때문일까,
눈 앞에 탐스러운 과실들이 나 잡아잡수 하고 돌아다녀도 신사적인 사령관을 연기해야 하는 탓에 욕구불만이 한계까지 쌓여있는 사령관은 점점 정신적으로 몰려갔고, 결국에는 혼자서 해결하는 상황에 까지 이르게 된다.
아니, 사실을 이상할 정도로 오래 참은 것 이리라. 한창때의 좋은 육체를 한 사령관이 자신에게 순종적이며 자신에게 푹 빠져있는 미녀들에게 둘러쌓인 환경에서 이토록 오랫동안 금욕을 이어간 것이.
브라우니들 사이에서는 숫제 '우리 사령관님은 다 좋은데 사실 고자 아님까~?" 하는 의혹이 제기될 정도였으니 말이다.
결국 그는 여름의 어느날을 계기로 바이오로이드들에게 손을 대기 시작한다.
다만 신중하게, 여성의 질투는 무서운 법이니,
손대서 문제가 없을만한 바이오로이드 들을 선별해서, 조용히 조용히 관계를 가졌다. 그가 그동안 피눈물 나는 노력으로 구축한 입지는 반석에 올라있었고, 그 권력을 생각하면 그렇게 조심할 필요조차 없는데 말이다.
그리고, 그런 사령관을 곁에서 뜨거운 눈으로 바라보는 바이오로이드 들 중, 가장 위험한 3인이 있었으니
호위대장 블랙리리스
조리장 소완
정원사 리제
소위 3얀이라고 비공식적으로 불리우는 세명이었다.
때는 어느 겨울, 격렬했던 여름과 가을을 지난 어느 시점, 서로 정실자리를 놓고 으르렁 거리며 싸우던 이 셋은 어느날, 자신들이 그렇게 다투는 동안 발키리, 마리,콘스탄챠,에이미,워울프,샬럿,엘리스, 다프네 등등 다른 바이오로이드 들이 이미 사령관과 야스를 했다는 사실을 뒤늦게야 알고 자신들이 3얀(풋) 이라고 불렸다는 것에 꼭지가 돌아버린 리제가 전정가위를 들고 사령관실을 급습하는 사건이 벌어지고 만다.
끌려가면서도 "어서 고튜 꺼내요~!! 응?응?응응응응응? 다른 해충들은 다 되는데 왜 나만안돼? 왜 나만? 왜 나만? 나만나만나만나만? 놔! 놔! 이 했쯍들! 다 찢어버리겠어~!!! 놔아!!!!!!" 하고 히스테릭하게 울부짓던 리제와는 달리,
그 리제를 현장에서 격퇴하고 경호팀에게 인계했던 블랙리리스는 아련하게 웃으며
"아...방치플레이...주인님이 다른 암캐들과 몸을 섞는것도 모른체 주인님과의 뜨거운 밤만 생각하고 있던 바보같은 나...으읏...젖어버려..." 하며 자신의 M 성향을 여실히 드러내 보여 다른 의미로 사령관을 기겁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식은땀을 흘리며 마지막 3번째 얀, 소완을 바라보자 그녀는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빙그레 웃으며 전과 마찬가지로 지성으로 사령관을 섬기는 것 이었다.
일단은 살아난 사령관, 그렇지만 그는 모르고 있었다.
그녀가 가져온 차를 마시는 사령관의 목젖을, 소완은 처음 오르카에 왔을때와 같은 눈빛으로 바라보며 끈적하게 웃고있었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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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령관이 눈을 떴을때, 실내는 어둠이 내려있었다.
서류를 읽다가 지쳐서 그대로 잠들어 버렸던 걸까?
부족한 능력을 보완하기 위해 수복실의 기능을 믿고 무리하게 노력하다보니 자주 접하는 일에 쓴웃음을 지으며 사령관은 배개 깊숙히 몸을 파묻었다.
아니, 그러려고 했지만 몸이 움직여 지질 않았다.
아...이번은 좀 심각한가 보다. 지금, 몇시나 됐지? 목이 마른데 물을 좀...
사령관이 천근만근 무거운 눈꺼풀을 열어 간신히 어둠 너머를 멍하니 바라보는데, 별안간 어둠 너머에서 칙- 하고 성냥긋는 소리가 울리더니, 곧이어 기름먹은 심지가 타들어 가는 작은 소리와 은은한 불빛이 어두운 실내를 밝혔다.
촛불 정도의 약한 불빛이지만, 어둠속에 있던 사령관에게는 충분히 밝은 빛인지라, 잠시 그는 눈쌀을 찌푸렸다.
그는 빛 너머에 있는 누군가에게 말을 걸었다.
"콘스탄챠? 지금, 몇시지?"
불빛 너머의 여성은 쿡 하고 단아하게 웃더니, 또각거리는 발소리와 함께 서서히 다가왔다. 램프를 들고있는지 빛도 점점 따라와서 사령관은 눈을 뜰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금방 밝기에 적응한 눈을 떠서 바라보자 그곳에는 의외의 인물이 있었다.
"후훗, 드디어 눈을 뜨셨군요 주인님.이 야심한 밤에 처소에 찾아들어 송구하옵니다."
"소완?"
달콤하고 은은한 향기가 나는 향유등을 들고서 사령관의 머릿맡에 다가온 그녀는 사령관의 비서인 콘스탄챠나 CS페로가 아닌 조리장 소완이었다.
이 시간에 소완이 여기에는 왜? 기억이 이어지지 않는 것도 있어서 지금의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는 사령관을 내려다 보며, 소완은 목석이라도 가슴이 설렐듯한 은근한 미소를 지으며, 사령관 머릿맡의 탁자에 향유등을 내려놓고, 사령관의 얼굴옆에 그 갸냘픈 허리를 내려 앉았다.
사령관이 반사적으로 몸을 일으키려 하자 그녀는 쉬......하고 어린아이를 달래듯이, 길고 하얀 검지를 뻗어 사령관의 입술을 따라그리듯 어루만지며 말했다.
"아...옥체는 아직 움직이지 않을 것이옵니다. 조금 강한 약을 썼사오니...잠시 이대로 침대에 누워계셨으면 합니다."
노래하는듯이 부드럽고 기분좋은 목소리였지만, 그 속에 포함된 단어가 사령관의 머리털을 곤두서게 만들었다.
그녀와의 첫만남이 생각난 사령관은 몸에 힘을 넣으려고 애쓰며 말했다.
"약 이라고? 소완 너 대체..."
"짐작되는 바가 있으시지 않사옵니까?"
"너 설마...리제처럼?"
충분히 있을법한 일에 사령관이 경악한 표정으로 올려다 보자 소완은 그런 그가 사랑스럽다는 듯이 부드러운 손길로 사령관의 눈썹을 덮는 머리칼을 쓸어주었다.
"후훗...그렇게 경계하는 표정으로 보지 마시옵소서. 저는 어디까지나 주인님의 숙수이옵니다. 주인님의 옥체에 해가 되는 일은 맹세코 하지 않으니..."
이마를 스친 손끝이 볼을 지나 턱을 타고 쇄골을 지났다. 가슴께를 스치는 그 손길은 느릿하고, 가벼워서, 오히려 찐득한 애무보다도 더 신경을 쏠리게 만들었다.
조용한 방안에 울리는 나지막한 목소리와 마찬가지로, 온몸이 움직일수 없는 상태에서 느껴지는, 아주 작은 쾌감이 전기처럼 척추를 타고흐르는 쾌감.
단지 그것만으로도 사령관은 아랫do리가 불끈 솟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소완의 손길은 아래로 내려가다가 배꼽언저리에 멈추어 장난치는 것 처럼 배꼽주위를 빙글빙글,간지럽히듯 희롱했다.
"더구나, 주인님은 제가 가장 경애하는 분...어찌 나쁜 마음을 먹겠사옵니까?"
"소완, 나쁜 마음이 없다면 용서해줄테니 어서 해독제를 가져와."
소완이 솟아오른 자신의 사타구니를 보지 못했을리가 없다. 그렇지만 사령관은 애써왜면하며 냉정을 찾으려 노력했다.
소완은 초생달 같은 미소를 머금은채 대답했다.
"송구하오나 그 명은 들어드릴수 없사옵니다."
"...왜 이런짓을 하는거지?"
약까지 써가면서 굳이? 하는 의문을 감출수 없는 사령관에게 소완은 노래하듯이 속삭였다.
"소첩은 이 오르카에 잔류하게 된 이후로 주인님을 주욱 지켜봐 왔나이다. 주인님은 정말이지...독특한 분 이시더군요. 소첩은 주인을 고르는 고급 바이오로이드 입니다. 과거 저와 같은 모델을 소유했던 분들은 전부 일국의 왕과 같은 권력과 재력일 가진 분들이었죠. 그분들은 누구보다 당당하고, 자신감이 넘치며, 잔혹하고, 남의 사정따위는 조금도 생각지 않는 분들 이었습니다."
그것은 먼 나라의 옛날이야기 처럼, 아주 덧없고 멀리 느껴지는 목소리였다. 그렇지만 그녀가 다시 고개를 내려 사령관을 바라보자, 그녀의 목소리에 현실미가 돌아왔다.
그것은 흡사 사랑을 속삭이는 듯이 달콤하고 애달픈 목소리였다.
"반면 주인님은 한심할 정도로 무능했지만, 끝없는 노력을 그것을 극복하고, 본래라면 눈치볼 이유가 없는 말단 소모품 병사의 감정에 까지 신경을 쓰시며,저희들이 진정 지내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침식을 잊고 노력하시는 분 이셨습니다. 그것은 소첩이 알고있는 제왕들의 모습과는 정반대의 것 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다른 인간이 없기에 섬길 사람을 고를 여유가 없는 것 뿐이었던 소첩의 마음은 점점..."
속삭이듯 애달픈 목소리,
달빛이 흘러내리는 희고 아름다운 용모,
은은하고 달콤한 향기,
배 언저리를 훝는, 참을수 없는 작은 쾌감
"당신을 그리고 그리다...이윽고 사모하게 되어갔습니다."
그것에 쐐기를 박는듯한, 사랑의 고백
"소완..."
사령관은 지금의 상황이 위험하다는 것도 순간 잊고, 설레임에 가슴이 뛰는것을 느꼈다.
눈치없는 양물은 그의 사타구니에서 터질듯이 달아올라있었다.
그것이 그가 마신 차의 효과때문인 걸까 그렇지 않으면 이 상황이 만들어낸 생리작용인걸까 생각할 여유따위 그에겐 남아있지 않았다.
그런 그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소완은 싱긋 웃었다.
"후후, 상냥하신분. 하지만 소첩은 질투가 많사옵니다.그래서...주인님이 소첩이 아닌 다른 비천한 것들에게 성은을 내리는 모습이 용납이 되지 않습니다. 하물며, 소첩을 제쳐두고 그런것들의 지체를 탐닉하시다니...이것은 소첩의 자존심에 걸린 문제이옵니다. 주인님은 아직 진정한 쾌락을 모르고 계시옵니다. 소첩이 주는 진정한 쾌락을 느껴보시지 않겠습니까? 간단한 유흥거리, 내기라고 하는 것이지요."
"내기라고?"
"소첩은 지금부터, 주인님께 진정한 쾌락을 맛보여 드릴것입니다. 첫번째는 설무(舌撫), 소첩의 혀끝으로 쾌락을 드릴것입니다. 주인님은 정을 온존하시어 쏟아내지 않으시면 이기시는 것입니다. 두번째는 구수무(口手撫), 소첩의 입과 손으로 쾌락을 드릴것입니다. 이번에도 정을 쏟지 않으신다면 마지막 세번째, 합요(合腰). 소첩의 가장 깊숙한 곳으로 지고의 쾌락을 드릴것입니다."
"..."
갑작스런 제안에 사령관은 할말을 잃었다. 소완과 같은 미녀의 봉사. 남자라면 누구나 마라마지 않을 상황이 제발로 다가왔다. 엎드려 빌어서라도 원할 상황이다.
그러나 그녀가 내기라고 한 이상, 그것에 무엇을 걸어야 하는지를 알아야 한다.
"주인님이 그 세번의 공세를 모두 버텨내어 사정을 참으신다면...소첩은 깨끗하게, 주인님의 성생활을 지지하겠습니다. 그렇지만...한번이라도 사정한 경우...후훗, 그때는 주인님은 저만을 바라보셔야 합니다. 아니요? 주인님 스스로가...그러시길 원하게 되실것이옵니다."
즉, 3번의 공세를 참는데 성공하면, 다른 바이오로이드를 품는데에 대해서 그녀는 더 이상 방해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참지 못한다면 앞으로 그녀 이외의 바이오로이드 들과 관계를 가질수 없다.
소완이 아무리 절세의 미녀라고 하나, 이곳 오르카에는 미녀들이 널려있다.
그리고 아무리 미녀라도 하나보다는 여럿을 바라는 것이 남자의 본성이다.
질수 없는 내기이다.
아니, 애시당초 이 내기를 받을 필요가 없다. 그저 소리를 높여 콘스탄챠를 부르고 소완을 내보내기만 하면 되는 문제이다.
이런 바보같은 놀음에 놀아날 필요가 없다.
하지만...
"후후..."
어스름달처럼 웃는 소완. 그녀를 보고있으면, 가슴속에 불길이 일어난 것처럼 한가지 감정이, 본능이 고개를 든다.
궁금하지 않는가?
사령관 또한 그녀의 상세 설계설정에 대해서 알고있다.
동서양의 모든 권력자가 원했다던 그녀의 쾌감, 첫번째인 눈의 쾌감, 즉 미모, 두번째 혀의 쾌감, 즉 식도록은 맛보았지만.
세번째 쾌락,
그녀의 진정한 주인만이 맛볼수 있다는 잠자리에서의 쾌락이 궁금하지 않을 남자가 있을까?
만약 이 내기를 거절하면 아마 다시는...
사령관이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마치 긿잃은 토끼 내려다 보듯이 자애로운 눈빛으로 내려다 보던 소완이 이윽고 사령관의 귓가에 입술을 가지고 가서 속삭였다.
"그럼...시작해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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귓가에 그렇게 속삭인 소완은 느릿한 동작으로 몸을 일으켰다.
사령관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그 갸냘픈 지체를 쫓자 소완은 그 시선을 즐기듯이 후훗 하고 웃고는 손을 들어 상의의 단추를 풀었다.
툭, 툭,
소완의 가슴과 배에 있는 조리복의 버튼이 열리자 하얀 앞섶이 열리며 농익은 여인의 달콤하고 알싸한 살내음이 사령관의 코끝으로 흘러들어왔다. 이제부터 사령관을 유혹하려는 마음을 먹었으면서 씻지않고 왔을리가 없건마는, 소완의 갸냘프면서도 탐스럽게 부푼 몸에서는 결코 바디워시와 향수에서는 날수가 없는 향기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페로몬? 아니, 그렇게 어설픈 정도가 아니다.
가임기의 여성이 남자를 원해서 몸이 달아오르고 달아올라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농익었을때, 마치 손끝으로 건들기만 해도 툭 하고 터져버리며 보석같은 알갱이를 쏟는 석류와 같이 흘러나오는, 그러한 향기.
강철과도 같은 이성의 장벽을 물먹은 흙담처럼 흐믈흐믈 녹여버리는, 가슴속에 용암이라도 흘러든 것 처럼 뜨겁고, 첫사랑의 감정처럼 애달프게 만드는, 마성(魔性) 그 자체.
사령관은 그 향기만으로도 가슴이 터져나갈것 처럼 두근거리며, 손발이 차가워지는 것을 느꼈다.
갈증이난다.
눈앞의 암컷을 범하고 싶다.
마치 혈관에 성욕이라고 하는 마약이 돌기 시작한 것 처럼, 온몸에 열기가 심장과 아랫do리로 몰리기 시작하는 것을 느낀 사령관은 신음처럼 중얼거렸다.
"소완...이 향기는..."
소완은 말없이 웃었다.
탄력있는 그녀의 상체가 은은한 불빛아래 드러났다.
그녀는 잠시 불빛을 쪼이듯 몸을 가슴과 어깨,복부를 드러내고 그대로 사령관의 표정을 살폈다.
오르카의 수많은 바이오로이드들 중에서, 아름답고 매력적인 신체를 가진 자들은 수없이 많다.
그리고 인간들의 성적 취향도 가지가지이다.
누군가는 거유를, 누군가는 슬랜더를 좋아하며, 누군가는 큰 둔부를, 누군가는 가느다란 허리를 좋아하는 것이다.
따라서 모든 바이오로이드 들은, 모든 인간 남성들이 좋아할, 그리고 결코 같은 인간 여성에게서 얻지 못할 이상의 미를 저마다의 몸에 다른 형식으로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소완이 그녀들과 다른점이 한가지가 있었다.
다른 바이오로이드들이 가진 아름다움은, 그녀들의 '기능'의 부산물과 마찬가지.
보기좋은 떡이 먹기 좋다는 말 처럼, 그녀들은 아름답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었다.
다프네가 청순한 아름다움을 가졌다 한들 그녀의 본질은 정원사 이다.
모델과 같이 늘씬한 몸매의 나이트엔젤, 사령관으로 하여금 몇번이나 숨을 삼키게 만든 폭유를 가진 메이, 혼자서 몇번이나 망상의 주인공으로 삼았으며 가장 먼저 범했던 샤프한 미모의 발키리는 모두 그 본질이 군인이다.
그녀들의 본질은, 보여지는 것으로 주인을 기쁘게 하는것이 아니며, 하물며 잠자리의 시중역할은 더더욱 그녀들의 본 제작목표와는 거리가 있었다.
그 주인에게 보여주기 위한 기쁨을 줄 것을 염두에 두고 개발된 모델들은 고급 메이드인 콘스탄챠, 비서겸 경호원인 cs페로, 24시간 밀착 경호를 하며 주인에 대한 과한 애정이 셀링포인트가 되었던 블랙리리스, 숫제 사람들 에게 보여지며 선망받을것을 목표로 만들어진 아자젤과 샬럿, 모모와 백토 등등의 일부 모델들 뿐 이었다.
그러나 그런 그녀들과도 다른 소완만의 차이점이 있었다.
그녀의 본질은, 요리용 바이오로이드가 아니다.
요리는 그녀가 제공하는 하나의 쾌락일 뿐. 그녀가 제공하는 2번째의 쾌락. 즉, 식도락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
요리에는 별 상관없는 새하얀 피부와 아름다운 용모, 우아한 거동과 품위있는 말투는 모두 보는 즐거움을 주기 위해서. 그녀가 주는 첫번째 쾌락. 보는 즐거움 즉 관음이다.
소완의 진정한 가치는 바로 "주인에게 쾌락을 주기위해 만들어진 유일한 바이오로이드" 라는 것이다.
그녀의 설계보증서에 나와있다시피, 그녀는 주인에게 온갖 종류의 쾌락을 선사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그리고 일개 요리사로 보이는 그녀가 최고급 비서나, 경호원, 전략병기급의 걸작, 각 기업을 대표하는 명품들과 같은 반열에 놓여있게 한 이유. 한 회사의 최고급 상품이라는 타이틀을 내걸고 있는, 그것도 아무리 돈이 있어도 권력이 없으면 그녀를 가지지 못하게 해도 끊임없이 수많은 구매 후보자들이 그녀를 원하게 만들었던 이유.
그것은 그녀가 주인으로 인정한 자에게 주는 마지막 쾌락.
-스르륵-
"하아..."
소완이 조금 추운듯이 어깨를 움츠리며 한숨을 쉬자, 그녀의 어깨에 걸쳐있던 새하얀 옷자락이 그녀의 매끄럽고 갸냘픈 어깨선을 따라 천천히 흘러내려 바닥에 떨어졌다.
사향처럼 달콤한 한숨과 함께 옷가지가 바닥에 닫는 툭 하는 그 소리에 사령관은 심장이 내려앉는 것 같은 충격을 받았다.
사령관이 입을 다물지 못하는 모습을 보며 요염하게 눈웃음 친 소완은 짐짓부끄러운듯이 상체를 슬쩍 옆으로 틀어 탐스러운 젖가슴을 사령관의 시야로 부터 치웠다.
교묘하게 잘록한 허리와 크고 형태좋은 둔부를 강조하는 자세였다.
틱, 찌이이이이이익--
일부러 천천히 치마의 후크를 풀고, 지퍼를 내리는 소리가, 시간이 정지한 듯한 방안에, 사령관의 고막을 천둥처럼 울린다.
사령관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자신은 동정이 아니다. 결코 소완에게 뒤지지 않는 절세미녀들을 이미 수명이나 범했다.
그런데도 소완이 옆에서 탈의를 하고 있는 것 만으로, 마치 콘스탄챠와의 첫날밤을 떠올리게 만드는 긴장감과 기대감이 밀려들었다.
마침내 검정 치마가 툭 하고 허물처럼 땅에 떨어지자 불빛안에 드러난 소완의 육신은 몸 전체가 희미한 열기를 품고 있었다.
숨쉬는 것 조차 잊고 그녀를 바라보는 사령관의 모습이 마음에 든 듯이, 소완은 사르르 녹는듯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마음에...드시옵니까? 주인님만을 위해 가꾸고, 주인님에게 쾌락을 주기위해서만 존재하는 소첩의 지체가...탄력있고 형태좋은, 너무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가슴, 안으면 한팔에 들어가는 허리, 풍만하고 높게 솟은 엉덩이와, 늘씬하게 쭉 뻗은 다리,
그리고...그 어느부위보다 심혈을 기울여져 만들어진...후후훗,
주인님...지금, 굉장히, 소첩 취향의 표정을 하고 있사옵니다."
희고 가느다란 손끝으로 희롱하듯 형태좋은 가슴을 만지고, 꽉 조여진 허리를 쓸어내리고, 탱탱한 엉덩이를 탁 하고 두드리는가 싶더니, 어느세 섬세한 속옷 위로도 얼룩이 베어나오기 시작하는 자신의 비부를 손가락으로 만지려는 듯 하다가 손가락을 돌려 놀리듯이 머리칼을 빙빙 휘젓는 그녀.
"조금 참으시옵소서, 이 지체를 맛보는 것은 나중이옵니다. 우선은 소첩의 봉사를... 느긋이, 충분히 탐닉하시는것이 먼저이지요."
사령관은 군침을 삼키는 것 밖에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이 상황이 이상하다고 여기는 자신을 발견하는 그가 있었다.
아무리 소완이 아름답고, 그녀의 존재가 남성의 성적 판타지를 만족시키기위한것이라고 해도. 아직까지 뭐가 없는 상황에서 벌써 이렇게나 몸이 반응하다니.
이래서야 마치 처음 약에 취했을 때와 같은일 아니겠는가?
사령관은 마지막으로 쥐어짜듯이 이성을 붙들고 신음하듯 말했다.
"약을 쓰다니...비겁하잖아. 넌 그것밖에...안되는거야?"
"어머나" 소완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순진하게 웃었다. 그 웃음마저도 요염했다. 그녀는 정말 재미있는 소리를 들었다는 듯이 싱글싱글 웃더니, 웃음기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외람되오나 주인님...주인님 께서는 소첩이 사용하는 그 '약'이 무엇인지 아시는지요?"
사령관은 대답하지 못했다. 헐떡이는 숨을 참는것이 고작이었다.
소완도 대답따위 기대하지 않았다는 듯이 웃으며 다가와 사령관의 머릿맡에 앉았다. 그녀가 말했다.
"이상한 일 이지요? 인간님들께서 멸절하신지가 언젠데... 그리고 소첩이 홀로 방랑에 나선 시간이 얼마인데, 어째서 소첩은 인간을 쾌락에 빠트리는 마약을 가지고 방랑하고 있었을까요?
이상하지요? 가지고 있는 짐도 얼마 없었는데, 어째서 소첩은 오르카에 머물던 초기에 며칠씩이나 주인님의 의지를 빼앗을 정도의 약을 끼니마다 쓸수 있었을 까요.
이상하지요? 어째서 늘 주인님을 스코프로 감시하고 있던 미호는 제가 주인님의 차에 약을 타는것을 보고도 모른척을 하고 있었을까요? 그녀의 말 처럼 재미있어 보여서? 그것이 즉사하는 극약일지도 모르는데 가만히 놔뒀다? 재미로? 어쩌면 그녀는, 그것이 약이라는 것을 눈치채지 못한게 아닐까요?
참으로 이상한 일이지요? 주인님은 어째서 아까전부터, 저의 체취와 목소리에 이토록...갈망하고 계시는 걸까요?"
"......크으으으..."
부드드득, 사령관이 이를 악무는 소리가 울렸다. 그는 정신을 붙잡기 위해 필사적이었다. 소완은 그런 그를 내려다 보며 서서히, 아주 천천히 상체를 미끄러뜨렸다.
그리고, 그의 귓가에 그 아름다운 입술을 가까이 가져가고는, 후-웃, 하고. 사령관의 귓속 깊숙한 곳으로 바람을 불어넣듯이 웃음소리를
흘렸다. 침대에 누워있던 사령관의 몸이 전기에 감전된 것 처럼 순간적으로 전율했다.
소완은 그대로 사령관에게 속삭였다.
"소첩...S2-소완 모델에게는 숨겨진 기능이 있사옵니다.
특정 독거미에 물려 죽은 남성들에게서 강한 발기와 함께 자가색정사의 전조가 나타나는 것을 알고 계신지요?
중동에는 찔린자를 정욕에 미치게 만드는 전갈도 존재한다고 합니다.
소첩의 몸은...평소에는 괜찮습니다만, 성적으로 흥분했을때...그러니까 소첩이 진심으로 주인으로 인정한 분을 소첩의 포로로 삼고자 하는 마음이 들었을때는 몸에서 특별한 화학성분이 분비가 된답니다.
그 향기,
그 땀,
그 타액,
그 애액까지도, 모두가 남성을 포로로 만드는 강력한 최음제이자, 강장제이죠. 몸의 심부에 가까운 곳에서 분비된 것 일수록 약효는 더욱 더 강해진답니다.
그렇죠... 처음에 주인님께서 드신 약, 그리고 오늘 드신약이 무엇인지 알려드릴까요?"
잠시 숨을 멈췄던 소완은, 사령관의 귓바퀴에 가볍게 키스하며 숨을 크게
불어넣었다.
"소첩의...타액이옵니다."
"...!"
사령관은 경악했지만, 그 이상으로 온몸으로 치고들어오는 열기와, 쾌락의 전율에 몸을 떨어야 했다.
소완이 그의 턱을 섬세한 손길로 쓰다듬으며 말했다.
"소첩의 타액과 수면제를 섞은 차로 주인님을 재웠습니다. 이미 소첩윽 타액이 주인님의 소화기로 흡수되어 적당히 그 용혈속을 돌고 있지요. 그리고 이 방안에 소첩이 들어온지 벌써 30분...이미 이 공간에는 소첩의 향기가 충만해져 있죠.의지가 약한 인간님 이라면 이미 발정난 개가 되었을텐데... 역시나 소첩의 마음을 뺏으신 분...훌륭하시옵니다"
그는 이미 그물속의 곤충이었다.
소완이 쳐놓은 쾌락의 그물에 몸을 속박당하고, 사령관으로서의 책임감과 다른 바이오로이드들에 대한 순정, 그리고 더 많은 섹ㅣ스 파트너를 바라는 솔직한 마음으로 외골격처럼 몸과 마음을 지키는 풍뎅이와도 같았다.
그리고 소완은 독거미였다.
그녀는 외골격의 급소에 그 독니를 찔러넣고, 그 몸속을 흐물흐물 녹여 황홀한 열락속에서 빨아먹는 포식자였다. 그 독니에 찔린 희생자가 그 쾌락에 스스로 급소를 열어보이며 독니의 키스를 바라게 만드는 것이 그녀의 사냥법이었다.
그녀의 고백에 사령관은 깨달았다.
동물로서의 본능이 그에게 소리쳤다.
이 이상, 독거미(소완)의 독에 당해서는 돌아올 수 없다.
멈춰야 된다. 막아야 한다.
실낱같은 이성이 쾌락의 파도에 거품처럼 삼켜지기 전에.
그는 마지막 의지를 쥐어짜 말했다.
"소,완 그,만...두...읍!"
소완의 벗꽃같은 입술이 사령관의 입술을 가볍게 눌러막았다. 그리고 무언가 말을 자아내려는 사령관의 입으로 푸ㅡ하고 풍선을 불듯이 숨결을 불어넣었다.
달콤한 향수같은 맹독의 숨결이 사령관의 가슴 가득히 스며들었다. 풍선처럼 부푼 두 가슴속에 그녀의 향기가 연기처럼 가득차 버렸다.
그 쾌감은, 마치 들불처럼 사령관의 가슴을 태워버렸다.
이성, 위기감, 경계, 모든 불안감이 바람에 날리는 잿가루 처럼 쾌락의 돌풍에 바스라져 날아가 버렸다.
그 풍선 키스는, 적을 기절시키는 철퇴의 일격처럼 사령관의 저항의지를 꺾어놓았다.
숨을 통제당한 사령관은 산소의 부채와 쾌락의 파도에 여름날 개처럼 헐떡이며 입을 벌려 산소를 갈구했다. 자연스레 벌려진 입에서 혀가 뻗어나왔고, 헐떡이는 그를보며 슬쩍 입술을 땐 소완은 쾌락에 반쯤 뒤집힌 눈을 하고 있는 사령관의 얼굴을 보고 눈을 가느다랗게 뜨고 웃으며 악마처럼 요염한 미소로 그 귓가에 속삭였다.
"허락하지 않겠사옵니다. 소첩은 주인님의 노예...그리고 주인님은 지금부터 소첩의 노예이옵니다."
그녀의 혀가 사령관의 혀를 휘감았다.
쾌락의 노예로 떨어뜨리는 낙인일까.
그녀의 혀를 맞이한 사령관의 뇌리에 불꽃이 튀었다.
그가 그동안 최선을 다해 이룩해온 소중한 모든것을 태우고도 남을만한, 정욕과 쾌락의 불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