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휴가의 끝


오드리의 작업실.




블랙리리스가 주문했던 수영복을 받고ㅡ특히 하복부의 금속장식을 꼼꼼히 확인한 뒤 매우 흡족해했다ㅡ 뛰쳐나간 문 뒤로 빼꼼 고개를 내미는 그녀의 부하 하치코.


사령관 곁에 꼭 붙어다니는 그녀도 수영복을 입고 어필하고 싶었던걸까.




"하치코 양도 수영복이 필요한..."


"바느질 가르쳐주세요!"


"응?"




의외였다. 왜 호위메이드가 바느질을? 집착증 정원사가 그 커다란 가위로 기어이 사령관의 옷을 찢어 덮치기라도 했던 것인가. 그렇다면 사령관의 몸은 무사할까.


잠깐 불온한 생각을 하는 사이 아직도 닫히지 않은 문을 똑똑하고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 고개를 돌려보니 호라이즌의 세이렌이 숨을 고르며 들어온다.




"세이렌 양?"


"하치코 씨, 하아. 그렇게 혼자 뛰어가면 제가 어떻게 따라가요."


"아앗! 죄송해요!"


"죄송해요, 오드리 씨. 바쁘셨을텐데 갑자기 찾아와서. 부탁드리고 싶은 것이 있어요. 재봉을 가르쳐주실 수 있나요?"


"어머나, 드디어 저의 천재적인 감각이 오르카호에서도 인정받는 건가요? '부띠끄 드림위버'를 차릴 날도 머지않았군요. 수강료는 비쌀텐데 괜찮으시겠어요?"


"네?"


"에?"




사정을 들어보니, 이 둘은 아쉽게도 패션에 눈을 뜬 것은 아니었다. 트리아이나의 보물찾기를 핑계로 휴가를 만들어준 사령관에게 감사의 표시를 하고싶어 고민하다 훈장을 만들어주기로 했다고 한다.


이런 방면의 손재주를 믿을 만한건 이 천재 오드리 뿐이라 찾아왔다고 한다.


세이렌 양은 휴가를 보내는 사이 사령관에게 꽤 호감이 생긴 것 같고, 하치코 양은... 말 할 필요도 없으리라. 자신 역시 휴가를 계기로 오랜만에 실력을 낼 수 있어 즐거웠다. 손을 빌려주도록 하자.




"굿. 실과 바늘, 옷감도 다 있으니 바로 시작해볼까요. 여러분의 인스피레이션을 구현해보죠."




예상은 했지만, 재능 있는 학생들은 아니었다. 하치코는 메이드라고는 하나 어디까지나 호위를 위해 만들어졌고, 세이렌은 델리케이트함은 찾아볼 수 없는 대화력병기를 다루는 바이오로이드. 둘 다 재봉과 같은 섬세한 수작업에는 맞지 않는다. 실패하여 버려진 실과 옷감만으로도 스카프 하나 쯤은 만들고 남았으리라.




"으앗?!"


"바느질을 할 땐 손을 조심해야죠. 괜찮나요?"


"다치면 안돼요!"




하지만 오드리는 이 쪽이 좋았다. 저 작은 아이들이 만들어낸 노력의 결정은 오히려 서툴기에 애정이 담겨있다는 것을 한 눈에 알 수 있었기에.




"마지막으로 포인트를 살짝 넣어볼까요?"




옷을 만들고 남은 장식을 몇 개 꺼내어 하치코와 세이렌에게 보여주었다. 빨강이 예쁘다느니, 사령관에게는 파랑이 어울린다느니 싸우다 두 색을 섞은 보라색으로 합의했다.




"이렇게? 이렇게? 됐다!"


"퍼펙트하진 않지만, 이 정도면 합격이라고 해드리죠."


"우와! 하치코 성공했어요!"


"후훗, 고맙습니다. 오드리 씨."


"고맙습니다!"


"솔직히 말해 우수한 학생들은 아니었지만, 가르치는 보람이 있었네요. 좋은 자극이 됐어요. 하치코 양, 세이렌 양. 수강료는 두 분이 제 런웨이에 서주는 것으로 대신하죠."


"그럼요!"


"알겠습니다!"








로크가 오르카호에 합류하고, 길었던 휴가도 끝이 다가온다. 정원사와 경호메이드와 요리사가 메이드장에게 혼나는 사이 하치코와 세이렌이 사령관에게 다가간다.


올라가는 입꼬리를 억지로 누르고, 허리 뒤로 작은 선물상자를 숨기고.




"쥬인님!"


"사령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