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치바 사회부는 마츠시타가 있기 가장 어려운 곳이었다. 언론사 기자실의 답답함이 가장 큰 이유였지만 그만큼 참기 어려운 이유가 있었다. 아마 기자실만큼 대기내 담배연기의 농도가 높은 곳은 없을 것이었다. 아마 담배연기를 막 들이쉰 흡연자의 입속의 농도가 더 옅을지도 몰랐다.

 물론 마츠시타는 흡연자였다. 매일같이 수시로 담배연기를 자기가 원해서 마시는 그녀였다. 그녀에게 담배연기는 삶의 고통을 잊을 수 있는 하나의 낙이었다. 그러나 그 담배연기는 자신이 피우는 담배에 대한 것이었다.

 남이 피운 담배냄새는 흡연자가 제일 싫어하는 것 중 하나였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라도 남의 입을 거친 음식은 먹을 수 없는 것이었다. 어쩌면 이중잣대일지도 모른다. 그런들 어쩌겠는가. 담배연기는 누구나 싫어하는 법이었다.

 실내에서 담배를 피는 것은 불법이었다. 그러나 그 법안에는 문제가 있었다. 오래전 연초담배가 합법일 시절 만들어진 법이라는 것이었다. 때문에 그 법은 연초의 실내흡연에 대해서만 금지했고 전자담배에 대해서는 그 어떤 규제도 없었다.

 시간이 지나 연초담배가 급지되자 실내흡연 규제는 아무 의미도 없는 법이 되었다. 비흡연자 사이에서는 법안 개정에 대한 목소리가 커졌다. 전자담배에 대한 규제도 포함시켜달라는 것이었다. 그 법안을 필사적으로 막고 있는 것은 연초담배의 시장을 장악한 전자담배 회사들이었다. 매년 담배 판매량 갱신을 하는 그들은 막대한 돈을 국회에 퍼부으며 전자담배에 대한 규제를 최대한 막아왔다.

 전자담배회사들은 돈만 퍼붓지 않았다. 역시 막대한 개발비용을 투자해 담배냄새를 줄이는 방안을 만들어왔다. 적은 향을 내는 담배를 내기도 했고 반대로 다른 향기를 넣은 담배를 내기도 했다. 전자의 경우에는 막상 흡연자가 담배연기를 제대로 느낄 수 없다는 이유로 오래지나지 않고 시장에서 사라졌다. 반대로 후자의 경우 엄청난 대 히트를 치게 되었다. 단순히 박하, 페퍼민트 같은 허브향을 넘어 과일향, 초콜릿, 커피, 심지어 과자향이 나는 담배까지 팔리고 있었다.

 그렇다면 그런 좋은 향기가 나는 전자담배라면 담배향이 덜하지 않을까 생각할 수도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 못했다. 물론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한두명이라면 오히려 방향제보다 좋은 향기를 냈다. 그러나 사람이 늘어나며 그것이 십수명을 넘어간다면?

 가장 많은 음식이 모인 곳은 두곳이었다. 뷔페와 뷔페 음식물 쓰레기통이었다. 각자 따로 둔다면 좋은 향이었지만 수많은 다른 향이 한곳에 섞여 뒤엉킨다면 남는 것은 그저 악취 뿐이었다. 그런 악취속에서 어떻게 일하는지 궁금할 수도 있었다.

 답은 간단했다. 냄새가 난다면 자신이 피우는 담배 냄새로 그걸 지우는 것 뿐이었다. 흡연을 하지 않는 신입 기자들이 입에 전자담배를 물게 되는데는 1주일도 걸리지 않았다.

 그런 곳에서 가장 고통받는 것은 마츠시타였다. 앞서 말한대로 연초담배를 실내에서 피우는 것은 불법이었다. 아무리 담배가 들어있지 않은 그녀의 가짜 담배라도 말이었다. 실내흡연금지법은 담배의 정의를 자상하게도 불을 피워 환각작용을 유도하는 막대모양의 기호식품의 총칭이라 규정하고 있었다. 판례에 따르면 연초담배는 물론, 말아피우는 대마초, 심지어 종이를 태워 입에 무는 것까지 포함되어있었다.

 실내에서 담배를 피울 수 없었던 마츠시타는 어떻게든 그 담배연기를 지우기 위해 갖은 노력을 했다. 제일 처음 시도했던 전자담배는 집안 어딘가에 내팽겨둔지 오래였고 코 밑에 치약을 발랐던 날에는 거울 앞에서 자괴감에 하루종일 시달리기도 했다.

 결국 마츠시타가 깨달은 것은 사람의 코는 생각보다 적응이 빠르다는 것이었다. 기자실에 도착해 몇십분만버티면 그 냄새는 어느정도 익숙해질지도 모르는 향이 되어있었다. 물론 그를 위해 언제나 그녀의 자리에는 짙은 향이 나오는 방향제가 놓여있었다.

 그녀가 취재를 이유로 바깥에 다니는 이유도 기자실에서 담배연기를 맡기 싫었기 때문도 있었다. 한동안 취재를 명분으로 기자실로 출근을 하지 않았지만 슬슬 눈치가 보였던 마츠시타는 어쩔 수 없이 사회부로 출근을 해야 했다.

 그런 노력을 하면서까지 마츠시타가 기자실의 있는 이유는 단순했다. ‘츠즈라누키와 덴세츠 사이언스의 사이에 관한 의혹-ver2.word’ 마츠시타가 작업하고 있는 문서의 파일명이었다. 츠즈라누키 이치카의원과 덴세츠 사이언스에 대한 마츠시타가 모은 모든 자료를 정리한 기사였다.

 오늘 아침 스미스에게 초본을 보낸 마츠시타였지만 여전히 부족한 것이 많아보였고 그녀의 작업은 좀처럼 끝날 것 같아보이지않았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열정이 있었다. 어떻게든 츠즈라누키에게 복수를 하고 싶었다. 그녀의 비리를 밝혀 죽은 토오노의 복수를 하려는 것이었다.

 그 순간 기자실에 스미스가 들어왔다. 그는 들어오자마자 외쳤다.

 “마츠시타! 내 자리로!”

 이제는 익숙한 말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스미스는 마츠시타가 보낸 기사의 초본을 보았을 것이었다. 어쩌면 그녀 인생의 최고의 기사가 될지도 모르는 기사였다. 일본 최고의 기업과 중의원이 엮인 스캔들. 그 스캔들이 일어날지도 모르는 기사를 보고 스미스가 가만히 있을 리가 없었다.

 분명 그녀를 인정한다며 칭찬을 할 것임에 틀림없었다. 그런 기대를 하며 마츠시타는 스미스의 자리로 걸어갔다. 언제나의 스미스의 목소리와 다름이 없음을 모른채.

 “마츠시타, 네 초본은 잘 읽었어.”

 스미스는 자리에 앉아 자신의 책상 위에 인쇄된 마츠시타의 기사를 내려놓았다. A4 용지 10장에달하는 분량이었다. 더 이상 줄이지 못할 정도로 내용이 엄청났던 것이었다. 마츠시타의 기사는 그정도로 대기사였다. 그렇기에 마츠시타는 다음 스미스의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게 아티클이야?”

 그렇기에 다음으로 이어진 스미스의 반응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스미스의 얼굴은 지금껏 처음보는 화로 가득했다. 그는 화를 많이 냈지만 이정도로 얼굴에서조차 화가 느껴질 정도로 화를 낸 것은 처음일지도 몰랐다.

 “기사가 너무 길어서인가요? 어떻게 줄여야 할까요?”

 그렇기 말하며 마츠시타는 자신을 자책했다. 그러게 기사가 너무 길었어. 토모도 너무 길어서 읽기 힘들다고 했잖아. 그렇다면 어디를 줄여야 할까. 뺄 곳이 어디에 있을까.

 “지금 누가 길이를 따져? 마츠시타, 기사에서 가장 중요한 게 뭐야?”

 “얼마나 이슈가 되느냐요?”

 마츠시타의 말은 어느정도 사실이었다. 사람들은 자신에게 중요한 기사를 읽지 않았다. 사람들은 언제나 자극적이고 말초적인 기사만 읽었다. 정치기사는 점점 외면받고 자극적인 연예계, 스포츠등에 사람들의 관심이 몰렸다. 안타까운 현실이었지만 현실은 언제나 그런 법이었다.

 “노노! 기사에서 가장 중요한 건 팩트야! 마츠시타, 네 기사에 얼마나 팩트가 들어있나 생각해봤어?”

 “80퍼센트 정도 아닐까요?”

 20퍼센트는 마츠시타의 기자로서의 생각과 의견, 추측에 대한 것이었다. 그녀가 수집한 모든 자료의 총합이었다. 어쩌면 80퍼센트 이상의 사실이 담겨있을지도 몰랐다.

 “제로야!”

 마츠시타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0퍼센트일 리가 없었다. 스미스는 기사 한장을 집어들어 읽기 시작했다.

 “츠즈라누키 이치카 중의원은 덴세츠 사이언스와 관계되어있다. 츠즈라누키 의원은 현재 덴세츠 사이언스를 위해 바이오로이드 규제에 관한 법을 만들고 있으며… 그래서 그 증거는? 팩트는 그럴싸한 말의 나열이 아냐. 팩트는 말야, 사실과 그에 따른 근거가 필요한 법이야! 아무리 진짜 사실이라도 근거가 없으면 아무도 믿어주지 않는다고!”

 스미스는 그렇게 외치며 마츠시타의 기사를 쓰레기통에 버렸다.

 “네가 뭘 준비해왔는지는 알아. 이걸 터트리면 특종이겠지. 그리고 이걸 기사로 내면 터지는 건 우리 회사야! 이걸 보고 덴세츠 사이언스가 뭐라고 할 지 알아? 겨우 이정도 의혹이면 반대 근거 찾을 필요도 없이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만 해도 될 테니 할 일도 없다고 좋아라하겠어!”

 마츠시타는 반박하고 싶었다. 전부 사실이라고, 기사에 틀린 것은 없다고. 이 기사는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그러나 동시에 마츠시타는 스미스의 말에 반박할 수 없었다. 근거를 댈 수가 없었다. 기사의 출처를 밝힐 수 없었다. 야쿠자를 통해 얻은 정보라는 것을 기사에 쓸 수가 없었던 것이었다. 그런 출처를 밝히느니 차라리 근거가 없는 것이 더 설득력있을 테니.

 “대기업이랑 국회의원을 상대할 거면말야, 의혹을 던지는 건 역풍만 불어오게 할 뿐이야. 네가 가진 정보력보다 저 기업놈들과 정치가놈들이 가진 정보력이 뛰어나다고. 그걸 우리는 자본력이라 하지. 이걸 너 같은 경력있는 기자한테 굳이 가르쳐야겠어? 간단한 기사의 삼원칙부터 가르쳐야해?”

 스미스의 말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그것을 마츠시타는 조용히 듣고만 있었다. 분했다. 그런 말을 듣고 분하지 않을 사람은 없었다. 동시에 마츠시타의 분은 자기 자신에게도 향하고 있었다. 어째서 그런 것을 예상하지 못한 것이었을까. 어쩌면 복수에 눈이 멀어 기자로서 지켜야할 것조차 잊어버린 것일지도 몰랐다.

 “뭐해. 돌아가서 기사를 써와. 이런 의혹 같은 건 갖다 버리고.”

 분했다. 참을 수 없이 분했다. 마츠시타의 모든 것을 담은 기사였다. 목숨의 위협까지 느끼며 구해온 자료들로 만든 기사였다. 그것이 기사가 아니라니. 자리로 돌아가는 마츠시타의 다리는 분을 이기지 못하고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자리로 돌아온 마츠시타는 작업하고 있던 기사를 바라보았다. 어쩌면 스미스의 말대로였을지도 몰랐다. 이 기사가 대단하다고 생각한 것은 자신 뿐일지도 몰랐다. 마츠시타의 눈이 멀어있었던 것일지도 몰랐다.

 마츠시타는 조용히 문서를 닫고 삭제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는 책상에 머리를 파묻고 조용히 눈물을 흘렸다. 지금껏 해온 것이 무엇이었단 말인가. 평생에 남을 기사라고 생각했지만 이렇게 문전박대 당할줄은 생각도 못했다.

 기사가 세간에 묻히는 것도 생각을 했던 그녀였지만 기사화 자체가 될 수 없다는 건 생각도 못했다. 그것이 너무나 화가 났다. 너무나 화가 나서 주체할 수 없었다. 컴퓨터를 끈 마츠시타는 눈물을 숨긴채 자리에서 일어났다.

 “마츠시타, 어딜가!”

 스미스의 외침에 마츠시타는 화를 내며 답했다.

 “취재 나갑니다!”

 어디를 가야 할지 아무 생각도 없었지만 일단 나가서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았다. 어떻게든 이 기사를 세상에 내보낼 것이었다. 마츠시타는 그렇게 마음을 다지며 익숙한 담배악취로 가득한 기자실을 나서 더욱 악취로 가득한 세상으로 나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