켈베는 불안감을 느꼈다


페도를 척결하던 자기가 오히려 그 선을 넘어버렸다는것을


그래서 켈베는 이것을 남의 죄로 덮어씌우기로 하였다


첫번째 대상은 마리


평소에 페도취향을 어필한 그녀에게 덮어씌우기는 마치 식은죽먹기와도 같을것이였다


하지만 마리는 그날 사령관에게 손을 대지 않았다는 알리바이가 확실하여 실패하고 말았다


두번째 대상은 리리스


사령관을 스토킹하는 그녀에게 덮어씌우기 또한 쉬워보였다


하지만 리리스는 오르카호 모두가 아는 공인 아다인 바, 만일 시도했더라도 리제의 견제가 있었을것이기에 용의선상에서 제외되었다


세번째 대상은 네오딤


정신연령이 낮고 곧 잘 사령관과 어울리는 그녀에게 덮어씌우는것은 자연스러울것이다


하지만 네오딤은 사건당일 정황과 거짓말탐지를 사용한 심문에서 진실된 주장이 입증되어 통해 혐의를 벗어났다


함께 수사를하던 세이프티는 문득 탈론페더를 떠올렸다


그녀의 기록물에 진범이 찍혀있을지도 모른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켈베는 그것을 미리 손을 써두었다


탈론을 매수하기위해 많은 참치를 상납했다


결국 장비 오류로인한 문제가 발생했다는 이유에서 세이프티는 기록물을 확인하지 못했다


켈베는 아직 안도할수 없었다


범인이 분명 오르카내에 존재하지만 특정하지 못하는 이상 수사는 점점 심화될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세이프티는 닥터에게 과학수사를 요청하자는 제안을 했다


켈베는 긍정적인 대답을 하지못했다


오히려 부정할수밖에 없었다


닥터에게까지는 미처 손을 쓸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녀의 장비를 이용한 수사는 확실히 켈베가 범인임을 드러나게할것이다


세이프티는 의문스러운 눈빛을 보였다


더이상의 수사는 용의자를 특정하지 못한채로 수사망이 너무 확대된다는 의견을 말했다


켈베는 결국 부정하지 못했다


그녀는 결국 하고싶지않았던 생각을 했다


그녀는 가기 전 먼저 용의자목록을 정리하자고 제안했다


세이프티는 평소와 다른 그녀의 행동에 또다시 의문을 품었다


그것은 점점 의문에서 의심으로 변하고있었다


그녀를 쳐다보는 눈초리가 전보다 거세졌다


그러나 아직은 확신하지 못했다


의문이 있지만 그녀의 말에 따랐다


수사실로 가는 오르카호의 복도


창밖은 심해의 바다


둘만 있는 복도에 두쌍의 걸음소리가 울린다


켈베는 침을 삼켰다


수사실 2미터 앞


켈베는 등줄기에 땀이 흐르는것을 느꼈다


수사실 문 앞


켈베는 왼손을 꽉 쥐었다


세이프티는 문을 열었다


방음이 잘되어있는 작은 수사실


책상위에 용의자 파일이 놓여있다


세이프티는 문 바로옆의 스위치로 불을 켰다


이윽고 앞으로 나아가 파일뭉치를 양손으로 집어들었다


켈베는 문을 조용히


그러나 확실히 


닫았다


세이프티는 파일을 서랍에 넣기위해 몸을 돌렸다


그 순간


그녀의 정수리와 이마사이에 무언가가 부딛혔다


길고 무거우며 딱딱하고 차가운 물건 


누군가가 허리춤에 달고다니는 물건


그 물건은 세이프티의 머리에 다시한번, 두번, 세번 닿았다


그러나 그녀는 그것이 자신에게 닿았다는것을 첫번째 이후론 느낄수 없었다


쓰러지는 매우 큰소리가 났다


방음이 잘되어있는 작은 수사실


파일들은 몸을 돌릴때의 관성으로 옆을 향해 주르륵 널부러졌다


켈베는 세이프티를 지긋이 바라보았다


미동없는 그녀를 보며 불안감과 안도감이 동시에 몰려왔다


하지만 이윽고 켈베는 위화감을 느꼈다


입구의 정면에 있는 작은 창


순간 무언가가 움직였다


이곳은 심해


생선인가?


켈베는 창에 시선을 두며 한발짝 앞으로 갔다


두발짝


세발짝


다시 무언가가 움직였다


보였다


그것은 명백히 사람의 형태였다


고개는 이쪽을 향하고있었다


창밖에 누군가가 있다


켈베는 재빨리 걸어오던 반대편으로 뛰어 문 옆의 스위치를 껐다


호흡이 급격하게 거칠어졌다


눈을 깜빡이지 않은지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알아차리지 못했다


땀이 이마를 타고 흘러내려와 숙인 고개의 콧잔등에 모였다


창밖의 누군가가 이 광경을 봤다


그녀는 다시 재빨리 창문쪽을 향해 달렸다


오르카호의 잠수도크쪽을 향해 멀어져가는 형체


켈베는 얼어붙었다


머리가 백지가 되었다


부동자세로 생각하길 몆분


그녀는 결국 잠수도크로 쫒아가지 않았다


오르카호에 잠수를 할수있는 바이오로이드는 그리 많지 않다는것을 떠올렸기 때문이다


그녀는 우선 바로 아랫층의 정비소로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