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아멧. 귀환합니다."


"응. 수고했어. 오늘 비행 성적은?"


"최고속 65km/h.. 평균 속도 50km/h입니다. 어제에 비해선 ...좀 낮아졌네요."


"...알고 있구나 티아멧."


"..."


"이 씨발련이 그걸 아는데도"


연구원의 손이 높이 올라갔다가 매서운 속도로 내려온다. 곧 얼굴에 부딪힐 것을 알기에 두 눈을 질끈 감는다.


그리곤 잠에서 깬다.








"하아...하아...하아..."


"티아멧! 괜찮아?"


"ㄴ..네.. 괜찮습니다 사령관."


티아멧의 얼굴에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사령관과 같이 잠들었을때에는 악몽을 꾸지 않는다고 해도, 늘 같이 잠들어줄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래서 티아멧의 침실에 몇가지 측정기구를 설치하여 위급할때마다 사령관이 뛰쳐오곤 했다.


"사령관... 피곤하실텐데 죄송합니다..."


"아냐. 넌 잠도 제대로 못잘텐데."


"...부탁입니다. 돌아가주세요"


".... 알겠어."


티아멧이 서글퍼진 표정으로 사령관을 돌려보냈다. 방문이 열리고 닫히는 것은 진한 미련의 표정을 불러왔지만 사령관도, 그녀 자신도 그 표정을 볼 순 없었다.


최근 악몽의 강도가 점점 심해지고 있었다. 단순히 과거의 순간적인 기억에서부터, 심각한 트라우마로 남았던 장면들의 회상까지. 

물론 그럴때마다 서랍에서 사탕을 꺼내 물고선 그 포장지를 만지작 거렸다.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스스로를 진정시킨 후, 해가 뜨기 직전에야 다시 잠이들었다.


꿈의 내용은 거의 일정했다. 가족같던 분위기의 연구원들. 자신의 실적을 칭찬해주는 관계자들을 만나고선 연구를 나간다. 


기분좋은 바람. 과거의 많은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비친다. 하지만 그걸 즐길 여유는 없다. 더 빠르게. 조금 더 빠르게 가지 않으면...


다시 연구실로 돌아오면. 간단한 실적보고를 한다. 오늘의 속도 등을 보고하고 나면 어제와의 비교를 한다. 그리고 그중 대부분은 변동이 없거나 오히려 실적이 줄어서, 사람들의 표정이 어두워진다.


분명 아까 전까진 그렇게 웃는 표정이었는데. 다 나때문에, 내가 실패한 바람에. 내가. 내가 다 망쳐버렸다. 모두가 나를 손가락질 한다. 난 내가 만들어진 이유조차 이루지 못하는 그런 모조품일 뿐이었다.

그러한 일련의 생각이 티아멧의 머릿속에 박혔다.


간단한 주먹질에서 고문에 가까운 전기 충격기까지. 사람들의 '벌'은 점점 심해졌다. 간신히 방으로 돌아오기까지는 꽤나 오랜시간이 걸린다.


그리고 그쯤에서 다시 현실로 돌아온다.


아직도 머릿속에선 좀더 잘 해야한다는 생각만이 감돈다. 잠이 부족해 띵한 머리를 부여잡는다.



 옷을 챙겨입고 사령관실로 간다. 

그리고 문앞에서 망설인다.


사령관과 있고싶다.

사령관과 있으면 안된다.

난 사령관과 있고싶다.

나같은건 사령관과 있으면 안된다.


머리속에서 두 감정이 맞부딪혔다.

정확히는, 한쪽의 색이 머릿속을 뒤덮으면 뒤이어 다른 색이 머리를 뒤덮었다. 몇번이고 고민했고, 몇번이고 망설였다.


"티아멧 거기서 뭐해?"


"ㅇ..아무것도 아니에요! 그.. 오늘도 산책을 나가도 될까요?"


"...같이 나갈래?"


얼굴이 붉어지며 어찌할줄 모르는 표정을 지었다. 그런 티아멧을 사령관이 손을 잡아 이끈다.




"사령관은 나를 어떻게 생각하나요?"


"응?"


"..그냥... 혹시 제가 뭐 잘못하고 있는건 없죠?"


"응. 요즘 잘하고 있는데? 왜?"


"아뇨...그냥... 그냥요"


"티아멧... 뭐 별거 안해도 괜찮아. 그 전에 니가 있던 곳의 기록을 봤는데..."


이야기를 이어나가던 도중, 사령관의 전화가 급하게울렸다.


"이 바보! 어딜간거야 이 중요할때! 엄마가 오르카 바로 앞에서 쓰러졌어! 철충들이 급습했다고!"


"뭐?"


"수는 많지 않은데, 우리 위치가 너무 안좋아. 아니 어디 갈거면 지휘권이라도 주고가던가. 지휘권 하나 안주고 탐사만 얘기하니까 엄마가 지금 지원군 한명 못부르잖아!"


"미안.. 금방 애들 보낼게, 조금만 버텨줘"


사령관의 낯빛이 금방 어두워졌다.


"사령관... 혹시 지금 가봐야해요?"


"아마 그런거 같아... 티아멧은 조금 더 있다가 올래? 지금 오르카는 조금 위험한거 같아서."


"그치만 사령관을 혼자 보내기에는..."


"티아멧?"


사령관이 티아멧을 부르며 고개를 들었다. 그 눈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는 티아멧에게 너무나 정확히 들렸다.


"...그럼... 이따가 돌아갈게요."




사령관이 도착할 때 즈음, 지원부대가 도착해서 일이 거의 마무리 되어가고 있었다. 사령관은 상황을 확인하고 사령관 실로 돌아갔다. 

 기존의 정책에 뭔가 문제가 있었다. 사령관은 자기 자신이 또다시 틀렸다는 것에 슬퍼했고, 우선 지금 일어난 문제부터 고치기로 했다.

 그렇게 사령관은 며칠을 방에서 고민했다. 다른것은 나중에 생각해야 했다. 그게 사령관의 자리라고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직 대답... 못들었는데."


사령관을 먼저 보내고 대화를 곱씹는다. 최근 잘못한 것은 없다고 했다. 뭐 별거 안해도 된다... 예전의 기록을 보았다...

예전의 무슨 기록을 보았을까. 내가 실험실에 있던 기록? 내가 사람들에게 그런 일들을 당하는 기록일까. 내가 다른 개체들을 보고 그냥 지나쳤던 기록? 훈련에서 죄수들을 대상으로 실전을 연습했던 기록?


아무것도 하지않아도 좋다는 것은 사실 내가 뭘 하는게 사령관에겐 피해가 아닐까?

나와 산책하는 것때문에 다른 바이로오이드들이 피해를 본걸까? 사령관은 그거때문에 상처받을까?

만약 그렇다면 사령관은 나에게 또 아무말 못하고 혼자서만 웃으며 넘길텐데. 과연 사령관은 방에서 혼자 있어도 웃고있을까?


사령관이 돌아간지 벌써 3시간이 지났다. 사령관은 연락을 받지 않는다. 

사령관이 많이 바쁜가보다. 좀더 있다가 가야한다. 좀 더 있다가...






그렇게 8시간이 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