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사령관, 만나서 반가워. 이 누나, 굉장히 기쁜 거 알아? 누나 이름은 포츈이야. 사령관도 보면 알다시피, 이 누나는 완전 실력 좋은 엔지니어거든! 철충을 상대하는데, 바이오로이드 군대만이 필요한 건 아니거든~. 우리 사령관이 로봇을 다루게 되면, 이 누나가 힘이 되어줄게. 누나는 이쪽 분야에서 최고였으니까. 누나가 확실하게 서포트 해줄 수 있어."


푸른 작업복 안에 받혀 입은 흰 셔츠. 정말 누가 봐도 공순이 같은 모습이었다.


"바이오로이드 따위가 내 누나? 어떤 놈 머리에서 나온 생각인지 몰라도, 언어 모듈을 고칠 수 있다면 손보는 게 좋을 거야. 공순이."

"어머어머, 그거 실례. 누ㄴ......미안해요, 사령관님?"

"인간님이라 불러. 사령관이라는 직책 따위는 아무래도 좋아. 어차피 인간은 나 하나 밖에 없잖아."


공순이는 곤란하다는 표정을 짓는다.


"으음......알겠어, 요."


일단 공순이는 그대로 냅둔다. 잠수함도 정기적인 메인터넌스가 필요할 테고.


"어이, 메이드 년. 함내 방송으로 바이오로이드 전부 긁어와. 어디서 뭐하는 년들인지 얼굴 한 번 보자."

"네, 알겠습니다."


흩어졌다는 바이오로이드들. 그에 비해 함내에 남아있는 녀석들은 아마 처음부터 외부 활동이 적은 비전투원이리라.


우선 함내에서부터 쓸모없는 년들을 버릴까.


"안녕하세요, 주인님! 페어리 시리즈가 왔어!"


사령관실에서 기다리고 있자니, 처음 들어온 건 삼안에서 개발한 농업용 바이오로이드 팀이었다.


"전부 긁어오라고 했을 텐데?"

"그...콘스탄챠 씨는, 한 번에 많은 사람들이 몰리면, 혼란스러울 테니...차근차근 들어가는 게 좋겠다고..."


밀짚모자를 쓴, 심약해 보이는 바이오로이드가 말한다.


"아아, 정말 주제 넘지 않나요? 어디까지나 주인님을 가장 먼저 발견했을 뿐인데, 자기가 뭐라도 되는 양 이래라저래라......주인님의 곁에 진정 어울리는 건, 저 뿐인데."

"리제 언니, 갑자기 그렇게 다가서면......"


실눈 바이오로이드가 붉은 눈동자를 뜨며 쓸데없이 다가오자 밀짚 년이 만류하고, 아쿠아라 자칭한 꼬맹이는 입을 다문다.


대충 어떤 관계인지 보이는군.


"너희들이 할 수 있는 일을 말해봐라."

"네, 물론. 나무들을 예쁘게 자르고, 주인님의 소중한 정원을 어지럽히는 벌레들을 도려내는 게 제 일──."

"말해보라니까. 어서. '명령'이 들리지 않는 거냐?"

"......"


잠자리 년이 입을 다물고 뒤를 스윽 돌아본다. 이쪽의 시야에서는 표정이 보이지 않지만 살벌한 표정을 짓고 있는 건 알 수 있다.


농업용 바이오로이드 따위에 관심없던 나라도 알고 있는 년이 하나, 있다.


덴세츠 제도 아닌데, 제대로 돌아버린 년이라고.


밀짚 년과 금발 꼬맹이가 서로 눈치를 본다. 밀짚 년이 뭔가 말 하려는 모양인데 입이 쉬이 떨어지지 않는지 파들파들 떨린다.


그 모습을 본 금발 꼬맹이는 목에 뻣뻣히 힘을 주고 앞으로 나선다.


"우린 정원 관리사야. 리제 언니가 가지를 치고, 다프네 언니가 마이크로봇으로 정원을 돌본다면 난 물을 조정해 식물들을 자라게 했어. 물론 내가 언니들처럼 많이 팔리진 못했지만......그래도 내가 성능이 떨어져서 그런 건 아니야. 원래 한 가지 목적으로 만들면, 다용도보다 좀 덜 팔리는 건 당연한걸!"


금발 꼬맹이는 제 손에 들린 물뿌리개를 힘없이 내려보았다.


"어쨌든, 난 좀 늦게 태어난 덕분에 첫 번째 전쟁이 멸망 전쟁이었어. 난...활약할 틈도 없었지만...그래도 물 대신 산성 용액을 철충한테 뿌리면서 열심히 싸웠거든?"


그리고 다시 나를 올려다 보며, 도전적인 미소를 입가에 띄운다.


"두고 봐. 이번에는 언니들보다 내가 더 잔뜩 활약해서, 유명해질 테니까 말이야."

"......흐응, 증명하고 싶다는 건가? 좋다, 아쿠아. 네가 활약할 무대를 만들어 주겠다고 약속하지."

"정말?! 고마워, 사령관!"


마음가짐이 마음에 든다. 바이오로이드 주제에, 향상심이 제법인걸.


그리고, 마이크로봇이라 했던가......


"어이, 밀짚 년."

"......네? 아, 네넷! 부, 부르셨나요?"


버벅거리긴. 그래도 질문할 게 있다.


"네년의 마이크로봇으로 무엇을 할 수 있지?"

"그......싸, 싸움을 말씀하시는 거라면, 마이크로봇으로 철충들에게 부식 용액을 끼얹을 수 있어요."

"내부에?"

"네, 내부에도, 외부에도."


부식 용액을 자체 생산할 수 있다면 탄약의 낭비를 줄일 수 있겠군. 다리의 관절만 부식시켜도 대부분 무력화 시킬 수 있을 테니.


"하, 하지만......저는, 싸움에 익숙치 못해요. 그, 그렇지만......의료용 모델로도, 존재한 적 있어서. 약물 등을 상황에 맞게 투입하는 식으로, 간호사 역할도 할 수 있어요."

"약물 투입? 뭐, 체내의 병균 등을 절제하기라도 하나?"

"그, 그것도 가능하고......신진대사를 활성화 시킨다든가, 그런 거에요."

"좋아. 둘 다 채용."


정원...이라기 보단 농업 쪽으로 돌릴 거지만, 대충 둘이면 충분하겠지.


특히 신진대사의 활성화......내 몸을 원래대로 고치는데 큰 도움이 될 거다.


일단 이 앙상한 몸에 살을 불리는 것부터 시작해야지.


"주, 주인님? 둘이라니요...? 저희는, 지금 셋인데..."

"요안나. 들어와."


벌컥 문을 열고 요안나가 들어온다.


"어이쿠, 짐이 밖에서 대기하고 있는 건 또 어떻게 알았나 모르겠군."

"참견하길 좋아하는 성격이잖아."


그다음, 말 없이 턱짓하자 밀짚 년의 안색이 창백해지며 아쿠아를 끌어안아 눈과 귀를 가렸다.

생각보다 눈치가 좋은 년이군.

 

"......이런이런, 짐을 망나니로 쓰는 건 그대 밖에 없을 거야."


개떡 같이 말해도 찰떡 같이 알아듣는 요안나. 눈치가 없는지 아직도 어리둥절해 하는 잠자리 년에게 다가간다.


"미안하네, 리제 공. 아무래도 이 함은 자네를 필요로 하지 않는 모양이야."

"뭐? 그게 무슨 소──."


잠자리 년이 반응하는 것보다 빨리, 요안나가 후려쳐 기절시켰다.


요안나는 잠자리 년을 안아 들며 묻는다.


"전투와 관련된 장비와 모듈은 분리해 두겠네. 그 후의 처리는?"

"굳이 말로 해야 돼?"

"......알겠네. 군기를 잡기 위함. 그렇게 여기지."


요안나가 나간 후, 밀짚 년이 금방이라도 울음이 터질 것 같은 눈으로 올려봐 온다.


"뭘 봐. 가서 네 할 일이나 해. 다음 년들 들어오라고 해."

"......네, 네에."


밀짚 년이 아쿠아를 꼬옥 붙든 채 나가고, 다음 팀이 들어온다.


자아, 이번 팀도 쓸만한 것이 많았으면 좋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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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충 처리는 아쿠아도 할 수 있다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