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그러니까 1부부터 이벤트 주제를 VR로 정해놓고 갔으면 오히려 큰 문제는 없었을 것 같음. 다만, 그렇게 할 경우 최소한 마키나 디자인은 지금과 판이하게 달라야겠지만. 


나는 1부 스토리를 읽으면서, 작중 무대를 실체 없는 증강현실로 생각하였음. 그렇잖아. SF도 아니고 적당한 근미래 시점에, 욕망을 그대로 물질화시켜서 만들어 줄 수 있는 AR이 있다? 너무 과도한 거 아닐까. 마키나란 '개체'가 그런 오버 테크놀로지가 가능하면 더더욱 이상하고. 그래서 작중 등장인물들이 보는 등장인물 외의 것은 마키나가 제작한 홀로그램 외에도, 최면 등 어떤 보조적 매체에 의한 환각이라고 인지했음.


근데 갑자기 짜라란, 이게 다 매트릭스 세계에서 벌어진 일이다? 당연히 온갖 설정충돌이 날 수밖에. 현실과 동떨어진 환상으로 사용자를 속이는 행위라는 점에서는 VR과 AR이 비스무리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세세한 점에서는 당연히 다를 수밖에 없지. 그리고 그 세세한 점이, 이 유사 게임 유저들이 그렇게 호평하던 '세계관 설정'과 연관된 부분이라면 더더욱.


마키나의 구원자로서의 사명감을 강조하는 데에 너무 치우쳐서, 소탐대실한 결과물이 2부라고 생각한다. 심지어 서사를 그렇게 많이 몰아줬는데도, 맵 깨느라 정신없는 와중이라 그렇지 다 뭉쳐서 읽어보면 이게 왜 이렇게 되는지가 이상한 점이 너무 많음. 이런 세계관 설정상의 실수는 상당히 안 좋다고 생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