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필름이 끊겼어! 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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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겨우 베로니카의 몸에 물을 한가득 뿌리고 나서야 자신이 악령이 아니란 것을 깨닫고는 분위기가 다시 사그라들었다. 그때부터 그녀들은 사령관을 찾기 시작했다. 울창한 숲속에서 각자의 호칭으로 사령관을 힘껏 불렀다.


"반려님! 반려님! 어디계신가요!"


"사령과안? 사령관니임! 어디계세요!"


"사령관님! 제 목소리가 들려주시면 대답해 주세요... 우으... 머리야..."

.

.

.

"어딨는지 찾으신지요?"


베로니카의 물음에 꾀죄죄한 유미와 키르케는 고개를 저었다. 베로니카는 붉은 눈을 개방해 아무 죄 없는 그녀들을 바라봤다. 베로니카의 그 붉은 눈알은 사령관도 가끔씩 소름끼쳐했던 것이였기에 유미와 키르케도 혼이 나듯이 덜덜 떨며 베로니카와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베로니카 또한 자신이 화를 내야할 대상은 이곳에 없다는 듯 다시 눈을 감았다. 그리고, 그제서야 그녀들은 레오나가 생각이 났다.


"아참... 곧있으면 사령관님이랑 레오나 대장님의 결혼식이 시작할텐데..."


"헤에~? 그게 오늘이였어요?"


"아니 그건 아니고요... 며칠 뒤라고 했는데... 정확한 날짜는 모르겠어요..."


순간, 그녀들은 레오나의 눈빛이 느껴졌다. 말을 거는듯 하기도 했다.


'뭐? 사령관이 없어졌다고? 너희들, 내가 결혼식한다고 했는데... 사령관이 사라졌다고?! 어?!'


그녀의 눈빛은 지휘체계들 중에서도 가장 차갑고, 매서운 것으로 소문이 자자했다. 만약 그녀들이 사령관을 찾지 못한다면, 레오나에게 갈기갈기 찢겨질 것이다. 레오나 뿐만 아니라 모든 지휘관들은 그녀들을 몰아붙일 것이다. 문신과 숙취가 문제가 아니였다. 유미는 울부짖으며 사령관을 찾았다.


"사령관! 사령관님! 사령관님! 제발 대답해주세요! 사령관님! 흐아앙~~"


유미는 결국 울음을 참지 못했다. 울창한 숲속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보니 유미의 새하얀 후드티도 진흙으로 완전 더럽혀졌고, 키르케와 베로니카가 겨우겨우 팔과 다리를 잡아 허공으로 들어올리면서 유미를 진정시켰다.


"진정하십시오 자매님! 천천히 찾아보면 사령관이 어디 계실지 알수 있을 겁니다!"


"맞아요! 베로니카의 말좀 듣고! 좀 진정해요 유미양!"


"흐윽... 진쨔여? 사령관님 못찾으면 우린 레오나 대장님한테 죽을 거라구요!"


"...우선, 다시 시내로 돌아가 봅시다. 어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기억나는 자매님 있으신가요?"


유미와 키르케는 고개를 저었다. 베로니카는 얼굴을 일그러뜨리고 미간을 어루만지며 진흙이 잔뜩 낀 낫 겸 기관총을 탁탁 털고나서, 몸을 씻기 위해 깨끗한 물을 찾아나섰다. 다행히도 몇분만에 아름답고 깨끗하며 깊어보이는 호수를 발견했고, 몸에 있던 진흙들을 깨끗이 씻은 후, 다시 높디높은 건물들이 보이는 곳으로 발길을 옮겼다.


"가, 같이가요 베로니카씨!"


"벨! 조금만 천천히!"


"자매님들이 느린 겁니다. 그리고 키르케? 그렇게 부르지 마십시요."


멸망 후 방콕 시내에서의 아침은 멸망 전과 다를 것 없이 활기가 넘쳤다. 전쟁 후 많은 바이오로이드들이 이곳, 방콕에 몰려들었고, 각자의 방법으로 화폐, 직업, 통치방법을 만들어 평화롭게 방콕에서 살아가고 있었다. 유미와 키르케, 베로니카는 멸망전과 똑같이 길거리에서 밥을 만들고, 그 밥을 먹고, 야채와 고기를 사고파는 브라우니들을 보며, 인간과 다를 바 없는 생활을 하고 있는 그녀들을 바라보며 신기해했다. 그렇게 경치에 눈을 홀린 사이에, 그녀들은 어제 갔던 클럽 앞에 도달했다. 그러나, 클럽은...


"어이! 거기 셋! 당장 여기 선에서 떨어지도록!"


사디어스가 위풍당당하게 입구를 막고 있었다. 사디어스 뿐만 아니라 리앤 등등 시티가드 대원들 대부분이 건물 앞에서 행인들의 출입을 막고 있었다. 건물의 외벽 또한 어딘가 불탄듯 보라색은 어디가고 까무잡잡하게 태워져 있었다. 베로니카는 막무가내로 들어가볼려고 사디어스에게 따지러 성큼성큼 다가갔다.


"거기 수녀님? 미안하지만 여기에는 들어갈 수가 없어... 잠깐만, 어디서 본 듯한 얼굴인데?"


"전 모르겠네요. 어제 반려와 술을 마시고 기억이 없거든요. ...그나저나 어제 여기에 갔던 사람인데... 왜 못들어가죠?"


"아, 그게 말이지... 말하자면 조금 긴 예기다. 클럽 내부에서 사람들끼리 싸움이 벌어졌었는데, 갑자기 경찰들이 출동하니까 우리보고 보지 까라면서 화염병을 던진거 있지? 사람들 말을 들어보니까... 구호가 '자지를 내놔라'...였나? 하여튼 그거 때문에 불도 나고 사람들도 많이 체포당하고 그랬었지."


"그, 그럼 경찰관님... 언제 들어갈 수 있죠? 저희 사령관님이 사라져서..."


"아, 유미모델이구나... 우선 여기는 오늘은 관리자, 직원들만 출입가능하도록 했어. 내일이나 모레에 다시 와야될 것 같다."


대화를 듣던 리앤이 그녀들에게 다가가 유미에게 대답해줬다. 베로니카는 한숨을 푹 쉬더니 더이상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되는듯 유미와 키르케를 끌고 건물 주변을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그리고, 몇분후에 베로니카는 뒷골목에서 클럽 안으로 들어 갈 수 있는 환풍기를 확인했다. 그러나, 그 환풍기의 입구는 지상에서 대략 3.5미터정도 떨어져 있었다.


"이얏! 조금만 더 높이 뛰면 될 거 같아요! 흐잇차!"


"아직 한참 멀었습니다 유미. ...하아~ 어쩔수 없군요. 키르케?"


"ㅇ,에?"


"잠시 등좀 빌리죠."


베로니카는 그 후에 바로 키르케 위로 목마를 탔다. 키르케는 깜짝 놀라 이리저리 휘청였지만 바로 벽으로 기울여 그쪽으로 기댄 베로니카의 재치 덕분에 그 둘을 쓰러질 수 없었다. 베로니카는 그후에 유미를 멍하니 바라보니 두 손을 쫙 내려 유미의 허리를 잡아 들어올렸다.


"꺄악!"


"금방 끝나니까 조금 조용히 해주시지요 자매님이시여..."


베로니카는 그대로 유미를 환풍구로 올려줬고, 유미는 환풍구의 막혀있는 입구를 낑낑거리며 열려고 시도했다.


"...아으 왜 안열리는거야! 에잇!"


'팡!'


유미는 마지막으로 힘껏 입구를 당겨봤고, 그제서야 철판으로 막혀진 환풍구는 윗쪽으로 열렸다. 하지만, 관성으로 인해 그녀들은 점점더 뒷쪽으로 꺾이기 시작했고, 간신히 정신을 차린 유미가 철판을 잡아 매우 힘들게 버티고 있었다.


"어어... 어어? 어어!"


"버텨! 버티라고! 무너지면 허리 뽀개진다!"


처음 들어보는 베로니카의 말투에 모두가 정신을 차렸고, 유미가 힘껏 앞쪽으로 몸을 당기면서 목마는 원형으로 유지되었다. 몇분정도 안정을 되찾은 유미는 그대로 환풍구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무엇인가가 발에 걸려 있었고, 뒤를 돌아보니 베로니카가 뭘 망설이고 있냐는 표정으로 유미를 바라보고 있었다. 유미는 처음에는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결국 자신을 끌고 환풍구 안으로 들어가라는 뜻을 이해해버렸고, 창백한 얼굴로 베로니카를 다시 바라봤다.


"히...히익! 전... 못버텨요! 허리가 끊어질 거라구요!"


"...그 뜻은... 저희가 무겁다는 뜻이겠죠?"


"아, 아니! 그게 아니라!"


"다시 말씀해 주시죠. 저는 지금... 평정심을 잃으려고 합니다."


"그그그, 그러니까아아! 끌어올릴게요! 끌어올리겠다구요!"


"유미양! 힘들면 힘들다구 해요! 무리하면 안돼요!"


유미는 그 말이 들리지 않았고, 다시는 베로니카의 그 붉은 눈을 보고싶지 않았기에, 젖먹던 힘까지 끌어올려 베로니카가 잡고 있던 발을 환풍구 안으로 들여보냈다. 그제서야 베로니카 또한 환풍구 안으로 키르케와 함께 낑낑거리며 들어왔다. 베로니카 또한 숨을 헐떡이며 유미를 바라봤다.


"허억... 허억... 쉬운일이 아니였군요... 무례를 저질러 죄송합니다 유미 자매님..."


"헤헤... 아니에요... 이제 저기 클럽 안으로 들어가볼까요?"


"저, 저기... 벨?"


"...제가 그렇게 부르지 말라고 했을 텐데요?"


"노팬티에요?"


"히익! ...흠흠! 뭐라고 하셨습니까?"


키르케는 베로니카와 떨어지면서 무의식적으로 윗쪽을 바라봤고, 선명한 복숭아를 봐버렸다. 처음에는 믿지 못했지만, 너무나도 확실했던 시각 증거는 키르케를 더더욱이 괴롭혔다. 베로니카 또한 당황한듯 흠칫 놀란 표정을 급히 수습하고 키르케를 바라봤다.


"아니... 진짜 노팬티에요? 벨?"


"...신앙심이 깊을수록 선정적인 생각은 하지 않게 되는 편입니다."


"아니 벨, 그러니까 노팬티라는 거에요?"


"그런 생각만 머리에 꽉 차 있으니... 반려님을 찾고 오르카호로 돌아가면 포교활동을 더 열심히-"


"노팬티 맞네. 후훗..."


베로니카는 할 말이 잃었다. 키르케는 장난기 가득찬 얼굴로 능글맞게 웃으며 베로니카를 흘겨봤다. 짜증이 확 난 베로니카는 환풍구 안쪽이 울려퍼지도록 소리를 꽥 질렀다.


"그래! 노팬티 맞습니다! 그래서 불만 있어요?"


"헤에~ 오르카 호 안에서는 코헤이 교단의 충실한 수녀님인줄 알았더니... 우리 벨, 이렇게 보니까 초 에로 빛치였군요!"


"저, 저기 여러분들-"


"아악! 짜증나! 키르케... 사령관을 찾은 뒤에 당신도 신의 곁으로 보내드릴 겁니다! 각오하세요!"


"하하! 괜찮습니다. 귀중한 자료를 하나 알고 죽는다고 하더라도 후회는 없답니다?"


"모두들 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고 계시는 거에요?! 사령관님을 찾아야 된다니까요!!"


유미 또한 환풍구가 가득 차도록 소리를 질렀고, 그제서야 분위기는 다시 심각해졌다. 베로니카가 먼저 헛기침을 잠깐 했다.


"크흠, 흠! 죄송합니다. 본래 해야한 일을 까먹어 버렸군요. 빨리 이동하시지요 자매님."


"뉘에뉘에 에로 수녀 빛치 선생님!"


"...오르카 호 안에서 보자구요 키르케..."


몇분정도 환풍구를 엉금엉금 기어다녔고, 키르케는 잠깐씩 보이는 베로니카의 구멍을 바라보며 웃음을 참을 수 없었는지


"쿠쿡.... 킼! 시원해서 좋겠다... 공기로도 느끼고 있으신건가?"


이런 추임새를 내며 베로니카의 속을 이리저리 긁어댔고, 베로니카는 더이상은 이런 이야기를 피하고 싶었는지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또다시 몇분뒤, 마침내 환풍구는 자그마한 철판으로 다시 막혀있었고, 유미는 이번에는 발로 그 철판을 걷어찼다.


"에잇!"


"파팡!"


철판은 그렇게 열렸고, 어젯밤 저녁에 보였던 화려한 클럽은 어디가고, 무너진 건물마냥 완전히 박살나 직원들에게 수리를 받고 있는 클럽만이 그녀들을 맞이했다. 조각상들은 완전히 부셔져 있었고, 천장에 있던 샹들리에와 조명들은 부셔져 바닥에 펼쳐져 있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이런 초췌한 클럽만이 남아있는지 그녀들은 궁금해 했지만, 그것은 우선 뒤로 미루고, 사령관을 찾아봤다. 환풍구에서 폴짝 뛰어내려 클럽 안에서 사령관을 불러봤다.


"사령관님! 사령관님! 어디계시나요? 대답해주세요!"


"반려님! 여기에 계십니까? 빨리 오르카 호로 가자구요!"


"사령관님! 어디 있으신지 대답해 주세요! 여기 벨의 노팬티가 있답니다?"


"야이 마녀 자식아!"


"후훗... 그러면 입고 오시던지요?"


그렇게 그 셋은 티격태격거리며 사령관을 찾았다. 그리고, 그 행동을 누군가가 제제시켰다.


"거기 세분! 여기는 오늘 출입금지입니다! 어떻게 지금까지 남아계신- 어?"


""-어?""


하늘색 머리, 분홍색 눈, 그리고, 빨간 바니걸 복장... 그녀는 어젯밤 사령관과 그녀들에게 술을 나눠준 바텐더, 아우로라였다. 아우로라는 유미의 얼굴 문신들을 보고서는 무서웠는지 뒷걸음질을 치며 도망가기 시작했다.


"하...하와와... 으아아~!! 문신한 괴물들이다!"


"어어? 도망간다! 어서 잡아요!"


유미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베로니카는 그림자같이 아우로라를 재빨리 잡았고, 그자리에서 아우로라를 눕혔다.


'콰당!'


"으갸악!"


"드디어 잡았군요... 이런 파렴치한 것! 사령관을 어떻게 하신거죠?"


"사령관? 그 인간 남성분 말씀하시는 거에요?"


"마, 맞아요! 우리 사령관님 돌려주세요!"


"호오~ 역시 노팬티라 몸놀림이 가볍네요!"


"이런 상황에서는 제발 좀 진지해 주시면 안될까요 키르케?"


"후훗... 미안해요 벨? 제가 아직 취기가 사라지지 않아서..."


그렇게 잡담은 짤막하게 끝났고, 엎드려 누워있는 아우로라는 결국 울음을 터트렸다.


"흐, 흐아앙~ 저는 달라는 대로 드렸고, 그것밖에 한 건 없어요~ 흐아앙!"


"...당신도 사령관이 어딨는지 모른다는 겁니까?"


"제가 어떻게 알아요? 그쪽들이랑 클럽에서 분탕치다가 나가셨는데!"


"부, 분탕? 저희가 분탕을 쳤어요?"


"당연하죠! 당신들 때문에 클럽이 이렇게 된거라구요!"


그들은 의아했다. 도대체 필름이 끊긴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던 그녀들은 아우로라를 일으켜 세웠고, 고개를 꾸벅 숙였다.


"실례를 저질렀군요... 죄송합니다 자매님..."


아우로라에게 사과를 한 그녀들은 마지막 필름이 끊기기 전 기억나는 바로 이동해 이야기를 나눴다.


"...그러니까, 사령관이라는 분과 함께 여기서 술을 마셨고, 그 술을 마신 뒤 필름이 끊겼고, 일어나보니 진흙더미에 있었던 거라구요?"


"...네에... 아우로라님! 제발 사령관님이 어딨는지 알려주세요! 저희 안그러면 레오나 대장한테 찢겨 죽는다구요!"


"저, 저는 모른다니까요! 그리고! 당신들 여기서 나갈때 사령관이라는 남자랑 같이 여길 떠났어요!"


"그런가요? 후우... 유미양, 그럼 여기에는 없다는 뜻일텐데..."


그때, 베로니카는 눈을 뜨고 아우로라에게 점점더 다가갔다. 아우로라는 깜짝 놀라 미동조차 하지 못하고 베로니카에게 팔목을 잡혔다.


"히...히익!"


"어젯밤... 우리한테 무엇을 먹였는지... 알려 주실수 있으신가요?"


아우로라는 아무런 거부도 하지 못하고 술잔과 술, 그리고... 알약? 을 가져왔다.


"알약? 이런건 나도 없는데... 이건 뭐에요?"


"그쪽 분들께서 이 클럽에서 가장 잘 나가는 술로 달라고 해서 준거잖아요? 여기 건물 안에서 엄청난 양의 이 알약들이 발견됬는데, 그 약을 위스키에 넣고 마시니까 그렇게 맛이 좋다고 해서..."


"그럼, 이 알약을 위스키에 넣어서 우리한테 준 거에요?"


"그럼요! 자 이렇게..."


'퐁당!'


아우로라는 술잔에 위스키를 넣은뒤 알약을 한알 집어넣었다. 그 알약은 점점 녹았고, 위스키의 색 또한 빨간색으로 바꾸어놨다.


"...마실래요?"


"절대 안되요! 필름이 또 끊길순 없어!"


순간, 베로니카는 미간을 약간 찌끄러뜨렸고, 다시 아우로라를 바라봤다.


"혹시... 그 약이 어디에 있었는지 알려주실수 있으신가요?"


아우로라는 바 밑에 있는 공간에서 상자를 하나 꺼냈다. 아우로라의 말대로 상자 안에는 알약이 가득 들어가 있었고, 상자 겉표지에는

(루플린과 깜짝선물)

이라고 쓰여져 있었다. 베로니카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소리를 질렀다.


"루플린??!!"


"음? 이게 뭔지 알아요 벨?"


"이건 마약이라고요 마약! 먹으면 그대로 전에 있었던 일들이 아무것도 생각이 안나고! 그런 약을 우리한테 준거에요?! 아아... 신이시여... 저는 용서받을 수 없는 죄를 지었습니다..."


베로니카는 고개를 떨구고는 흐느끼며 참회했다. 그러고선 결심한듯 상자를 들어올려 집어던질려고 했다.


"꺄악! 뭐하는 짓이에요! 이건 우리 클럽의 소중한 판매물건이라구요!"


"이... 이거놔요! 참회를 할려면 이것도 모자르다구요! 에잇!"


'팡!'


상자는 그대로 바닥에 엎어졌지만, 그 사이에서는 또 다른 하얀색 가루들이 뭉개뭉개 피어올랐다. 그리고, 상자 밑바닥에는 알 수 없는 하얀 가루들이 있었다. 베로니카의 손에도 그 가루가 묻어 있었고, 이를 의아해하며 자신의 손을 바라봤다.


"이건 또 뭔가요... 햝짝!"


"그걸 왜 햝아요 벨!!"


"조용히 하십쇼 키르케! 이게 뭔지 알아볼려면 이거 말고 다른 방법은 없잖아요?! 킁킁... 냄새도 뭔가- 윽!"


'콰당!'


베로니카는 말을 끝마치지 못하고 그대로 땅바닥으로 쓰러졌다. 유미와 키르케도 놀라서 소릴 질러버렸다.


"꺄악 벨!"


"베로니카씨! 베로니카씨! 정신을 차려봐요!"


유미가 베로니카를 흔들어 봤지만 허공을 바라보며 눈을 뜨고 있는 베로니카의 목을 짚어봤다. 맥박이 느껴지지 않았다. 유미는 다시 귀를 베로니카의 코로 가져다 댔다.


"...숨을 안쉬어요..."


"...죽었어요?"


"아니야... 아니야... 이건 아니라고!"


유미는 누워있는 베로니카에게서 소름이 끼치는듯 뒤로 파바박 물러났다. 그리고, 순간 입구쪽에서 사디어스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이~ 무슨 일입니까?"


"이건 아니야... 저기 시티가드 분들이 온다면 베로니카를 우리가 죽였다고 할 거라고요! 키르케... 어떡하죠?"


"어... 어... 어떡하지..."


키르케는 안절부절 못하고 이곳저곳을 둘러봤다. 그리고, 바 옆에 술들을 보관하는, 딱 길이가 베로니카의 키만하며, 살얼음이 담겨진 냉장고가 보였고, 유미를 불러세웠다.


"유미! 일단은... 저기 냉장고에..."


그제서야 유미와 아우로라, 키르케는 베로니카를 들어 그 냉장고 안에 집어넣고, 문을 닫았으며, 확실하게 자물쇠로 잠그기까지 했다. 그리고, 사디어스는 그녀들을 맞이했다.


"여어~ 무슨 일이기에 이렇게 고함을- 당신들, 아까 거기서 봤던 사람이지? 내가 얼굴에 문신한 특이한 사람은 기억을 잘 하고 있지!"


"어... (아우로라님! 어떻게라도 좀 해줘요!)"


키르케는 아우로라의 허벅지를 팔꿈치로 툭툭 건드리며 속삭였고, 아우로라 또한 깜짝 놀라며 입에서 나오는 대로 말을 했다.


"그, 그게... 아! 여기 직원분들이에요! 직원분!"


"흐음? 저렇게 얼굴에 문신을 해도 직원으로 뽑나?"


"어엄... 약간 취향이 특이하신 분들 때문에 저같이 한두명만 뽑혔죠... 헤헤..."


"흠... 그렇고만... 근데, 그 수녀님은 여기서 일 안하시나?"


"아, 우리 벨은... 어... 아! 저기 옆 문신소에서 일해요!"


"아, 그래? 그런 거였군... 근데, 너희들 왜 소리를 지른거지?"


"아, 그게 물건을 옮기다가 떨어뜨려서 말이죠... 헤헤..."


사디어스는 바 옆에 넘어진 상자를 보고서는 이해를 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렸다.


"흠... 꽤 무거운 거 같은데, 도와줄까?"


"아, 괜찮습니다 경관님! 어짜피 버릴려고 했던 거였거든요... 그냥 청소부들 시키면 됩니다!"


"오호~ 시민들을 도와주는 경찰이 청소부가 하는 일을 뺏으면 안되지... 암! 그렇구말구! 쨋든 알겠다! 그럼 이만 가보도록 하지."


사디어스는 자신의 옷을 한번 펄럭이며 뒤로 돌아 입구로 빠져나갔다. 셋은 그렇게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휴우... 다행이다...""


셋은 그자리에서 한동안 아무말도 못했다. 그러다가, 문득 사령관이 생각난 유미는 다시 아우로라한테 물어봤다.


"근데... 혹시 저희가 여기서 무슨 짓을 했는지 알려주실수 있으세요?"


"...이거 끝나고 손해배상 청구 할 줄 아세요... 따라와요."


아우로라는 뾰로통한 얼굴로 바를 나섰고, 유미와 키르케는 그런 바니걸을 쫓아갔다. 베로니카는 완전히 잊어버린듯 했다. 쨋든 잠시 걸어가다 보니 아직까지 멀쩡해 보였던 CCTV실에 도착했고, 그녀들은 화면을 바라봤다. 아우로라는 한숨을 푹 쉬더니


"이건 한번도 편집된 것이 없는 촬영분이니까 다 보고 사실이냐고 물어보시지 마세요."


라며 영상을 재생시켰다. 

.

.

.

""건배애애애!!!""


'짠!'


청아하게 유리잔이 부딪히며 소리를 냈고, 넷은 그렇게 술을 들이켰다. 전부 원샷을 하고서는 각자마다의 탄성을 질러냈다.


"크으~ 이게 씨발 섹스지!"


"으음... 이건... 저도 처음 먹어보는 맛이네요..."


"헤헤... 우와! 맛있다! 달콤하다가 쌉싸름하게 퍼져나가요!"


"...이건 인정해야되겠군요..."


"이야~ 한잔씩 더 마실래?"


""좋아요!""


"이봐요 바텐더! 여기 4잔 추가!"


"알겠습니다."


'스윽'

...

"바텐더! 4잔 더!"


'스윽'

...

"바텐더! 쒸뽤 4잔 더 주쉐요!"


'스윽'

...

"바~~~텐~~~더~~~"


'스윽'

...


술은 계속해서 그들의 위속으로 들어갔고, 몇시간이 지났을까... 넷은 그제서야 바를 떠나 위태롭게 댄스장으로 향했다.


"...꺼윽~"


"솨령관넴~ 벌쒀 취하쉰건 아니져?"


"암~ 그러쿠 말구! 쒸바 기분 좋다!"


"춤도 못추시는 사령관께서... 으읅! 무슨 춤을 추시겠다고... 딸꾹! 여기까지 오신거에요... 우웩!"


"...쒸발 못참겠다! 다비켜!"


베로니카는 사령관과 유미, 키르케를 밀쳐 댄스장 한가운데로 들어갔다. 그리고 나서는 이리저리 헤드벵잉을 하며 미친듯이 춤을 추기 시작했다. 아주 요란한 댄스는 모두의 이목을 집중시켰고, 손님들은 그런 베로니카를 보며 열광했다.


"우와! 저기봐! 수녀가 미친듯이 춤추는데?!"


"어머! 얘들아! 수녀가 트월킹한다!"


"우와! 창녀 수녀! 창수녀!"


순식간에 댄스장은 과열됬고, 베로니카의 뜨거운 엉덩이 춤은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모두가 그녀의 트월킹을 따라하며 엉덩이를 위 아래로 흔들어 재꼈다. 사령관은 그렇게 멍하니 댄스장을 봤고, 위 아래로 왔다갔다거리며 그를 유혹하는 엉덩이들을 참을 수 없었으며, 점점 자신의 쥬지가 세워지는게 느껴졌다. 그대로 디제잉을 하고 있는 곳으로 다가가 믹싱을 하고 있던 브라우니를 집어던지고선 마이크를 들어올렸다.


"이야~ 기분 좋다! 지금부퉈! 섹스파티 시작한다! 놜 잡으면! 끄읅~ 따먹어봐라! 지금부터...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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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파티 섹스파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