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세계가 열광하는 듯 했다.


정말 그런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당장 내 옆에있는 사람들은 확실히 TV화면을 보고 환호성을 질렀다.


귀가 떨어져나갈듯이 소리를 지른 그들은 잠시 흥분을 가라앉히고 나에게 명령했다.



"어우 목아퍼, 야! 물좀 가져와"



나는 대답하지 않고 즉시 행동에 옮겼다.


옆에 있던 빈 컵을 들고 주방으로 가 주전자에 미리 끓여놨던 따듯한 물을 조심히 따랐다.



"이야, 저게 라비아타란 말이지? 저게 진짜 기계라고?"


"정확히 말하자면.. 인간의 유전자로 만든 가짜 인간이지. 인간과 비슷하지만 어디까지나 인조일 뿐이야"



등 뒤에서 아직 신남이 뭍어있는 대화가 오갔다.


그들이 화면을 통해 보고있는것은 '라비아타' . 삼안 산업의 기술력이 총 집합된 바이오로이드의 프로토타입이다.


기존의 기술과는 궤를 달리하는 초 하이테크놀러지로 제작된 바이오로이드 라비아타는 제작 전부터 전세계의 많은 기대를 끌어모았으며, 오랜 기다림 끝에 마침내 오늘 대중에 공개된것이다.


내 뒤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두 명도 라비아타를 손꼽아 기다리던 사람들 중 하나였다.


'이제 바이오로이드의 시대가 열린거야'

'빨리 상용화됐으면 좋겠다'


라비아타는 그들의 기대를 완전히 만족시킨 듯, 쉼없이 바이오로이드에 대한 찬사를 쏟아냈다.



그들의 반응은 충분히 이해가 갔다.


라비아타는 아름다운 여배우의 유전자를 써서 매우 아름다웠고,  아주 강했다.


그리고 기계와는 달리 실용성면에서도 뛰어났다.



쪼르르르..



컵에 물을 다 따르고 나는 쟁반위에 올려 조심스럽게 옮겼다.


끓인지 좀 됐지만 아직 온도가 유지됐던 물은 솔솔 컵 위로 따듯한 김을 뿌렸다.


그 때문인지, 눈앞이 뿌얘지는것이 느껴졌다.


나는 컵이 떨어지지 않게 잘 잡고 나머지 손으로 눈가를 닦았다.


"야 왜이렇게 늦게 가져와? 하여간.."


컵을 조심스럽게 전달하고 두손을 모은 뒤 고개를 숙여 말했다.


"죄송합니다.."


"됐어, 이제 들어가 있... 응? 너 우냐?"


눈 앞에 있는 그가 내 얼굴을 쓱 보더니 놀란 눈으로 계속 쳐다봤다.


아직 물이 다 닦이지 않았는지, 눈에서 볼을 타고 주르륵 물이 흐르는것이 느껴졌다.


"뭐야.. 맛이 가기 시작했나? 눈물 흘리는 기능도 없는게"


나는 다시금 물을 닦고 이번엔 사죄가 아닌 안녕의 인사를 꾸벅 하고 돌아섰다.


그리고 그들에게서 멀리 떨어져있는 좁은 방 한 구석으로 갔다. 그 곳엔 외롭게 덩그러니 놓여있는 콘센트가 하나 있었다.


나는 옆에 쭈구려 앉아 옆구리에 달려있는 충전 플러그를 길게 뽑아 콘센트에 꼽아넣었다.


그들의 모습은 벽 너머에 있어서 보이지 않았지만, 소리는 작게나마 들려 아무것도 없는 이 방 한켠에서 엿듣기는 유일하게 할 수 있는것이 되었다.


'이제 저거 버려야 되나봐'

'새로 사게? 그러지 말고 바이오로이드 상용화 될 때 까지만 가지고 있지?'

'그걸 언제 기다려? 금방 나온대?'

'요즘 시대가 어느 땐데, 이미 라비아타를 매개로 하위호환 가정용 바이오로이드를 양산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이야'


그들은 나를 버린다는 이야기를 하고있었다.


라비아타가 발표 된 지 얼마나 지났다고 나는 벌써 구시대 유물, 폐품 취급을 받고있다.


하지만 나는 별로 개의치 않았다. 왜냐하면, 나에겐 감정을 갖는 기능이 없기 때문이다.


나는 조용히 눈을 감고 부족했던 배터리잔량이 플러그를 통해 서서히 온 몸에 차오름을 느꼈다.



얼마 지나지않아 나는 누구에게도 기억되지 않겠지.


그저 다른 구 시대 유물처럼, 하나의 고철덩어리로 돌아가겠지.


시대의 흐름이란 그런거지. 나도 한 때는 분야의 천재들이 모두 달려들어 만든 AI였는걸


나는 이제 버려질 인공지능 휴머노이드 아니, 구 시대 유물이다.





이런것처럼 바이오로이드의 등장 이전엔 AI 로봇이 가정용으로 많이 상용화됐을거고, 그 로봇들이 버려질 때 로봇을 대변하는 소설같은거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