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 애호 짤

https://www.pixiv.net/artworks/87003165





전편 https://arca.live/b/lastorigin/19745798

이번 것도 전편 후반부에서 갈래 나눠지는 거니까 전편을 먼저 보고 읽어주라. 전편에서 '모두가 다같이 울고 있었다' 바로 직전부터 다시 쓰는거니까, 참고해줘







대폭발 이후, 결국 메이를 하루 종일 찾아다녔지만 빨간 머리카락 한 올 이외에는 아무것도 찾을 수 없었어. 사령관은 물론, 지휘관들과 둠브링어 부대원들은 극한의 패닉 상태에 빠질만큼 동요했지만, 막 생체 재건을 마친 사령관의 몸을 정밀 검사 해야 했기 때문에 전장을 뒤로하고 오르카 호로 다시 돌아갈 수 밖에 없었어.


모두가 고개를 들지 못하고, 터벅터벅 걸어서 오르카 호에 탑승 한 후. 사령관은 닥터에게 가서 정밀 검사를 받던 도중 울다 지쳐서 잠이 들었고, 오르카 호가 잠수하는 것과 같이 모두의 마음이 내려 앉아있었어. 


하지만 언제까지고 이렇게 있을 수 없었기에, 마리와 아스널이 지휘관 개체들을 소집해 향후 계획과 메이의 처리에 대한 회의를 열고 있었던 바로 그 때에.


바로 그 때, 생체 재건 설비와 벽 사이에 끼어서 멸망의 옥좌의 파편에 가려져 있었기 때문에 발견되지 못했던 메이가 깨어났어. 잠시동안 멍하니 주변을 둘러보다가, 상황을 파악하고 작은 폭탄을 사용해서 잔해를 치우고 밖으로 나왔지. 하지만 그녀를 반겨준 건 오르카 호의 부대원들도, 자신에게 수고했다고 말해줄 둠브링어 대원들도 아니었어.


바로 사령관의 옛 몸이, 생체 재건 설비 안에 조용히 놓여있을 뿐이었지.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그녀는 사령관에게 다가가서 몸을 흔들어 깨우려고 했지만 몸은 움직여 주지 않았고, 불러서 깨우려 해도 사령관이 일어나는 일은 없었어. 조금만 냉정하게 생각했다면, 이미 설비의 시설을 이용해서 새로운 육체로 사령관이 다시 태어 났을 것이며, 지금 자신의 앞에 있는 몸은 그저 껍데기일 뿐이라는 것을 아주 쉽게 알 수 있었겠지.


하지만 메이는 자신의 목숨을 걸고 사랑하는 사람을 구해내려고 했고, 기절해있다가 방금 눈을 뜬 상태였기에, 그리고 자기 앞에 놓여진 사람이 그토록 사랑한다고 말해주고 싶던 사령관이었기에 그런 기본적인 사고회로를 돌릴 여유가 남아있지 않았지. 


분명 사랑한다고 말하지 못하면 죽으려던건 자신인데, 어째서 그 말을 들어줄 사령관이 죽은건지를, 마지막 남은 수를 써가면서까지 지켜내고 싶었던 사령관이 왜  움직이지 않는지를 이해하지 못했고, 그로 인해 흘러넘치는 감정들은 너무나도 컸어.


사령관을 껴안고는 엉엉 울고라도 싶었지만, 그 망할 개같은 모듈덕택에 껴안으려는 것도, 사령관의 앞에서 눈물을 흘리려는 것도 불가능했고, 사랑한다는 다정한 말은 커녕 왜 죽어버린거냐는 분노의 말마저도 입 밖으로 꺼내는 것을 허락받지 못 했지.


결국 이 감정들은 메이를 미치게 만들었고, 그럴수록 그 감정들은 커져갔으며, 이건 다시 메이의 모듈을 과부화 시켰어. 지지직 거리는 소리가 나면서 메이의 모듈들이 녹아가기 시작했고, 메이의 온몸이 찌그러져갔어.


그렇게 온몸이 찌그러져가는 고통 속에서도, 머리에서는 모듈이 녹아서 쇳물이 되어 떨어지는 상황에서도 메이는 계속해서 사랑한다고 말하려고 노력하고 사령관을 껴안으려고 다가갔지.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그녀의 감정 표현 억제 모듈이 녹아내렸고, 이를 알아차린 메이가, 그동안 몇만, 몇십만번은 넘게 외쳐댔던 말인, '사랑해'라는 말을 외쳤지만, 이미 그녀의 발성 모듈은 망가져서 결국 소리가 나지 않았고, 그동안 억제 모듈에 의해 제어되었던 모든 감정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결국 사령관에게 다가가기 한 발자국 즈음 전에, 메이는 쓰러지고 말았어. 


머릿속에서 메아리치는 극한의 감정들과 이성적으로 판단해도 이해할 수 없기에 일어나는 모순들마저도 사라지기 시작했고, 메이는 점점 활동을 멈춰가기 시작했어. 


불행 중 다행이었을까? 대부분의 사고 회로나 감정 회로가 녹아내리자 더 이상 몸의 뒤틀림이나 모듈이 녹아가는 일이 사라져 갔고, 고급 지휘관 개체였던 메이의 몸이 자가 수복을 시작했어. 비록 부품 조달이 되지 않기에 다리 쪽의 부품을 끌어다 와서 수복하는 것이었지만, 메이의 파멸이 조금 늦추어 지게 되었지.


그런데. 그런데 이게 과연 다행이었을까? 양쪽 다리를 소실하여 복구된 모듈들은 다시 폭주해서 녹아내렸고, 또 일정 범위 이상 녹아내려서 파괴가 멈추자 이번엔 양 팔, 그 다음엔 몸통, 그리고 결국 두 눈만 남기고 모든 부분이 모듈이 되었다가 녹아갔어. 


고급 지휘관 개체였기에 바로 죽는것을 택하지도 못했고, 이 세상의 모든 고통을 다 경험한 이후에야  메이는 두 눈이 계속해서 사랑하는 사령관을 바라보고 있는 채로 활동이 정지되었어...............




물론 이런 상황을 모르는 오르카 호에서는 대조적이게도, 아주 성대한 파티가 열렸지. 사령관이모두에게 건배사를 올렸고, 그 이후 지휘관들과의 술 자리를 가졌어. 그리고 사령관이 말했지.


"그거 제조하느라 부품이 얼마나 들었는데, 벌써 망가지다니"


"그러게  말입니다 각하. 둠브링어 부대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메이 대장의 지휘가 필요한데 말이죠,,,"


"그 존만이년은 그렇게 죽어버릴 거라면 차라리 유전자 씨앗이라도 복제 해놓고 나서 링크 걸고 할것이지. 쳇"


"뭐 그래도 다들 재미 있었잖아요? 그년한테 모듈 박아서 사령관한테 하고싶은 말은 다 못하게 하는거. 그렇게 사령관한테 마음에도 없는 말 한 뒤에 혼자 방에 들어가서 우는게 얼마나 보기 좋았는데요. 하하하하!"


"하긴, 아까전에 몸이 녹아내리다가 다시 수복되고 다시 녹을때는 엄청 재밌더라 하하하!"


"에잉,  그래도 나를 사랑한다고 세뇌시키기까지 닥터한테 얼마나 많은 참치캔을 줘야했는데..... 너무 비싸니까 다음에는 그냥 다른거 가지고 놀아야겠네." ............................








사실 메이의 감정도, 모듈도 모두 사령관이 심어놓은 거였고, 그걸 보면서 구인류같은 짓거리를 하는 사령관과 지휘관들이 있었다는 스토리야. 몸을 바꾸기 위해서 철충과 싸운게 아니라, 그냥 사령관이 여흥으로 즐기기 위해 메이한테 영상으로 세뇌를 시키고 생체 재건 설비 앞에 버려두고는 탈론페더한테 영상으로 찍게 한거지. 그걸 보면서 다같이 술마시고 즐기고 있는거고.


이거 혹시 너무 절망인가? 좀 많이 매운가? 많이 매우면 맵다고 좀 알려주라. 이게 나름 인터넷에서 써도 될만한 소재로 쓴건지 아닌지를 모르겠숴..... 


참고로 나는 메이를 참 좋아한다. 그니까 나한테 뭐라 하지 말자.... 어쨋든 메이 문학이 늘어나는건 좋은거잖아?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