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 사업이 크게 망해서 가족 전체가 취업전선에 뛰어들었다

원래 배워먹었던게 돈버는거랑 크게 상관없는 글쓰기인데다 근처에 일자리도 없는 시골에 사는지라 일할만한 곳은 결국 쿠팡밖에 없더라

그래서 어떻게든 아버지랑 손잡고 쿠팡 출근하고 있는데 참 회의감이 많이 든다

일용직 끝나면 내손엔 딱 6만8천원정도 들어온다. 혼자 살면 그럭저럭 괜찮겠지만 문제는 가족이다

지금은 그럭저럭 버티고 계시지만 부모님이 늙어가시는 게 눈에 보인다. 어떻게든 편하게 해드리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내 손에 6만 8천원으로는 그게 안된다

어머니는 내가 글쓰는 걸 자랑스럽게 여기신다. 근데 정작 아들내미는 그 잘난 글로 10원 한 장 벌어보질 못한 병신이다

새벽일찍 일어나 저녁늦게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에 앉아있자면 이래선 안 된다는 생각이 자꾸만 솟아오른다. 어떻게든 이 상황을 바꾸고, 최소한 6만8천원보다는 많은 돈을 벌어야만 한다

근데 그럴 방법이 도저히 없다는 패배주의가 자꾸만 나를 짓누른다. 지금 당장은 박봉이라도 내 유일한 장기인 글쓰기로 돈을 벌어야 경력이 되어 미래가 보일텐데 쿠팡 일용직 경력은 쌓여봤자 아무 의미도 없다.

소크라테스는 죽기 전 자신이 의료의 신인 아스클레피오스에게 닭 한 마리를 빚졌다는 말을 했다. 위대한 철학자는 삶 그 자체를 질병으로 여기고, 죽음을 그 치료제로 생각했던 모양이다.

물론 어두컴컴한 길이라도 계속 걷다보면 언젠가 좋은 날이 올지도 모르겠지만 그건 반대로 비참하고 지리멸렬한 삶의 억지스런 연장일지도 모르겠다

늦었다 얼른 자야지. 내일은 좀 덜 추운 날이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