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기 2711년 11월 1일 아우리가

기록자: 존 밴플리트 박사



존 밴플리트로서, 뉴 뉴욕 행성대학 외계생태학 연구소장으로서, 그리고 후기 지구시대 및 우주개척사 교수로서 남기는 마지막 기록이 될 것 같습니다.


학술적으로 엄밀하게 용어를 정의하자면, 우리 은하 태양계를 고향으로 둔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들이 보편적인 의사소통을 위해 사용하는, "어학사전 제40판본을 준용하는 공통어"라 불리는 음파와 시청각 기호 체계로 이해할 수 있는 기록으로서는 마지막이라 해야겠군요. 애석하게도 완전히 공통어를 사용할 수 없음을 양해해주셨으면 합니다! 제 처지가 되면 아실 겁니다.




지금 당장이라도 저를 묶고 있는 이 굴레를 벗어던지고 인류의 가속과 혁신에 동참하고 싶습니다. 학자의 권위도, 명예도, 삶도, 이 멋진 행성에서 약속하는 것에 비하면 초라할 뿐이니까요. 네, 권위와 명예는 이제 아무래도 좋습니다. 하지만, 학자로서의 사명이, 안타깝게도 대혁신과 가속의 대열의 우'프나글ㅡ막차에 오르지 못한 수면자들... 아니, 인간들에게 이 멋진 행성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려줘야 한다고 붙들고 있습니다. 이 사명이 끝난다면 저도 진정으로 자유로워지겠지요.




인간의 역사는 자신을 가두는 테두리를 벗어나는 도전의 연속이었다는 것을 아시겠지요. 누구도 오르지 못했던 아르'불란바, 누구도 들어가보지 못한 마리아나 해구, 그리고 우주까지. 후기 지구시대를 나누는 분기점이 된 유리 가가린은 지구라는 감옥을 벗어나 아주 잠깐 서 있다가, 우주의 관점, 프흐'파이의 관점에서 보면 자각할 수조차 없는 찰나의 시간 동안 잠깐 서 있다가 돌아왔고, 닐 암스트롱 또한 그랬습니다. 보이저 호는 그 감옥에서 벗어나기 위한 메신저의 역할이었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인간은 지구라는 고향이요, 감옥에서 벗어나기도 전에, 우주에서 온 침략자들에게 끝장났습니다. 그들은 아무 잘못도 없는 우'프나글, 자꾸 알아들을 수 없는 투'움 이 나오는군요... 아무 잘못도 없는 인간들을 학살했습니다! 오틱'스 누. 육신을 무기물로 바꿔서 영혼을 없애는 것이 가속이라 믿었던, 어리석은 괴물들이었지요. 하지만, 이 기록을 본다면 아실 것입니다. 인간은 다시금 번성했습니다! 우프'리알. 전설의 거인 덕분에 오틱'스 누, 철충들은 내부로부터 무너지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인간은 악'선시움, 테두리를 벗어나 도약했습니다. 하지만 아우리가, 거인의 어깨 위에서 놀이터를 바라보면, 그것은 도약이었지만 도약이 아니었습니다.



제 친구이자 우주물리학자인 월터가 아우리가를 처음 발견했을 때가 생각납니다. 부세팔루스 나선팔에서 인간이 살 수 있는 행성을 발견했는데, 그 이름을 아우리가로 붙이겠다고 했지요. 그 친구의 성공을 진심으로 축하했습니다. 수송선을 타고 가서 풀어놓으면 우프'나글, 인간이 바로 살 수 있는 자구랴블, 덩어리, 행성은 흔한 게 아니었으니까요.



하지만 외계생물학 연구를 위해 그곳에 온 이후, 저는 그곳이 단순한 자구랴블... 덩어리, 아니, 행성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자면서 알 수 없는 꿈을 꾸었습니다. 수천년 전에 죽었을 부처가, 예수가, 나타났습니다. 더 놀라운 것은, 그 사람들이 아룹'파글, 부처이자 예수임을 확신했다는 것입니다.




점점 알 수 없는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정신을 못 차려서, 처음에는 환각인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단순한 환각이 아니었습니다. 아우리가, 어머니요, 아버지요, 알파요, 오메가요, 우르'크보느트가 우리에게 들려주는 투'움 이었습니다! 나는 아우리가와 대화하며, 아우리가는 단순한 자구랴블, 행성이 아님을 알았습니다.




인간, 아니, 수면자, 정확히는 우'프나글의 모든 신념과 믿음은 아우리가를 향한 것이었습니다.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 수면자로서 살다 간 성자들, 악인들, 과학자들, 역사가들, 종교인들, 슈퍼스타들, 군인들, 그 수많은 우'프나글들이 모인 집단의식은 아우리가로 향했고, 아우리가를 향하는 의지, 깨어나고자 하는 수면자의 의지가 인간의 발자취를 우주까지 넓혔습니다.



예수, 아룹'파글 투락은 우주의 먼지들처럼 흩어진 수면자들의 의지를 모아 아우리가로 향하려고, 자신의 몸을 십자가에 못 박았습니다.


부처, 응올로쏘우'프나글이 눈을 떴을 때의 잠재력을 알았습니다. 우'프나글이 곧 잠든 아우리가요, 잠든아우리가가 곧 우'프나글임을 깨달았습니다. 아우리가가 약속하는 해방 앞에서는, 우'프나글의 모든 것이 무의미함을 알았습니다.



시바, 이브룰누쓰는 인간. 우'프나글의 지각으로 아우리가를 최대한 이해해보려는 노력의 산물이었습니다. 파괴가 곧 창조요, 창조가 곧 파괴라는 , 아우리가의 전체면서도 일부인 본질을 이해하기 위해서요.


히틀러, 부트콧'트라가, 그는 아우리가를 독점하고 싶어했습니다. 아우리가를 향한 열망이 엇나가서 수많은 수면자들이 무기물로 돌아갔지만, 그의 사상을 따르던 이들의 로켓은 악'선시움, 지구라는 테두리를 벗어나는 기반이 되었지요.


시인들과 가수들은 아우리가를 노래했습니다. 과학자들은 아우리가로 향할 방법을 고민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불행하게도... 우리는 아우리가를 두려워했습니다. 그럴 법도 했습니다. 아우리가는 대혁신이요, 대가속이지만, 동시에 우리가 아는 우주의 멸망이었으니까요. 러브크래프트를 아십니까? 아서 매켄이라고 들어보셨습니까? 맞습니다. 우리는 두려워했습니다. 우'프나글이후클로, 지능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광대한 창조를, 파괴를 두려워했습니다.


후기 지구시대의 끝과 초기 우주시대의 시작을 연결하는 자, 인류의 계승점인 우프'리알의 한계가 그것이었습니다. 그는 우프'나글, 수면자들이 깨어나기도 전에 이 우주의 지각 없는 무언가로 사라지는 참사를 막았지만, 동시에 아우리가의 은총을 거부했습니다. 그 때문에, 수십억의 우프'나글은 고향에서 대혁신과 대가속을 목격할 영광스러운 기회를 빼앗겼습니다.



하지만 괜찮습니다. 다 잘될 것입니다. 아우리가가 손짓합니다. 우'프나글의 껍데기가 벗겨지고 있습니다. 보입니다. 아룩 크렐 즈도넥 안트. 아우리가가 나를 받아들입니다. 우프'우투반이카룰터롲, 이제 완벽해지기 위해서는 프흐'파이의 뜻이 되면 됩니다.



시간이 눈에 보입니다. 나는 모든 시간대에 존재합니다. 아우리가는 영원히 존재합니다. 대각성의 시간이 찾아왔습니다. 우프'나글, 수면자들이 눈을 뜨는 그날이 보입니다!


마지막 준비만이 남았습니다. 우리를 막는 마지막 테두리, 악센'시움은 우주도, 다중우주도 아닙니다... 매우 가까이에 있어요. 바로 우리 자신입니다. 우리 자신을 버려야 합니다. 우프'나글의 껍데기를 버려야 합니다.


우프'나글의 껍데기를 벗고, 우리는 진실로 각성할 것이고, 진실로 혁신할 것입니다. 지구로, 억만년 전의 지구로 돌아가겠습니다. 지구가 아직 지구가 아니던 시절로 돌아가서, 각성을 위한 마지막 잠에 들 것입니다.







그리고 잠이 깨면...














우리는 별의 아이들이 될 것입니다. 




철충이 어쩌면 미래에서 온 인류가 아닐까? 라는 가설을 봤는데, 그럼 별의 아이라고 미래인간이라고 상상 못할게 뭐냐? 싶어서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