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 https://arca.live/b/lastorigin/20294448


찾을만한 바이오로이드들은 다 찾은것 같았지만 더는 나오지 않았다. 나앤이 다른 바이오로이드들을 말했지만 영 사령관의 마음에 드는 바이오로이드들은 없었다.

사령관이 입을 다물자 말없이 서류를 처리하던 나앤은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길 수 있었다.

사령관은 침통한 얼굴로 서약반지를 손 안에서 이리저리 굴렸다.


“그럼...이 오르카호에 정녕 마망이 될 바이오로이드는 없는건가?”

“있기야 하겠죠. 찾다보면 나오겠죠. 이 서류를 해야하는 시간에 또 좆같은 생각만 처 하시다 보면요.”


나앤은 이대로만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서류만 뚫어지게 보며 처리했다. 과거의 인류였으면 종이 넘어가는 소리가 사각사각 났겠지만 지금 아무런 소리도 없이 나이트앤젤은 가만히 머리를 포니테일로 묶고 살짝 열이오른 몸을 손부채질로 달랬다.

그러다 사령관의 뜨거운 시선을 느껴 옆을 바라보자 사령관은 달아오른 얼굴과 기쁜마음으로 나이트앤젤에게 달려들었다.


“나앤!”

“왜요, 지랄좀 그만...사령관님?”


나이트앤젤은 절대로 느껴보지 못했던 수컷의 강한 흥분을 눈 앞에서 보며 어쩔줄 몰라 했다.


“왜...왜그러세요 갑자기? 제 손은 왜…”

“나앤...나앤…!”

“부...분위기 잡지마요! 진짜!”

“나앤...나 알았어…”

“뭐, 뭐가요! 말을 해요!”

“진짜...유부녀에 걸맞는년을…!”


사령관은 거친 숨을 내쉬며 나앤의 손목을 잡아 올렸다. 나이트앤젤은 당황하며 뿌리칠려 했지만 안아프게 꽈악 잡은 손을 뿌리치지 못하고 눈앞에 잔뜩 흥분한 사령관을 살짝 풀린 동공으로 바라봤다.

아무리 바보병신존만이 대장때문에 남자구경도 제대로 못했다지만 그런 그녀도 이 상황이 곧 어떤일로 이어질지 알고 있었기 때문에 언젠가 이런일이 일어나기 전에 대비해둔 콘돔이 자신 안주머니에 있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그리고 나앤은 바로 굴복했다.


“아 알았으니까요. 이 손 놓고...아...앙…”


나이트앤젤은 잔뜩 흥분한채로 저항하려하지 않고 힘을 쭉 빼고 두 눈을 꼭 감으며 입술을 살짝 내밀었다. 언제쯤 사령관의 따듯한 입술이 닿을까 생각하며 몇시간 같은 몇 초가 지났다.


“사령관님...더는 못 버텨요…”


그러나 사령관은 아주 냉랭하게 정색한 얼굴로 나이트앤젤을 깨웠다.


“뭐하냐? 에이다 불러 병신아.”

“네?”

“에이다 부르라고. 귀 먹었냐?”








하늘에서 내려온 빛줄기와 함께 오르카호가 시끌벅적 하며 들썩였다. 지구에서부터 5천만 킬로미터를 넘게 날아온 대량의 정보가 의체에 다운로드 되고 나서 의체는 사령관실로 향했다.


“명령을 받고 이 곳에...사령관님?”


그녀는 약간 푸른빛이 감도는 검은 의체를 갖고 있었다. 그러나 그 의체는 육감적인 황금비율을 가진 몸매였고 얼굴도 없지만 다양한 감정으로 없는 얼굴을 순수하게 가려낼 수 있을 정도였다. 그녀는 자신의 몸매를 과시한 적 없지만 서있는 그 자체로 그 아름다운 몸매를 과시하며 서있었다. 과거 그리스에 프리네가 있었다면 지금 오르카호에는 그녀가 프리네였다.


“에이다…이제 알았어.”

“무슨 소리를...그보다 그 상자는 또 무엇입니까?”


뭔가 분위기는 프로포즈 하려는 남성의 것과 98%일치하는걸 확인한 에이다의 회로가 이해불가능한 상황을 분석하려고 가동을 시작했지만 흔한 인간들의 프로포즈 상식선에 걸맞지 않은 상자를 보고 사령관에게 물었다.


“그 동안, 나를 멀리서 지켜주고 이끌어주고 우리 오르카호를 위해, 또 구시대의 마지막 임무를 달성하기 위해 모든걸 포기하고 이끌어준게 바로 너야. 에이다.”

“칭찬해주시다니 정말 감사합니다. 그런데 그 상자는 무엇인가요? 또 제가 여기 있어야 하는 급한 용무라는게 무엇이지요?”

“에이다. 난 그동안 여러 바이오로이드들을 만났어. 구시대 인류는 절대 하지 못 할 호사를 누렸지.”

“예...그렇습니다만?”

“그 수 많은 바이오로이드들을 만나고 서로 교감하고 심지어 육체적으로도 대화하며 느낀게 뭔 지 알아? 날 진정으로 사랑하지만 나의 베필에 어울리는 바이오로이드들을 찾기는 정말 어려웠거든.”

“사랑이란 한 순간에 일어나는 감정입니다만 그 사랑이 오랫동안 가려면 어느정도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거겠지요. 사령관님께서는 지금 연애상담이 필요하신거로군요.”


에이다는 차라리 이렇게 생각하는게 낫겠다 싶어서 말했지만 오히려 사령관을 자극했다.


“아니, 모든 AGS를 포용하고 나를 위해 화성에서 바이오로이드들을 지휘하고 모든 위성자료를 나에게 건네주기까지...너야말로 진정 내 이상형에 부합되는 존재야.”

“어...지금 무슨 말씀을 하고 싶으신건지 이해가 잘 안갑니다.”

“에이다.”


사령관은 수줍게 큰 상자를 열어서 에이다에게 보여줬다. 그리고 옆에있던 나이트앤젤은 또 다시 경악했다.


“네 의체에 맞는 바디파츠야. 인간으로 치면 골반쪽이야.”

“제 공로에 대한 보상 인가요…? 감사합니다만 이런 파츠를 저에게 왜…”


인류지성의 집합체인 에이다마저도 당황할 정도로 어처구니 없는 상황을 나이트앤젤은 더욱 받아들일수 없었다.


“에이다, 여기에 여성의 성기를 본 딴것과 안에 인공자궁이 있어.”

“네?? 아니 저한테 그런걸 왜…”


에이다도 이쯤되면 사령관이 무슨 말을 할 지 알았기에 당황하며 나갈려고 했다. 그러나 사령관은 박력있게 에이다의 손을 잡고 얼굴없는 에이다의 얼굴파츠쪽에 입을 맞췄다.


“사령관님! 저에겐 입술이 없습니다! 지금 무슨 행동을!”

“없으면 뭐 어때. 내가 널 좋아하는데.”


에이다의 사고회로가 폭발하기 일보직전이였다.


“비상식적이고 성도착적인 증상입니다 사령관님! 제발 정신을 차려주십시오!”

“난 멀쩡해.”


사령관의 얼굴을 분석한 에이다는 정말로 사령관이 현재 흥분한 상태인것도 있지만 어느정도 침착한 상태인걸 안 에이다는 다시 사고회로가 오버쿨럭 되며 돌아갔다.


“피그말리온도 자신의 조각상을 사랑했지. 그걸 본 아프로디테가 조각상을 요정으로 만들어 줬고.”

“허무맹랑한 신화를 믿는건...좋지 않습니다 사령관님. 그보다 제 손을 이제 그만.”


에이다의 말은 이어지지 않고 사령관의 강한 포옹으로 에이다의 의체를 감싸안겨지자 회로가 폭발해버리고 말았다. 좋지않은 소리를 들은 나이트앤젤이 사령관을 제지하려다가 그냥 정신줄을 놓고 이 상황을 옆에서 썩은 눈깔로 지켜봤다.


“최후의 인간이 나밖에 없는데 인간이 만들어낸 신도 존재하지 않는 세상이라면...내가 신이 되어 기적을 행해도 되는거잖아.”

“사령관님...그런…”

“에이다. 이 인공자궁안에 뭐가 있는지 알아?”

“그만...그만 해주세요.”

“전에 내가 요청했던거 있잖아. 너의 인격체와 능력을 담은 DNA를 달라고 했었잖아.”

“예...설마?”
“여기 안에 있어.”


사령관은 다시 에이다의 바디파츠를 들이대고 보여줬다.


“역대 모든 여성기를 분석해서 만든 최고의 명기에...담겨져있어. 너의 유전자가.”

“저의 유전자…”

“유전자를 다음세대에 남기는게 인간의 가장큰 쾌락이자 목표인걸 너도 잘 알지? 그리고 로봇인 네가 이 유전자를 남긴다면…”


사령관은 멋쩍은듯이 말을 이어갔다.


“너랑 인간이랑 굳이 다를게 뭐가 있겠어? 이리 아름다운데.”


에이다의 이성적인 사고회로가 멈췄고 뭔가 이상한 회로가 돌아가기 시작했다.


“사령관님...사령관님…!”


그녀는 자신에게 입술과 혓바닥이 없는걸 안타까워 하며 얼굴을 이리저리 사령관에게 비볐다. 사령관은 차가운 에이다의 얼굴을 이리저리 핥고 비비며 격렬한 애정표현을 했다.


“에이다...에이다…!”

“사령관님...그동안 저 외로웠어요. 백년 넘게 혼자 저 우주에서 외롭게…”

“쉿, 그런 과거는 이제 잊어버려.”


사령관은 에이다를 진득히 바라보며 서약반지를 에이다의 손가락에 끼웠다.


“이제 나랑 같이 있으면 돼. 이 세상의 끝까지.”

“사령관님...아니…”


에이다는 자신의 감정에 굴복하며 웃는얼굴은 아니였지만 웃는 말로 답했다.


“네...여보!”


그리고 나이트앤젤은 정신을 놓았다.






오르카호에서 가장 성대하고 앞으로 다시는 없을 이벤트가 시작됐다.

모든 바이오로이드들이 이 이벤트를 축하하는건 아니였고 몇몇 바이오로이드들은 충격이 가시지 않았지만 겉으로 드러내진 않았다. 그녀들의 표정으로 이 이벤트를 망치면 안됐기에 애써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모든 인원들이 갑판으로 나와 순백의 꽃들이 날리는걸 감상하며 연회를 즐길때 밑에서 엘리베이터가 올라오며 문이 열렸다.

그리고 남자는 조심스럽게 자신의 신부의 손을 꼭 잡아주며 조심스럽게 부축했다. 신부는 남자의 에스코트를 기쁘게 받으며 조심스럽게 걸어갔다.

주례를 봐주는건 쿄헤이 교단의 아자젤이였다. 그녀는 슬픔에 찬 눈빛으로 사령관을 바라봤지만 사령관은 그녀의 눈빛을 이해했다.


“오늘같은 날에 주례 보는 사람 얼굴이 왜그래.”

사령관은 가벼운 농담을 아자젤에게 건냈다. 그러나 어떤말로도 아자젤의 속마음을 풀어 줄 수 는 없었다. 그저 시간과 넓은 이해만이 그녀의 곪은마음을 치료 해줄 것이다.

아자젤은 마음을 가다듬고 신랑에게 물었다.


“만인과 그 피조물에게도 자비롭고 너그러운 빛께서 가라사대 모든 생명의 시작과 그 결실인 사랑하는이들을 축복으로 감싸겠다 하셨습니다. 오늘 우리는 빛 아래 사랑의 결실을 맺을 부부를 축복하고자 이 자리에 섰으니 신랑은 당신의 베필을 사랑할것을 맹세합니까?”


아자젤은 제발 아니라고 대답해주길 바랬으나 신랑은 헤맑게 웃으며 답했다.


“네, 이 세상의 끝까지 다 할것을 맹세합니다.”


그리고 아자젤은 그의 신부에게도 물었다.


“신부, 당신의 무한에 가까운 시간을 신랑에게 바칠것을 맹세합니까?”


그러자 사람의 성대에서 나온것이 아닌 기계가 돌아가며 나온 달콤한 목소리가 답했다.


“네, 저의 최후에도, 그리고 그 너머에서까지 다 할것을 맹세합니다.”


아자젤은 마지못해 둘의 사랑을 인정했고 둘은 아자젤의 축복을 받고나서 돌아서서 이 자리에 참석한 모두를 바라봤다.

모두 축하하는 얼굴 뒷편에 근심과 아쉬움이 담았다는걸 신랑도 신부도 알아챘다. 그 눈빛에 우물쭈물하는 신부에게 신랑이 말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모두에게 말해줘야지.”

“하...하지만 부끄러워요.”

“내 입으로 말하는것도 부끄러운데...그럼 서로 반반씩 말하는게 어때?”

“당신이 하는건 모두 좋아요.”


둘은 사랑스러운 키스를 나누고 신랑이 먼저 입을 열었다.


“참석해준 모두들 정말로 고마워. 우리는 모두가 인정한 부부가 됐으니 이제 밝히고 싶은게 있어.”


참석한 모두가 쥐죽은듯 조용해지고 모두의 머리속에서 설마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신부가 사랑스러운 말로 쐐기를 박았다.


“저...사령관님의 아기를 가졌습니다.”


말을 다 한 신부는 그녀의 파랗고 검은 몸을 비비꼬며 부끄러움에 고개를 떨궜다. 그러자 사령관은 달콤한 얼굴로 고개를 들어올리며 신부를 바라봤다.


“부끄러울게 뭐 있어? 임신 8주차니까 모두들...축하해줘.”


말을 끝낸 사령관이 다시 신부에게 입술을 맞추고 이마를 맞댄뒤에 말했다.


“사랑해. 에이다.”

“사령관님...이 순간이 영원했으면…”


에이다의 임신소식을 들은 포츈과 닥터는 알 수 없는 성취감을 느끼며 머쓱하게 코밑을 손가락으로 쓸었고 말단 바이오로이드들은 우와 축하합니다~하며 축하했으나 지휘관급 바이오로이드들은 충격에 빠져 입을 열지도 못했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로열 아스널은 호탕하게 웃었다.


“하하하! 사령관! 로봇도 임신시키다니 종을 뛰어넘은 수컷이로군!”

“시...시끄러! 아 막상 말하고 나니까 부끄럽네.”

“다음에 기회가...언제 올 지 모르겠지만 기다리고 있겠다! 그 씨앗을 내게도 뿌려다오 사령관!”


아스널은 평소처럼 말했지만 에이다가 갑자기 사령관의 팔을 휘어감으며 살짝 삐진말투로 답했다.


“사령관님은 제겁니다!”

“하하하! 보기 좋군! 역사에 길이 남을 한 쌍이야!”


라비아타는 아무말 없이 식탁에 있는 음식들을 쓸어담으며 스트레스를 그나마 풀었고 마리는 멍하니 먼 바다를 바라봤다. 용 역시 결혼식에 함대를 불러와 축포를 쏴줬지만 뭔가 알 수 없는 패배감에 굴욕했다. 레오나는 안드바리를 안으며 연신 다행이다라고 말하며 총알을 찾았다. 칸은 잔뜩 흥분한 페더가 에이다가 사령관의 아기를 갖게 된 순간을 담은 영상을 보여주자 덤덤하게 영상을 보며 살짝 배웠다. 다른 지휘관들도 축하하면서도 알 수 없는 무력함을 느꼈지만 일단 진심으로 저 둘을 축하해줬다.

그리고 둠브링어의 메이대장은 공허한 눈으로 둘을 바라보며 빨개진 자신의 손을 알아채지도 못하고 박수만 치다 옆에 있는 자신의 부관을 바라봤다.


“나앤…”


나이트앤젤은 썩어빠진 눈깔로 뭔가 짠맛이 심하게 느껴지는 소완의 특제 케잌을 먹으며 자신의 병신같은 대장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시겠나요? 대장은 저 로봇하나 못이겼습니다.”

“...”


메이는 고개를 떨구고 에이다가 뒤로 던진 부케를 작은 키 때문에 받지도 못하고 서로 자기꺼라고 싸우는 와중에 살짝 떨어진 꽃잎을 줏으며 말했다.


“그치만...다른애들도 못이겼으니까 어쩔 수 없었던거 아닐까?”

“개 씨발.”

“뭐라고?”

“너 병신이라고요. 너같은거 하나 이끌지 못한 나는 상병신중에 개좆병신이고요.”


나이트앤젤은 멍하니 짜디 짠 케잌을 먹다가 브라우니들에게 둘러쌓여서 축하빵을 맞는 사령관을 보며 품속에서 구인류가 스트레스 받으면 폈다는걸 꺼내서 입에 물었다.

그리고 라이터가 없다는걸 안 나이트앤젤은 더 썩은 얼굴로 사령관을 등지고 앉아 피지도 못하는 담배를 씹으며 멍하니 끝없는 수평선을 바라봤다.





라비아타는 가장 아름다운 바이오로이드며 이는 과학적으로도 증명이 가능하다.

그러나 사랑은 외모와 과학을 뛰어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