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집 앞 느티나무가

터무니없이 작아 보이기 시작한 때가 있다

그때까지는 보이거나 들리던 것들이

문득 보이기도 들리지도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 

나는 잠시 의야해하기는 했으나

내가 다 커서거니 여기면서

이게 다 세상 사는 이치라고 생각했다


오랜 세월이 지나 고향에 갔더니

고향집 앞 느티나무가 옛날처럼 커져 있다

내가 늙고 병들었구나 이내 깨달았지만

내 눈이 이미 어두워지고 귀가 멀어진 것을.


다시 느티나무가 커진 눈에

세상이 너무 아름다웠다

눈이 어두워지고 귀가 멀어져

오히려 세상의 모든 것이 더 아름다웠다


-신경림.[느티나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