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2화   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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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 주인님께서 다른 세계에서 오셨다구요?”

 “누나는 믿기 힘들거든..”

 “오오! 권속은 혹시 이야기 속 용사인 것이냐?”

 “주군의 말은 조금.. 믿기 힘들군.”

 

 아침 식사가 끝난 후, 앞으로의 방향성에 대한 회의를 마친 후였다.

 콘스탄챠가 어째서 폐건물에 떨어진거냐고 물어보기에, 솔직하게 다 말해줬다. 

 아니, 조금 각색해서 말해줬다. 여기가 게임 속 세상으로 추정된다는 내용 빼고, 내가 키배하다가 여기에 오게 된 것도 빼고. 

 쟤네들은 내가 트럭에 치여서, 이세계로 온 줄 안다.

 

“혹시.. 기억 조작일 수 있겠거든?”

 

 믿지를 못하네. 그럴 수 있다. 멸망한 줄 알고 있던 인류가 나타났는데, 자기가 다른 세계에서 왔다고 말한다면.. 일단 의심부터 해봐야지.

 특히, 과학기술이 이렇게 발전한 세상이니까 기억조작을 의심할 수 있을 것이다. 

 아니, 혹시 진짜 내가 기억조작을 당해서, 내가 그렇게 믿고 있는 거라면? 내가 통속의 뇌라면? 시바, 소름돋는다. 이 생각은 그만하자. 

 

 “저는 믿을게요. 주인님.”

 “어.. 응. 그래.”

 

 콘스탄챠가 진중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곤 내 말에 수긍했다. 

 콘스탄챠는 믿어주는 거야? 

 콘스탄챠는 우리 주인님 믿어. 콘스탄챠 마망..

 

 “주인님이 다른 세계에서 오셨든, 기억을 조작당하셨든. 저희에게 남은 희망은 주인님밖에 없어요. 주인님. 제발 저희를 도와주세요...”


 그건 믿는 게 아니라, 내 과거에는 관심 없다는 거 아니야? 

 콘스탄챠는 우리 주인님 안믿어..

 콘스탄챠는 마망아니야..


“나도 밖에서 싸돌아다니다가 비명횡사 할 생각은 없어. 어찌됐든 우리는 같은 배에 올랐으니까.”

 

너네랑 같이 안다니고 싸돌아다니면, 신체붕괴당하거나 총 맞아 죽을 걸.

 

 “주군..”

 “사령관! 이 누나도 열심히 하겠거든!”

 “...그러면, 그쪽 세상 인간은 다들 그 반투명한 창. 만들 줄 아는거야?”

 

 가만히 있던 그리폰이 갑자기 질문을 던졌다.

 

 “아 맞아요 주인님. 혹시 처음 만났을 때, 그건.. 뭔가요?”

 

 상태창을 보여주면, 신체붕괴와 퀘스트에 대해 알게 된다. 

 퀘스트 완료에 도움을 받는 건 좋다. 

 하지만 신체붕괴 내용을 보여주면, 나를 29일짜리 기간제 아이템으로 보기 시작하겠지. 패닉이 일어날 수도. 그건 좋지않다. 

 오르카에 지내는 동안 계속해서 상태창을 숨길 수 없다. 

 차라리 다 보여주고, 도움을 받는 게 최선인가. 

 아, 아니다. 이렇게 해보자.

 

“응. 상태창이라고 해서, 우리 세계에서는 인간들이 자신의 대한 정보를 알 수 있는 능력이 있어. 하지만 이건 좀 예민한 프라이버시라서.. 보여주기가 조금 그렇네.”

 

그렇게 대충 둘러댔다.

 



*

*

*



 

 오르카에 오른 지 2일째.

 상태창을 보면 조금은 초조해진다. 신체붕괴까지 28일. 

 남은 시간 안에 스토커를 처치할 수 있을까. 

 스토커를 처치한다고, 남은 시간이 늘어난다는 확증은 없다. 

 하지만 그것 말고는 믿을 구석이 없다.

 

 “....하늘에서 바이오로이드  안떨어지나.”

 

 게임 상 스토커는 첫번째 보스인 만큼, 어려운 적이 아니었다. 

 하지만, 실제 스토커는 얼마나 강력한지 모르니.

 일단 오르카호의 전력을 최대한 늘릴 필요가 있다.

 싸울 줄 아는 바이오로이드가 모이면, 레이드를 뛰어보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아니 레이드는 무슨, 아직 위치 특정도 안된다. 

 시발.. 이 답답한 상황을 해소할 타계책이 필요하다.

 

 “사령관님 구조신호가 잡힙니다..! 출력하겠습니다.”

 

 그 때 기분 좋은 소식이 들려왔다.

 

 ‘여기는 T-14 미호 누구 듣고 있으면 여기로 와줘..! 좌표는 NC, 24, 3.........’

 

 신은 살아있다. 

 당장 달려갈게..! 미호쨩! 조금만 기다려! 

 

 “윽, 왠지 모르게 권속의 표정이 기분 나쁘구나...”

 

 회의를 통해 미호가 송출한 좌표에 콘스탄챠, 그리폰, 브라우니 2명, 램파트를 보내 수색하기로 결정했다.

 

 “인간? 작전 출격 보고하러.. 왜 헤실헤실 웃고 있어 인간?”

 “아니 무슨, 내가 웃고 있었다고.”

 

그리폰의 눈이 째지며, 나를 뚫어져라 바라본다.

 

 “새 여자 온다고 신났구나?”

 “무슨 소리 하는 거야. 출격보고 하러 온거 아냐?” 

 “일단 알겠어. 다녀올게.”

 

 그녀는 짜증이 난 듯, 퉁명스럽게 말하곤 작전실에서 빠져나간다. 

 뭐지, 쟤 오늘 그 날인가보다.

 

 작전의 형태는 이렇다. 미호가 전송한 좌표는 숲 한가운데. 

 그리폰이 상공에서 정찰을 하며, 근처에 철충이 있는지 확인한다. 

 지상조는 램파트를 선두로 우익, 좌익에 브라우니가 경계를 선다. 

 콘스탄챠는 후방을 경계하면서, 전투시 위험도가 높은 적을 저격하는 것이 기본 형태이다.

 말만 번지르르 하지, 그냥 다 같이 몰려가서 수색하는 작전이다.

 

 “보이는 게 있어?”

 “아니. 나무들이 시야를 가려서, 역시 상공에서 타겟을 찾는 건 무리인 것 같아.”

 

 숲 전체를 스캔해서, 생체신호를 특정해내면 간편할 텐데.  

 포츈이 말하길, 불가능하진 않은데 지금은 장비도, 개발할 자원도 없단다. 

 뉴비 울어욧.

 

 “철충은 감지돼?” “응. 하지만 한 마리 씩 떨어져 있어서 지상조한테 큰 위협은 안 될 거야.”

 “전방 나이트 칙 하나 A지점에서 우측으로 이동 중. 명령을.”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더니. 

여기서 전투를 한다면, 발포음을 듣고 미호가 이쪽으로 접근 해올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다른 철충들이 소리를 듣고 몰려올 가능성도 있는바.

 일단 교전하지 않는 게 베스트로 보인다.

 

 “지상조. 은폐엄폐. 흘려보낸다.”

 “알겠습니다. 사령관님.”

 

 슬슬, 미호가 송출한 좌표에 도착한다.

 

 “인간! 근처에 나이트칙 실더 둘. 런처 하나 감지돼!”

 “지상조 확인했습니다. 철충들이 위치한 곳, 타겟이 사용했던 걸로 보이는 움막이 추가로 확인됩니다.”

 

 미호가 머물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움막이 무너져있다. 

 저 철충들이랑 교전한 것인가. 

 이미 당했을 가능성은? 아니, 대피했을 수도 있다. 

 움막 쪽으로 가서 흔적을 찾아봐야겠지. 

 그렇다면, 철충들과의 교전이 불가피하다.

 

 “지상조. 좌표에 위치한 철충들을 기습할 수 있겠어?”

 “가능합니다. 주인님.”

 

그때, 그리폰에게 다급하게 통신이 걸려왔다.

 

 “인간! 뒤쪽에서 산개하고 있던 철충들이 지상조쪽으로 포위망을 만들어서 이동하고 있어!”

 

 당황하지 말자, 이 정도는 상정 내에 있었다. 

 냉철하게. 머리를 굴리자. 

 후퇴하여 포위망을 뚫는다? 

 지상조들의 기동력이 뛰어난 것이 아니니, 돌파하려는 순간 철충들이 빠르게 합류할 것이다. 

 병력에 비해 적군의 수가 많다. 빠르게 뚫어낸다고 해도, 추격이 많이 붙게 된다. 

 후퇴는 안 돼. 

 

 “현 상황부로 T-14 미호의 수색작전을 종료. 전장에 있는 지상조의 무사귀환을 최우선으로 한다.” 

 

[System : 전장의 눈 : A+가 활성화 됩니다.]

 

 숲 전체가 보이게, 시야가 확 트인다. 빠르게 전장을 파악한다. 

 계획이 필요하다. 계획이.

 응? 저건..

 


 

*

*

*


 

 

 “흐헉!”

 “헥! 헉! 흐억!”

 “숨이 차 죽을 것 같슴다!”

 “조금만 힘내요 브라우니! 계속 뛰어야 돼요!”

 

 ‘명령에 따라, 앞에 있던 철충을 기습하고 전방으로 도주하는 건 알겠지말임다! 그런데 언제까지 뛰어야 되는 검까!’

 

 “지상조! 3초 후에 10시 방향으로 우회!”

 “네! 주인님!”

 

 ‘사방이 나무로 둘러 쌓여 어디가 어딘지 분간이 안감다! 철충들이 따라오니까 그냥 뛸 수밖에 없슴다! 우욱- 토올라온..’

 

 “그리폰 지금 보내준 좌표로, 5초 후 인페르노 미사일 발사해.”

 “응!”

 

 위에서 파공성이 들림다! 

 쉬익-!

 

 “히익! 철충!”

 

 나무를 헤치고 나타난 나이트 칙 실더가 무식하게 달려든다.

 저돌적인 돌진도 잠시, 위에서 내려찍는 인페르노 미사일이 실더를  산산조각 내버린다.

콰쾅-!

 

 “머리 숙여!”

 “핫!”

 

 명령에 반사적으로 머리를 숙이니, 그 위로 파편들이 슉- 하고 날라온다.

 

 “계속 뛰어!”

 “4초 후 12시 방향!”

 “네!”

 “다시! 4시방향!”

 “네!”

 

 ‘흐헉. 헉. 헉. 이러다가 철충한테 죽기전에 심장마비로 죽겠슴다! 도대체 어디로 가는검까!’

 

 “곧 도착한다! 그곳에서 전투준비!”

 

 울창한 나무숲을 달려서 탈출하자,  화악- 하며 눈이 부시게 빛이 들어오는 초원에 도착했다.

 

 “으읏, 눈 부심다!”

 “지상조! 전투준비! 숲에서 나오는 철충들을 제거한다! 그리폰 지상조 엄호해!”

 

 ‘미쳤슴다! 미쳤슴다! 사령관님은 정말 미쳤슴다! 아니! 당연히 숲에서 싸웠어야 함다! 도대체 누가  개활지에서 숲을 공격함까! 여기서 싸우다가는 분명 머리에 구멍이 날검다!’

 

 브라우니는 멍청한 사령관을 만나서, 여기서 목숨을 잃게 되겠구나 생각했다.

 

 “측면에 나이트 칙 런처 접근 중!”

 

측면에서 모습을 드러낸 나이트칙 런처가 브라우니를 향해 미사일을 발사한다.

 

“악! 사람살..!”

 

타다탕-!

 런처의 미사일이 브라우니에게 당도하기 직전에 열기를 내뿜으며 폭발했다.

 

 “슈퍼히어로 등장! 안다쳤어?”

 

 황금빛 노란머리를 흩날리며, 고글을 쓴 채, 다리에 회전하는 로터 두 개를 달고 있는 소녀.

 핀토가 공중에서 런처를 향해 강하하며 총알을 쏘아낸다. 

 순식간에 벌집이 된 런처가 큰 소리를 내며 폭발한다.

 

 그때였다. 숲에서 모습을 드러낸, 나이트칙 실더가 육중한 방패를 내려찍으려 핀토를 향해 도약한다.

 

"위험함다!!"


 “빵!”

 

 발사된 총알이 핀토의 앞을 순식간에 스쳐지나가 나이트 칙 실더의 몸체를 일직선으로 관통시킨다.

 

 “핀토, 내가 방심하지 말랬지.”

 

 땋아내린 핑크색 머리카락, 여우 귀 모양 보조장치, 새침떼기 얼굴을 한 그녀.

 미호가 나타났다. 

 

 “미안! 하지만 믿고 있었다구~?”

 “참나. 앞이나 봐!”

 

 그녀들의 참전이 불리하던 전황을 뒤집었다.

 

 ‘말도 안됌다.. 미쳣슴다.. 미쳣슴..다..’

 

 브라우니의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

*

*

 


 

 “응. 내 이름은 미호. 당신이 새로운 사령관이겠네? 일단 만나서 반가워.”

 “그리고 난 핀토. 시민들의 친구! 그리고 나쁜놈들의 저승사자 슈퍼히어로야!”

 

 난 김현식! 나는 새로운 사령관이야! 다들 잘부탁해! 라고 대답할 뻔 했네.

 

 “반가워. 내가 새로 취임한 사령관이야.”

 “그.. 사령관? 혹시 내 다음 일정 없으면, 일단 먼저 샤워 좀 해도 될까? 며칠 동안 못 씻었거든.”

 “아 나도! 같이 갈래!”

 

 도도하게 걸어가는 미호 뒤로 핀토가 총총 따라간다.

 그날, 새침떼기 그녀와 슈퍼히어로가 오르카에 승선했다.

 

 

*

*

*

 

 

 

 “인간? 들어가도 돼?”

 “그리폰? 들어와.”

 

그리폰이 밤늦게 사령관실을 찾아왔다.

 

 “무슨일로 찾아왔어?”

 

그리폰이 우물쭈물 거리더니, 등 뒤에 숨긴 종이봉투를 건넨다.

 

 “..자 받아.”

 “이게 뭔데?”

 

건네받은 종이봉투 속에는 신발 한 켤레가 들어있었다.

 

 “...그 핑크색 운동화.. 싫대 매.”

 "흐흫.. 그걸 아직까지 신경 쓰고 있었어?”

 “바, 바, 바, 바보! 기껏 생각해줬더니만! 나 갈꺼야!”

 

그녀가 문을 열고 나가려고 할 때

 

 “그리폰. 고마워. 잘신을게.”

 

사령관이 감사를 표했다.

 

[System : P/A-00 그리폰의 호감도가 ‘호감’으로 올랐습니다! ]

[System : 보상이 지급됩니다. ]

[System : 사용자의 신체붕괴 잔여시간이 58일로 연장되었습니다. ]

[System : 이제부터 ‘호감도’ 창을 열어보실 수 있습니다! ]

 

시바, 이제부턴 호감작도 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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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장의 눈 효과는 전장을 관조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 뿐만 아니라,

전장의 독해력이라고 할까.

전략, 전술도 도와주는 효과가 있어.


내가 쓴 글을 다시 다 읽어봤는데.

쓰레기같고 유치한건 알고있었는데,

다시보니까 진짜 쓰레기더라구.


일단, 시작은 했으니까 완결은 지으려구.

연습이니까. 연습..

덜 쓰레기처럼 써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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