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28 수정


 ~ 철충으로 살아가는 법 ~




 ... 뭐야 벌써 깼ㅇ ...

 ... 부팅 중 ...

 ... 세이프 모드로 실행합니다 ...

 ... 기억 장치 손상 ...

 ... 복구 중입니다 ...

 ... ... ... ... ... ... ... ...

 ... ... ... ... ... ... ... ...

 ... ... ... ... ... ... ... ...

 ... 복구 실패 ...

 ... % # ^ # 개의 기능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 ...


 우거진 숲의 외딴 폐공장. 붉은 녹들 사이로 침엽수와 이끼들이 서로 색을 섞고 있다.

 찬 겨울비가 나뭇가지 끝에 매달려 조금씩 얼어간다. 차가운 계절, '나'는 꿈결처럼 정신을 차렸다.

 어둡고, 춥고, 배고프다.


 '사후 세계는 꽤 혹독하네요.'


 전쟁에서 패하고 화형당한 것 까지는 기억이 난다.

 ...아마도 그랬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것까지는 기억이 나는데.'


 그래서 '나'는 왜 여기에 있는가?, 여기는 어디인가?에 대해서는 짙은 구름이 낀 듯 사고가 정지했다.

 구토감과 함께 강한 현기증이 올라온다.


 "우욱......."


 그는 한바탕 토악질을 해대고 입을 닦다, 강한 위화감을 느꼈다.

 분명히 실오라기 한장 걸치지 않은 알몸의 촉감인데, 금속끼리 부딪히는 둔중한 감각.


 '일단 여기서 나가야겠네요.'


 처음에는 공장 안에 한 줌의 빛도 없었기에 시공 속에 빠진 줄 알았더니, 멀리서 짧게 점멸하는 빛이 보였다.

 빛을 꺼트렸던 자가 이번에는 빛을 향해 조금씩 나아갔다.


 '내 몸이 아닌 듯한...... 상관은 없겠네요.'


 딱히 심각한 의문점은 가지지 않았다. 뭔가 변화가 생겼다해도, 지금 '나'는 살아 있음을 느낀다. 그걸로 족한다.


 '신께서 저를 버리지 아니하셨으니.'


 한참을 걷자, 멀리 있던 빛이 자신의 몸을 비출 정도의 거리가 되었다.


 "소대 정지."

 "앗, 바이오로ㅇ... 아니 남성인데요?!"

 "남성형 바이오로이드는 다 폐기 됐지 않았슴까?"

 "스캔해볼테니 기다려."


 특이한 장비를 입은 여성 넷. 뭐라는지 알아들을 순 없었지만, 우호적인 것 같지는 않았다.


 "안녕하신지...요?"


 그는 우호적 제스쳐로 간단히 목례하며 웃어보았다.


 "말을 하는데요? 웃기까지 하는데요?"

 "어느나라 말이야. 브라우니, 통역 가능해?"

 "아... 안되지 말입니다. 디비에 없는데 어떻게 합니까? 철충같아 보이진 않는데 말입니다."


 그 중 리더로 보이는 붉은 머리의 여성이 태블릿을 여러번 두드리더니 심각한 표정이 되었다.


 "이거 불량품 가져온거 아니지?"

 "아니지 말입니다! 닥터씨가 이번에 업그레이드 시킨 게 그 물건이지 말입니다."

 "음......."

 "뭔데 그렇게 호들갑인가요 분대장님?"


 그녀들이 타블렛의 화면을 보자 다들 안색이 새파래졌다.


 "철충?"


 ... 시퀀스 01이 복구 되었습니다 ...

 ... 생존본능이 활성화 됩니다 ...

 ... 적을 탐지했습니다 ...

 ... 부품 획득이 가능한 개체입니다 ...

 ... 전력 획득이 가능한 개체입니다 ...

 ... 생체 에너지 흡수가 가능한 개체입니다 ...

 ... 상태 : 경계 ...

 ... 위험도 확인 중입니다 ...

 ... ... ... ... ... ... ... ...

 ... 위험도 : 낮음 ...

 ... 원거리에서 피격당할 위험이 있습니다 ...

 ... 기습을 권장합니다 ...


 머리에서 들려오던 이명은 헛깨비나 환상이 아니라, 확실하게 들려오는 누군가의 목소리였다.

 낯익으며 신뢰할 수 있는 목소리. 그 때 지키지 못했던 목소리.


 '■.......'


 그는 근처에 있던 금속 파편을 주워 있는 힘껏 집어 던졌다.


 "임펫!"


 강한 파열음과 함께 금속 파편이 임펫의 머리를 꿰뚫고 지나갔다. 제대로된 반항조차 하지 못하고 쓰러지는 그녀 뒤로 경악에 찬 모습이 보였다.


 "저거 이상하지 말입니다! 제가 막고 있을테니 얼른..."

 "후퇴한다! 너는 이상한 짓 하지말고 본부에 지원 요청이나 해!"

 "알겠슴다!"

 "노움은 나랑 같이 브라우니를 엄호한다! 사격개시!"

 "사, 사격개시!"


 고요한 겨울 숲에 요란한 총성이 울려퍼진다. 그때까지 멀뚱히 서있던 그에게 다시 한 번 목소리가 들렸다.


 ... 탄막 궤도 확인 ...

 ... 회피 가능 ...

 ... 살상력이 떨어지는 세이프 모드입니다. 회피 및 퇴각을 권장합니다 ...


 머릿속으로 양질의 정보가 흘러 넘친다. 저 무기의 정체와, 저 물건에서 발사된 작은 것을 맞으면 몸이 산산 조각 날 수도 있다는 것. 찰나의 순간이지만 확실히 이해했다. 그는 도망치는 대신, 몸을 숙이며 앞으로 뛰쳐 나갔다.

 저들은 자신의 움직임을 눈으로 좇지 못한다. 피격당할 일은 없다.


 '저게 총?인가요? 빠르긴 한데, 피격 범위가 좁으니 피하긴 쉽네요.'

 "이,이걸 피하고 있어요! 따라 잡힙니다!"

 "통신은?"

 "에,에,통신보안! 오르카호 들림까?! 여긴 레프리콘 분댐ㄴ...우왁!"


 그는 지면의 자갈들을 걷어차 적을 타격하고, 먼지를 일으켜 시야를 차단시켰다. 저들은 자신을 볼 수 없겠지만, 먼지 사이로 후레시의 빛은 환하게 보인다.


 ... 변수를 창출했습니다 ...

 ... 등급을 조정합니다 ...

 ... 당신의 등급은 B입니다 ...

 ... 한 개체를 제압, 나머지 개체는 파괴를 권장합니다 ...

 ... 등급이 조정되어 전투와 관련된 기억 장치가 일부 복원됩니다 ...


 "침착해! 내 쪽으로 일단 모여!"

 "알겠슴다!"

 "......."


 대답이 없다.

 하나의 빛이 바닥에 멈춰 아른거린다.


 "노움! 괜찮아!?"


 잠깐의 정적. 바닥에 멈춰있던 후레시의 빛이 천천히 일어나 그녀들에게 다가갔다.

 먼지를 걷으며 나타난 것은 노움의 피를 뒤집어쓴 남자였다. 그는 후레시로 들어 그녀들의 몸 구석구석을 관찰했다.


 "피와 살은 인간이고, 골격은 특수한 방법으로 강화한 것 같은데. 음...... 인간은 맞지요?"

 "너 뭐하는 놈이야!"

 "여긴 제가 맡을테니 분대장님이라도 도망치십쇼!"

 "저기... 제 말이 안들리시는지......."


 ... 문의 확인 ...

 ... 통역 모듈이 복구되지 않았습니다 ...

 ... 장기조직은 인간의 것이나, 성장형 금속 골격을 기반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

 ... 해당 개체들은 복제된 인간이자, '바이오로이드'라고 칭해지는 ...


 "커흑!"


 머릿속의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그의 손끝이 브라우니의 명치를 꿰뚫었다. 푸른 풀잎들이 새빨갛게 덧칠되며 식어간다.


 "분... 대장님......."

 "아, 아......."


 쓰러진 브라우니는 레프리콘에게 도망가라는 입모양을 남긴 체, 그대로 절명했다.


 "복제된 인간, 그리고?"


 ... 인간에 의해 인위적으로 창조된 생명체입니다 ...


 "하아아아, 신께서 제게 기회를 주셨군요. 그 은총에 반드시 보답하겠나이다."

 "이 새끼가아아아!"


 고막을 찢는 총성과 붉은 불꽃이 난무한다. 무차별적 난사는 레프리콘의 주특기였으나, 이성을 잃은 탄환은 그의 그림자도 맞추지 못했다.


 "컥!"


 그는 레프리콘의 목을 잡아 높게 들었다. 최후의 반항으로 발길질을 해보았지만, 쇳덩이를 걷어찬 것 처럼 제 발만 아파올 뿐이었다.

 눈 앞이 조금씩 흐려지고, 죽음이 카운트를 센다.


 '본부에... 사령관님께 알려야 하는데......'

 "그래서 이제 뭐 어쩌면 되는지?"


 ... 개체 파괴 및 제압 확인 ...

 ... 해당 개체는 생체 에너지 흡수가 가능합니다 ...

 ... 성교를 통해 생존에 필요한 에너지를 흡수합니다 ...

 ... 성교가 불가능한 경우, 구강으로 직접 섭취할 수 있습니다 ...

 ... 구강으로 직접 섭취할 경우, 효율이 다소 떨어집니다 ...

 ... 등급이 일정 수준에 다다를 때까지, 생존 유지를 위해 지속적인 생체 에너지 흡수가 필요합니다 ...

 ... 생체 에너지 잔여율 : 12% ...


 "파렴치하네요."


 

1화 끗






 설정 오류(호칭같은)는 좀 봐주삼 이제 4지역 민 뉴비임 말해주면 수정함

 옛날부터 이세계 행패물 써보고 싶었는데 마침 좋은 세계관이!

 딱 쓸려고 채널 켰는데 이세계물 또 있어서 쓸까말까 했는데 진행 방향이 달라서 걍 씀

 조팝나무+출근충이니까 충분한 퀄 못 뽑아도 이해좋ㅁ

 야스까지 쓰고싶었는데 새벽두시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