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카호는 여전히 평화롭다. 철충은 물론이며 레모네이드의 습격도 없이 그 거대한 몸뚱아리를 움직이며 바닷속을 헤엄치고 있었다.


오르카호 내부에서 바깥을 바라보니 푸른 바다속에서 이리저리 헤엄치는 물고기들이 보였다. 희미하게 들어오는 태양빛과 다양한 수중 생물들의 행렬은 마치 한폭의 그림을 보는 것만 같았다.


이 멋진 광경에 시청자들도 하나 둘 채팅으로 감상평을 전했다.


<처녀인큐버스:ㅗㅜㅑ 넘나 멋지자너>

<동정서큐버스:요즘 CG기술 좋아졌네>

<처녀인큐버스:생방인데 어케 cg냐 ㅂㅅ아>

<동정서큐버스:ㄴㄱㅁ>


물론 싸우는 놈들도 있었지만


"싸우지마 병신들아"


하연튼 뭐만하면 싸워요.


<하꼬탐색님이 참치캔 6개를 후원하였습니다.>

<하꼬탐색:옛다 풍경값>


"오?"


참치캔을 후원했다는 알림에 나는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며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인방의 역사는 인류멸망 직전까지 이어져 왔었다. 그 역사를 살펴보면 시청자들이 방송을 하는 스트리머에게 후원을 할 수 있었다고 하던데 설마 나도 그걸 받게될 줄은 몰랐다.


<하꼬탐색:리액션 안해줌?>


태블릿을 들고 멍하니 쳐다만 보고 있으니 아까 후원했던 시청자가 채팅으로 말을 걸어왔다.


리액션이라...


"야"


아까부터 옆에서 이상하게 쳐다보는 슬레이프니르를 불렀다.


"호"


빠악


"뺡!"


애가 옛날에는 이러지 않았는데... 세월이 야속하기만 하다.


<시공부활:아니 애 좀 그만 줘패;;>

<민트조아:ㄹㅇ 우리 눈나 불쌍하지도 않냐?>


"눈나는 뭔 시발"


누구 맘대로 눈나래?


다시금 시끄러워지는 채팅창에서 눈을 돌리고 슬레이프니르를 쳐다보니 안절부절하며 날 쳐다보는 그녀가 보였다. 어째선지 할말이 있었보인다.


"저... 사령관"


내 생각이 맞았는지 그녀가 쭈뼛거리며 내가 말했다.


"혹시 어디 아파?"


뭐 임마?


날이 선 반응에 그녀가 당황한 듯한 모습을 보였다.


"아니! 아까부터 허공에 대고 막 말하고 있어서..."


맞다. 바이오로이드 정확히 말하자면 나 이외에 누군가에게 이 태블릿이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까먹었다. 당연히 그녀의 눈에는 내가 허공에 대고 말하는 정신병자로 보이겠지, 그렇다고 사실대로 말하면 또 정신병자 취급을 받을게 분명하겠지


이때는 그냥 적당히 얼버부리다 넘어가야지


"참치캔 감사합니다 해봐"


"어... 참치캔 감사합니다?"


갑작스러운 말에 당황한 그녀지만 내 말에 착실히 따라주는 그녀, 슬레이프니르의 영혼없는 리액션에 채팅창이 다시금 뜨거워졌고 곧이어 참치캔 후원이 이어졌다.


<처녀인큐버스:헤으응 눈나... 나 쥬지가 이상해...>


"이런 미친놈이"


"아 또 왜?!"


"너 말고"


억울하듯이 소리치는 그녀를 무시하고 개소리하는 시청자 하나를 강퇴시켰다. 이건 못참지


하나가 강퇴 당하자 순식간에 조용해지는 채팅창, 사람이 얼마 없어서인지 관리하기가 편했다.


이제 라비아타한테 가볼까하고 발걸음을 옮기려는 찰나에


"아... 사령관님"


이그니스를 마주쳤다.


채팅이 마구 올라오고 있다.


애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