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로이 잠항중인 한밤의 오르카호


그 모두가 잠들었을 심야에 장성급 바이오로이드를 긴급 소집시키는 사이렌이 울린다


"언니들 큰일이야!"


닥터가 다급하게 외치며 테이블을 팡팡 쳐댄다


그 자리에는 


수면잠옷과 수면 안대를 끼고 고대기를 만 레오나


아톰 인형을 들고 파자마 차림인 마리


너구리 잠옷을 입은 칸


사우나 찜복같은 연회색 내복을 입은 메이


그리고 사령관과 같이 온 리앤이 모였다


"어.. 음.. 긴급상황이니까.. 서로에 대한건 묻지말자.."


서로의 꼬라지를 살피곤 다들 수긍하다가 대뜸 레오나가 고대기 말린 머리를 손가락으로 꼬면서 도도하게 입을 연다


"좋아. 그런데.. 왜 여기 도둑고양이 하나가 끼어있지?"


모두의 시선이 리앤에게 꽂힌다


"아하하.. 그게 말이지.."


질투에 이글거리는 암사자같은 레오나의 눈을 흘긋 피해 사령관을 보는 리앤


"그게.. 응급상황이라길래 도움이 될까해서 하..하하"


그 행동이 질투에 불을 지르는걸 아는지 모르는지 레오나의 인내심이 툭 끊어진다


"내게 어울리는 남자가 되겠다고 약속하고선 다른 것들과 어울리는 이유가 뭘까?"


펀치라인 조졌다고 생각하며 도도하게 팔짱을 끼는 레오나


"저어.. 언니오빠들?"


"독점은 좋지 못하다. 레오나. 사령관은 인류 재건의 의무가 있다."


칸이 오동통한 너구리 꼬리를 흔들며 단호하게 말한다


"..."


맞는말이라 딱히 반박할 방법은 없는데 아니꼬운 레오나가 칸을 째려본다


물론 옳은것을 지키려는 칸이 져줄일은 없다.


그렇게 침묵사이로 찬바람이 불때...


"오빠의 스페어바디가 사라졌어!"


천을 찢는듯한 닥터의 외침이 침묵을 깬다


"으음.. 그걸 왜 이제서야 말하는건가? 만일 철충의 짓이라면 무슨 음모일지도 모른다."


"나도 말하려구 했는데에.."


범인인 레오나는 팔짱을 끼고서 고개를 돌린채다


"닥터. 탈론페더 호출해. 리앤. 생체연구시설 출입출납 이럭이랑 관리 인원 호출해줘 "


한숨을 푹 쉰 사령관은 바로 지휘를 시작한다


"응 왓슨."


무슨 뜻인지 이해한듯 리앤이 콘솔을 주무른다


"아 그 시설 관리자는 나야 오빠. 그리고 잠시마안.."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우후후후 .. 주문하신 탈론페더입니다."


바닥의 타일을 뜯어 들어올리고 기어나오는 탈론페더


모두가 경악하는 가운데 탈론페더는 패드에서 영상 몇개를 공유한다


"여러분도 아시겠지만 사령관님께선 다양한 연령대의 신체를 자신의 유전자로 제작하여 오르카호 최심부에 보관중이십니다."


그리고 영상을 재생하니


'으음.. 마리. 내 무한한 가능성을 자네에게 기대고싶네.

아.. 각하 저의 층절은 3지역에서부터..'


사령관의 어린 버전 스페어 바디를 안고서 혼자 놀고있는 영상이 재생된다


"그리고 사라진 스페어 바디는 마리님이 안고계신 저 모델입니다."


...


모두의 침묵을 뚫고 마리의 심장소리가 들리는것 같다


"... 페더. 그 영상 폐기해. 그리고 마리?"


"예.. 옙?"


수치심에 당장이라도 유전자 씨앗으로 돌아가고 싶은 듯한 표정으로 사령관을 올려다본다


"내놔."


"억울합니다아앗! 저만의 러브돌로도 스틸라인 공용 육딜도로도 써볼까 했지만 각하의 옥체이기에 피눈물을 머금고 포기했습니다아앗!"


심장 한가운데서부터 뿜어내는듯한 실토에 사령관은 한숨을 푹쉰다


"구라까지말고."


"저 아니라구요오오!"


...


그리고 그 시각 대체코어 보관실


"아하하.. 곤란하게 됐네.. 이건 대체코어가 아니거든 ... 더욱이 너희들 친구는 더더욱 아니고 "


"!"


"잠항중이니까 철충일리는 없어. 그렇다면 출납이력 없이 스페어 바디를 가져갈 수 있는건 너희 둘뿐이야."

"팬텀. 레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