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망은 걱정이 많다.


오르카호에 합류하는 바이오로이드가 많아질 수록 본인들이 사랑받기 힘들어질거란 본능적인 경쟁이 점점 더 심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질투라는 자그마한 씨앗이 작게는 머리채에서 크게는 작전까지 잡을 것을 알고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모든 사건의 원흉은 사령관의 가랑이에 달려있는 것이기에 답이 안보이는 상황


"하아.. 한숨만 나오는군요."


쿵쿵쿵쿵하고 바닥을 울리는 발소리. 곧 뛰쳐들어올 바이오로이드도 같은 마음이겠지


"아르망님! 계십니까? 스틸라인의 레드후드입니다."


"들어오시지요."


자동문이 푸쉬익 하고 열리고 방으로 들어온 레드후드가 씁쓸하게 그리고 강직하게 말한다.


"사령관과 섹스하고싶습니다."


"그렇군요. 안타깝지만 지금은 휴식중이여서 도와드리긴.."


털썩


무릎을 꿇고 모자를 벗어 가지런히 옆에 두더니 티타늄 합판 바닥에 머리를 쿵쿵 찧으며 절하기 시작한다.


"저는! 이대로! 중간에! 끼어서! 평생! 아다로! 살고싶지! 않습니다!"


그 모습을 내려다보던 아르망은 무릎을 꿇고 양 손으로 보드라이 이마를 감싸 레드후드의 머리를 막고 눈을 맞춘다.


"제 예측을 벗어나셨군요. ... 좋습니다. 하지만 사령관님의 사랑까지 약속해드릴 순 없습니다."


"아... 아아아... 아르망님.."


눈물 콧물 핏물을 줄줄 흘리는 레드후드의 얼굴을 손수건으로 닦아주곤 일어서서 닥터에게 연락하는 아르망


사실 레드후드의 자해는 예측범위 안이였지만 막았다면 더 극단적인 선택도 할 수 있었기에 져주는걸 선택했다.


"닥터? 탈론페더와 계시죠? 부탁하고싶은 일이 있습니다. 잠시 찾아뵈도 될까요?"


"응! 언제든지 오케이야!"


"감사합니다. 곧 가겠습니다."


레드후드와 자박자박 걸어서 도착한 닥터의 개인실에서 아르망은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말한다.


"닥터. 우리의 염원을 이룰 수 있는 방법이 떠올랐습니다. 마키나의 낙원이 힌트가 되었구요."


"응? AR이라면 안된다고 하지않았어?"


"스페어바디를 리모트로 조종하는건 어떻습니까?"


"오.. 음.. 앗.. 어어.. 음... 될.. 거같네?"


"목소리와 모션은 탈론페더님이 수집한 영상을 빅데이터화 해서 DB로 저장하면."

"가장 사령관님 다운 섹스봇이 탄생하는군요! 우후후후! 우후후후후!"


"시간은 얼마나 걸리겠습니까? 닥터"


"3시간이면 충분해!"


"기다리죠."


그리고 영겁같은 3시간이 흐른 뒤


사령관의 스페어 보디가 머리에 안테나를 달랑거리며 삐걱삐걱 움직인다


"보다시피.. 조금 날림으로해서 많은 기능은 없어. 그리고 임..상실험도 아직 안됐고"


아르망은 조용히 미소지으며 사건의 전개를 따라가지 못하고 몸을 굳힌채 눈만 뒤룩뒤룩 굴리고있던 레드후드를 본다


"임상실험을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네..넵!"


이 임상실험의 결과는 사령관의 '하지마'로 끝난다는 걸 알지만 아르망은 누군가의 죽음을 보고싶지 않다.


아니 죽음을 막을 것이다.


"레.드후.드. 껄~~~~~~..린다."


허리를 튕겨올리며 삐걱거리는 스페어 보디


각오를 단단히 하고 옷을 벗고서 스페어보디 앞에 마주서는 레드후드 


스페어 보디의 견갑골을 손으로 감싸며 올라타서 삽입을 기다리며 눈을 질끈 감은 순간


"씁. 그만 또 몹쓸 장난이나 하고 말이야."


닥터에게 용무가 있던 사령관이 마침 들어와 닥터에게 꿀밤을 먹인다


"이쒸..! 오빠아!"


한참이나 설교를 하던 사령관은 스페어 바디 위에 올라탄채 등으로 울고있는 레드후드를 흘끔 본다


"전하를 원했지만 이어질 수 없기에.. 마음이 점차 닳아가고 있었습니다."


아르망은 살짝 이야기를 하고서 페더의 패드를 뺏어 테이블 위에 놓는다.


"슬슬 티타임이 되어가는군요. 닥터? 탈론페더? 전하께서는 농밀한 시간을 가지실 것 같습니다."


"응. 어쩔수없지.. 이번엔 생명윤리같은건 머얼리 차버리고 한 심한 장난이였으니까."


"하아.. 그래도 조금 흥분됐어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자신이 강간당했다는 플레이..!"


그렇게 아르망은 처음부터 계산한대로 음모를 꾸며 레드후드가 섹스할 수 있게 만들어 주었다.


지독한 악당이기에 선행을 한대도 지독한 방식으로밖에 할 수 없는 자신을 조소하면서 벽 너머로 들려오는 신음소리를 음악삼아 티타임을 즐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