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 https://arca.live/b/lastorigin/21386686?category=%EC%B0%BD%EC%9E%91%EB%AC%BC&target=all&keyword=&p=5



...


"씨발! 이런 개같은 년들이!"

"하읏...! 폐하... 폐하...."


탁.


"여기까지가 제가 모은 자료에요. 씁, 침이.."

"어때, 네 남편이 저 정도의 절륜괴물인 줄은 몰랐지?"


 정말이지, 아무것도 모르는 표정을 짓는 군 이 바보 신부님은. 사령관이랑 그렇게 여러 밤을 보내 놓고도. 아니 어쩌면 '진짜' 사령관과 가장 많은 밤을 보낸 건 그녀일 지도 모른다.


"그치만, 그치만...."

"그도 그럴게, 저건 사령관이 아니야."


 엣, 하는 멍청한 의성어와 함께 멍청한 얼굴로 나를 올려다 본다. 누가 누구보고 바보라고 부르는 건지 원. 물론 그녀에겐 알 턱이 없는 일이었다. 이 사태의 발단을 따지고 보면, 그것은 이 오르카 호가 제대로 된 대항군의 모습을 표방하고 있다고 보기도 어려울 정도의 과거로 기어올라 가야 겨우 발견할 수 있으니까. 속 편한 아가씨다.


"어쩌면, 없던 일로 영영 묻혀서 사라졌으면 좋았을 법한 이야기지. 이 얘기를 정실 부인님께 말씀 드리는 일이 내게 일어나다니. 배틀 메이드 프로젝트의 누군가들이 들으면 울겠군."


  이 오르카가 그냥 핵잠수함 나부랭이 그 이상의 가치를 띄게 된 지 얼마 안 되서의 이야기였다. 그러니까.. 인간을 싣고 출항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부터 곪아있던 것이다. 사령관은 철충에게 감염된 부분의 영향과 항상 싸우면서 작전을 수행해 왔다고 한다. 증상은 과도한 가학성. 한 번 스위치가 돌아가면 식기 전까지 통제권을 잃는다. 눈 앞의 '가증스러운 것'을 박살내어 버리거나, 아니면 엉망진창으로 만들기 전까지. 포츈이 애써주었지만 큰 성과는 없었다고 한다.


 닥터가 통제 모듈을 달아준 지금의 사령관은 절대 콘스탄챠 양과는 동침하지 못한다. 이미 몇 번 씩이나 박살낼 뻔했던 기억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옛날에 하위 기종을 몇 번 씩이나 형체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박살내거나 범한 적이 있었고, 그 뒷수습을 한 여자를 상대로 순수한 연정을 품기는 힘들겠지. 그녀는 그야말로 걸어다니는 내 몸 속 괴물의 역사서같은 사람이 되어버렸으니. 자기 얼굴만 봐도 자신의 과오를 떠올리곤 표정을 굳히는 사령관을 배려해서 항상 오르카 밖으로 나도는 오르카의 초창기 멤버들을 생각하면, 그리고 그걸 알아챈 년들이 사령관을 희롱해대는 걸 그녀들이 알게 된다면. 그런 건 있어선 안 될 일이었다. 감히 날 다루는 상관에게 이런 불명예스러운. 이건 동시에 나의 문제이기도 한 것이다.


"통제 모듈을 이식받았다면서요? 왜 사령관은 저런.."


 탈론페더가 틀어주는 영상들에게서 눈을 못 떼는 미호가 물어온다. 그 옆의 이때다 싶어 침 흘리며 콜렉션을 뽐내는 변태녀와 달리, 외면하고 싶어도 고개를 돌릴 힘조차 안 드는 모양이다. 영상 속 사령관은 꺄르르거리며 도망가는 켈베로스의 발목을 잡고 넘어트린 후, 침대로 떨어지도록 벽에다 그녀를 패대기 치고 있다. 아야야, 하며 머리를 붙잡다가도 히힛, 하고 사령관을 올려다 보는 그녀는 달려든 사령관의 뒷모습에 가려져서 표정을 알 수 없게 되었다. 쾌감 이후의 음성들만 부지런히 들려올 뿐이었다. 찢긴 옷조각들은 깃털처럼 유영하며 가라앉고, 사령관의 뒷모습도 완전히 침대에 올라탐과 함께 사라졌다.


"저쪽 침대로 갈 줄은 몰랐다구요. 앵글이 조금만 더 좋았다면 엄청난 영상이었을 텐데요.. 미호와 있을 때의 사령관도 좋지만 전투원인 저희를 힘으로 마구 범하는 위압감의 사령관이라니ㅡ 제게 무슨 상상을 하게 하는 거에요... 짐승. 던진다니, 으흥흥. 전 그런거 몰라요.." 

"뭐? 내 영상도 있어? 빨리 지워!"

"음~ 그럴 순 없죠. 요즘 자료에서 찾아보기 힘든 서윗한 사령관.. 이건 귀한 거에요. 미호 시리즈는 명작이라구요."


 음, 설마 내 영상도 있는 건가. 조만간 칸이던 누구던 이 아이에게 쓴 맛을 보여줄 수 있는 사람과 대화를 나눠봐야겠는 걸. 다만, 지금은 때가 아니니 조용히 넘어가는 게 좋겠어.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어. 통제 모듈은 프로토타입이라서 아직은 닥터가 주기적으로 조율을 해줘야 제 성능을 발휘해. 하지만 지금 닥터는 어디에 있지?"

"닥터라면, 아."


 닥터는 몇 달 전, 아자즈 등의 해체조와 발키리, 베라를 비롯한 호위들을 몇 명을 더 편성해서 현장 분석에 나섰다. 오르카의 데이터에 없던 삼안의 공장과 실험실 비스무리한 장소를 발견했는데, 그곳의 복원과 분석 등의 여러 종류의 세심한 작업을 닥터보다 동시에 잘 해낼 수 있는 인재가 달리 없었던 것 같다.. 라는 이유로는 완벽한 변명이지만 아마 닥터를 사령관에게서 떼어놓기 위한 불여우같은 년들의 생각이었겠지. 사령관의 결재 도장을 멋대로 휘둘러준 덕에, 내 부하들만 있었어도 진작에 끝났을 일을 이 바보들을 데리고 해결을 해야 되게 생겼다. 아마 내 발을 묶으려는 것도 있었겠지. 지휘관격의 인원을 외부로 편성하는 건 아무리 멋대로 도장질을 해댄다고 해도, 제정신의 사령관이 납득할 만한 이유를 만들 수는 없었기 때문에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본다. 이렇게 어쩔 수 없이 남긴 이들이 있고, 그 외 남은 이들은 자신들의 행패에 딱히 위협요소가 되지 않거나, 회유할 가망이 있거나, 한패인 바이오로이드. 이 사건은 꽤 꼬여있다. 그리고, 꽤 위험한 상태까지 내몰려있다. 아마 도움이 될 법한 인물을 세는 데에는 두 손 이상이 필요 없을 정도로 몇 없겠지.


"페더, 지금까지 확인된 홍련 일당은 누구누구지?"

"예~에? 그걸 제가 어떻게 알아요!"


 오 이런. 사령관을 도촬하고 그걸로 자위밖에 할 줄 모르는 여자가 자기가 믿던 참모의 실체라는 걸 언제 깨닫게 될 지 모르겠지만, 그건 실로 진풍경이겠어. 눈 좀 밝은 걸로 어떻게, 여기까지 잘 왔군. 하지만 지금은 한 명이라도 더 부릴 사람이 필요해.


"최근 침실, 내지는 이 오르카 안에서 사령관한테 내던져지든 얻어맞든 하면서, 원래라면 가질 일 없었을 사령관의 물건을 멋대로 훔쳐쓰는 걸 즐기는 년들인 게 당연하잖아." 

"오! 그건 완전 제 전문이죠. 평소의 관계도를 생각 해봤을 때, 좀 급작스럽게 본판까지 간 분들을 꼽자면.. 방금 영상에서 보신 아르망, 켈베로스, 소완. 음, 한 분은 원래 그쪽을 더 원하시던 분이셔서 포함시켜야 할 지 잘 모르겠는데요."

"누군데?"

"블랙 리리스 양이요."


 그녀라면 어떻게든 이 사건과 연관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 성벽을 떠나서라도, 컴패니언의 맏언니가 사령관에게 접근하는 위협에 대처하지 못 했을리가 없다. 그리고, 컴패니언 소속의 바이오로이드들이 비정상적이게도 누구도 오르카 호를 떠나지 않았다. 아마 홍련과의 모종의 거래를 했으리라고 생각된다. 컴패니언 소속의 전부를 함내에서 상대해야 되는 상황이 온다면. 이건 회유할 상대지 맞설 상대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페더, 나와 미호는 사령관의 통제 모듈을 고칠 방안을 강구해서 사령관을 제정신으로 되돌려 놓을거야. 협력해줘."

"음~ 저는 솔직히 이런 사령관을 보는 것도 재미있는데요. 미호도 함내에 남았으니 사령관과 계속 지낼 수 있잖아요. 혹시 몰라 창고에 설치한 카메라로 비교해봐도, 과장되긴 했지만 전보다 자원에 여유가 생기고 있는 것도 사실이고요. 안드바리양의 표정이 최근 밝은 건 저보다 더 잘 아시겠죠?"

"음. 난 네가 밝히는 부분만 제하면 조금은 더 제대로 되먹은 아이인 줄 알았는데 말이야. 칸이 누구때문에 두 달째 쉬지 않고 탐색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 

"...읏, 그건."

"사령관의 노리개를 원했으면 더 개인적인 방법으로 노렸어야지. 이 방식은 모두에게 피해를 너무 많이 준다고 생각하지 않아?"

"제가 너무 순진했네요. 레오나 지휘관님의 말이 맞아요. 그치만 제가 도와드릴 수 있는 건 이 방대한 데이터를 제공해드리는 것 정도밖에 없을 텐데요?"

"오르카와 회선을 공유하지 않는, 구식 통신망을 구축할 수 있겠어?"

"범위는요?"

"함내에서 되면 충분해."

"물론이죠. 있는 물자로만 해야 한다면 기본적으로 도청기의 방식을 띄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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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앤, 소리가 깨끗하게 들릴 지 모르겠네. 급조해서 만든 거라 이해해줘."

"잘 들려~. 상황은 대충 이해하고 있어. 아마 끌어들일 수 있는 사람은 다 끌여두는 게 좋겠네."


 리앤이 없으면 오르카 호의 운영 자체가 힘들테니 어쩔 수 없이 남겨졌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사실이었다. 실제로 리앤은 임기응변으로 인원 부족의 오르카 호 내부의 인원 편성을 즉석으로 짜맞추어 하루하루 견디고 있었다. 또한, 인원을 자원 탐색으로 거의 돌려놓은 결과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속도로 들어오는 자원의 양을 수완 좋게 사용하고 저축하는 것도 리앤의 몫이었다. 이정도로 그들에게 협조할 필요 있냐고 물었을 때 그녀는 어쨌든 이 배는 사령관의 방주니까, 쉽게 내버려 둘 수는 없다고 말했다. 무엇이 그녀와 사령관 사이를 이렇게 묶어두고 있는 것일까. 


"남은 사람은 한 명 정도일까, 라고 해도 넌 이미 알고 있지?"

"글쎄, 그녀라면 저쪽의 사령관에도 꽤 흥미가 있지 않을까?"


 짖궂은 녀석, 일방적인 말장난은 사양이야.


"모르겠으면 물어보면 어때?"

"아하하, 그건 양보할게. 적당한 조건만 주어지면 미래를 봐버리는 까다로운 상대를 한 발 앞서려면 준비가 필요해서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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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편의 절반 분량밖에 안 되는데다가, 진도를 빼려고 하다 보니 미호 분량이 극도로 줄어들어서 올리고 싶지는 않은데. 미호 개따먹으려고 쓰기 시작했는데 ㅅㅂ


 미호 1인칭으로 가려던 것도 진도 최대한 빨리 빼고 야스전쟁으로 넘어가고 싶어서 비교적 상황을 잘 알고 있을 레오나 시점으로 건너탔음.


 이 소설의 제목인 '이해되지 아니한 단어들'을 따온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라는 책처럼 시점을 갈아타면서 진행하는 게 아무래도 진도가 가장 빨리 빼질 거 같아서.


 아무튼 현생이랑 같이 진행을 하는 게 별4개 조건이니까 쓴 데까지만 올림. 이번편은 진자로 씹노꼴에 떡밥만 던져두기 식이라 읽는 게 고역이겠음. 떡신도 없고~ 시~벌 무슨 명작을 써서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쎘쓰나 할것이지~ 


 나로서는 읽어주기만 해도 왕감사ㅡ 얘네 보고 있으면 이것저것 많이 떠올라서 이거 말고도 써보고싶은 플랫폼이 잔뜩 있으니까 나중에 걔네도 읽어주시면 더더욱왕감사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