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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잠깐 사령관으로 관점을 옮겨보자.

사실 사령관은 리제를 처음 봤을 때만 해도 그렇게까지 큰 생각은 없었음.

뭔가 시선이 강하긴 했는데 콘스탄챠 등등이 호의적이지 않냐 하면 그것도 아니고.

소개하던 당시에 주변의 반응이 조금 신경쓰이긴 했지만 상황 자체가 그런거 하나하나 신경쓸만한 여유가 있는 게 아니었으니까.


그러다가 뭔가 위화감을 느끼게 된 게 리제를 포함한 스쿼드의 전투를 지휘하면서부터임.

사령관은 단순히 인게임 정보를 안다- 수준으로는 재현이 불가능할 만큼 타고난 지휘력 및 철충에 대한 정보를 갖추고 있고, 바이오로이들의 지휘도 그에 맞춰서 매우 섬세하게 행하고 있었음. 아직 자동지휘 따위가 가능할 만큼 아군이 많은 것도 아니니까 더더욱.

그런데 그렇게 지휘를 하다 보니 리제의 움직임이 특이하다는 걸 바로 깨닫게 되는 거임.


자신에 비하면 허술하지만 그러면서도 지시에 따른 움직임이 기본인 다른 바이오로이드에 비해 훨씬 더 명령 범위를 벗어나는 행동이 많고, 그러면서도 그게 결과적으로 더 나은 결과로 이어지게 된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음.

예의 중파 건에 대해서도 놀라긴 했지만 다른 바이오로이드가 기겁하는 거에 비하면 전략적인 행동이라는 건 이해하고 있었고

그러니까 비유하자면 오토 돌리는데 알아서 자기가 공격 맞고 중파 당한 다음 우선순위 딱딱 맞춰서 공격하는 식으로 최적화된 행동을 반복하는 걸 보는 거나 마찬가지인 거지.


그런데 그렇게 생각하면 더 이상한 거임.

첫째로는 위에서도 말했다시피 리제가 다른 바이오로이드에 비해서 전투 방식 자체가 요상하게 효율적이란 거고, 둘째로는 효율적이라고는 해도 의도적으로 중파한 다음 주저 없이 뛰어드는 건 지나치게 자기애가 결여되어 있다는 거지.


첫 조우 시의 소개나 전투에 자원했을 때의 반응에서 미루어 보건데 특수한 지위의 개체기는커녕 비전투원에 가까웠던 것 같으니 더더욱 알 수 없는 노릇이었음

그러니까 스토커 토벌 전에 생긴 잠깐의 여유 시간 동안에 잠깐 콘스탄챠에게 물어보기나 할까 하는 생각이었던 거지.


그런데 이게 웬걸, 콘스탄챠는 사령관이 리제라는 이름을 꺼내자마자 굉장히 심각한 듯 하면서도 뭔가 머뭇거리는 반응을 보임.

그래서 명령 같은 건 아니니 이야기하기 어려우면 할 필요 없다고 하려고 했더니, 콘스탄챠가 그 말에 오히려 안심했다는 듯( = 사령관이 좆간은 아닌 것 같으니까) 썰을 풀어놓기 시작함.


그 리제는 철충들이 인간님들을 멸망시키기 전부터 살아왔던 개체고, 멸망 전쟁 당시에 안 좋은 일을 겪어서인지 일반적인 시저스 리제 모델과는 성격이 판이하게 달라서 전투를 굉장히 꺼려했었다.

인간님을 만나면서 전투에 자원하는 걸 보고 다소 호전되었다고 생각했는데 과하게 위험하게 행동하는 데다가 수복까지 거부하고 있어서 걱정이다.

그래도 틀림없이 좋은 동료니까 부디 너그러이 이해해줬으면 한다 같은 식으로.

"옛 주인을 잊지 못해서 그런 것 같다"는 이야기는 너무 뇌피셜인데다가 지금 단계에서 할법한 이야기는 아니라 생략했지만 아무튼 사령관을 일차적으로 납득시키는 것에는 성공함.

예의 전투 행동에서의 특이성은 아주 옛날에 쌓은 경험이 있기 때문일 것이라는 식으로.


하지만 그건 전투 상황에서의 의문을 해결해주었을 뿐,

역으로 성격적 특이성 운운하는 이야기가 더해진 것이 해당 "리제"라는 개체 자체에 대한 관심을 갖게 만듬.

평범한 시저스 리제는 어떤 것이고, 전투를 꺼리게 된 건 어째서고 하는 식으로.

그렇게 콘스탄챠가 의도 반 무의식 반으로 사령관에게 리제를 어필하는 어시스트를 해주는 동안 사령관 명령으로 수복실에 들어가서 끙끙거리던 리제는 마른 하늘에 날벼락같은 사실을 깨닫고 충격에 빠짐


본인은 당연히 원작 줄거리를 그냥 따라갈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암만 생각해도 사령관이 철충에 감염된 몸일 때 야스를 하는 건 무리수가 아닐까?

그러니까 트릭스터한테 휘둘려 뺑이치면서 돌고 돌다가 6지역 깰때까지 하염없이 금욕을 해야 한다고?


좆  됐  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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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응 항상 고마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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