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이 소재를 가져가지 않아서 시간 남는김에 더 써보고 있어

필력은 좋진 않겠지만 그냥 소재보는 맛으로 재미있게 봐주면 좋겠네

무엇보다 재밌게 쓰려면 떡밥도 잘 뿌리고 캐릭터도 매력있고 스토리도 재밌고 해야할건데 그건 자신도 없음. 글쓰는 게 어렵긴 해 진짜...


소재 : https://arca.live/b/lastorigin/20794583

1편 : https://arca.live/b/lastorigin/209256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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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억!"


끔찍한 꿈을 꿨다. 이용가치가 떨어진 내가 지휘관급 바이오로이드들에 의해 실각하는 꿈이었다.

주위를 둘러보면 언제나와 다름없는 사령관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지휘관과의 면담시간을 갖기로 해 잠깐 잠에 들기 전 맞춰놓은 알람이 시끄럽게 울리고 있었다.


"아. 그래. 꿈이지."


막 잠에서 깨어난 탓에 돌아가지 않는 머리를 어거지로 돌리려 자기 전 마시다 남긴 미지근한 커피를 들이켰다. 방금 전의 꿈은 아마도... 새로 발견한 인간, 그것도 남자를 보고 생긴 불안 때문일 탓이 컸다.

김태양.

새로이 발견된 멸망 이전의 인류. 동면포드 안에 있던 걸 보면 한창 혼란스러울 시기에 동면 계획에 참여한 인원일 가능성이 컸다. 그때의 동면 계획이란 부자들을 위한 사치품에 지나지 않았다고 봐야했다. 멸망을 상정한 상황에서의 계획이었기에 반영구적인 동력공급원이 필요했고, 수혜자의 생존을 보장하는 생명유지장치, 이후 어떤 상황에서도 소생할 수 있도록 소생장치까지.

그가 누워있던 동면 포드 외부의 슬롯에서 찾아낸 데이터 칩에 담겨있던 내용에 의하면 그 모든것이 그 포드에 내장되어 있을 것이었다.


"그러고보니 언제쯤 깨어나는 건지 모르겠구만."


닥터에게 데이터 칩을 받아 함께 확인했을 때, 닥터는 동면포드의 소생장치가 오류를 일으켰을 것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멸망 이후까지의 긴 시간을 버텨내지 못했을 것이 분명했다. 그나마 동력도 불완전하게나마 공급되고 있었고, 생명유지장치는 이상하리만치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었다. 다만 문제가 생겼던 것은 소생장치였을 뿐으로, 소생장치의 복구를 위해 동면 포드를 분해할 수는 없었으니 데이터 칩으로부터 '비상 시 소생 절차' 항목을 찾아낸 닥터가 다프네의 보조를 받아 소생 절차에 돌입한 상황이었다.


"후..."


절차에 돌입한 시간동안 수많은 생각이 내 머릿속에서 휘몰아쳤었다. 그가 깨어나서 나를 적대하면 어떻게 되는걸까. 주요 걱정거리는 그것이었다.

객관적으로 판단하기에 나는 사령관으로써의 자질은 부족한 편이었다. 바이오로이드들이 철충을 상대하기 위해 필요한 파괴 명령. 그것이 아니었다면 사령관의 위치에 있기 힘들 것이 분명했다. 처음 깨어났을 때부터 아무 기억이 없었고, 당연히 전략·전술적인 지식도 그 범주에 들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지휘관급 바이오로이드들의 의견을 취합하는 정도였다. 다만 그것은 어느 누구라도 가능했을 것이니까...

만약 그가 더 좋은 능력을 보이고, 그런 그를 지휘관들이 추대한다면?

나는 어떻게 되는거지?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이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이야."


불안한 마음을 애써 삭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휘관급 바이오로이드들과의 면담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았으니 오르카호 내부를 산책이라도 하면서 진정하는게 낫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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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 이걸로 절차는 끝났어! 고생했어 다프네 언니!"


"고생했어요 닥터."


소생장치의 데이터를 이용해 간신히 소생 절차를 마친 닥터와 다프네. 사령관 오빠의 처음을 함께 하지 못한게 한이라던 닥터로써는 이 두번째 인간을 살려내는 것이 나름의 대리만족이었다. 두번째 인간은 결국 두번째인지라 잘못되더라도 치명적이라고 할 정도의 큰 문제는 없었을 것이나 닥터의 사령관 오빠를 위해서라도 다른 인간은 필요했다.

아무리 바이오로이드를 인간님들처럼 대해주는 사령관이라지만 인간들 끼리의 소통과 같은 부분은 그녀와 같은 바이오로이드들은 완벽하게 대체할 수 없었다.


'오빠는 숨기려고 하는 것 같지만 내게는 보인단 말씀'


닥터는 분해한 소생장치의 조각을 무의식적으로 쥐었다 펴며 지금쯤 사령관실에 있을 그녀의 오빠를 떠올렸다. 심각하진 않으니 아직은 상관없는걸까? 이 조각 손 지압하기에 좋은걸, 따위의 생각을 하며 다프네에게 말을 걸었다.


"언니, 이번 인간님은 어떤 것 같아?"


"글쎄요. 음, 아직 깨어나진 않으셔서 잘 모르겠지만... 뭐라고 할까, 꽤 활동적인 분이셨던 것 같네요."


다프네의 눈에 비치는 인간님의 모습은 까무잡잡하고, 적당히 건강해보였다. 신중한 다프네로써는 아직 보이지도 않은 인간님의 모습을 함부로 평가해서 선입견을 갖고싶진 않았다.


"그러게? 오빠는 피부도 하얗고 머리도 까만색이지. 뭔가 다른 느낌이긴 한 걸?"


그렇게 대꾸한 닥터는 조각의 한 부분에서 이상한 것을 발견한 듯 조각을 눈 앞으로 가져와 살펴보았다. 우둘투둘한 것 같았던 질감이 사실은 양각으로 새겨진 무언가였을 줄은 딱히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일련 번호 같은걸까? 굳이 일개 부품에 일련번호를 따로 부여했다는 거야?"


언니, 혹시 다른 부품들도 가져와 줄 수 있어? 라며 다프네에게 부탁을 한 닥터는 소생장치 조각을 내려놓았다. 곧바로 다른 부속장치를 가져온 다프네로부터 각 장치들을 건네받아 살펴보았다.


"닥터, 그보단 사령관님께 보고를 드리는게 어떨까요?"


"아하, 그러고보니 보고를 안했네!"


궁금한건 확인하기야 했지만 인간님의 소생 절차가 완료됐다는 것이 중요하니까. 닥터는 테이블 한 구석에 장치들을 내려놓으며 '사령관 오빠를 위해서라도 이 인간님이 깨어나줘야 할텐데' 같은 생각을 하며 연구실을 나섰다.


'보고한 후에는 바로 숙소로 가서 자야겠어.'


오랫동안 집중한 탓에 피곤한 그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