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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저스 리제 






"저희의 사랑이 오르페우스의 비극처럼

끝나서는 안돼요."


어두컴컴한 몇 평짜리 방 구석,

붉은 옷을 입은 시저스 리제가

혼자 앉은 채 무어라 중얼거린다.


"오르페우스는 자신을 사랑한

여인들을 외면한 대가로

그들이 던진 돌에 맞아 죽었다고해요.

주인님의 주변은 그런 해충들로 가득해요.

주인님을 지켜줄 사람은 오직 하나,

리제뿐이에요.

주인님.

두 사람의 이야기에

주인님과 리제 외엔 전부 필요없어요.

주인님에겐 리제가 필요하고

리제에겐 주인님이 필요해요.

주인님...

영원히 함께해요.

죽음이 우리 두 사람을 갈라놓기 전까지..."


리제가 품안의 무언가를 꼭 끌어앉으며

잠을 청하듯 스르륵 고개를 떨궜다.


"벌써 다섯 번 째입니다."


콘스탄챠와 사령관이 급히 발을 옮기며

어딘가를 향해 바삐 가고있었다.


"이번 피해자는 누구지?"


"그녀의 자매기 아쿠아 입니다.

현재 중상을 입고 수복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이유가 뭐야? 왜 그 어린 아이를...?"


"저희도 정확한 이유를 알 수 가 없었습니다.

그녀를 제압한 레아의 추궁에도

끝까지 입을 열지 않았다고 합니다."


"아쿠아의 상태는? 얼마나 다친거지?"


"보세요. 

사진과 같이 매우 심각한 수준입니다.

양 팔과 어깨, 복부의 살가죽이

날카로운 흉기로

난도질 당했다고 합니다.

아마도 리제의 가위가..."


콘스탄챠가 건낸 끔찍한 사진에도

사령관은 애써 침착을 유지하려는 듯

이마에 흐르는 식은 땀을 닦으며

말을 이었다.


"리제의 저번 난동과의 유사점은?"


"그게..."


콘스탄챠가 뒷말을 흐리자

사령관이 무언가 깨달은듯

말을 이었다.


"...혹시 나와 연관이 있는가?"


"... 아마도..."


콘스탄챠의 대답을 듣자

사령관이 걸음을 멈추며

양 손으로 얼굴을 감싼뒤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아쿠아가 나를 놀린건가?

그래서 그 아이를...?"


"리제를 만나봐야 알 수 있을것 같습니다.

절 따라오십시오."


두 사람이 다시금 움직였다.

이윽고 도착한 취조실엔

리제가 넋이 나간듯 앉아 있었고

양 옆으로 세이프티와 켈베로스가

그녀를 감시하고 있었다.

사령관을 보고

세이프티와 켈베로스가 경례를 했다.


"사령관님! 가해자 시저스 리제를

구속해놨습니다."


그와 동시에 리제가 일어나더니

사령관을 향해 달려들려고 했다.

다행히 그녀의 양 손이

수갑으로 체워져있어 

그녀를 꼼짝도 못하게 만들었다.

켈베로스가 가만히 있으라며

리제를 잡고 앉히려 하자

리제가 우는소리를 내며

사령관을 향해 묶인 팔을

있는 힘껏 흔들었다.


"주인님!

더러운 해충들이

리제를 해치고 있었어요!

리제를 묶고는 막 때리고 괴롭혔어요!

불쌍한 리제를 안아주세요!

리제의 다친 몸을 따듯하게 안아주세요, 주인님!"


리제의 애원에도 사령관은 묵묵히 

리제의 맞은편 자리에 앉았다.


"리제, 너에게 물어볼게 있단다."


리제가 괴롭다는듯 눈물을 흘리며

사령관에게 소리쳤다.


"주인님! 리제가 아파요!

묶여있는 리제를 보세요!

손목에 살이 찢어져서

피가 흐르고 벌레가 꼬이고 있어요!

아파요, 주인님!

가엾은 리제를 꼬옥 끌어안아주세요!"


"하아... 리제, 집중해라!

왜 아쿠아를 공격했지?"


순간 리제의 표정이 굳어지더니

사령관의 어깨 너머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아쿠아... 우리 이쁜 동생..."


"그래, 너의 동생 아쿠아.

왜 그 아이를 불쌍하게 난도질 한거니?"


"우리 귀염둥이 아쿠아...

제게... 직접 구운 쿠키를 대접했어요...

따뜻하게 대운 우유와 같이..."


사령관이 불편한지 자세를

바꿔 앉아 리제에게 손가락질을 했다.


"도대체 이유가 뭐야?

그 아이가 네게 무슨 심한 장난이라도 한거냐?

도대체 왜..."


"장난... 장난...?"


리제가 중얼거렸다.


"지금 아쿠아가 어떤지 알기는 하는거니?

상반신이 난도질 당해서

형태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손상됐어!

상상이 가?"


사령관이 아쿠아의 사진을 리제 앞으로 내던졌다.

사령관이 흥분한 듯 점점 목소리를 높여갔다.


"너에게 당한 아쿠아의 고통을

감히 상상이나 할 수있겠냐고?!

심한 장난을 친거라면

차라리 꿀밤이나 먹이고 혼내주든가,

뒷다마를 깐거라면 

네 언니 레아를 불러서 훈육을 시키든가. 

도대체 왜 그 아이를

죽기 전까지 도륙을 낸거냐고!!"


"주인님! 진정하세요."


콘스탄챠가 어깨를 두드리자

사령관이 애써 심호흡을 하며

흥분을 가라앉혔다.


"후우... 도대체 왜..."


"...아쿠아가 나빴어요."


리제가 여전히 시선을 멀리 두고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쿠키를 대접해주며 제게 보여줬어요...

말도 안돼... 그럴리가 없는데..."


사령관이 의아해하며 되물었다.


"뭐가 말이야? 뭐가 그럴리 없다는거야?"


리제가 사령관에게 자신의 약지를 보여주었다.


"보이세요 주인님?

리제와 주인님의 사랑의 결정체..."


리제의 피에 젖은 손가락에는

붉게 얼룩진 반지가 끼워져있었다.

혈흔만 없었더라면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을 듯하다.


"그래, 너에게 선물로 준 반지. 

잊을 수야 없지.

너도 내게 반지를 줬었잖아?"


말을 끝내자 사령관 역시 리제에게

약지를 보여주었다.

장미 모양의 보석 주위로 가시가 돝힌

반지가 끼워져있다.

리제의 반지처럼 붉게 빛나고 있었다.


"아쿠아가 반지를 빼앗기라도 한거니?

아니면 반지를 낀 너를 놀리기라도 한거니?

도대체 왜..."


"아쿠아가 거짓말을 했어요."


리제가 반지를 만지작 거리며 말했다.


"리제는 알아요. 주인님이 주신 반지.

주인님 곁을 영원히 함께할 반려의 증표.

오직 저만이 가질수 있는..."


"리제, 리제! 제발 집중 좀 해라!

반지가 뭐 어쨌다고 아쿠아를 해친거냐고!"


리제가 순간 사령관을 쳐다봤다.


"아쿠아도 있었어요."


"...뭐?"


리제가 양손으로 뺨을 받치며 말했다.


"아쿠아도 끼고있었어요.

제게 보여주었어요.

반지, 작고 이쁜 반지...

그 작은 손에 끼워져 있었어요."


사령관이 벌어진 입을 다물지도 못하고

리제를 쳐다보았다.


"작은 아쿠아가 보여준 반지,

리제와 사령관님의 사랑의 결정체.

그걸... 그 소중한 보물을...

그 쪼그마한 계집애가,

리제와 사령관님의 사랑을 욕보였어요!"


리제가 한 마디 한 마디 증오를 담아 토해냈다.


"그 쥐방울만한 것이 감히!

어떻게 사령관님과의 

사랑을 모욕할 수가 있었던거죠?

뻔해요! 그 꼬맹이가 저를 질투했던 거겠죠!

주인님과 행복한 나날들을 보낸 저를 샘낸 나머지

주인님의 호주머니를 뒤져 훔쳐낸 것이었겠죠!

뻔뻔하기 짝이없는!

...

하지만 괜찮아요.

리제가 되찾았으니까.

우리의 사랑을 방해할 해충은 이제 없어요, 주인님."


리제가 품안에 숨겼던 무언가를 꺼내 사령관에게 보여주었다.

작고 가느다란...


"맙소사..."


방 안의 모두가 경악에 빠졌다.

콘스탄챠가 세이프티에게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세이프티! 몸수색도 않고 뭘 한겁니까?"


"저... 저는..."


"꺄악! 저..저건...! 으읍!"


켈베로스가 입을 막으며 헛구역질을 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리제는 천진난만한 모습으로

사령관에게 그걸 내밀며 웃어보였다.


"걱정마세요, 주인님.

주인님의 물건을 충실한 리제가 되찾아왔어요.

이제 우리의 사랑을 방해할 해충은 없어요.

칭찬해주세요, 주인님!

이 충실한 리제를!

전처럼 웃는 모습으로..."


짜악!


사령관이 분을 못이기고

리제의 뺨을 갈겼다.

리제가 그것을 놓치며 떨어뜨리고는

크게 놀란 표정으로 뺨을 매만졌다.


"지금 네가 무슨 짓을 했는지 알기나 하는거야?

그 반지는... 반지는... 그냥 장난감이었다고!

아쿠아가 하도 때를 쓰길래 그냥 줘버린

싸구려 장난감 반지였단말이야!"


사령관이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떨어진 그걸 들어올렸다.

분홍색 플라스틱으로 된 장난감 반지가 끼워진

잘려나간 손가락을.

금방 잘리기라도 한듯

환부에서 피가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세이프티! 켈베로스! 

이 범죄자를 독방에 쳐넣어라!

내 명령이 있기 전까지 절대로 풀어주지 말도록!

알겠나?!"


"네! 알겠습니다!"


세이프티와 켈베로스가 리제의 손을 끌고나가는 순간까지

리제는 얻어맞은 뺨을 부여잡곤 

혼이 나간 표정으로 사령관을 쳐다보고 있었다.

리제와 시티가드들이 나가고

사령관은 아쿠아의 잘린 손가락을 보며 눈물을 터뜨렸다.


"아쿠아... 아쿠아... 

미안하다... 내 잘못이야...

내가 반지를 주지만 않았어도..."


콘스탄챠가 걱정어린 표정으로 주인을 위로했다.


"주인님 잘못이 아니에요.

자책하지 마세요."


"내가... 내가..."


"주인님."


콘스탄챠가 사령관을 

품에 안아주며 위로했다.


"사령관님이 리제의 광기를 아셨던건 아니었잖아요.

아쿠아가 다치길 원해서 그 반지를 주셨던것도 아니시고요.

주인님 잘못이 아니에요."


"..."


"괜찮을거에요, 주인님.

닥터의 기술과 다프네의 간호라면

지금쯤 아쿠아도 정신을 차렸을지도 몰라요.

함께 아쿠아를 보러 가시겠어요?"


사령관의 눈물을 닦아주며 콘스탄챠가 물어보자

사령관이 고개를 끄덕이며

콘스탄챠의 손을 잡고 함께 방을 나갔다.

사령관의 손을 따뜻하게 감싼 콘스탄챠의 약지에는

리제의 것과 똑같은 반지가 끼워져있었다.

모두가 빠져나간 취조실은 쥐 죽은듯 조용했다.





사건이 있은 후 일주일 뒤,

아쿠아는 완치되었다.

자는동안 가끔 공포에 질린 표정을 지으며 

악몽에서 깨어날 때가 있었으나

아쿠아의 또다른 자매기 다프네가

자비로운 미소를 지으며 아쿠아를 달래주었다.

그렇게 사건이 종결되었으면 좋았겠지만...


지난번과 같이 콘스탄챠와 사령관이

한시 바삐 뛰어가고있었다.

사령관은 패닉에 빠진 얼굴로

무어라 중얼거리고 있었다.


"맙소사... 맙소사... 맙소사..."


그들이 향한 장소는 리제를 가둔 독방.

그곳을 지키는 알렉산드라가

리제의 이상을 목도하곤

사령관을 급히 호출한 것이었다.

얼마 지나지않아 독방 앞에 도착한 

사령관과 콘스탄챠가

대기중이던 알렉산드라에게 급히 상황을 물어본다.

몇 마디 오고가던 대화속에

사령관의 표정이 빠르게 변해갔다.

말보다 행동이라고,

사령관이 알렉산드라에게 건내받은 열쇠로

문을 열고 들어갔다.

2평 남짓의 좁은 방 안,

햇빛 하나 비치지 않는 어두운 장소.

사람 하나 눕기도 비좁은 공간 한 가운데엔

리제가 무릎을 꿇고 고개가 이상한 각도로 꺽인 채

정신을 잃고 있었다.


"리제...?"


사령관이 떨리는 목소리로 나지막이 리제를 부르자

갑자기 리제의 눈이 떠지더니 

사령관을 향해 양 손을 힘없이 뻗었다.


"아... 아... 주인님...

리제는... 리제는 기다리고... 있었어요..."


덜덜 떨고있는 다리에 힘을 주며

가까스로 일어난 리제가 

사령관에게 자신의 양 손을 보여주며 

눈물을 흘렸다.


"보세요 주인님...

해충들이 저를... 저를 다치게 했어요...

피가나고 상처도 쓰라려요...

해충들이... 해충들이...

그래도 착한 리제, 다 참아냈어요...

언젠가 사랑하는 주인님이 절 구해내시고

가엾은 리제를 다시금 

그 따뜻한 품에 안아주실 날을 기다리며...

주인님, 오늘이 그 날이에요...

어서 저를 안아주세요...

상처입은 리제를 꼬옥 끌어안아주세요..."


리제가 팔을 뻗어 사령관에게 다가갔다.

리제의 양 손은 

손톱이 모조리 뜯겨나가

핏자국으로 범벅이 되어있었고

리제의 입은 말라붙은 피로 얼룩져서

기괴한 모습을 보였다.


"주인님...? 왜 망설이시나요?

리제에요... 주인님의 반려, 

리제라고요...

왜 그러시죠...?

설마... 저를 의심하시는건가요?

저번에 아쿠아 일 때처럼...?

그때는 사령관님께서 제게 손찌검을 하셨죠...

왜죠...?

왜 리제를 아프게 하신거에요?

제가 싫어지신거에요...?

리제를 더이상 사랑하지 않으시는건가요?"


"넌... 넌 아쿠아를 해쳤어, 리제...

그 가엾은 아쿠아를..."


리제가 고개를 푹 숙였다.

두 손을 아직도 벌벌 떨고 있었다.


"아쿠아... 아쿠아...

여전히 그 쥐방울만한 애새끼를...

으으으...

...

괜찮아요... 

괜찮아요, 주인님...

저는 그런 주인님조차도 사랑해요...

주인님이 다른 이를 사랑하시게 되었어도,

주인님이 저를 싫어하시게 되었어도,

리제는 언제나 주인님만을 사랑해요..."


리제가 고개를 들었다.

소름끼치는 미소를 얼굴에 지으며 

사령관을 쳐다보고있었다.


"사랑해요, 주인님... 

사랑해요... 

주인님!!!!"


리제가 사령관을 향해 달려들었다.

당황한 사령관이 뒷걸음을 치는 그 때,

갑작스런 밝은 빛이 두 사람을 감쌌다.


파지지직!!


"꺄아아아악!!!"


갑작스런 섬광에 눈을 가린 사령관의 귀로

알렉산드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런 이런... 괜찮으십니까?"


가까스로 눈을 뜬 사령관의 눈앞엔

쓰러진 리제 곁에 전기충격기를 든 

알렉산드라가 서있는 모습이 보였다.


"위험하셨습니다. 조금이라도 늦었더라면..."


알렉산드라의 말은 듣지도 않은 채

사령관이 무릎을 꿇고 기절한 리제를 향해 손을 뻗었다.

살벌한 눈빛이 감겨지지 않고 

저 너머를 향해 뚫어져라 노려보고 있었다.


"...알렉산드라?"


사령관이 리제의 눈을 감겨준 후 

힘없는 목소리로 교도관을 불렀다.


"리제를 수복실로 대려가다오."


"진심이십니까? 이 여자는..."


알렉산드라의 만류에도 사령관은 고집을 피웠다.


"어서 대려가... 난 신경쓰지 말고... 어서..."


알렉산드라는 한 숨을 내쉰 뒤

리제를 업고는 수복실을 향해 걸어갔다.

곁에 서있던 콘스탄챠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사령관에게 다가갔다.


"주인님... 괜찮으세요?"


사령관이 힘없이 일어나 콘스탄챠를 달랬다.


"괜찮아... 콘스탄챠. 그냥... 그냥 혼자있고 싶구나..."


"주인님,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페로를 경호로..."


사령관은 울것 같은 표정으로 콘스탄챠의 어깨를 잡은뒤

고개를 흔들며 거절했다.

그 후 터벅 터벅 걸어나가는 사령관의 모습을 바라보며

콘스탄챠가 걱정스런 표정을 지었다.


비 내리는 오후,

오르카호의 모두를 우울하게 만들기엔 충분한 날씨였다.

수복중인 리제, 혼자 남아 눈물을 흘리는 사령관,

서류를 정리중인 콘스탄챠, 아쿠아를 돌보는 다프네,

리제를 감시중인 알렉산드라, 켈베로스를 훈련중인 세이프티,

각자가 할 일을 열심히 하며 

우울함을 이겨내려 하는 그 때에

일이 터졌다.


오르카호 내로 비상알람이 울리며

콘스탄챠의 다급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비상! 비상! 함 내에 있는 모든 바이오로이드들은

지금 즉시 사령관님을 찾아내어 그 분을 보호하라!

수복실에서 대기중이던 시저스 리제가

공진의 알렉산드라를 기절시키곤 도주했다!

다시 한 번 전달한다!

시저스 리제가 도주했다!

주인님을 찾아내 보호하라!"


콘스탄챠의 다급한 목소리는

그렇게 복도 저편 너머로 사라졌다.


"저희의 사랑이 오르페우스의 비극처럼

끝나서는 안돼요."


어두컴컴한 몇 평짜리 방 구석,

붉은 옷을 입은 시저스 리제가

혼자 앉은 채 무어라 중얼거린다.


"오르페우스는 자신을 사랑한

여인들을 외면한 대가로

그들이 던진 돌에 맞아 죽었다고해요.

주인님의 주변은 그런 해충들로 가득해요.

주인님을 지켜줄 사람은 오직 하나,

리제뿐이에요.

주인님.

두 사람의 이야기에

주인님과 리제 외엔 전부 필요없어요.

주인님에겐 리제가 필요하고

리제에겐 주인님이 필요해요.

주인님...

영원히 함께해요.

죽음이 우리 두 사람을 갈라놓기 전까지..."


리제가 사령관을 꼭 끌어앉으며

잠을 청하듯 스르륵 고개를 떨궜다.


쾅!


콘스탄챠가 분노에 찬 표정으로 문을 걷어찼다.


"주인님! 여기 계십니... 아!?"


리제는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콘스탄챠를 보고 비웃었다.


"햇츙, 시끄럽잖아. 주인님은 지금 

내 품속에서 잠드셨다고.

내 손에 죽고싶지 않으면 어서 나가.

문 조용히 닫고."


콘스탄챠가 절망에 찬 눈빛으로 사령관을 쳐다보았다.


"주인님이... 주인님이..."


"쉿! 

조용히 하라니까!

주인님 주무시는거 안 보여?

어서 나가! 

나가라니까!"


탕!


콘스탄챠가 총을 쏘자 리제의 머리에서

붉은 핏줄기가 뿜어져 나왔다.

콘스탄챠가 연이어 총을 쏘았다.


탕! 철컥!  

탕! 철컥!

탕! 철컥!

 탕! 철컥!


철컥! 철컥!



총알이 떨어지자 콘스탄챠는 총을 거꾸로 쥔 후

리제의 머리를 향해 휘둘렀다.


퍼억! 퍼억! 퍼억! 퍼억!


무서운 표정으로 리제의 두개골을 박살 낸 콘스탄챠,

곤죽이 된 리제의 머리에서 

축축한 뇌수가 흘러나오며

사령관의 머리 위로 툭 툭 떨어졌다.

허나 사령관은 깨어나지 않았다.

콘스탄챠도 이미 알고 있었다.

깨끗하게 잘려진 사령관의 머리는 그렇게 

아무말도 없이 슬픈 표정을 지은 채

다시는 일어나지 못했다.


한 때 사랑했었던 리제의 품 안에서


영원히...









이야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