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아스널 뷰지에 거미줄 칠만큼 여유로운 어느 날


사령관이 현장 지휘로 자리를 비운 뒤 오르카호, 평소같다면 비번인 인원들이 휴식을 만끽하며 쉬고있을 테지만 지금 뜻밖에 논쟁이 발발했다.


'레후는 누굴 지칭하는 것인가?'


평소라면 이 논쟁이 별 의미가 없었겠지만 사령관이 그날의 부관에게 '밤이되면 레후를 침실로 데려와 달라'고 한것이 문제였다

때문에 회의장은 마치 자신이 원조든든국밥집의 원조라고 외치는 국밥골목마냥 시끄러웠다


"이건 일말의 논쟁의 가치도 없습니다 역사적으로 레후라는 별명을 처음 사용된건 레프티콘 기종을 지칭하는 말입니다"

짬이 좀 있는 레프티콘 중 하나가 목소릴 높였다


그러자 반대편에 모자를 눌러쓰고 앉아있는 레드후드가 얹짢은 표정으로 말했다

"귀관의 말도 일리가 있지만 그건 별명에 불과하네, 이름에 '레'와 '후'가 들어가는건 본관밖에 없다. 일반적으로 생각한다면 본관을 지칭하는 말이겠지"


레프티콘이 반론했다.

"그것은 순 억측입니다 별명이 아닌 이상 굳이 이름을 축약해서 부를 이유는 없습니다. 사령관님이 대원들의 이름을 축약해서 부르는건 듣지 못했습니다"


레드후드는 여유롭게 대처헀다.

"그건 사실이 아니네 사령관님께서 대원들의 이름을 축약해서 부르는 경우도 있지, 트리아이나 양이 그렇지 않은가?"


그 말을 들은 레프티콘이 약간 화가 난듯 반론했다

"트리아이나? 그런 이름의 대원이 어디있습니까? 지어낸 것 아닙니까!"


그 말에 레드후드는 당황했다

"어... 명단엔 분명히 존재하는 이름이네! 그렇지 않은가?"


옆에서 자료를 들고있었던 브라우니가 어리둥절하는 사이 방청객석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다들 너무해! 보물도 같이 찾아놓고 내이름도 모르다니! 흐엥!"

그러자 옆에 있던 스파토이아가 트리아이나를 위로했다

"걱정마 사령관은 다섯글자 이상이면 다 못외우거든"

"진짜?"

하지만 드라큐리나가 들어오자 스파토이아까지 울기 시작했고 결국 옆에있던 세레스티아가 달래며 내보냈지만 어째선지 더욱 서럽게 울었다


"이런, 실례를 범했네.."

"크.. 크흠.."

둘은 겸연쩍은듯 서로를 바라보더니 이내 논쟁을 이어갔다. 이내 논쟁이 더욱 격해지자 사회자를 맡은 메이가 중재했다.


"중지!중지! 서로 별것도 아닌 일로 후끈달아오른건 알겠는데 지킬건 지키면서 하자고"

사령관과의 동침이 별것도 아니라는 말에 옆에서 보좌하던 나이트엔젤이 물었다

"그 별것도 아닌 일을 한번도 못해내신 분이 할말은 아니네요 이젠 부끄럽지도 않은가보죠?"

"사령관이 자기방으로 부르는 것 뿐이잖아? 그런데 왜 고작 그런게에 목숨거는건지 모르겠어"

"어휴.."

나이트엔잴은 자기가슴이 속이 타들어가는 바람에 없어진게 아닌지 의심했다


그렇게 휴회하고 있던중 메이가 물었다

"근데 레후가 정확히 뭐야?"

"그런것도 모르면서 판사역할을 맡은겁니까?"

"그거야 재네들이 오르카의 현자는 나밖에 없다고 하니까 맡아준거지"

"현자가 그 현자가 아닐텐데... 하여튼 레후는 일반적으로 사령관님이 일부 대원을 축약해서 부르거나 별명으로 사용하는 것 같지만.."

"같지만? 뭐? 말을 하다마는거야? 가슴도 자라다만것 마냥?"

"뇌에있을 영양분이 가슴으로가서 모르시는것 같은데 알려드리죠, 사령관님의 말로 추측해보던데, 멸망 전에는 어떤 이상한 생물의 별명으로 쓰였습니다"

"어떤 생물인데?"

"집에서 밥만 엄청나게 축내며 별로 쓸모는 없고... 오드아이인 경우가 대부분이나 예외도 있다고 합니다"

"어? 그러면 우리 부대에도 있잖아"

"그런 혐오스러운게 우리 부대에도 있다니 놀랍군요"


잠시 후 휴식을 마친 회의 인원들과 방청객들은 의외의 인물을 맞이했다


지니야가 회의장 한가운데에 앉았다

"저는 비번인데 왜 부르신거에요? 빨리 끝내고 매점이나 가야지.."

"걱정마 내가 언제 너희한테 이상한거 시켰어? 재네들도 저렇게 기를쓰는거 보면 분명 좋은걸꺼야"


레드후드가 물었다

"이건 순 괴변입니다! 단순히 먹는게 많다는 이유만으로 레후가 될수 있다니 말도 안됩니다!"

그러자 구석에 있던 라비아타가 움찔했지만 아무도 못본것 같다


레프티콘도 강하게 반발했다

"맞습니다, 이건 억측입니다!"


그러자 메이는 판사봉을 탕탕 두드린 뒤 말했다

"정숙! 사령관이 거금 들여서 산 멸망전의 유산이라면서 해탈한 표정으로 이상한 괴물같이 생긴 인형 가지고 있는거 봤잖아? 그리고 애초에 너희 둘만 레후라는 결정적인 증거도 없고, 중재를 맡겼으면 내 말에 따라야지, 중재를 맡아달라고 부탁한것도 너희들이고 이의있어?"


마리가 사령관과 함께 나가서 짬에서 밀리고 메이에게 부탁한것도 그둘이니 결국 승복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자 방청객에서 하치코와 소곤대던 리리스가 말했다 

"잠깐! 그렇다면 우리 페로랑 포이도 오드아이니까 참가할 자격이 있는거 아니야?"

하치코도 옆에서 거들었다

"페로랑 포이도 끼워줬으면 좋겠어요~"


"뭐 좋아, 둘도 참가하도록해 둘은 호위때문에 나가있으니 너희둘이 대리인 자격으로 참가하고"

리리스와 하치코까지 명분을 내새우자 메이가 허락했다.


회의는 점점 막장으로 흘러가서 취식하는 인원이 생겨났다

"아 배고프다. 하치코양, 먹을거 좀 있나요?"

"미또파이 드실레요?"

지니야랑 하치코는 회의실에서 취식하기 시작했고 옆에서 브라우니들도 양파를 튀기기 시작했다


그쯤되자 끝이 안보인다고 생각한 레프티콘과 레드후드는 메이에게 폐회를 요청했지만 그순간 누군가 문을 박차고 들어왔다


'쾅!'

"누가 폐회소리를 내었지?"

아스널이였다.


"이런 재밌는 회의에 나를 빼두다니 실망이군, 나도 참여하지"


그러자 리리스가 언짢다는 듯 물었다

"별명도 아니고 이름도아니고 많이 먹는것도 아니고 오드아이도 아닌 당신이 여기 참여할 명분이 있나요?"


언뜻보면 맞는 말이지만 아스널에게 그딴게 통할리 없었다


"물론이지, 여기서 중요한것은 레후가아니다 사령관이 침실로 불렀다는게 중요하지!"

의외의 반론에 리리스는 위축됐다

"무.. 무슨말이죠? 사회자님!"


하지만 메이는 그냥 재밌다는 이유로 진행했다

"오 재밌네 계속해봐"


"크흠, 애초에 레후만 사령관의 침실로 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수동적인 마인드 부터가 잘못된것이다"

"그래서 뒤집어 생각하면 된다. 침실로 들어가 있는 자가 레후가 아닐까?"


몇몇 바이오로이드들은 그 참신한 발상에 동서남북으로 울부짖고 싶다는 표정을 지었고 몇몇은 말도안되는 헛소리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 무슨 말도안되는..."

"흠 말도안되는지는 사령관의 침실에서 확인하면 되겠지 나를 쓰러트리고 사령관의 침실을 독차지 하려는 자, 누구든 덤벼라!"


이쯤되자 회의는 원래의 목적을 잃었고 아스널을 주축으로 사령관이 밤일에 더 힘을써야한다는 시위집회로 변질되어갔다


그리고 일을 마치고 돌아온 사령관이 그 광경을 멀리서 보고 부관인 바닐라에게 물었다

"재네들 뭐하니?"

"글쎄요? 이 이상한 인형때문에 월급 전부 날려버린 사령관님보단 생산적인 일 아닐까요?"

"파티마상 이런 인형은 그만 주는 레후!"

사령관은 반쯤 해탈한 표정으로 유산에서 잔뜩 나온 레후 인형을 들고 침실로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