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맹아, 언니한테 진짜 담배라도 더 주면 안될까?"

 

워울프에게 붙잡혀서 실랑이하던 안드바리는 지친다는 표정으로 보급상자를 끌어안은체 몇번이나 반복했던 말을 다시 꺼냈다.

 

"제가 말했잖아요. 겨우 담배 하나라고 가볍게 여기면, 보급에 차질이 생기기 마련이라구요. 이번 주에 받을 보급품은 방금 드린게 전부니까, 이제 그만 돌아가주세요. 수량이 맞는지 확인해볼려면 지금 시작해도 밤 늦게서야 끝난단 말이에요."

 

계속된 안드바리의 완강한 거절에 가망이 없다고 여긴 워울프는 숙소로 돌아가면서 투덜거렸다.

 

"아 예전에 케시크는 더 달라고 말하기도 전에 알아서 퍼줬다는데, 보고싶다...... 뭐, 나는 본적도 없지만."

 

"......케시크요?"

 

"응?"

 

뒤에서 느껴지는 심상치않은 기세에 움찔한 워울프는 뒤돌아서 보급상자에 걸터앉아 고개를 숙이고 있는 안드바리를 쳐다봤다.

 

"케시크가... 어떻게 보급을 줬는지 알고는 있으세요?"

 

"글쎄, 그냥 달라고하면 그 자리에서 바로 줬다던데? 옛날에 쌍권총 쓴다고 난리쳤을때도 그냥 웃으면서 바로 주고. 지금 말하고보니 그게 어떻게 가능했는지 모르겠는데, 멸망전에는 호드도 보급이 빵빵한... 어? 어어? 저,점마 저거 왜 이러노?"

 

워울프가 말하던것을 들으며 레오나, 보급창고, 케시크야 밀지마라, 강탈, 씹새끼등을 빠르게 중얼거리던 안드바리는 그 자리에서 발작을 하다가 당황하는 워울프의 품으로 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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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몸에는 아무 이상없어요."

 

다프네가 안절부절 못하면서 레오나의 눈치를 보고있는 워울프, 워울프를 진정시키는 칸, 침대 옆의 의자에 앉아있는 사령관, 워울프를 싸늘하게 바라보고 있는 레오나에게 말했다. 

 

"그러니까 케시크 얘기를 꺼내니까 기절했다고?"

 

"진짜라니까 사령관, 케시크라고 듣자마자 막 부들거리다 쓰러졌어"

 

워울프의 말을 듣고 한숨을 쉰 레오나는 기절했는데도 케시크란 단어에 움찔거리는 안드바리를 쓰다듬으며 말하기 시작했다.

 

"사령관도 알겠지만 안드바리는 보급품 관리에 아주 민감한 아이야, 알비스가 안드바리가 다시 만들어지고부터 초코바를 훔치는걸 자제하는것도 그러면 안드바리가 얼마나 스트레스 받는지 알고있어서지"

 

그냥 안훔치면 더 좋겠는데라고 중얼거리는 말을 애써 무시하며 말을 이어나갔다.

 

"케시크는 호드의 보급담당관이었어. 보급품 관리능력은 괜찮았지만 개성......넘치는 호드의 일원답게 케시크도 다른 보급관들의 사고방식이 조금 달랐지, 그건 예전에 케시크였던 니가 더 잘 알고있지, 칸?"

 

레오나의 설명에 머쓱해하며 말없이 듣고 있던 칸은 고개를 끄덕였다.

 

"예전부터 호드는 기동전을 장기로 하는 부대였기 때문에 움직임에 방해되는 것들을 최대한 줄여서 속도를 유지했다. 거기다 전투 방식도 탄약을 적게쓰면서 제압하는 방식도 아니었기에 보급품의 부족은 당연한 현상이었지...... 원래 남아있던 보급품만 쓴다는 가정하에 말이야"

 

약간 미안한 표정으로 얌전하게 자고있는 안드바리와 레오나를 살짝 쳐다본 칸은 다시 설명을 시작했다.

 

"예상했겠지만 케시크들은 부족한 보급품을 적들의 보급창고를 약탈해서 충당했다. 물론 적의 보급품으로도 부족한 경우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경우 풍족하게 나눠줘도 될 정도로 효과적이었지. 특히 발할라의 자매들과 전투했을 때는 안드바리의 뛰어난 보급품 관리 덕분에 많은 보급창고가 풍족한 상태로 있었고 케시크들은......"

 

- 케시크의 힘을 쓰면 '발할라'한테서 보급이 생기지 못하도록 하는 것도 가능할까?

 

- 발할라의 안락사... 그것만이 유일한 구원...

 

- 가엾게도... 안드바리만 아니라면 말이지...

 

- 이 이상 안드바리가 태어나지 않는다면 100년정도 지나면 확실히 이 세상에서 보급품은 사라질텐데

 

"......음 지금 생각해보면 기뻐하길래 냅두긴 했지만 조금 지나치게 약탈하고 다녔지. 안드바리의 유전자에 깊게 각인될 정도였을줄은 몰랐지만"

 

묘하게 그 시절을 그리워하는 말투에 발끈한 레오나가 뭐라고 따지려는것을 철남충이 겨우 말리면서 칸과 레오나에게 말했다.

 

"마침 케시크의 이야기가 나와서 그런데, 호드의 전대장과 그들의 무리가 아프리카 북부에서 철충을 상대하고 다니는걸 에이다가 관측했어."

 

"여기서 3~4일 정도는 걸리겠군. 그들을 합류시킬 생각인가?"

 

"케시크가 들어온다고하면 안드바리가 조금... 불편하게 여기겠지만 난 찬성이야 사령관. 케시크는 적어도 같은 편의 보급을 약탈하지는 않으니까."

 

"그래, 자세한건 지휘관회의에서 얘기하겠지만 이게 호드의 잔존 병력외에도 합류시킬 인원들 목록이야. 다들 유전자가 없어서 제작하지 못했던 바이오로이드인데, 다행히 유럽에 남아있었어."

 

오르카가 유럽에 온게 이번이 처음이지?라면서 내밀은 종이를 살펴보던 칸과 레오나는 마지막 줄의 부대이름과 인원들의 이름을 보며 얼굴을 구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