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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스각이다.

의심의 여지없는 야스각이다.


그 사실을 깨닫는 순간 발끝까지 힘이 들어가면서 온 몸이 딱 굳어버리고 말아.

몸을 밀착하고 있는 사령관이 그 사실을 바로 알아챘다는 걸 알아챘다는 게 더더욱 좋지 못했음.


사령관은 아직 새 몸을 못 얻었는데 야스를 해도 되나? 

대놓고 야스를 했다는 언급이 나오는 게 보통 서약대사 이후긴 한데, 서약 업데이트는 7지 이후에 추가되었지만 서약하는 것 자체는 7지 클리어랑 관계 없으니 괜찮나?

설정 문답을 생각하면 피임을 하긴 한다는 것 같은데 어떻게 하는 거지?

다 넘겨놓고 이렇게 갑작스럽게...


까지 생각하는 순간 귓가에 장난스럽게 숨이 훅 불어짐.

그것만으로 등줄기로 소름이 쫙 달리면서 온몸을 파드득 떠는 리제에게 사령관이 나직하게 속삭임.

갑자기 생각이 많아질 때 짓는 표정이라고.

그것까지 알아본다는 게 더욱이 부끄러워져서 괜히 틱틱거리는 말투로 그러는 그쪽은 너무 성급한 거 아니냐고 쏘아붙였지만 사령관은 태연하게 한참 전에 먼저 안아달라고 했던 건 그쪽이라고 받아침.


그러고 보니 그랬지.

과거의 자기가 무슨 정신머리로 그딴 소리를 한 건가 소리 없이 전율하... 려고

하는 것도 뒷목을 가볍게 쓸어내리는 손길에 단번에 막혀버림.

또 한 번 진저리치면서 사령관을 노려보려고 고개를 돌린 것까진 좋았는데, 눈이 마주치는 순간 세 가지를 알아챔.

하나는 거리가 너무 가깝다는 것.

다른 하나는 사령관이 명백하게 자신의 반응에 재미를 느끼기 시작했다는 것.

마지막 하나는 자신의 몸도 분명하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는 것.


곤란하다. 이대로 휘말리는 건 정말 곤란하다.

그런데 또 그렇다고 새 몸처럼 바이오로이드 수준의 신체능력이 있는지도 알 수 없는 사령관을 힘으로 밀어내는 것도 좀 그렇다.

대놓고 거부하면 아마 그만둬주긴 하겠지만 그건 또 어쩐지 싫다(?)


그렇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움찔거리기만 하다가 사령관의 손이 옷 속으로 파고들기 시작해서야 리제는 화들짝 놀라면서 타임을 걸어.

정확히는, 마법의 단어인 "씻고 오겠다"로.


어쩌면 얼렁뚱땅 넘길 수 있었던 마지막 기회를 제 발로 차버리고 확정 야스로 바꿔버렸다는 사실을 깨달은 건 머리에 찬 물을 맞은지 5분 정도가 지난 후였음.


괜시리 밍기적거리기도 하고, 머리를 말리는 데 평소보다도 더 시간을 들이기도 하고.

자기 몸을 내려다보면서 앞서나간 상상에 샤워실 벽에 머리를 문지르면서 소리없이 절규하기도 하다가

결국 최대한 평퍼짐하고 수수한 잠옷(당연히 오드리가 없다고 해서 정말 주어진 옷만 입고 다닐 리 없으니까)을 입는 걸로 별 의미도 없는 마음의 안정을 1g정도 찾은 다음 리제는 어쩐지 미치도록 어색해 보이는 자기 방의 문을 천천히 열어.


만의 하나를 바라는 헛된 기대가 무색하게도, 사령관은 당연하다는 듯이 그 자리에 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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쩜오이빈다.

찐 14편은 밤에 올라올까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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