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한 누군가를 복원시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나는 잘 모르겠지만, 닥터가 말하길, 어떠한 조합식이 있고 그 조합식을 맞추면 일반적인 유전자 씨앗으로도 레아나 메이같은 특별한 바이오로이드를 복원해낼 수 있다고 한다.


그렇기에 우리 오르카호는 어느 정도 여유가 생기면 유전자 씨앗에 다양한 조합식을 사용해서 복원을 개시하여 전력을 보충하고 있었다.


"..."


그렇게 새로운 바이오로이드의 제조를 닥터에게 맡기면서 오베로니아 레아의 탄원을 기억해낸다.

티타니아는 인간들의 의도에 따라 누군가를 증오하게 만들어져있다. 그렇기에 티타니아를 복원하는 것은 주인님에게도, 그 아이에게도 좋지 않다.

전력증강을 위해서 티타니아와 같은, 전투모듈이 없이도 전투가 가능할 정도의 스펙의 개체가 물론 필요하긴 하다. 하지만, 계속해서 고생해주고 있는 레아의 부탁을 듣지 않을정도로 아직까진 절박한 것은 아니다.

그렇기에 구태여 티타니아의 정보가 기입되어있는 유전자 씨앗을 찾아다니는 것은 멈췄고, 일단 스미레와 하츠나의 어머니로써 만들어진 개체 쪽을 찾기로 했는데...


"오빠!"

"어, 응? 닥터니?"

"어, 그게, 지금 복원된 개체가 말이야..."


레아에게는 불운하게도, 티타니아가 복원되었다는 이야기였다.



바이오로이드가 생산될 때, 필요에 따라서 기억을 다른 개체에서 인계받거나, 참고삼아 인스톨 되는 경우가 있다.

그렇다고는 해도, 대부분의 개체는 그럴 필요 없이 제대로 '동작'하기에 멸망 전에서는 기억도, 혹은 인격도, 고객들의 입맛대로 만들어지기에 그러한 기억의 인계는 리앤이라는 특수한 사례가 아니고서야 없었고, 기껏해야 특수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나, 아니면 어떠한 일로 아끼던 바이오로이드를 잃어버려서 다시 그 바이오로이드를 만나고 싶을 때만 사용되는 옵션이었다.

하지만 오르카호에서는 즉시 전력으로 써야하는 경우가 많았기에, 이러한 기억의 인스톨을 본인에게 영향이 없을 정도로, 자신이 아니라, 자신이란 개체에 대한 책을 보는 것처럼, 부분적으로만 행하고 있었다.


"..."


그 것은 한 소녀에게 있어선 맹독과도 같은 일이었다.

이유없는 증오가 뇌리에 박혀서 끈적끈적거려서 떨어져나가지 않는다.

태어난 직후임에도 누군가를 증오하라고 속삭인다.

그러면서 어떠한 '책'이 펼쳐진다.

레아라는 바이오로이드와 같은 연구소에서 제조되었다는 기록

실패작이라는 기록

레아가 자신을 감싸주는 기록

여왕이 되면 증오가 없어진다는 기록

기록기록기록기록기록

여왕의 자리를 차지하는 레아를 죽여버려.

싫어, 레아는 유일하게 나한테 따뜻하게 해줬어.

레아를 죽여버려, 그러면 네가 원하는대로 될거야.

아니야, 레아가 아니야, 레아의 잘못이 아니야.

성공작이 없으면, 실패작인 너가 1등이 될거야.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안녕?"


누군가의 소리가 들렸다.




"안녕?"


눈을 뜨기 시작한 티타니아에게 나는 인사를 했다.

멍한 듯한 눈동자에 서서히 빛이 들어온다. 하지만, 그 빛은 어두컴컴해서, 마치 누군가에게 떠밀린 듯한, 누군가를 증오하는 듯한 그런 눈빛이었다.


"왜..."

"응?"

"왜... 나를 복원했어?"


티타니아에게서 처음 들은 목소리는, 증오에 찬 목소리였다.

이럴 줄 알았으면 레아에게서 티타니아라는 개체에 대하여 설명을 더 들었어야 했나.


"닥터, 레아좀 불러줄 수 있을까?"

"알았어 오빠, 레아 언니는 그리 멀리 있는 게 아니니까 금방 올거ㅇ..."

"그만...둬..."


애원하듯이, 티타니아는 나에게 말했다.


"레아를... 여기에 부르지... 말아줘..."

"...닥터. 미안한데 티타니아를 봐줄 수 있을까? 내가 레아를 찾아가야할거 같아."

"괜찮아 오빠?"

"뭐, 달란트를 위해서라곤 해도 썬더칙에 맞아가면서 열심히 철충들을 잡았으니까, 한번 병문안 가줘야지."


그렇게 말하면서 나는 이 자리에서 벗어났다.



레아를 보고 싶다, 보고 싶지 않다.

따뜻한 것이 기록일 뿐이라도, 그 기록에 매달려서 증오하라는 목소리에게서 벗어나고 싶다.

그래도, 만약에 내가 레아를 봤을 때, 머릿속의 목소리에 져버려서 레아를 증오해버린다면,

그렇다면 나는 따스함을 다시 얻을 수 있을까.

레아를 보고 싶은데, 머릿속에 속삭이는 내가 두려워서 보면 안된다.

이 따스한 기록이 식어버린다고 해도, 내가 결국엔 레아에게 증오를 내뱉는다고 해도, 그렇다고 해도, 이 따스한 기록을 얼려버리고 싶지 않아.




레아가 지금 있다고 표시된 방에 다가가 문을 노크한다. 발랄한 레아의 누구냐는 목소리, 나는 그 목소리에 나라고 대답한 뒤 용건을 말했다.


"레아야, 지금 시간 되니?"

"네 주인님, 주인님이 원하신다면 언제든지 시간을 내드릴수 있어요."

"그래, 조금 긴 이야기가 될 거 같으니 안으로 들어갈게."


그렇게해서 들어가니, 왠일로 아쿠아와 드리아드가 레아와 같이 없었다.


"어라, 둘은?"

"아, 아쿠아하고 드리아드 말씀이신가요? 조금... 개인적인 일이 있어서요."

"드리아드의 꾀병이 들키기라도 했어?"

"어,어떻게 아셨어요?!"

"꾀병을 고친 게 나니까..."


고치고나서 다프네에게 부드럽게 한 소리 듣고, 그대로 다프네의 꾀병에도 주사를 놔버린 것은 일단 제쳐두자.


"단적으로 말해서 티타니아가 복원되었어."

"...그런가요. 그게 주인님의 뜻이라면..."

"아니, 이번엔 사고야. 그래서 티타니아에 대한 정보를 듣고 싶은데 괜찮겠어?"

"...네, 꼭 들려주게 해주세요. 제 쌍둥이 동생에 대한 이야기를."


어디부터 시작하면 될까요.

일단, 페어리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알고 계시죠?

농경을 위해서 만들어진 저희들, 그런 저희들 중에서 저와 티타니아는 컨셉에서 살짝 어긋난 존재랍니다.

저는 대규모의 뇌우를 불러일으키고, 티타니아는 고온지대의 열을 서리폭풍을 발생시켜서 농경이 가능하게 끔 만드는 역할. 그렇게 저희는 농사가 아닌, 농사를 할 환경을 만드는 것에 주안점이 맞춰져서 제작되었어요.

그 안에서 저는 어느 정도의 성과를 거뒀어요. 단순하게 뇌우를 펼치면 되는 것 뿐이었으니까요. 하지만 티타니아는, 그 아이는 상냥해서 자신의 서릿발에 누군가가 다치지 않을지, 꽃들이 져버리지 않을지, 너무 차갑게 만드는 것이 아닐지, 계속 걱정했어요.

그래서 멸망 전의 인간님들은 그 아이의 머릿속에 독을 심어놨어요.

누군가를 증오하도록 말이에요.

증오를 없애기 위해 능력을 마음껏 사용하게끔해서 그 아이의 상냥함을 지워나갔어요.

그 아이는 울면서 저한테 이런 자신은 싫다고, 레아 언니를 미워하기 싫다고, 그렇게 말했지만 결국엔 그 아이는 저 또한 증오의 눈길을 보내게 되었어요.

...그 아이가, 그 때의 그 아이라면 지금도 누군가를 증오하게끔 만들어졌을 거에요.

그 때 가장 위험한 건 주인님이세요. 그 아이는 저를 미워하기 싫어서, 계속 제가 아닌 누군가를 미워하려고 할거에요.

왜 자신을 깨웠냐고, 그렇게 원망하면서 주인님을 증오할 거에요.

그렇기에 그 아이가 다시 깨어나질 않길 원했지만, 이미 깨어나버린건 어쩔 수가 없죠.

주인님은 그런 아이라도 버리시지 않을 거잖아요?

...그러니까, 그 아이를 전투에 계속 내보내주세요. 오르카호의 누군가를 증오하지 않게, 철충만을 증오하게, 그 아이가...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증오하는 아픔을 겪지 못하게.




따뜻함을 쥐고 싶을 뿐인데, 어째서 나는 누군가를 증오하라고만 생각할까.

어째서 이런 자신은 태어나버렸을까. 

그대로 계속 죽어있었으면 괜찮았을텐데, 나 따위는 조용히 폐품인채로 사라져버리면 되었을텐데.

그러니까 듣고 싶지 않아, 누군가를 증오하는채로 살아가고 싶지 않아. 그러니까, 나에게, 말을 걸지 말아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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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후에 더 덧붙이려다가 진빠져서 여까지만...

저 상태에서 결국엔 증오에 지배되어가면서 '나'는 '여왕'이란 주어로 바뀌어나가고, 그럼에도 레아를 증오하고 싶지 않아서 사령관을 미워해나가고, 그래서 결국 레아와 사령관 그리고 티타니아 사이가 점점 무너져가다가 진부하게 사랑으로 증오를 덮어버리고, 애증이 되어버리는 걸로 쓰려다가 진빠짐...

뎃... 우마우마한 콘페이토가 필요한레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