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카에 도서관까지 있었군."


 사령관은 독서에 관심이 없었다. 

 아니 그것보단, 일상이 너무 치열해서 여유가 부족했다고 하는 편이 옳을 것이다. 만약 오르카호의 통신을 점검하는 날이 아니었다면, 굳이 도서관에 발품을 팔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나저나 규모가 꽤 크네."


 오르카의 규모는 거대했다. 생산시설 말고도 헬스장이나 노래방, 공연실이나 경기용 체육관 등 오르카 내에는 대원들을 위한 각종 편의시설이 설치되어 있었다. 이 도서관 역시 그 중 하나였다. 사령관은 발소리를 죽인 채 천천히 책장 사이를 배회했다. 


 "이왕 왔으니 재밌는 거라도 찾아볼까?"


 그 순간 누군가가 둥둥 떠서 사령관과 부딪혔다. 


 -퍽


 "아앗..."


 약한 충격과 함께 그녀의 몸이 뒤로 넘어갔다. 동시에 그녀가 품에 안고 있던 책들이 바닥에 널브러졌다. 정리가 잘 되어 있었는데 바닥에 흐트러진 모습을 보니 다시 정리하려면 고생해야할 것 같았다. 사령관은 미안한 마음에 뒤통수를 긁적였다. 


 "미안, 너무 조용해서 아무도 없는 줄 알았어."


 머리 양쪽에 달려 있는 뾰족뾰족한 금속 장치, 조용히 하늘을 부유할 수 있는 능력. 사령관은 레이시와 눈을 마주쳤다. 


 "아니에요... 제가 미처 못보았어요."


 "레이시?" 


  레이시는 바닥에 널브러진 서류철과 책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녀의 옆에서 사령관 역시 쭈그려 앉아 정리를 도왔다. 둘이 함께 정리하니까 금새 정리에 카트에 담는 것도 금방이었다. 레이시는 사령관을 향해 기분 좋은 미소를 띄었다. 


 "정리를 도와줘서 고마워요, 사령관님. 본의아니게 민폐를 끼쳤어요."


 "어, 그래... 근데 레이시, 네가 여기 있을 줄은 몰랐는데. 여기 사서로 일하고 있었어?"


 "네... 출동이 없을 때는 제가 이곳의 책을 관리해요. 새로 들어온 책을 정산하거나 기타 업무를 도맡고 있죠. 가끔 연체가 길어지는 분들을 잡아와 책을 찾아오기도 하고요."


 "그렇구나. 평소에 안보여서 어디 있었나 싶었어."


 사령관은 레이시의 안색을 살폈다. 그녀는 매우 밝은 모습이었다. 오르카 기술공학부의 노력 덕분에 성공적으로 수술을 마쳤다고 전해들었는데 아마 그 덕분인듯 했다. 


 "마침 잘됐어. 뭘 읽어야할지 고민이던 참이었는데. 레이시가 조금 도와줬으면 좋겠어."


 "네? 제가요?"


 "쑥쓰러운 이야기지만 책에 관심이 없어서 도서관엔 처음이거든. 레이시가 도와준다면 내 취향에 알맞는 책을 고를 수 있을거야. 여기서 조용히 쉬며 읽을만한게 필요한데... 어때, 도와줄 수 있어?"


 레이시는 주변을 살피다가 쑥쓰러운 미소를 슬쩍 드러내보이다가 종종 걸음으로 사령관에게 다가갔다. 


 "그... 어차피 지금은 한산하니까... 사령관님을 위해서라면... 괜찮을 것 같아요."


 "고마워 레이시."


 레이시와 사령관은 책장 주위를 돌며 책을 고르기 시작했다. 과연 얼마 지나지 않아 사령관의 취향에 부합하는 책을 찾을 수 있었다. 다섯권 모두가 라이트노벨 등 흥미 위주의 책이었다. 


 "이거라면... 독서에 재미를 붙히실 수 있을 거에요."


 사령관은 조금 쑥쓰러운 기분이었다. 흥미에 맞게 책을 고르기는 했지만... 너무 흥미 위주로 골랐다. 사령관이 고른 책들은 하나같이 주인공이 먼치킨의 힘으로 하렘을 차리는 이세계 소설이었다. 하지만 레이시는 사령관의 취향에도 크게 게의치 않는 듯 했다. 


 "내가... 너무 흥미 위주로 고른 거 아닐까?"


 "굳이 현학적이거나 지나치게 어려운 것들을 찾을 필요는 없어요... 사령관님의 마음을 편하게 할 수 있다면 그것 만으로도 좋다고 생각해요."


 "그래도... 레이시한테 내 취향을 들킨 기분이라 조금 부끄럽단 말이지."


 레이시는 방긋 미소지었다. 


 "비밀로 특별히 소중히 간직할테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아무한테도 이야기 안할게요."


 사령관은 조금 무안해하다가 장난기어린 미소를 입에 띄었다. 


 "그렇다면 다행이네. 나 역시 레이시의 비밀을 알아버렸으니까."


 "네? 제 비밀이요?"


 사령관은 레이시의 반응을 슬쩍 살폈다. 레이시는 인간의 뇌파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바이오로이드, 특히나 레이시는 인간의 감정에 더욱 민감한 바이오로이드였다. 레이시를 속이려고 해도 자기 자신의 감정을 속이지 않는 이상 속이 드러나게 된다. 하지만 사령관은 자신 있었다. 


 "그래 레이시. 특히, 지금 이 시간대에는 레이시에게 소중한 시간대일텐데 말이야 내가 본의아니게 방해를 해버렸어."


 "사령관님이 무슨 말씀을 하는지 저, 저는 이해할 수가 없어요. 제겐 딱히... 비밀 같은 게..."


 "하, 그래? 이 도서관에서 레이시의 달콤한 냄새가 확 풍기는데?"


 레이시의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제 몸에서 그런 냄새는 나지 않아요... 항상 잘 씻고 도서관도 청결하게 유지하는걸요."


 레이시는 달아오른 눈으로 입술을 움찔거리다가 뒤늦게 진정이 되었는지 사령관의 감정을 살폈다. 하지만 사령관의 뇌파를 읽어보아도 커다란 감정의 변화는 느껴지지 않았다. 마치 당연하다는 듯한 투였다. 


 "너무 창피해할 필요는 없어. 너도 내 비밀 하나 알아갔으니까 나 역시 레이시의 은밀한 비밀을 하나 알아갈 뿐이야. 아무에게 알려지지 않은 서로의 비밀 말이지."


 사령관은 입가에 미소를 드리었다. 리엔에게서 배운 추리기법을 여기에서 써먹을 때가 된 것이다. 이미 어쩔줄 몰라하는 레이시의 표정만 봐도 사령관은 자신의 짐작이 들어맞다는 것을 반쯤 확신하고 있었다. 


 "저, 저는... 사령관님. 그게 무슨..."


 "어허, 계속 모른채 한다. 레이시, 너 꽤 오래 혼자지내잖아? 그래도 잡아 땔거야?"


 "그렇지만.... 그..."


 아무래도 레이시는 너무 부끄러워서 확실하게 궁지로 몰지 않는 이상 사실대로 털어놓지 않을 것 같았다. 오히려 그 점이 맘에 들었다. 너무 순순히 털어 놓는 것은 사령관 입장에서도 재미 없는 일이다. 사령관은 차근차근 하나하나 자신이 관찰한 내용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아까 볼만한 책들을 살피면서 남자몸에 관련된 서적들이 정리되어 있는 것들을 봤어. 보기 좋게 잘 정리가 되어 있더라고."


 "......"


 "근데 말이지. 다른 책들에 비해서 남자와 관련된 도색 서적들에 손때가 많이 묻어있었어. 마치, 여러번 다룬 것처럼 닳아 있었던 말이지. 지금 이 시간대에는 아무도 도서관에 들어오려고 하지 않아. 외로운 레이시에게는 아주 안성맞춤의 시간대였지. 게다가 우리가 부딪힌 장소는 그 서적이 있는 곳과 가까운 것이었어. 나랑 부딪힐 정도로 레이시가 정신없이 빠져든 서적이 과연 무엇이었을까?"


 레이시는 손에 든 책으로 연신 입술을 가리다가 굉장히 창피해하면서 고개를 도리도리저었다. 


 "일리가 있는 말이에요... 하지만 다른 자매분들도... 역시... 그거... 좋아할 거에요. 유독... 남자몸과 관련된... 그런 서적에 유독 손때가 많은 것은 당연한 거에요..."


 이미 반응만으로도 시인하는 듯 했지만 레이시의 말도 맞았다. 사령관은 팔짱을 끼고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다른 여자들이 자료를 가져갈 때도 있겠지. 하지만 여기까지 와서 그런걸 읽을 바이오로이드는 많지 않아. 필요하다면 대출을 해서 가져갔겠지. 하지만 보통은... 탈론페더가 마련한 웹페이지 한구석을 활용하더라고. 여기까지 오진 않고."


 "요즘 도서관으로 오는 분이 적기는 해요..."


 사령관은 레이시에게 조금 더 가까이 접근했다. 평소와는 다른 블라우스 차림의 레이시는 조금은 더 이지적이고 차분해보이는 분위기였다. 그런 그녀가 어쩔줄 몰라하며 얼굴을 붉히고 있었다. 사령관은 그녀를 유혹하듯 나긋하게 말을 이어나갔다. 


 "그리고 레이시 너는 거짓말을 잘 하지 못해. 내가 몇번 추궁했을 뿐인데 벌써 얼굴이 벌게져서 벌벌 떨고 있잖아. 뭐 억울해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지금 레이시 너의 반응은 숨기고 싶은 걸 들킨 반응이라고."


 "사... 사령관님..."


 속을 알 수 없는 온갖 바이오로이드에게 둘러싸인 사령관에게 레이시의 분위기와 표정은 비교적 읽기 쉬운 편에 속했다. 하지만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사령관에게는 한 방이 남아 있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말이지. 세상에 어느 도서관 사서가 이렇게..."


 사령관은 슬쩍 레이시의 스커트를 들춰보았다. 


 "역시."


 사령관은 자신의 눈썰미가 아직 죽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고는 조금 의기양양해졌다. 예상대로 레이시의 허벅지에는 보짓물이 흥건해 있었다. 게다가 그녀는 가터벨트까지 착용하고 있었다. 가터벨트사이의 음란한 검은 팬티 위로 보짓물의 흔적이 보이는 것이다. 


 "하얀 허벅지 위로 흐르는 달콤한 보짓물을 내가 놓칠리 없지. 하지만 이 꿀물을 아무 이유 없이 흐르지 않아. 지금은 아무도 없는 시간대... 레이시 너는 도색서적을 몰래 보며 자위를 했어, 그렇지?"


 "사령관님..."


 레이시는 어쩔줄 몰라하며 뒤로 물러섰다. 하지만 그럴수록 사령관은 그녀와 몸을 붙히며 더욱 가까이 밀어붙였다. 


 "거봐, 몸이 아직도 뜨겁잖아. 이지적인 분위기를 풍기고 있는 주제에 도색 서적을 주로 읽다니 이거 벌을 주지 않으면 안되겠는걸?"


 "저, 저는... 미안해요... 사령관님을 실망시켜드려서... 사령관님께 이런 모습 보여드리고 싶지 않았어요. "


 "그렇다고 나의 비밀은 알고 있는 주제에 자기 비밀은 들키기 싫다는 거야? 레이시 거짓말쟁이에 생각보다 못됐구나? 벌을 주지 않으면 안되겠는걸?"


 레이시는 거의 우는 듯한 표정이었다. 그 표정이 더욱 사령관의 가학심을 자극했다. 사령관은 벽면에 등진 레이시의 얼굴 옆에 팔을 기댔다. 그 중압감에 레이시는 꼼짝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직무유기 한건 봐주기 어렵지만... 생각해보니 내가 너에게 소홀한 것도 있기는 해, 레이시가 외로운 것도 무리는 아니지. 그점을 참작해서 우리 거래를 하나 하는게 어때?"


 "거래요?"


 "그래. 서로가 서로의 비밀을아무에게도 말하지 않는 것을 전재하에 말이야."


 자그마치 25cm. 아스날도 몇번 삽입으로 가버리게 만드는 흉기와도 같은 물건이 욕망의 창끝을 레이시에게로 향하고 있었다. 귀두끝이 레이시의 부드러운 허벅지살에 파묻혀 쿡쿡 찔렀다. 이질적인 느낌에 상기된 레이시의 얼굴에 기대감이 조금씩 차올랐다. 


 사령관은 슬쩍 하얀 블라우스 위로 도드라진 레이시의 뽀송뽀송한 유방을 만지작 거렸다. 그 반응만을 기다렸는지 레이시의 몸이 흠칫 떨렸다.손가락이 그녀의 푹신푹신한 유방을 이리저리 유린할 때마다 레이시의 입에서 끈적한 신음이 터져나왔다. 


 "하아... 하아... 사령관님... 그 거래가 뭔지... 말씀해 주세요... 이대로는 정신이 무너져 내릴 것만 같아요..."


 사령관은 레이시의 뒷머리를 쓰다듬으면서 그녀의 귓불에 뜨거운 숨결을 불어넣었다. 레이시가 무의식적으로 사령관의 목덜미에 팔을 휘감았다. 그녀의 유려한 몸이 보기좋은 젖가슴이 가슴팍에 닿아 찌그러졌다. 사령관은 그녀의 블라우스를 열고 그녀의 상의를 벗겼다. 그 안에 숨겨져 있던 검은색 브레이지어가 모습을 드러냈다. 


 "여기에서 우리끼리 새로운 비밀을 만들어나가는거야. 그러면 우리 둘다 서로의 비밀을 간직한 셈이 되겠지."


 "하아아앙... 죠아요오오오... 사령관님과의 이날만을.... 기다리고 있었어요..."


 사령관은 레이시의 스커트를 내리고 엉덩이를 만지작 거렸다. 그녀의 몸은 예민해서 만지는 재미가 있었다. 어느 부위를 만지더라도 몹시 긴장해 떨며 만족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레이시와 연거푸 키스를 이어나가던 사령관은 그녀의 몸을 미쳐 탁자에 눕혔다. 살짝 벌어진 하얀 가랑이 사이로 여성의 굴곡이 드러났다. 팬티를 벗기자 더 적나라하게 촉촉하게 젖은 핑크빛의 균열이 뜨스한 김을 뿜어내고 있었다. 


 "히이잇!!! 대에에에박!!!"

 그 모습을 탈론페더가 화분 뒤에 숨어 도촬하고 있었다. 





 사령관은 독서에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레이시와 둘이서 하는 독서에는 관심이 생겼다. 



그림 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