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아내와 아들딸, 손자손녀에게 둘러싸여 성대한 생일잔치를 치른 그였지만, 언제나처럼 그의 마음은 공허할 뿐이었다.

하지만 그는 그 이유를 모르고 있었다. 바로 방금 전까지는.

 

 

“아니…이건?”

 

창고에서 오래된 갤럭시SS20+를 발견한 김라붕 씨는, 20년이 지났지만, “통발폰”을 확실히 알아볼 수 있었다. 이윽고 차례차례 20여년 전의 기억들이 떠오르기 시작했고, 그는 마침내 마음속의 공허의 근원을 알게 되었다.

 

 

 

“아이 참…아버님은 또 어디 가신 거람?”

 

셋째 며느리가 애타게 김라붕 씨를 찾는동안, 그는 먼지투성이 창고에 앉아 숨죽여 울고 있었다.

 

“어머, 아버님!” 며느리가 창고문을 열고 나타나자, 김라붕 씨는 황급히 눈물을 훔치며 일어섰다.

“애미야, 잠깐 나갔다 오고 싶구나. 오랜만에 옛날 생각이 나서 말이다…”

 

“네? 지금 케이크가…아버님!”

 

대답을 듣지도 않은 채, 김라붕 씨는 보행보조기를 끌며 집 밖으로 나섰다.

 

 





공원을 거닐며, 김라붕 씨의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르기 시작했다.

 

 

‘벌써 20년 전인가...초코여왕때 유입해서 3.0까지는 버텼지…분명 그때까지만 해도 영원히 갓겜으로 남을 줄 알았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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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오리진의 좆망겜화…

그것은 한 원숭이의 일탈로 시작되었다. 스마트조이 본사에서 기르던 원숭이가 15번째 생일날 사바나의 바오밥나무로 돌아간 후로, 회사는 조금씩 어긋나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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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그렇지…15년차가 그렇게 갈 줄이야. 아니 이제는 35년차구먼…사바나에서 굳세게 살고 있어야 할 텐데…’

 

‘복씨도 말이야…설마 그런 일이 일어날 줄은…’

“응?”

 

한가로이 거닐던 도중, 김라붕 씨의 귀에 그리운 멜로디가 들렸다.




20년이 지났을지언정 이 음악은 잊을 수가 없었다. 고개를 돌려보니, 한 청년이 라스트오리진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의 이름은 나오진이었다. 호기심이 동한 김라붕 씨는 30분간 나오진 군과 심도있는 대화를 나누었고, 20년간 이 게임이 어떻게 변했는지 듣고는 경악을 감출 수 없었다…

 

 


마이티R이 SSS 승급을 받고 적폐가 되질 않나, 무적의 용이 너프로 관짝에 처박힐 줄이야. 그 외에도 20년동안 변함없는 기지시스템, 아직도 개조가 나오지 않은 알바트로스, 변동확률 가챠를 통한 스킨 구매정책, 거기다가 별의 아이 포획 시스템까지...

 



‘미스터 복…자네가 있었다면 이렇진 않았겠지?’ 정겨웠던 복이사를 추억하며 김라붕 씨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15년차가 사바나로 돌아가고 이틀 후 열린 제 45회차 오라이에서 분노의 규동 먹방을 하던 복이사는 급체로 쓰러져 기억을 잃어버렸고, 그때를 틈타 스마트조이는 넷슨 글로벌에게 인수당해버린 것이다. 그 후 아이샤의 행방은 전해지지 않았고, 오렌지에이드는 군대에 말뚝을 박아 간간히 입소문만 들려오는 판국이었다.

 

 

 

추억은 추억으로 남아야 아름다운 법이다. 그렇게 중얼거리면서도 김라붕 씨는 어느새 휴대전화를 꺼내 한 사이트에 접속하고 있었다.


https://arca.live/b/lastorigin



‘아무리 그래도 여기가 남아있진 않겠지? 그립구만…짤쟁이들, 글쟁이들…하다못해 할카스까지 말이야…’

 







“…이럴 수가.”




 

그들은, 아직 거기 있었다.

 



“급똥의 노바”를 출시해도…수복이벤트가 그리워질 개창렬 이벤트를 실시해도…엘든링 1,2,3,4에 모바일까지 나왔지만 트릭컬은 나오지 않았어도…

 


20년전, 그와 함께 중년의 불꽃을 불태우던 이들은, 노년의 불씨를 되살려가며 여전히 그곳에 있었다. 

 

 


한 줄기 눈물이 김라붕 씨의 주름진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리고, 마치 홀린듯…그는 글쓰기 버튼을 눌렀고,

그는…

 

 

 


 

그는…

 

 

 

 

 

 



















정보) 주딱은 김라붕 씨가 글을 쓰는 동안 파딱을 하나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