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대마왕이자 귀염뽀작 초인기 아이도루인 마법소녀 뽀끄루. 그녀는 지금 오르카 호에 합류한 이후 일생일대의 시련을 맞이 하고있었다. 


'사장님 살려주세요~'


무적의 용, 불굴의 마리, 멸망의 메이, 철혈의 레오나, 신속의 칸, 블러디 팬서... 오르카 호의 내로라 하는 지휘관들의 시선이 그녀에게 쏠리자 아침에 먹은 우황청심원이 속에서 역류하는거 같은 뽀끄루는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뽀꾹 소리를 냈다. 








이 모든 사건의 발단은 사흘 전에 있었던 사령관과의 면담이었다. 


"네? 저보고 덴세츠의 대표자를 맡아달라고요?"


당황한 뽀끄루의 반문에 사령관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쿠노이치 자매들이 합류한 이후로 덴세츠 소속 애들도 숫자가 많아졌고 슬슬 덴세츠의 입장을 대변할만한 누군가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거든. 그래서 뽀끄루가 덴세츠 대표 자격으로 앞으로 있을 지휘관 회의와 총회에 참석했으면 좋겠어."


지휘관 회의... 모의 훈련과 실전의 성과에 대한 피드백과 향후 계획과 개선 사항 같은 오르카 호의 중대사를 논하기 위해 각 부대의 대장들과 대장 대리들이 참석하는, 사령관이 주도하는 총회만큼이나 중요한 회의였다. 상상만해도 숨이 턱 막힌 뽀끄루는 손사레를 쳤다.


"저...저기 사장님? 아무래도 그런 자리엔 저보단 차...차라리 샬럿 총사대장님이 더 어울리지 않을까요?? 제가 참석하는건 아무리 생각해봐도 좀 무리같은데..."


"사실 나도 샬럿이 더 적임자라고 생각은 했는데 문제는..."


"문제는...?"


"아르망이 예측하길 샬럿이 덴세츠 대표로 회의에 참여하면 98%의 확률로 회의가 싸움으로 끝날거라더라."


사령관이 무거운 표정으로 말하자 뽀끄루 역시 그렇군요 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자존심 강한 총사대장의 성격이라면 왠지 그럴만 했다.


"뽀끄루도 알다시피 샬럿이 안된다면 덴세츠엔 대장이 되줄만한 바이오로이드가 거의 없어. 아르망은 부관 업무 때문에 바쁘고 요안나도 섬 때문에 자리를 비웠으니까 말이야. 모모가 있긴 하지만..."


"사장님! 제가 할게요! 제가 대장 할게요!"


모모의 이름이 나오자 뽀끄루가 재빨리 사령관의 말을 자르며 단호하게 외쳤다. 모모의 이름이 나왔다는건 그녀가 거절하면 대장 자리는 모모한테 돌아간다는 뜻이었고 모모는 이런 그녀가 짊어져야 할 굴레를 거절할 성격이 아니었다. 모모가 호랑이 굴에 들어가는걸 두 눈 뜨고 지켜볼 수 없었던 뽀끄루는 그렇게 오르카 호의 덴세츠 엔터테인먼트와 인원이 부족해 덴세츠에 꼽사리 낀 어뮤즈 어텐던트를 대변하는 지휘관이 되었다.






 


"하아아......내가 어쩌다가 이런 일이 휘말리게 된거지..."


카페테리아에서 지끈거리는 이마를 손가락으로 짚으면서 뽀끄루가 힘없이 중얼거렸다. 모모를 구한것도 좋고 추가 동침권을 얻은것도 좋지만 앞으로 그녀에게 닥쳐올 시련을 생각하면 눈 앞이 깜깜했다. 블랙 리버 출신 지휘관들의 덴세츠 부대원들에 대한 시선이 곱지는 않다는걸 그녀도 잘 알고 있었다. 그들이라면 틀림 없이 피드백을 빙자하면서 뽀끄루를 무섭게 갈굴게 분명할터, 뽀끄루의 귓가엔 벌써 레오나의 날선 목소리가 맴돌기 시작했다. 


"사장님 살려주세요오오..." 뽀끄루가 테이블에 쭉 뻗으며 힘없이 중얼거렸다.


그 때 누군가가 초콜릿 파르페를 뽀끄루의 테이블에 내려놨다. 뽀끄루가 고개를 들어 올리니 자애로운 미소를 짓고 있는 샬럿이 눈에 들어왔다.


"초...총사대장님..."


"기운내요. 뽀끄루. 폐하께서 대체 무슨 생각을 하시는지는 저도 모르겠지만...당신이라면 잘 해낼거에요."


"흐에엥 총사대장 니이임..."


뽀끄루가 샬럿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고 우는 소리를 냈다. 샬럿은 그런 뽀끄루의 등을 토닥거려줬다. 


"기백이 중요한거에요 뽀끄루. 다른 지휘관들이 대단하다지만 당신도 그들 못지않게 대단해요. 대마왕의 힘을 모두에게 보여주라고요."


샬럿이 뽀끄루에게 엄치를 척 올리면서 격려해주곤 카페테리아를 나갔다. 뽀끄루는 그녀에게 힘을 주는 덴세츠의 모두를 위해서라도 힘을 내겠다고 다짐하면서 파르페를 맛있게 먹었다. 








회의 당일날 아침, 걱정으로 잠을 설친 뽀끄루는 퀭한 눈으로 전신 거울을 쳐다봤다. 먼저 어떤 옷을 입어야할까...입고 있던 마왕 티셔츠를 벗고 정장과 마법소녀 옷 사이에서 고민하던 뽀끄루는 정장을 옷장에 넣고 몸에 낑기는 그녀의 마법소녀 옷을 입었다. 마지막으로 쿵덕 쿵덕 세차게 두근거리는 심장을 진정시키기 위해 우황청심원을 삼킨 뽀끄루는 새로 배정 받은 그녀의 개인실에서 나왔다. 


"좋은 아침입니다. 마법소녀 뽀끄루."


"아...안녕 하세요. 아탈란테씨." 


뽀끄루가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아탈란테에게 공손하게 인사했다. 질주하는 아탈란테. 아르망이 뽀끄루의 부관으로 붙여준 아탈란테는 워낙 말수가 없고 내성적이라 뽀끄루조차도 그녀와 대화를 나눠본 적이 거의 없었다. 오르카 호의 복도를 거닏는 두 사람 사이엔 굉장히 어색한 공기가 흘렀고 이 어색함을 깨기 위해 뽀끄루가 먼저 말문을 열었다. 


"저기 아탈란테씨는 지휘관 회의가 긴장되지 않으세요?"


"긴장되지 않습니다."


아탈란테가 굉장히 사무적이고 딱딱한 어투로 짧게 대답하자 뽀끄루는 다시 입을 닫았다. 역시 아탈란테는 대하기가 너무 힘든 바이오로이드였다. 


그래도 그녀의 옆에 있는 아탈란테의 흔들리지 않는 듬직한 모습을 보니 뽀끄루는 안심이 됐다. 그래 용기를 내자... 지휘관급 회의엔 블랙 리버 출신 지휘관들만 있는것도 아니었다. 레아와 세레스티아, 알렉산드라 같은 그녀와 공감해 줄 민간부대쪽 지휘관들도 있고 그녀들 사이에서 잘 묻어가면 어떻게든 되겠지. 뽀끄루는 그렇게 마음을 다잡고 용기를 냈다. 


"안녕하세요. 오늘부터 덴세츠 대표로 지휘관 회의에 참석하게 된 마법소녀 뽀끄루입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릴게요~"


회의실 문을 열고 들어온 뽀끄루가 애써 밝은 목소리로 회의실에 있던 지휘관들에게 상큼하게 인사했다. 그리고 뽀끄루의 용기는 그녀에게 꽂힌 블랙 리버 지휘관들의 따가운 시선에 산산히 부숴졌다. 







2편에서 끝낼 계획인데 분량조절에 실패하면 3편까지 갈수도 있을듯함... 그리고 뽀끄루가 어뮤즈까지 관리하게 됐다는건 그녀의 관리대상에 키르케도 들어갔다는 뜻임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