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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에 진심으로, 리제는 자신에게 공이 넘어간 상황이 전혀 달갑지 않았음.

말이 좋아서 결정권이지 마리는 눈에서 빛을 뿜을 기세로 바라보고 있고 콘스탄챠도 안 그런 척 힐끔거리고.

그나마 이 둘은 원작에서 언급되어 있기라도 하지, 실제 상황이 되니까 익스큐셔너 전에 참여한 바이오로이드 거의 대부분이 각자의 희망을 시선에 실어서 사정 없이 쏘아 보내는 상황이잖아.

정말로 관여 않겠다는 듯 시선을 돌린 칸이라거나가 있는 것이 구원이라면 구원이겠지만 그런다고 나머지의 압박감이 없어지는 건 아니었지.

차라리 사령관이 골랐으면 잡음도 안 나왔을 텐데- 라는 원망을 담아서 흘겨봤더니 저쪽은 저쪽대로 뭔가 기대감 만땅인 표정으로 퇴로 따위는 없다고 알려주고 있었음.


...뭐, 결국 의견이 갈릴 때는 무난하게 가는 게 정답이게 마련이지.

리제 입장에서도 자기랑 야스를 할 몸이 갑자기 크게 바뀌면 어쩐지 다른 사람이랑도 하는 것 같아서 기분이 요상할 것 같다는 기분도 들었고.

해서 그냥 눈 딱 감고 "지금 그대로가 좋다."고 대답함.

그 다음 주변의 반응이 어떨지 싶어서 살짝 눈을 떠봤는데,

어쩐지 그럴 줄 알았다는 훈훈한 분위기로 마무리 수순에 들어가고 있네?

그 마리조차 진지하게 끄덕이는 걸 보니 잘은 모르겠지만 좋은 게 좋은 것이겠거니.


그렇게 해서 후발대로 도착한 포츈이 기기를 조작하는 걸 바라보고 있자니, 어느새 사령관이 리제의 옆에 서 있었어.

감염의 진행으로 어딘가 삐딱해진 듯한 몸을 살짝 받쳐주니까 고맙다는 말과 함께 미소가 돌아오고, 그게 어딘가 민망해서 살짝 고개를 돌린 채 이야기했음.


- 괜찮을 거예요.


이건 당신의 운명이니까. 라는 뒷말을 숨긴 채 흘린 말에, 사령관은 알고 있다고 대답해.


- 리제가 괜찮을 거라고 해 줬으니까.


라는 단서를 붙여서.

조금 기막혀하면서 그게 뭐냐고 중얼거렸지만 사령관 본인은 당당하게 진심으로 그렇다는 듯 대답했으니 부끄러움은 리제의 몫이었고, 리제는 여기저기 눈동자만 굴리다가 빨리 건강한 몸으로 돌아오기라도 하라면서 타박하듯 사령관을 작동 준비를 마친 설비로 데리고 감.


우려와 희망이 섞인 바이오로이드들의 시선을 앞에 두고, 사령관은 안심하라는 듯 가볍게 웃어보여.

그리고 문 바로 앞까지 따라온 리제를 끌어안고는 깊이 입을 맞췄음.


아니.

아니아니.


이제 와서 내외할 리도 없긴 하지만, 남 앞에서는 그래도 손이나 잡고 다녔는데 여기서 갑자기?

그것도 정예 인원에 차출될 만큼 비중있는 바이오로이드들만 고르고 골라 모인 곳에서?

눈은 등잔만해져서 버둥거리려다가도 금속질 - 혹은 죽음 -에 가까워진 반신의 촉감과, 그러면서도 키스에서 느껴지는 짜릿함 때문에 리제는 결국 힘을 빼고 몸을 맡기게 됨.


사령관이 쓸데없이 개운한 얼굴로 설비 안으로 들어가고, 그 자리에 스르르 주저앉았다가 퍼뜩 일어나서 그대로 자리를 뛰쳐나갈 때까지도 미지근한 시선은 집요하게도 따라붙었음.


가다 말고 뒤로 돌아서 백신이랑 항생제를 준비해 두라고 외치는 것만으로도 나름대로 최선을 다 했다고 봐야 할지도 몰라.


*   *   *


그렇게 사령관은 온전한 인간의 몸을 되찾게 되었음.

물론 신고식처럼 따라온 잔병치레는 어쩔 수 없긴 했지.

미리 대비해둔 만큼 그렇게 혼란이 있진 않았지만 그런다고 적응 기간이 사라지는 건 아니니까.


반강제적이라곤 해도 사령관이 지휘 이외의 - 예를 들자면 결재 같은 일에만 집중하게 된 기간이기도 해서

의외로 오르카 호 내적으로는 중요한 일들도 제법 처리되었지.


예를 들어서 레오나와 홍련, 닥터를 비롯한 고급 기체의 복원을 준비하는 라비아타라거나,

대량의 AGS들을 지휘중인 알바트로스와 중개를 해 준 에이다라거나.

메이는 현실 세계에서 투사하기 곤란한 화력을 가상 세계에 남은 철충 잔당을 쓸어버리고 훈련 프로그램용으로 재정비하는 것에 맘껏 써먹는다거나,

새로 점령한 섬에서 전투 모듈을 반납한 대원들과 식재료의 다양화를 연구중인 요안나라거나

앵거 오브 호드와 아머드 메이든은 어느 정도 구성원들이 확보되면서 편제를 가다듬는다거나 하는 등이었음.


그러는 동안 리제는 콘스탄챠와 교대로 사령관을 돌보곤 했음.

아무리 바이오로이드라도 24시간 내내 깨어있을 수 없다는 이유도 있긴 하지만, 그 이상으로 꽤 유용한 상황이기도 했지.

콘스탄챠나 사령관을 경호하는 컴패니언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나름 친분도 - 진짜 친한건지 아닌지 물으면 확답은 할 수 없지만- 쌓았고, 뭣보다 하루의 1/3 정도씩은 자유롭게 쓸 수 있었으니까.


그리고 그 자유 시간이야말로 리제에게는 꼭 필요한 것이었어.


사령관은 가끔 낯간지러운 대사를 던져서 자길 당황하게 만들긴 했지만

기본적으로는 와병 생활중이니 자연스럽게 휴면계정(?) 상태.

지금 혼자만 광렙을 해둬서 힘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야말로 자신에게 주어진 마지막 찬스다.


알렉산드라의 방문을 두드리는 리제의 얼굴은, 프레데터와 싸울 때보다도 결의에 가득차 있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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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표수에 따라 청년 바디로 가지만

라붕이들의 쇼령관 관련 아이디어가 너무 훌륭하기도 했고

외전 아이디어도 그럴듯했으니 조만간 ex 스테이지로 쇼령관 야스편도 한 번 써오겠스빈다


근자감으로 쇼년 몸 고른 리제가 바로 개털리는 시츄라니


다음편 : https://arca.live/b/lastorigin/225478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