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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따지고 보면 자업자득이었지.

은퇴각 잡고 짱박힐 생각 밖에 없었으니까 그 전까지는 좌우좌 외에는 의도적으로 인간관계를 피했고,

사령관과 만난 다음에는 반쯤 정신이 나가서 몰두해 버렸으니 역시 주변에 신경 쓸 여유는 없었고.

결국 사령관과의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되고 나서야 자신의 위치가 오르카 호에서도 다소 붕 떠버렸다는 걸 인식할 정도의 여유를 낼 수 있었다는 거니까.

그나마도 리리스와의 대화가 없었다면 아마 좀 더 늦었을지도 모르고.


다만, 냉정하게 생각하면 원작에서 나왔던 '블랙 리리스'와 '시저스 리제'의 관계 때문에 근거 없는 기대를 가졌고,

그것 때문에 불필요하게 큰 충격을 받은 것도 사실이었어.

그 관계는 어디까지나 원작 리제의 몫이고, 시간이 흘러서 사령관과 이어지는 바이오로이드가 늘어나면 자신도 그렇게까지 튀지는 않게 되리라고 결론짓는 정도가 최선이었지.


사령관과 이어지는 바이오로이드가 늘어나면 - 이라고 생각한 순간 사령관과 맞잡은 손에 힘이 들어갔지만, 그야말로 잠깐에 지나지 않는 시간이었기에 누구도 - 리제 본인도 눈치채지 못했어.


그리고 사령관을 비롯한 가상 현실 투입조가 가상현실에서 돌아와, 역시 아미나의 유산을 다루려면 현재 사령관의 몸으로는 무리가 있다며 고민하고 있었을 때, 외부에서 정체 불명의 통신이 들어와.

물론 김지석의 묘의 존재를 일러주러 온 에바 프로토타입이었음.


*   *   *


에바와의 대담은 그리 크게 다르지는 않았어.

사령관이 기절해 있던 상태가 아니었기에 대화의 주체도 사령관이 되었고, 사령관의 태도에 영향을 받은 바이오로이드들이 아미나의 지적에도 담담하게 현실을 인정했다는 것에서 조금 재미없다는 표정을 지어 보이긴 했지만 그 정도.

통신을 종료하면서 "당신이 꿈을 꾸게 될 즈음에 우리는 다시 만날 것이다"라는 대사를 남긴 것에 역시 떡밥의 제왕 답다며 내심 감탄하기도 하긴 했지.


아무튼 사령관이 처음부터 또렷하게 정신을 차리고 있었던 만큼, 무덤으로 행하는 인원의 선별은 훨씬 더 신속하게 이루어졌어.

콘솔을 통한 지휘가 아니라 직접 움직여야 했던 만큼, 리제도 사령관과 동행했고.


그리고 등장한 익스큐셔너와의 싸움은-

말 그대로 신화적이었음.


한정된 공간에 맞춰 정예 중의 정예만을 골라서 투입했기에 더욱 그렇기도 했어.

기간테스의 장갑을 두부 자르듯 잘라내고, 주변을 회전하는 칼과 방패 하나하나가 능히 마리와 칸을 일대 일로 마크해낼 수 있을 정도.

틈틈히 쏘아지는 콘스탄챠나 발키리의 사격도 기묘한 역장에 가로막혀 본체에는 닿지조차 않았으니 더욱 그랬지.


저게 쓰러지긴 하는 걸까, 하는 피로감 섞인 절망감이 퍼지고 리제가 굳이 인게임 패턴에 근거한 추측을 이야기해야 하나 고민했을 즈음해서 사령관이 익스큐셔너의 파괴법 - 내부 에너지의 폭주로 인한 자멸 - 을 지적하면서 분위기를 반전시키고, 라비아타가 차례대로 무장을 파괴해낸 후에 사령관의 지시에 맞춰 정확히 폭주의 기미가 보이는 부위에만 공격을 가하는 것으로 간신히 익스큐셔너를 쓰러뜨리게 됨.


마지막 즈음에는 상반신 전체에 과열의 기미가 보이는 것을 쳐내느라 리제도 거들긴 했지만 활약했다기엔 좀 민망한 느낌이었어.

차라리 전투가 끝난 후 일그러지며 일어난 폭발을 로자 아줄로 막아낸 리리스가 더 눈에 띄었다면 띄었을까.


짐이 안 된 것에 의의를 두자고 생각하면서, 리제는 짧게 한숨을 삼켰지.


*   *   *


생체 재건 설비는 다행히 무사했어

사실 원작적으로 봐도 당연한 결과긴 하지만, 싸움의 스케일을 생각하면 마냥 안일하게 그러려니- 할 수가 없었거든.

사령관이 동행했으니만큼 유전자 샘플 투입이야 간단하게 이루어졌고, 육체의 타입을 세팅할 차례가 다가왔어.


뭐, 사령관이 알아서 정하겠지.

마리가 음쇼섹이 된 게 이때부터였던가 하면서 리제는 멀거니 바이오로이드들의 취향을 떠올리고 있었... 는데

어째 얼굴이 따끔따끔한 거야.


당황해서 시선을 내리니까 사령관부터 시작해 동행한 바이오로이드의 시선이 전부 자신에게 집중되어 있었지.


...어?

설마 내가 정해야 하는 분위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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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령관 육체 연령은 라붕이들의 다수결로 따라 결정할 예정

체형은 따로 안 정하고 그냥 소년 / 청년 / 중년만 골라주세오

연령대 따라서 이후 밤에 하게 될 플레이 내용이 변할지도 모르빈다



다음편 : https://arca.live/b/lastorigin/224981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