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째 인간 1

두번째 인간 2

두번째 인간 3

두번째 인간 4

두번째 인간 5

두번째 인간 6

두번째 인간 7

두번째 인간 8

두번째 인간 9

두번째 인간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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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의 열기로 가득했던 밤이 지나고, 상쾌한 바람이 불어오는 아침이 찾아왔다.


지상분견대의 운용 때문에 오르카호를 떠나 아주 오랜만에 오르카에 승선한 지휘관들을 반갑게 맞이한 사령관은 묵은 회포를 푸는 것도 잠시, 차후의 행보를 정하기 위해 지휘관들의 의견을 모으고자 했다.


사령관은 하루라도 빨리 바이오로이드들을 쉬게 해주고 싶었지만 행사와 휴무일은 정비가 끝난 후에 가지는 게 좋겠다는 지휘관들의 의견에 따라 정비가 끝나는 대로 진행하기로 정해졌고, 오르카호는 지상분견대의 인도에 따라 쓸어담을 물자가 잔뜩 있는 어느 항구 도시의 폐허에 정박해 물자보급, 전투정비와 함체정비를 진행했다.


한편, 에이다의 협조로 온갖 탐지수단을 동원해 탐지한 결과 오세아니아와 뉴질랜드 인근의 철충은 아주 약간의 잔당만이 남아있었고, 그나마도 통솔해 줄 연결체가 없어서 완전히 오합지졸인 상태여서 적습의 염려는 당분간 없을 것이 확실했다.


쉬기에는 딱 적기였다. 


오세아니아 대륙을 제패하는 큰 전공과 완전한 분업분권체계의 성공적 시운전에 흡족해진 사령관은 오랫동안 고생한 바이오로이드들을 위한 휴무일을 계획했다.


휴무일을 갖기에 앞서 항구에 방치되어있던 대량의 물자를 확보한 사령관은 그 목록을 보며 놀랄 수밖에 없었다.


안드바리를 비롯한 보급관들이 본다면 입이 귀에 걸릴 정도로 대량의 자원들이 목록에 있었다.


특히 보존된 육류를 비롯한 식량의 상태가 매우 좋아 오르카호의 창고를 가득 채우고도 남을 정도였고, 사령관은 초과분의 식량을 효율적으로 소모하고 동시에 오랜 전투식량에 지쳐 있을 전투원들의 사기진작을 위한 기념파티를 기획했다.


물자적재와 전투정비로 또 며칠이 분주하게 지나가고, 마침내 모든 정비를 끝낸 저항군은 기념파티와 그 뒤에 있을 휴무를 위한 즐거운 준비를 시작했다.


수석주방장인 소완의 신속하고 빈틈없는 지휘에 따라 취사조의 인원들은 분주하게 움직이며 모든 저항군들을 위한 온갖 음식들을 조리했고, 낮은 계급에 위치한 전투원들이 메이드들의 지시를 받고 열심히 그 음식을 정해진 위치로 날랐다.


AGS들과 기술자들은 행사를 위한 무대와 시설물의 공사를 맡아 이곳 저곳을 정신없이 갈아엎고 있었고, 그들이 만들 무대에서 공연할, 예술적 소양을 갖춘 바이오로이드들은 공연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행사장으로 내정된 공터에는 많은 부대의 구성원들이 정신없이 뒤엉켜 부지런히 움직였지만, 그중 특히 스틸라인은 가장 많은 머릿수로 온갖 노동소요를 톡톡히 소화하고 있었다.


일하며 삼삼오오 모인 브라우니들을 중심으로 간부들까지 포함한 스틸라인의 일동이 하늘이 떠나가라 불러대는 노래는 특유의 흥겨움으로 저항군 모두의 마음을 들뜨게 했고, 그녀들의 즐거운 모습에 정신없이 업무를 진행하며 표정이 굳어있던 사령관 역시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다른 부대들도 스틸라인에 질세라 열심히 움직이며 결코 흔치 않은 즐거운 행사의 밤을 준비했다.


이런 때가 아니면 언제 또 진탕 놀 기회가 올지 알 수 없었으니까.


그 즐거움에 동참하지 못한 인원들은 비상시를 대비한 당직인원들 정도였지만 다행히 숫자가 많지는 않았기에 사령관은 그들에게 동침이 포함된 데이트권을 포상으로 수여했고, 침울해져있던 당직인원들은 사령관의 포상에 심경의 극과 극을 오가며 환희의 비명을 질렀다.


모든 준비가 끝나자 마이크를 잡은 사령관은 정말 드물게도 목소리를 높여 저항군의 모두를 치하함과 동시에 파티의 시작을 선포했고, 예정되어있던 몇가지 공연으로 달아오른 분위기는 오늘 하루 주류를 무제한으로 허용한다는 사령관의 깜짝 발표와 함께 광란으로 치달았다.


누구라고 할 것 없이 저항군의 대부분은 평소 소비가 통제되고 있어 쉽게 먹을 수 없는 술과 구경하기도 힘든 제대로 된 음식들을 마음껏 먹고 마시며 그동안의 스트레스를 풀었다.


아마도 내일이 된다면 숙취에 떡이 된 인원들이 속출하겠지.


하지만 어떠랴.


전란의 시대를 살아가는 그녀들에겐, 숙취에 빠져 머리를 싸매고 있는 것마저도 사치인 것을.


어차피 내일과 모레는 휴무일이다.


휴무일동안 마음껏 사치를 부릴 수 있도록, 지금은 열심히 즐기게 놔두자.


그렇게 생각한 사령관은 빙긋 웃으며 자신을 위해 준비된 특석에서 벗어나 천천히 행사장을 돌아보기로 했다.


미연의 불미스러운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팬텀에게서 빌려둔 불가시화 망토를 두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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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장은 아수라장이었다.


고삐풀린 망아지가 된 브라우니들이 워울프들과 의기투합해 목이 터져라 노래를 부르며 몰려다녔고, 둠브링어의 구역은 만취한 나이트앤젤과 메이가 시답잖은 주제로 말싸움을 벌이고 있어 나머지 인원들은 술을 마시며 그들을 구경하고 있었다.


D엔터테인먼트의 자리에서는 또 다시 뽀끄루를 보며 폭주하는 백토를 말리기 위해 나머지 인원들이 안절부절하고 있었으며, 그 옆자리인 코헤이 교단에서는 만취한 아자젤과 사라카엘이 벌개진 얼굴로 딸꾹이며 죄악의 음료에 대한 주제로 교단의 법도를 논했다.


그 외에도 행사장에는 다양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다.


캐럴라이나가 크게 틀어놓은 빠른 비트의 음악이 그 일대를 춤판으로 만들지를 않나, 만취한 더치걸들이 경계모드인 기간테스 위에 올라가 담배를 피질 않나, 아스널이 사령관을 범해버리겠다는 인원들을 이끌고 행사장을 뒤지질 않나, 파티용 보드 게임을 가져온 엘라가 정신적으로 미성숙한 인원들을 데리고 건전하게 놀고 있지를 않나…


물론 조용히 앉아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얌전히 술잔을 기울이는 패거리들도 적지 않았지만 바이오로이드와 개 사이의 무언가가 되어버린 다른 인원들에 비해 존재감이 없는 것은 사실이었다.


이러나 저러나 아마 뒤처리를 하려면 골치좀 썩이겠지만, 적어도 그게 오늘은 아니다.


놀 수 있을 때 맘껏 놀아두면 적어도 나중에 후회는 적겠지.


늦던 빠르던, 이별은 언젠가 반드시 찾아올 테니.


'언젠가 너희가 싸우지 않아도 되는 세상을 만들어 주마.'


사령관은 자신의 전우이자 연인이며 백성인 바이오로이드들이 자신이 선물한 이 밤을 즐거운 추억으로 간직해주길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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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령관이 당직근무중인 알렉산드라에게서 연락을 받은 것은 늦은 밤이 되어서였다.


행사장은 거의 파해 주당들과 주정뱅이들만이 남아있었고, 대다수의 인원들은 비틀대며 숙소로 들어가거나 행사장에서 퍼질러져 있었다.


최고권한자로써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현장을 감독하며 밤을 지새우던 사령관은 오르카호의 데이터베이스가 사령관의 권한을 요구하며 먹통이 되었다는 연락을 받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막연한 예감이었지만 오랫동안 기다려왔던 때가 다가왔음을 느낀 사령관은 조용히 오르카에 올랐다.


데이터베이스 서버가 위치한 중앙부로 향하는 엘리베이터에서, 사령관은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기분이 좋아보이는구나."


오늘 하루동안 내내 자신의 뒤를 쫓아다녔던, 자신이 가장 신뢰하는 두 명의 바이오로이드 중 하나에게.


"....리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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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화 엔딩..... 다음화 엔딩.... 다음화께꼬닥


이젠 진짜 진짜 찐막임

암튼 그럼


늘 봐줘서 정말정말 고마워.....


여러분들이 주시는 추천과 댓글, 관심으로 저는 또 하루를 살아가빈다



두번째 인간은... 다음화 엔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