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 않으면 안 되는 거야?



"네, 그것도 빨리 가지 않으면."



"네 눈에는 뭐가 보이는 거야?"



"사령관은 좋은 분이시니까, 누구를 마음 아프게 하시면 안 돼요. 몇 번이고 가슴 아픈 일이 찾아와도."



"넌 내 부관이잖아. 네가 아니면 누가 내 곁을 언제까지고 지켜주겠어."



"다시금 새가 지저귀고, 내일의 해가 뜨는 이 곳에. 누군가의 미래를 보아 버리는 바이오로이드는 어울리지 않아요."


 ...


"내가 잘못되는 꼴을 못 보는 네게 같이 살아달라고 하는 게, 잔혹한 처사인 건 알아. 그래도 내 곁에 남아주면 안 될까?"



"폐하, 저는 괴로워서 떠나는 게 아니에요."


 ...


"미처 못 마친 부관의 업무를 끝내려고 하는 거랍니다. 저는 위협요소를 배제하기 위해서 부관이 되었던 걸 폐하께서 모르시진 않으시겠죠."



" ..."



"그러니, 제 맡은 일을 마무리하게 해 주세요."



" ..."



"그동안, 폐하를 모실 수 있어서 기뻤습니다. 이 따스한 기억들은 절대로, 절대 잊지 않겠어요."



 세상은 재건되기 시작했다. 온갖 인종들이 시험관에서 배양되고,사람에게 사용할 수 있는 성장 촉진제의 개발로 인류의 희미하던 맥박은 다시금 거세게 뛰기 시작했다. 새로운 국가와 새로운 모집단이 지구의 새 주인이 되는 일은 없었다. 경제와 사회가 다시 과거를 본따 형성되고, 분주히 견제와 발전이 점철됐다. 



"너는 왜,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서."



"역사는 반복되기 때문이에요. 인류는 아직 맞이한 적 없는 새 역사를 써나갈 필요가 있어요."



"난 그런 거창한 존재론 때문에 목숨 걸고 싸운 게 아니야."



"폐하 .."



"난 그저, 그저. 내가 살던 세상을 네게 보여주고 싶었어."


 ...


"낮엔 도로 위로 분주하게 사람들이 오가고, 이런 저런 사연들이 쌓이고 쌓여서. 얽혀버린 실타래를 어쩔 수 없이 안고 살아가는 이들이 우리였지만, 결코 무의미한 것이 아니라고 믿었어."


"인간으로서 누릴 수 있는 삶의 달콤한 면. 네게는 항상 그 일상적인 향취를 묻혀주고 싶었어. 너는 나쁜 미래도 항상 봐버리고는 하니까."



" ..."



"네 머릿속의 나는 이 얘기도 미리 들려줬나 보구나."



" ..."



"그래도 가야만 하는 거지."



" ..네."



 그녀는 볼에 남긴 가벼운 입맞춤으로 작별을 고했다. 마중나가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맞이할 이도 아무도 없었다. 그녀가 지나간 자리에서는 자스민 향기가 잠시 맴돌다가, 바스러지듯 흩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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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렌 버핏이 보낸 청부살인닌자를 피해 도망 ㄷㄷㄷ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