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딛고 있는 땅은 "생명은 사라지고 죽음만이 가득한 세계"이다.


생명의 탈을 쓴 껍데기들만이 늘비하다.


따라서 생명은 없다.


생명이 없고, 생명이었던 것들은 모두 내가 딛고 있는 땅에 묻혀있다.


따라서 죽음만이 가득하다.


생명이었던 것들을 죽음으로 바꾸어버린 것들, "녀석"들과의 전쟁은 '우리'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처음에는 승리에 기뻐했고, 다음 목적을 생각하게 되었다.


나는 마치 아담과 이브라도 된 것처럼 생각했지만, 이내 문제를 생각하게 되었다.


아담은 있지만, 이브는 없다.


이브는 땅 아래에 죽음이 되어 사라져버렸다.


사라진 생명은, 죽음이 되어버린 것들은 돌아오지 않는다.


남아있는 것은 나와 껍데기들 뿐...


그러한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만들어진 이브들은 나를 원했다.


나를 아담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지만, 나 또한 만들어진 아담일 뿐이다.


물론, 나도 처음에는 내가 아담인 줄 알았다.


곰곰이 생각해본 결과, 나 또한 만들어진 존재라는 결론에 다다랐다.


나의 몸은, 껍데기와 같다.


마치 이러한 일이 있으리라 예상이라도 한 듯이, "만들어진 껍데기"에 나의 정신을 넣었을 뿐인 존재이다.


내가 나라고 구분될 수 있는 것은, 이 정신뿐이다.


아니, 어쩌면 이것조차 "만들어진 정신"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나는 완전히 껍데기와 같다.


그리고 껍데기와 껍데기에서 만들어지는 것은, 생명이라고 할 수 있을까?


우주 만물의 이치가 그러하듯,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해낼 수는 없다.


생명이 없는데 생명을 만들어낼 수는 없다.


즉, 만들어지는 것 또한 껍데기.


어쩌면 이런 생각을 하지 않아야 했을까?


잘 모르겠다.


나는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그리고, 결론에 도달했다.


"진짜"가 모두 사라진 지금, "가짜"가 "진짜"가 되어버린 것이 아닐까, 라고.


아담과 이브와 만들어진 아담과 만들어진 이브 중에서 아담과 이브가 사라졌으니, 만들어진 아담과 만들어진 이브는 아담과 이브가 된 것이 아닐까.


그저 "전"과 "후"가 있을 뿐이 아닐까, 라는 결론에 다다르고 말았다.


어쩌면 저열하고 병적인 자기만족일지도 모른다.


이러한 결론에 다다르지 못하면, 내가 무너져버릴 것만 같아서, 나를 보호하기 위한 방어기제가 작동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 나는 아담이고, 저자들은 이브들이다.


나는, 우리는 마지막 하나가 아니었다.


어쩔 수 없다.


원종(오리진)이 모두 사라졌고, 앞으로 이 험난하고 척박한 세계를 살아갈 존재들은 우리들이니까.


이런 결론에 다다른 나를 너무 나쁘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한다.


역사는 살아남은 자에게 유리한 쪽으로 흐른다는 것이다.


살아남은 것은 나와 모두들이고.


그렇게, 나는 내 안에서 모두가 필사적으로 지켜온 정체성을 지워버렸다.


마지막 인류(라스트 오리진).


이제는 모두가, 인류(오리진)다.


이렇게, 생명은 사라지고 죽음만이 가득했던 세계는.


죽음은 여전히 가득하지만.


생명으로 채워졌다.







머릿속에 생각은 많은데 글로는 잘 못쓰겠음


내가 철남충이었다면 해봄직한 생각을 써봤음...


코딩을 못하니까 잡생각만 늘어나네